내 이름은 로빈 - 열네 살, 미국으로 떠난 소녀의 성장 일기
로빈 하 지음, 김선희 옮김 / 길벗스쿨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중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것 같은 열네 살의 소녀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여행이라고만 생각하던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내 이름은 로빈'은 저자인 로빈 하의 회고록이자 창작 논픽셕 작품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포기할 줄 모르는 삶을 가르쳐 준 어머니에게 바친다' 라고 했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가 왜 어머니에게 헌사한 것인지를 알게 된답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처럼, 저자의 어머니는 혼자 딸을 키우면서도 언제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며, 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던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엄마 자신이 그런 삶을 선택하였기에, 딸도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열네 살의 한국 소녀 춘아가 미국에 정착해 로빈으로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두려움이나 분노, 인종차별 등과 새로운 가족과의 갈등과 외로움,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설렘과 기쁨을 느끼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열네 살 춘아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매년 엄마와 외국으로 휴가를 떠났었기에, 미국에 가는 것도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미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그렇게 춘아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습니다.

나는 몸이 허약해서 엄마는 때때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나를 보살펴야 했다. 그래도 엄마는 불평 한마디 안 하고 언제나 제 시간에 일어나 미용실 문을 열었다. 엄마는 나의 완벽한 보호막이었다. 엄마는 내게 바위 같은 사람이었다. 엄마와 함께라면 내게 나쁜 일 따위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내 이름은 로빈' p.48

 

 

엄마와 단둘이 살던 어린 시절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엄마와 로빈의 탓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단지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그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 똑같은 잘못을 했어도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이 큰 잘못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그것은 선생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가족은 아버지가 있어야만 했으니까요.

 

 

이제 아버지뿐만 아니라 언니와 할머니, 그리고 작은 아버지 가족들까지 북적거리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게 살아야 하건만, 로빈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미국에 20년 가까이 살았어도 사고방식은 고리타분했던 아버지 가족들, 엄마는 자신의 일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 아닌, 그저 남편 내조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 생긴 가족들과도 행복한 삶을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영어도 잘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한 학교생활은 정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동양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니 수업을 따라가기도 버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서 도착한 택배 상자 하나로 로빈의 삶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로빈이 좋아하던 만화책이었답니다. 엄마의 도움으로 만화 수업을 듣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고, 급작스레 떠나와 작별 인사도 못한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로빈은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편지가 고작 두어 개쯤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텅 비었던 내 앨범이 가득 차 있었다.

(중략)

우리가 이 길에서 어떻게 끝나게 될지라도 엄마 같은 사람이 있어서 나는 자랑스러웠다.

'내 이름은 로빈' p.197~208

 

하지만, 로빈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이제 막 친구들하고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왜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는 것인지...,

 

나는 엄마가 그랬듯이, 어른이 되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국에도, 미국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했다.

난 한국계 미국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나한테 괜찮은 일이었다.

'내 이름은 로빈'p.233~234

 

 

열네 살에 급작스레 미국으로 떠난 사춘기 소녀 춘아가 만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찾아가게 된 이야기를 담은 '내 이름은 로빈', 한국에도 미국에도 속하지 못한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 '내 이름은 로빈', 로빈의 이야기는 자신의 길을 찾으려 애쓰는 모든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작가의 말로 전하고픈 말을 대신합니다.

 

세상에 드러낸다는 두려움을 극복할 만큼 엄마가 나를 사랑해 주어서 나는 무척 자랑스럽다. 회고록을 쓰는 건 온 세상이 다 보도록 내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 작업은 나의 엄마까지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었다. 이 회고록을 쓰는 건 내 평생 가장 힘든 일이었다.

(중략)

이 작업은 내 마음을 치유해 주었으며,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고 존경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과거와 함께 좀 더 평화를 찾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했다는 게 난 기쁘다.

'내 이름은 로빈' 이야기를 마치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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