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명연설 : 사회편 세상을 바꾼 명연설
정인성 지음 / 답(도서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주주의의 발전은 한 사람이 열 발자국을 가는 것이 아니라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한 걸음씩 전진하는 과정이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함께하는 만큼 그 결과도 불완전하고 더딜 수밖에 없다.

(중략)

하지만, 그 수만 명이 한 발자국을 내딛기 위해서는 누군가 열 발자국을 먼저 내딛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다.

(중략)

그 용기에 수많은 다수가 응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어떤 국가인지, 어떤 국가여야 하는지를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역사적인 순간들을 경험해왔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을 맞이하고 모든 국민의 삶이 당장 좋아졌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연대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명연설' p.20~21“

 

 

'세상을 바꾼 명연설 : 사회편'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메시지를 던지는 연설과 그 연설을 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 당시의 시대상은 어땠는지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명연설'을 담은 책입니다. 그리고 매 장마다 연설의 원문을 실어놓았습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등 어디선가 들어는 봤지만, 그 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그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왜 그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이 책은 패트릭 헨리, 프레드릭 더글라스, 수전 B. 앤써니, 플로렌스 켈리, 버지니아 울프, 앨버트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레이첼 카슨, 하비 밀크 등 9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시대상, 그리고 연설문을 수록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자유와 혁명, 흑인 노예제를 통해 본 위선, 여성의 참정권, 아동노동과 착취, 자기만의 방과 경제적 독립,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과학기술 발전의 이면, 인종차별, DDP 등의 살충제 남용 폐해,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희망 등을 이야기합니다. 사회 문제를 다룬 책이지만 가독성이 좋아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데요. 그 중 가장 관심이 컸던 건 아동노동과 착취 그리고 살충제 남용의 폐해를 다룬 것이었습니다.

 

19051,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 여성 참정권 협회 총회에서 한 여성이 연단에 올라 여성 참정권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아동노동에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사용하는 의복과 장신구들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그 과정에서 양심은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녀는 사회운동가, 노동권, 여성 참정권, 공민권 운동, 소비자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 온 플로렌스 켈리입니다.

그 당시는 산업혁명으로 유럽과 미국이 엄청난 경제적 성장의 시대를 맞이하며 기업의 주도로 국가의 경제적 인프라를 구축하던 시기였습니다. 시장 권력을 장악한 기업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비용을 최대한 낮추려 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쉬지 않고 일해야 했으며 약자일수록 착취에 대한 노출이 더 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비자는 아동노동 착취에 직접적인 사용자는 아니지만 착취가 지탱하는 경제 체제에 참여하는 이상 아동노동 착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거나 자신도 가해자라는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그것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그것을 받아들이더라도 자신의 행동 양식을 바꾸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리는 그런 불편한 진실을 알려 청중들의 양심에 호소했다. '세상을 바꾼 명연설' p.99”

 

 

미국 아동들의 복지를 관장하는 연방 아동국이 설치되고, 13세 이하의 아동노동이 들어간 모든 제품의 판매가 금지되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아동노동 착취를 통해 생산된 재화를 소비합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값싼 노동력을 찾아 아웃소싱이 시작되었고, 아동노동은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어쩌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사회는 자신들의 노동 문제를 다른 국가에 떠넘기면서 해결했는지 모른다. 켈리가 묘사한 아동노동 현장은 산업화 시기의 우리나라와 같고, 오늘날 베트남, 인도 등에서 벌어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을 바꾼 명연설' p.101”

 

 

우리 모두는 아동노동 착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아동노동 착취가 이루어지지 않는 제품만 소비하는 것 또한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윤리적인 소비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아동노동 착취를 없애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켈리는 묻습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그 물건, 어디서 왔나요? '세상을 바꾼 명연설' p.105”

 

 

19631, <침묵의 봄> 출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작가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연단에 올라 이익단체들의 비판에 맞설 수 있는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그녀는 환경 운동계의 대모이자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DDP 및 살충제의 남용에 의한 폐해를 폭로한 레이첼 카슨입니다.

군사적 활용을 목적으로 개발되던 합성 살충제가 해충박멸의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하고, 수요가 증가하면서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살충제를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위험성에 대한 연구 결과에는 함구하면서 무분별하게 사용되었으며, 인체에 대한 유해함이 드러나도 화학회사들의 로비로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화학회사들 뿐 아니라 농무부 그리고 농장주들까지 반격에 나서며 레이첼 카슨은 각종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오히려 책의 판매를 부추기게 되며 과학자들의 양심선언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여론은 카슨의 편에 섰고, 환경보호청이 탄생했으며, 환경보호청은 1972DDP의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카슨은 당시 사용되던 합성 살충제의 오남용을 반대한 것이지 해충에 대한 통제에 반대한 것이 아니다. 연설에서도 이를 분명히 했다. '해충에 대한 통제에 찬성하는 가 혹은 반대하는가'는 프레임에 갇히면 논의가 공회전하게 되는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중략)

카슨은 문제의 본질을 공익과 사익의 충돌에서 찾는다. 각자의 사익으로 똘똘 뭉친 카르텔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지키기 위해 공익을 희생한다.

(중략)

그들은 자신들의 권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전문지식과 정보를 통제한다. 그 때문에 일반인들이 자신의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란 쉽지 않고, 입증하더라도 그것을 통한 정의를 실현하기 어려워진다.

(중략)

하지만 더 조심해야 하는 부류가 있다. 대외적으로 자신이 공익을 대변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수익화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손쉽게 타인과 소통할 수 있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가짜뉴스'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세상을 바꾼 명연설' p.229~231“

 

 

사회적인 갈등을 수익 모델로 삼으며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만 들려주는 그들, 그들은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확증편향을 유도하고, 그들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판단조차 그들에게 맡겨버립니다. 저자는 영화 '매트릭스'를 예로 들며 주체적인 삶을 결정하는 것은 주인공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하는 것과 같고 빨간 약을 먹는 것은 '상식'이라 여기는 것들을 의심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레이첼 카슨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누가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그는 그 이야기를 왜 하고 있나요?

'세상을 바꾼 명연설' p.223“

 

 

아동노동과 착취, 인종차별, 살충제 오남용 폐해,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 과학기술 발전의 이면 등은 그 당시에도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9명이 질문한 것들에 대해 지금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당시 열 걸음을 앞서 나간 사람들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우리 모두가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은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