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 번 - 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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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유별나거나 기이하기까지 하지 않으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글쓴이의 반듯함과 착함이 나에게는 더 믿음이 간다. 핸디캡을 숨기려고도, 그렇다고 과장되게 드러내려고도 하지 않는 성숙함에서 오래된 문학의 향기가 배어난다. 가까이에서 보면 자투리 조각천이지만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안목에 따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조각보가 되듯이.......따뜻한 난롯가에서 이런 글을 읽는다면 더없이 마음이 훈훈해지리라. - 박완서(소설가)

'내 생애 단 한 번' 추천사 중~

 

 

고 장영희 교수의 첫 번째 에세이집 '내 생애 단 한 번'은 월간 샘터에 연재하며 수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글들과 새로운 글들을 묶은 것으로 이번에 리커버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00년 첫 출간한 책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한 책이기도 합니다.

돌 즈음에 소아마비를 앓은 후 평생 목발을 짚고 살아야했지만 천진난만한 소녀처럼 살았던 그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글을 읽다보면 박완서 작가님이 추천사로 남기신 말씀 그대로임을 알게 된답니다.

'내 생애 단 한 번''아프게 짝사랑하라', '막다른 골목', '더 큰 세상으로',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 등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0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첫 시작을 여는 글은 부정적인 느낌의 '하필이면'을 긍정의 느낌으로 사용하는 조카의 이야기입니다.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습니다. 하필이면 오늘,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누군가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성공하는 것 같은데, 죽어라 노력하는 내 인생은 하필이면 이 모양 이 꼴인지, 때로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억울함을 느끼기도 하죠.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재능을 골고루 나눠 주신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하필이면' 나만 깜빡하신 듯하다.

(중략)

그런데 어제저녁 초등학교 2학년짜리 조카 아름이가 내게 던진 '하필이면'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귀여운 판다 곰 인형을 하나 사서 아름이에게 갖다 주자 아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데 이모, 이걸 왜 하필이면 내게 주는데?"하는 것이었다. 다른 형제나 사촌들도 많고, 암만 생각해도 특별히 자기가 받을 자격도 없는 듯한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는 아름이 나름대로의 고마움의 표시였다.

'내 생애 단 한 번' ~

 

 

외국에서 살다 온 조카가 우리말이 서툴러서 잘못 사용한 말이지만, 그 말을 들은 작가는 '하필이면' 을 좋은 상황에 대입하게 됩니다. 그러자 자신의 운명이 얼마나 빛이 나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고, 지금 자신이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훌륭한 부모님 밑에 태어난 것, 좋은 형제들이 있는 것,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왜 하필이면 나에게 오게 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 것이죠.

 

<어린 왕자>의 작가 생택쥐페리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보석이라고 했다.

'내 생애 단 한 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짐승을 보고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린 유진 박, 고아원에서 돌보던 아이가 갑자기 심한 경련을 하자 아이만 살려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 기도하며 눈물을 흘린 조교, 말기 암 환자인 엄마가 남긴 유언대로 씩씩하게 사는 것이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 아이들의 모습에 눈물을 감추지 못한 카메라맨,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눈물,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생택쥐페리의 말처럼 사람들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보석인 것 같습니다.

까짓, 영어의 pf 발음쯤 좀 혼동하면 어떤가. 영어는 기껏해야 지구상의 3분의 1 정도 인구가 알아듣는 말이지만, 불쌍한 노인을 보고 측은하게 느끼고 도와주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A 플러스 마음 아닌가. 그 마음은 이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아프리카의 피그미족도, 북극의 에스키모족도-알아듣는 만국 공통어이다.

'내 생애 단 한 번' ~

 

 

B 플러스와A 마이너스 사이에서 왔다 갔다 망설이다가 불쌍한 노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준 학생에게 결국 A플러스 학점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학교 갈 때 엄마가 학교까지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깔아놓은 연탄재 때문에 흰 눈 위에 갈색 선이 그어져 있었다.

(중략)

하지만 올 때는 내리막길인 데다 눈이 얼어붙는 바람에 너무 미끄러워 엄마가 나를 업고 와야 했다. 내가 너무 무거웠는지 집에 닿았을 때 엄마는 숨을 헐떡거리고 이마에는 땀이 송송 나 있었다. 추운 겨울에 땀 흘리는 사람! - 바로 우리 엄마다. 그런데 나는 문득 엄마의 이마에 흐르는 그 땀이 눈물같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나를 업고 오면서 너무 힘들어서 우셨을까, 아니면 또 '나 죽으면 넌 어떡하지' 생각하시면서 우셨을까, 엄마 20년만 기다려요. 소아마비는 누워 떡 먹기로 고치는 훌륭한 의사 되어 내가 엄마 업어 줄게요.

'내 생애 단 한 번' ~

 

다리가 불편한 딸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학교를 오고 간 엄마, 미끄러운 눈길에 딸이 넘어져 다치기라도 할까봐 한겨울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딸을 업고 가는 엄마, 그런 엄마를 위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소아마비를 고치는 의사가 되어 엄마를 업어주겠다는 딸, 작가는 자신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기를 보며, 소아마비를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쉽게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되겠다는 말에 웃다가 그 시절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엄마는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내 생애 단 한 번'엔 이 외에도 작은 물건이라도 옆 사람과 나누는 기쁨을 찾는 대신, 물건의 가치를 계산하며 자신이 못 줄 이유를 찾았던 이야기, 잘 산다는 것이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산다는 것이라는 농부 박 씨 이야기, 완벽하지 않아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조각을 잃어버린 동그라미 이야기,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말 한마디가 생명을 좌우할 만큼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등등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전하고 싶은 말은 마음 가득하지만 글로 표현할 재주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출판사 서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대신합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건져낸 경쾌하고 참신한 맛의 글들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지냈던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계속되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 희망을 꿈꾸기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도 이 책은 세상이 여전히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일깨워 줄뿐더러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준다. ‘힘내라. 삶의 한가운데 서서 당당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오늘을 떠올리며 살아가는 일이 아름답다고 느낄 그날을 위하여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장영희 교수의 응원이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삶'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마음의 보물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

차분한 자기 성찰뿐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의미도 따뜻하게 승화시키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맑은 빛깔과 소리의 파장이 마음속을 파고든다. 부족함을 불편하기 좋아하고 팍팍한 일상에 매몰된 채 자신마저 잊고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반성과 성찰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잊고 있던 혹은 간과했던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필이면 왜 나만 불행하고 운이 없나'라는 불평 대신 '하필이면 왜 내게 이런 기쁨이 주어졌을까'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일면서 '무미건조하고 습관화된 삶

'아름다운 삶'으로 느껴진다.

'출판사 서평' ~

 

 

하필이면 내게 이렇게 따뜻한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졌을까, 하필이면 내게 좋은 이웃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블로그)이 생겼을까, 하필이면 내게...,

질시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용서가 더욱 귀중하고, 죽음이 있어서 생명이 너무나 소중하고, 실연의 고통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더욱 귀중하고, 눈물이 있기 때문에 웃는 얼굴이 더욱 눈부시지 않은가. 그리고 하루하루 극적이고 버거운 삶이 있기 때문에 평화가 값지고,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중략)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축복받은 시간이고, 천국은 다름 아닌 바로 여기라고.....,

'내 생애 단 한 번' ~

 

 

오늘 하루는 누군가를 미워할 이유를 찾지 않고, 누군가를 비난할 이유를 찾지 않고, 매일 매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오늘' 에 감사하며, '행복해야 할 이유'를 찾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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