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지음 / 바람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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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떠날 수 없는 나이에

꽃잎이 흩날리듯 사라져 간 모든 소년들에게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200199일 한 소년이 어이없게 목숨을 잃은 이야기를 들은 작가님은 존재조차 몰랐던 그 소년의 죽음에 통곡하며 어이없이 사라져 버린 어린 넋들의 이야기를 써 주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2004년 출간하여 17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책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2021년 리커버 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3년 전 중학생이었던 큰 녀석과 함께 읽었던 책이기도 한데요. 그때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 몰입해서 읽었다면 지금은 중학생인 유미와 재준이의 입장에 조금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한 재준이, 세상에 둘도 없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친구 재준이가 죽은 지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재준이 엄마가 일기장을 들고 유미를 찾아옵니다. 유미가 선물해 준 파란색의 일기장에 쓰인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재준이 엄마는 더 이상 일기장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데 그 죽음을 본인이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으니까요. 그건 유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미가 노래 가사를 완성하고 재준이의 칭찬을 기대하며 문자를 보낸 바로 그날 밤에 재준이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믿고 싶지 않는 죽음을 맞이했으니까요.

각자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인 기념으로 떠난 춘천 여행, 그 여행에서 재준이에게 선물로 준 파란색 일기장, 재준이는 왜 그 일기장 첫 페이지에 이렇게 무서운 말을 적어놓았을까요? 얼마나 행복하면 저런 얼굴을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는데, 재준이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그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요? 유미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고 어른이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늘 지금처럼 소년으로 남아 있을 재준이, 재준이는 왜 유미가 그토록 반대했던 오토바이를 탔던 걸까요? 일기장엔 유미와 함께 했던 일들도 있었지만 유미에게도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전학 와서 적응하지 못하는 유미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 준 재준이, 둘은 성별뿐 아니라 성격 또한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사랑, 공부에 대해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었고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자리에서 깼을 때, 나는 이미 죽었어, 하고 생각했더니 눈앞에 펼쳐진 하루가 한없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렇게 가기 싫던 학교도 당장 달려가 보고 싶었고, 아침부터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퍼붓는 아빠도 재미있게 여겨졌고, 새로 산 내 나이키 운동화를 몰래 신고 나가 진흙을 묻혀 온 인준이도 용서할 수 있었다. 나는 이미 죽었는데, 죽은 사람에게 나이키 운동화쯤이야 하찮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친구들이랑 시체놀이를 하다가 문득 자신이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기분이 들었던 재준이, 그때 죽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게 보일까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던 수업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되풀이되고 익숙해지면 시들해 지는 것, 시체놀이도 그러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죽어서 유미가 슬퍼하는 모습도 슬펐고, 유미를 다시 못 만나서 속상해하는 내 죽은 모습도 슬펐다.

(중략)

엄마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짜증이 난다. 무섭고, 화만 내는 엄한 엄마보다 어쩌면 우리 엄마처럼 약하고, 잘 다치는 엄마가 더 무서운 엄마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소리 지르고, 매를 드는 법이 없지만 우리를 꼼짝 못 하게 한다. 엄마는 나한테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중략)

모든 걸 자유롭게 풀어 주는 것 같지만 그러기에 나는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만 한다. 그것은 곧 모든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반항할 필요가 없는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또 하나의 감옥이다. 결국 모든 부모는 자식들에게 다 감옥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유언처럼 써 놓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에 담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늘 동생에게 형다움을 강요당했던 재준이,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서운했던 재준이, 늘 보호해주어야 할 것처럼 연약하고 건강하지 못한 엄마를 위해 자신의 속마음을 숨겨야 했던 재준이, 재준이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힘들어했던 유미, 자유로운 것 같았지만 그에 반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만 했던 유미, 유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지난번 놀러갔을 때 걔네 엄마가 그랬다. 현재의 학교 교육은 고양이고, 금붕어고, 뱀이고, 코끼리고 모두 모아다가 각자 잘 하는 걸 더 잘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동물들을 똑같이 만들게 하는 교육이라고. 고양이더러 물 속에서 헤엄도 치고, 똬리도 틀고, 코로 물도 뿜으라고 요구하는 교육이라고 말이다.

(중략)

고양이는 쥐를 잘 잡는 게 최고다. 그렇다면 나도 해 보고 싶은 게 있다. 그건 채플린처럼 위대한 희극 배우가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오직 유미한테만 한 말이다. 내가 이런 꿈을 꾸고 있으리라곤 아무도 짐작조차 못 할 것이다. 남을 웃기기는커녕 남들 앞에서 말도 잘 못 하는 나니까 말이다. 유미도 몹시 놀라워했지만 그래도 유미는 내 실력을 보더니 격려해 주었다. 하지만 이 일을 엄마가 알았다간 천식이 더 도질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다니기 싫다는 말 한 마디로 학원에 안 다니면 되는 유미와 달리 어릴때 부터 늘 무언가를 배우러 다녔지만 잘 되는 법이 없었던 재준이, 그래서 재준이는 그런 유미가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엄마한테 자신도 다니기 싫다는 얘기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엄마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시험을 잘 보고 싶었던 재준이, 하지만 아무리 해도 시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속상한 날에도 재준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엄마를 위해서, 아빠한테 상처받은 엄마에게 자신도 상처를 줄 수는 없었으니까요.

 

어이없지, 재준아? 나 역시 오늘 살아 있다고 해서 내일도 살아 있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니? 죽음과는 한끝도 닿지 않을 것 같았던 네가 그렇게 어이없이 저 세상으로 가다니....., 너는 정말 소년답게, 열여섯 소년답게 그렇게 살다 갔구나, 사랑도 품었고, 고민도 하고, 방황도 하고, 열등감에도 시달리고, 그러면서도 꿈을 품고, 그리고 우정도 쌓았고......

(중략)

네 죽음의 의미는....... 모르겠다. 아마도 평생토록 나는 그걸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내 평생도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태어났다면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그것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죽음이 지극히 어이없고,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네가 가르쳐 주고 갔으니까.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재준이의 일기장을 다 읽고 난 유미, 재준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외에 죽음의 의미를 알지는 못하지만, 담담하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 머물렀지만 파낼 수 없는 무거운 사랑을 남기고 떠난 재준이를......,

- 재준이와 유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 짝사랑하던 여자 친구의 말 한 마디로 타게 된 오토바이, 만약 재준이가 오토바이를 잘 타게 되었다면 짝사랑은 사랑으로 변할 수 있었을까요?

- 사랑보다 우정을 더 깊게 생각한 재준이, 여러분에겐 재준이 같은 친구가 있나요?

- 재준이의 부모님에게 재준이를 품어줄 넓은 마음이 있었다면, 재준이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재준이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유언처럼 되어버린 일기장 속 죽음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요?

-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빛나고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얼마 만이냐, 얼마 만이냐, 진짜 신났다.

게임도 할 수 있고, 휴강 같은 사건도 일어나고, 살아 있다는 건 역시 좋은 일!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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