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푸른 동시놀이터 11
한상순 지음, 김지현 그림 / 푸른책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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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간호사님을 보니 지난 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료진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시작된 덕분에 챌린지가 떠오릅니다. 바람도 통하지 않는 방호복 때문에 탈진했다는 뉴스를 보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었지요. 막연하게 여름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하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아직도 코로나는 우리의 삶 가운데 있습니다.

 

최선

 

발자국처럼

얼굴에 남아 있는

간호사의 마스크 자국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40년간 간호사로 일해 오면서 22년간 동시 쓰기를 해온 한상순 시인의 동시집입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시인이 병원에서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일들이 그대로 시에 담겨 있는데요. 1'병원에 온 미니 플래시, 2'감기 퇴치 작전', 3'작은 주사로 주세요', 4'손 글씨 눈 글씨'까지 모두 57편의 동시가 실려 있답니다.

 

발 도장

 

'조이라 아기'

엄마 이름을 달고

신생아실에서

발 도장

!

이름 보다 먼저

발 인사로

!

푸른 잉크가 찍어 낸

발 도장

아기가 걸어갈 세상이

지도처럼 그려져 있다.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

 

병원은 탄생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이 공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어느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인 아기를 만나게 되고 어느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하죠.

 

마지막 문자

 

말녀야 심 내그라

젖 묵든 심꺼정!

친구들 다 가불고

니랑 나랑 달랑 둘인디

어째,

지푸락이라도 잡어 바

꼬옥!

점순이

그런데

그런데

그 지푸라기도 못 잡고

할머닌 떠나셨다.

제주도,

딸네 집에 사는 할머니 친구

양점순 할머니가 보내온

핸드폰 마지막 문자.

채 읽지도 못하고

그만 먼 길 가셨다.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

 

요즘 친정 엄마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셔서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요. 연세가 많으신 분이 수술과 치료를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진료실 앞에서 기다릴 때는 온갖 걱정이 앞선답니다. 병원에만 가면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요. 환자든 보호자든 대기 번호를 보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할까요?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앚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얼굴이

, 굳어 있다.

눈과 귀는 진료실 문에

, 붙여 놓았다.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

 

사실 병원은 막연하게 두렵기도 하고 그닥 가고 싶지 않는 공간인데요. 시인은 세상이 너무 궁금해서 몇 달이나 먼저 나온 아기들이 있는 인큐베이터를 아기가 처음 가진 집 한 채로, 청진기는 심장 소리와 숨소리를 의사 선생님 귀까지 배달하는 목소리 큰 택배 기사로, MRI를 우주선으로 표현해서 병원이 친숙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 했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우리 곁은 맴돌고 있는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시 '코로나19'를 소개해 드립니다.

 

코로나19

 

바로 얼마 전 태어났어.

지금 텔레비전,라디오, 신문마다

내 얘기로 야단이야.

모두들 내가 말 붙일까 봐

마스크로 꾸욱, 입을 닫고

손이라도 한 번 잡았을까 봐

손 씩기 싹싹.

또 내가 신나게 뛰어놀까 봐

축구 시합도 안 하고

내가 따라갈까 봐

봄 소풍도 안 간대.

세상에!

이젠 방방곡곡 현수막을 달았네.

?

날 잡느라 병원 출입구에도 보초를 섰네?

난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구

걸음아 나 살려라!

이럴 땐 도망치는 게 답이야.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

 

동시에 나온 것처럼 코로나가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도망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봅니다. 제발 제발 제발~!!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병원의 일상을 담은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를 읽으며 처음으로 엄마, 아빠가 되던 행복한 그 날을 떠올려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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