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일상 - 천천히 따뜻하게, 차와 함께하는 시간
이유진(포도맘) 지음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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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려내는 3. 사르르 조용히 모래시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말린 찻잎이 피어나고 찻물이 점점 붉게 물들어간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나홀로 누리던 힐링 타임이었다. 지금은 차가 우러나는 동안 테이블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아이들이, 아침에 읽을 책을 한 권씩 손에 들고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엄마 미소를 가득 짓는다. '차와 일상' p. 35~”

 

, 얼마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아침인가!! 차를 우려내는 동안의 모습을 떠올려 보니 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와 일상'은 티소믈리에인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차, 그리고 차와 함께 하는 일상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중간 중간 'tea note' 'tea recipe' 가 있어서 꿈오리처럼 차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차를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답니다.

 

차를 마시는 시간에서 나는 내 자신을 찾고 내가 원하는 길을 찾았다. 그렇게 내가 안정되고 단단해지면서 엄마인 나를 통해 아이들 또한 안정되고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중략)

나와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한 잔의 차에 그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차와 일상' 프롤로그 중~“

 

저자가 14년을 차와 함께 하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것 뿐 아니라 아이들도 성장하고 성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프롤로그를 통해 이야기하는데요. 프롤로그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차를 사랑하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책은 '아침의 차, 오후의 차, 저녁의 차, 주말의 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차를 만나다 보면 마치 그 차의 향이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한 저를 향기로운 차의 세계로 인도하는 느낌이랄까요?

 

아이들이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생각지도 못한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뱉으면 그 말 한마디에 나 역시 배우고 성장한다.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삶을 더 빛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차와 일상' p.43~”

 

저자는 매일 아침마다 아이들과 간단한 식사에 차 한 잔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그날 필요한 과제를 한다고 하는데요. 마지막 루틴이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가족이 모두 모여 아침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 아침을 조금 더 여유롭게 보낸다는 것, 무엇보다 아침에 감사 일기를 쓴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꿈오리도 한때 감사 일기를 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매일 매일 자기 전에 감사 일기를 쓰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정말 사소한 일들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 오래 가지는 않았답니다. 어느 날부턴가 감사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썼다면 제 삶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자처럼 온 가족이 아침을 함께 하며 감사 일기를 썼다면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겠지요?

 

봄의 싱그러움, 누군가 들판 여기저기에서 꺾은 들꽃을 한 아름 안겨주는 듯한 향기, 섬세하고 여리지만 충만하게 피어오르는 새싹의 힘찬 기운, 그야말로 ''이 한 잔의 차에 담겨 있다. 아리야, 푸타봉, 캐슬턴, 어퍼 남링...다르질링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 수십 개의 다원이 존재한다.

(중략)

찻잎이 위아래로 춤을 추며 싱그럽게 우러나는 모양새를 보면서 아이들은 차를 마실 준비를 한다. 길쭉한 데미타스 찻잔에 봄을 한 잔 가득 담아주면 호로록호로록 비워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한다.

"엄마, 봄이 왔어."

'차와 일상' p.75~“

 

저자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면서 작은 변화에도 오감을 기울이고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듯이 식습관도, 운동도, 마음도, 그리고 차 생활도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조정해 간다고 하는데요. 글을 읽다 보면 따뜻한 물에 찻잎이 우러나는 모습이 연상되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봄의 활기와 싱그러움을 가득 채워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돌보는 일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시간이다. 나 자신의 몸 상태와 마음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찰함으로써 나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빠르게 찾아내고 치유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작은 틈을 만들어 나 자신에게 오롯이 몰입할 시간을 반드시 갖는다. 매일 나에게 일정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별 것 아닌 듯하지만 실제로는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차와 일상' p.158~”

 

발달된 문명 속 기계가 하는 일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이 여유를 가질 시간이 더 늘어났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로든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이 없을 만큼 현재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저자의 말처럼 '나 자신의 몸 상태와 마음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인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롯이 나에게 몰입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건 물리적인 시간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를 좋아하는 저자가 티 테라피를 하는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면서 잠시만이라도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에 몰입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삶, 우리는 결코 자연을 거스르면서 살아갈 수 없다. 인간 역시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으로 끝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삶, 가장 자연에 가까운 삶,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런 삶을 찾으려 애쓰며 살지 않을까 싶다.

'차와 일상' p.212~

 

'차와 일상'이 가을이라는 계절에 출간된 건 운명인듯, 아니면 출판사에서 이렇게 일정을 맞추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을 읽고 나니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물에 연초록 물이 우러나는 녹차라도 한 잔 마셔야겠습니다. 그리고 쌉쌀하고 달콤함이 매력이라는 국화차를 주문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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