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고 미워했다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렬한 세 여자의 표정이 인상적인 표지, 왠지 피카소의 그림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랑했고 미워했다'는 제목도 인상적이죠? 그만큼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되는 책이었는데요. 이 책은 2008년 보물창고에서 '내가 사랑한 야곱'으로 처음 출간되었다고 해요. '사랑했고 미워했다''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라는 성경의 로마서 913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누가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랍니다.

단 몇 분 차이로 언니가 된 사라 루이스, 루이스에게 그 몇 분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유일한 시간이었어요. 동생 캐롤라인이 태어나는 순간, 모든 관심을 동생에게 빼앗기고 말았으니까요. 건강한 언니 루이스가 바구니에 눕혀져 있는 동안 병약하게 태어난 동생 캐롤라인은 온통 엄마와 가족의 걱정과 관심을 받고 있었던 것이지요.

 

루이스, 넌 착한 아가였어. 넌 단 1분도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 일이 없었단다. p. 30”

 

 

엄마는 위로의 말이었겠지만 루이스에게 이 말은 슬픔을 안겨주는 말이었지요. 캐롤라인이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루이스는 엄마도 없이 차가운 바구니에 눕혀져 있었으니까요.

그때의 나는 내 불행이 캐롤라인이나 할머니나 엄마 탓, 심지어는 내 탓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는 전쟁을 탓하게 되었다. p. 37”

 

 

무엇이든 잘해내는 캐롤라인은 피아노도 멋지게 연주했지만 특별히 목소리에 재능이 있어서 선생님 추천으로 대학에서 성악 강습을 받게 되었는데요. 루이스는 그런 동생이 자랑스럽기도 했겠지만 늘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에 상처를 받고 스스로 위축되었을 것 같기도 해요. 자신은 게를 잡아서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는 처지이기도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요~

ㅜㅜ

캐롤라인은 늘 확신에 차 있고 어딜 가나 존재하며 매사에 느긋하며 굉장히 밝고 황금처럼 빛나는 존재였지만, 나는 온통 잿빛의 그늘진 존재였다. 나는 추하거나 괴물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랬다면 오히려 더 나았을지 모른다. 괴물은 기형적인 모습만으로도 늘 남의 주의를 끄니까. p.53”

 

루이스는 자신이 평범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추하게 생겼거나 괴물같은 모습이었다면 엄마, 아빠가 걱정도 하고 관심을 가져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자신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겠지요.

미움, 그것은 금지된 단어였다. 나는 내 여동생을 미워했다.

나는 캐롤라인이 죽는 꿈을 자주 꾸었다. 때로는 캐롤라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한번은 내 손으로 직접 캐롤라인을 죽이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나는 내 쪽배를 몰 때 쓰는 묵직한 떡갈나무 삿대를 손에 잡고 있었다. 캐롤라인이 해안으로 오더니 한번 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대답 대신 나는 삿대를 높이 들어 캐롤라인을 패고, 패고, 또 팼다. p. 98”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밝고 재능도 뛰어난 동생 캐롤라인, 그 동생을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이런 무서운 꿈으로 나타나는데, 그 꿈은 잠깐의 환희 뒤에 깊은 죄의식을 갖게 만들었어요.

사라 루이스, 아무도 네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 기회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만드는 거야. 얘야, 하지만 먼저 네가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한단다.

p. 280”

 

 

동생 캐롤라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루이스,

"정말이에요? 캐롤라인만큼요?"

"훨씬 더 많이."

엄마는 손을 뻗어 손끝으로 내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나는 엄마에게 설명해 보라고 몰아붙이지 않았다. 마침내 이 섬을 떠나 내 쌍둥이의 길고 긴 그림자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나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 준 그 단 한마디 말이 정말 고마웠다. p. 293”

 

루이스는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 떠나게 되요. 드디어 캐롤라인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게 되었지요.

졸업이 가까워졌을 무렵, 학생 게시판에 간호 조산원을 구하는 애팔래치아 마을 목록이 붙었다. 깔끔하게 한 줄씩 띄어져 있는 그 목록에서 아빠의 이름과 똑같은 '트루이트'라는 마을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 마을이 완전히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있으며 가장 가까운 병원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로 달려 두 시간 거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이삼 년간 일하면서 늘 보고 싶었던 산을 맘껏 보고 돈도 약간 모으고 경험도 많이 쌓아 의과 대학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기에 딱 좋은 곳 같았다. p. 297”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장해 가는 루이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끝으로 책을 읽은 소감 한 마디 짧게 남깁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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