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락일락 라일락 푸른 동시놀이터 7
이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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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꽃잎 아래 빼꼼히 고개를 내민 아이들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이죠? 꽃처럼 예쁜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을 읽는 순간 우리는 모두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품고 있는 자연 속으로 풍덩 빠져 들게 된답니다. 그 마법같은 시간 속으로 같이 들어가 보아요.


'일락일락 라일락'은 제1'나무가 하늘 속으로', 2'봄봄', 3'히말라야 오르고 싶어', 4'이마 맞대면'으로 모두 73편의 시를 담아 놓았어요

나무 이야기를 담은 제1부는 특히나 제 마음에 쏘~옥 들어와 푸른 나무 향을 가득 안겨 주었답니다.


더없이 푸른 말들

숲이 부르는 말
한번 받아써 보렴.

두 귀에 들리는
나무들의 속삭임

마음에
받아써 보렴.
더없이
푸른 말들.


숲이 부르는 말을 듣고 찾아가서 나무들의 속삭임을 귀 기울여 들어 보고 싶은 요즘입니다초록잎 풍성한 나무 아래 가만히 서서 나무들의 이야기도 몰래 들어 볼까봐요.

 

 

라일락

수수꽃다리 꽃그늘
꽃그늘은  향기로워

아이들 둘러서서 바람을 부릅니다.

라일락
일락 라일락
일락일락
라일락 



해마다 깊고 진한 향으로 먼저 소식을 전해 주는 라일락. 우리 동네 어느 집 담장 밖으로 보랏빛 꽃잎이 소담스레 피어오르면 그 골목 어디에서도 그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답니다. 코끝에서 보다 멀리서 은은하게 풍겨 오는 향이 더 좋은 라일락이지요.

 

 

앵두나무

앵두나무 가지마다
앵두꽃이 지고 나면

다닥다닥 푸른 앵두
수천 개가 달리지.

빨갛게 다 익은 날엔
새 떼들의 차지지.

저런!
저런!
외할머니
안타까워 외치지만

먹을 만큼 먹고 나자
하늘 높이 나는 새들

이름도 예쁜 앵두나무.
돌담 곁 저 앵두나무.



시골 우리집 뒤꼍엔 아직도 앵두나무가 있는데요. 여전히 꽃을 피우고 해마다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대요. 어렸을 적엔 앵두가 하나씩 익어갈 때마다 얼른 가서 따먹고는 했는데 지금은 혼자 그 많은 앵두를 매달고 있다고 하네요. 농사일에 바쁜 엄마 손이 한가해 지는 날에야 앵두는 가지에서 내려올 수 있다지요. 가끔 과일 가게 작은 바구니에 담긴 앵두를 볼 때면 그 앵두 따먹으러 훌쩍 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든답니다.

 

두 개의 그늘

얼굴의 그늘은
마음의
깊은 어둠

쫙 펼친
나무 그늘은
여름날
오아시스

그늘은
걷어 내어요.
그늘 더욱
넓혀 가요.


바람 살랑살랑 부는 날 두 팔 벌려 시원한 그늘 만들어 주는 나무 아래에 앉아 마음의 그늘은 바람에 모두 실어 보내고 웃으며 살아요. 모두 다같이 함께 하실거죠?

 

 

 

물과 얼음

먼저
얼지 않으려고
한참
몸싸움하다

힘이
조금 모자란 물
얼음이 
되었대요.

어쩌나
힘센 물은 그만
얼음 밑에
갇혔대요.


겨울이면 우리집 앞 논에는 꽁꽁 얼음이 얼었었지요.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나무 썰매를 타고 씽씽 신나게 얼음 위를 달리는 그 때가 문득 떠오르네요. 동생과 나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달리고 있으면 오빠들은 외발 썰매를 타고 넘어지지도 않고 잘도 달렸지요. 햇살이 따뜻한 날엔 오후가 되면 가장자리 얼음이 녹기도 했는데요. 그때 꼭 가지 말라고 해도 그 쪽으로 가서 얼음 아래 차가운 물 속으로 다리를 들이밀다가 풍덩 빠지기도 했었지요. 요즘처럼 참기 어려운 무더위가 찾아오는 날은 차가운 그 얼음 물 속으로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답니다.



휴가를 떠난 분들, 아직 떠나지 못한 분들 모두에게 작가님의 시에 나오는 얼음 밑 힘센 물 한가득 안겨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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