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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고장 났다고? -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ㅣ 푸른 동시놀이터 104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매미가 고장 났다고?'는 38 명 기성시인들의 동시와 신인 추천작으로 뽑힌 5명의 시를 담고 신인 추천 심사소감과 신인 추천 완료소감 그리고 동시단 소식, 인터뷰와 리뷰까지 담은 동시집이에요.
제1부 '세상에서 가장 긴 편지', 제2부 '지구가 꼭 붙잡았다', 제3부 '타이어 목걸이를 한 바다악어', 제4부 '준비하는 시간(신인 추천)까지 모두 96편의 동시를 담아놓았는데요. 그중 요즘 저의 관심사와 연결된 동시 6편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엊그제 큰 녀석의 기말 시험이 끝났는데요. 성적이 잘 나오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시험이 끝난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 하답니다. 공부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큰 녀석은 이런 말도 했었지요.
“엄마,
공부는 정말 잘하는데 인성이 바닥인 아들이 좋아,
공부는 바닥이지만 인성은 정말 좋은 아들이 좋아?”
둘 다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엄마의 말에 욕심을 버리라고도 했었지요. 어쨌든 큰 녀석의 바람과는 달리 엄마의 잔소리는 한동안 그칠 줄을 몰랐다지요. 그러다가 어떤 날은 정말 뻥~~~! 폭탄이 터지기도 했는데요. 김수희님의 '폭탄 터진 날'을 읽으며 우리집 이야긴가 했답니다.
“폭탄 터진 날
김수희
공부 안 한다고
말 안 듣는다고
대체 누굴 닮았냐고
뻥! 뻥!
잔소리 폭탄 터뜨린 날
저녁 밥상에 엄마는
내가 젤 좋아하는 갈비를
올렸다
오후 내내
엄마 미워, 저녁 안 먹을 거야!
했던 결심 어디 가고
내가
제일 많이 먹었다
쪽, 쪽, 쪽,
엄마 들으라고
맛있는 소리까지 내며 먹었다
p. 25“
“등급
김영서
내신 6등급이래요
큰언니
아빠가 말했어요
-정육점 고기도 1등급인데, 너는 6등급이 뭐냐?
고등학생이
무슨 가축인가요
소나 돼지처럼
1등급
2등급
3등급
9등급까지
등급을 매기게요
등급 얘기만 나오면
뙤약볕에 축 늘어진 풀 같아요
p. 35“
"맴맴맴맴, 맴맴맴맴..." 가로등 불빛 아래 두 눈을 반짝이며 울어대는 매미들, 낮에도 밤에도 하루 종일 울기만 하면 얼마나 피곤할까요?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피곤하겠지요. 정말 매미가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매미가 고장 났다고?
신형건
매미가 고장 났다고? 어디가 고장 났는지 매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운다고? 하긴, 좀처럼 그칠 줄 모르니 그럴 지
도 모르지.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시원한 목소리로 합창하
던 매미들, 방충망에 딱 달라붙어서 울고, 운다. 울어! 참매
미도 울고 말매미도 울고, 일단 울기 시작한 매미들은 옆에
서 대포를 발사해도 못 알아들을 지경으로 용쓰며 운다. 울
어. 야, 사람들은 야단났다! 자동차 소음보다 시끄럽다고,
밤낮 없이 우니 밤잠도 낮잠도 다 설친다고 야단,야단들이
다. 기온 23℃ 가 되는 순간, 참매미들 울음 스위치가 먼저
딸깍! 켜지고 27℃ 가 되는 순간, 말매미 울음 스위치도 일
제히 딸깍! 정상 작동되고, 열대야에 열섬 효과까지 겹쳐
뜨끈뜨끈한 도시 한복판은 그야말로 매미들의 잔치판이다.
눈부신 가로등에 현란한 간판 조명까지 좋이 비추니, 그 열
기가 식을 줄 모르는 매미들의 나이트클럽이다. 비보잉
울음으로 한바탕 춤판을 벌이는 매미들의 무한 배틀을 지
지하겠다고, 국자와 파리채와 효자손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두르며 방충망을 두들기던 사람들... 아무 소용없자 앞
다퉈 구청에 민원 넣느나 전화통에 불났다는데, 정말 모르
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진짜진짜 무엇이
고장 났는지!
p. 82~ 83“
플라스틱으로 동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장면들이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죠? 며칠 전에 소라게가 플라스틱 통을 소라껍데기 대신 사용하면서 통 안에 들어간 57만 마리의 소라게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요. 조개나 물고기에도 미세한 플라스틱이 엄청 많아서 그걸 먹는 사람들도 결국은 플라스틱을 먹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면서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타이어 목걸이를 한 바다악어
황남선
나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강가에 사는 바다악어
까만 목걸이를 하고 있지
어느 날 고개 쑥 내미는데
뭔가 목에 걸리더니
빠지질 않는 거야
이게 오토바이 타이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됐어
내 몸집은 커지는데
목걸이는 점점 죄어들고
이젠 숨 쉬기 힘.들.어
먹..기..도 괴..로..
난 바다악어
그저
강에서 헤엄치길 좋아하던,
p. 107“
“자연사박물관에서
고정옥
공룡 화석 전시관 앞에
누군가 두고 간 페트병
공룡보다
사람보다
더 오래 살 것 같은 병
지구별 진짜 주인은
바로 '나'라면서 퉁퉁
걸어온다.
p. 144“
지구별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 생겨선 안 되겠죠?
정말 지구별의 주인이라면 지구를 아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