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김성우.엄기호 지음 / 따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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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김성우, 엄기호, 따비 출판사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막연한 고민을 짚어주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고민이 들었는데 대부분 답이 명확하지 않았다.

 

삶에서 늘 접하는 미디어가 동영상과 이미지, 소셜 미디어인데, 이것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어른들에게 평가밖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더 비판적으로는, 젊은 세대가 삶 속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평가할 만한 잣대가 어른들한테 없다는 것을 지적해야겠죠. 여전히 성인들은 자기들이 할 줄 아는 것을 기준으로 새로운 세대를 평가하고 있는 거예요. 32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 무의식적으로 유튜브 인기 영상과 비교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상대가 되지 않는다. 고민이 많아졌다.

 

첫째,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은 어떻게 달라야 하고, 어떤 점에서 연계되어야 할까?

둘째, 온라인 수업에서 학습자는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

셋째, 오프라인 수업에서 내가 지향하는 학생들의 표현활동 말하기, 쓰기는 어떻게 온라인에서 구현이 가능할까?

넷째, 온라인 수업에서 학습자는 얼마나 학습에 집중할 수 있을까?

 

46일 온라인 개학 이후로 한 주가 지날수록 학생들의 녹화 영상 시청률이나 라이브 영상 참석률이 떨어진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니 학생들이 힘들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선생님들 대다수가 과제를 내준다. 영상을 제대로 보는지 안 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어느 날은 학생들이 1교시 국어 과제를 점심시간에 올리기도 하였다.

녹화 영상으로 2주간 수업을 하고 그 다음에는 라이브 영상과 녹화 영상 두 가지를 준비하였다. 수업자인 내 입장에서는 녹화영상을 찍으면서 수업연습을 하는 도움이 된다. 라이브 영상은 좋은 점은 아이들이 네이버 밴드 댓글로 참여하니 서로 연결된 느낌이 든다.

한계는 분명하다. 156명 중에서 라이브 영상을 보는 아이들은 110, 녹화영상을 보는 아이들은 20명 정도 된다. 날마다 편차가 있지만 20~40명은 참여하지 않는다. 집에 쫓아갈 수도 없다.

유튜브의 짧고 재미난 영상들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수업 영상은 얼마나 지루하고 딱딱할가. 그나마 나는 작년에 가르친 아이들이라 서로 알고 있다는 장점이라도 있는데 새로 오신 선생님들과 온라인에서 만난다면 더 당황스러울 것이다.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는데 플랫폼과 영상 길이였다. 152쪽을 인용하겠다.

 

뉴스휩(NEWSWHIP)이라는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 페이스북의 경우 최고로 인기를 끌었던 비디오들의 길이가 평균 90초라고 해요. 소셜미디어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소셜네트워킹이나 친구들이 올린 글을 보는 거라 그 중간에 동영상을 본다면 짧은 걸 볼 수밖에 없죠. 그런데 내가 뭘 알기 위해서 유튜브에 가서 영상을 보면 그것보다 긴 영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해요. 스태티스티카(STATISTICA)라는 조사기관에 따르면 2018년 말을 기준으로 게임 관련 영상은 24.7, 엔터테인먼트는 12.9, 음악은 6.8분의 평균 재생 시간을 갖고, 전체 유튜브 영상의 평균 길이는 11.7분이라고 하더군요. 콘첸츠의 유형에 따라 평균 길이가 사뭇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 영상을 제작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영상 길이는 천차만별이다. 나는 90분 블록 수업에서 영상을 녹화할 때는 40~50분 녹화하고 나머지 시간은 과제제출시간으로 비어두었다. 어떤 분들은 90분 블록수업에서 70~80분을 영상으로 준비하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5분짜리 영상을 12개 올리기도 한다. 과연 어떤 방식을 아이들이 선호할까.

일단 3학년 15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120명 정도는 라이브 영상을 선호하였고(친구들 댓글을 보면 시간이 잘 가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 30명 정도는 짧게 압축된 녹화 영상을 선호하였다.

영상도 도입 부분을 넘겨야만 몰입이 나타난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초반 5, 6분을 극복하면 20분까지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을 책읽기로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책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학생들 대다수는 초반 30쪽을 극복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몰입이 나타나려면 도입 부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등장인물 설명, 배경 설명 등을 읽어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서 아이들은 포기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소개할 때 조금 자극적으로 설명해줘서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게 하는데, 내심 이 방법이 옳은지 고민이 된다.

확증편향이론에 관한 부분도 주의깊게 읽었다.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직업에 종사하거나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는 또 나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을 갖게 된다. 이 부분이 어려운 것 같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친구와 사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아이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예체능 중심으로 가라고 말하였다. 친구는 나에게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요즘 엄마들은 초1때 장난 아니게 영어, 수학 사교육을 시킨다.”라고 말해주었다. 그 때 명확하게 느꼈다. 얼마나 다른 그룹에 속해 있는가.

다시 주제로 돌아가면, 이 책에서는 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짚어주고 삶을 위한 리터러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려준다. 하나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사람에게 중요한 능력이,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143) 말에 무릎을 탁 치고 싶었다. 학생들이 수학이나 과학에서 하나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을 배운다면 국어나 사회에서는 정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음으로써 생각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독서교육이 옳다는 확증편향 때문에 이 책을 골랐을까?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타자-세계로 생각이 확장되기를 항상 바란다. 그 점을 엄기호 선생님께서는 삶을 위한 리터러시라고 정리해주셨다.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스스로를 해방하여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272)

우리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학교-학원-집을 쳇바퀴 돌 듯이 도는데 그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학교와 학원이 중학교 시절의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지금 배우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유용한가, 가치있는가 확답할 수도 없다.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대상에 몰입하는 경험이 필요한데 학생들은 간접체험, 직접체험을 할 시간과 장소를 모두 외부에 빼앗기고 있다.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걸 위한 한 방법이 나에게는 독서 교육이다.

 

밑줄긋기

 

32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동영상이나 멀티미디어 보조 교재를 활용하고 일부 수행평가에 활용한다고 해도, 여전히 시험은 기본적으로 텍스트잖아요. 평가체제의 근간이 텍스트라는 거죠. 수능도 마찬가지고요. 10, 20대는 어찌 보면 불행한 세대예요. 삶에서 늘 접하는 미디어가 동영상과 이미지, 소셜 미디어인데, 이것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어른들에게 평가밖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더 비판적으로는, 젊은 세대가 삶 속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평가할 만한 잣대가 어른들한테 없다는 것을 지적해야겠죠. 여전히 성인들은 자기들이 할 줄 아는 것을 기준으로 새로운 세대를 평가하고 있는 거예요. 배운 대로 가르치고, 평가받았던 대로 평가하고 있는 형국이죠. 하지만 젊은 세대의 삶은 많은 부분 교과서적인 텍스트와 별 관련 없이 돌아가고 있죠. 유튜브가 가장 대표적인 예일테고요. 32

 

71

이런 점을 개념화한 용어가 반향실 효과예요. 좁은 욕실에서 노래를 부르면 자기 목소리가 울려서 성량이 풍부해지는 것 같잖아요. 그렇게 소리가 잘 울리도록 설계한 방을 에코 체임버, 즉 반향실이라고 하거든요.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해줄 사람들로 소셜 미디어의 관계를 구축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한 커뮤니티에만 가입하면 자기 목소리가 합리적이로 대세라고 느끼게 되죠.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요.

 

100

그런 면에서, 책 읽기든 영상 보기든 둘 중 하나만 잘하면 된다거나 혹은 지금은 영상 시대니까 영상 만드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할 수 있습니다. 어떤 매체를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할 때 요즘 뭐가 대세더라를 중심으로 생각해서는 안 돼요. 인간에게 어떤 사고의 도구를 줄 것인가에 대해서, 그 도구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그러한 변화가 개인과 사회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 대중성만을 좇아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111

읽기가 기반되어 있지 않은데 쓰기가 가능할 것인가 싶거든요.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이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글은 체계적이어야 합니다. 게다가 글을 쓸 때는 그 글이 당대를 넘어 후대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글은 말과 달리 기록이잖습니까. 그러니 글을 쓰는 것은 추상성을 높여 치밀하게, 체계적으로 구축함으로써 한편에서는 보편성을 획득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모습 또한 보여주는 일이어야 합니다.

 

133

리터러시의 문제를 그저 개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안이하고도 위험합니다. 리터러시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이야기되어야 할 것들이 묻히는 상황에 처하고 있어요. 한 사회가 자신의 이슈를 발굴해내고 이를 사회문화적인 공론장으로, 나아가 제도정치의 영역으로 가져올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가, 이것이 리터러시의 척도인 겁니다.

 

134

더 중요한 건, 집에 리터러시와 관련된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가,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펼쳐낼 기회를 갖는가,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동네 도서관이 있는가, 도서관에 가면 내가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줄 사서가 있는가, 나는 사서 선생님과 친해서 말을 나눠볼 수 있는가, 또 내가 소셜 미디어를 한다면 거기서 책을 읽는 사람이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가, 읽고 쓰기와 숙고하기가 일상에 얼마나 녹아 있는가, 의미 있는 리터러시 활동에 쓸 수 있는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등이에요.

 

143

읽기가 주는 역량에 대해 다시 얘기하면, 긴 글을 읽는 게 지루하고 재미도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사람에게 중요한 능력이,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147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단편적인 정보를 담은 동영상을 보고 있는데, 그렇게 요약되고 편집된 동영상을 기본 미디어로 삼아서 지식과 정보를 얻다 보면 일종의 관성, 아비투스가 생긴다는 거예요. 내가 알고 싶은 걸 빨리, 흥미롭게 전달해주는 건 소화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미디어를 접하면 지루해서 끝까지 볼 엄두가 안 나죠. 이런 변화 속에서 미디어를 편식하게 되고요. 몸은 점점 특정한 길이와 포맷의 영상에 익숙해지죠.

 

 

172

우리가 리터러시를 앎의 문제가 아니라 다룸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다룸을 통해서 도달하려는 것이 글자나 단어, 개념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타자의 세계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게 되겠죠.

 

227

글쓰기 전에 살펴본 재료들의 성질이 조금씩 달라요. 뉴스는 저널리즘의 텍스트이이고 <엘리펀트>는 절제된 극영화이고 <볼링 포 컬럼바인>은 스케일이 큰 다큐멘터리죠. 전자는 무척 느리고 롱테이크로 가득한데, 후자는 인터뷰가 많고 진행이 역동적이죠. 게다가 극영화는 다큐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다큐는 극영화적 요소가 다분해요. 개별 장르의 전형적인 특징을 벗어나는 면이 있는 거죠. 한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사뭇 다른 장르적 특성을 지닌 미디어를 분석하고 토론한 다음에 글을 쓰게 하니까 풍성한 글이 나오더라고요. 이 수업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쓰기의 앞단에서 세계를 두텁게 읽을 수 있을만한 거리들, 다양한 관점과 의미 생산의 방식들을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에 깊이 들어갔을 때 진짜 할 말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272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보다 삶이란 무엇이며,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질문이 사람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보기에는 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주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노예의 삶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활용해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삶 말입니다.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스스로를 해방하여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삶을 위한 리터러시란 두 번째로, 사람을 해방하고 자유인이 되게하는 자유의 도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읽기가 주는 역량에 대해 다시 얘기하면, 긴 글을 읽는 게 지루하고 재미도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사람에게 중요한 능력이,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P143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보다 삶이란 무엇이며,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질문이 사람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보기에는 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주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노예의 삶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활용해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삶 말입니다.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스스로를 해방하여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삶을 위한 리터러시란 두 번째로, 사람을 해방하고 자유인이 되게하는 자유의 도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72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동영상이나 멀티미디어 보조 교재를 활용하고 일부 수행평가에 활용한다고 해도, 여전히 시험은 기본적으로 텍스트잖아요. 평가체제의 근간이 텍스트라는 거죠. 수능도 마찬가지고요. 10대, 20대는 어찌 보면 불행한 세대예요. 삶에서 늘 접하는 미디어가 동영상과 이미지, 소셜 미디어인데, 이것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어른들에게 평가밖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더 비판적으로는, 젊은 세대가 삶 속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평가할 만한 잣대가 어른들한테 없다는 것을 지적해야겠죠. 여전히 성인들은 자기들이 할 줄 아는 것을 기준으로 새로운 세대를 평가하고 있는 거예요. 배운 대로 가르치고, 평가받았던 대로 평가하고 있는 형국이죠. 하지만 젊은 세대의 삶은 많은 부분 교과서적인 텍스트와 별 관련 없이 돌아가고 있죠. 유튜브가 가장 대표적인 예일테고요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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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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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동아시아

블로그 이웃 프린들님이 강력하게 추천하여 이 책을 주문하였다. 남중생들을 꼬드기기 위한 책들을 찾아 헤매는 중이기 때문이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역시 프린들님의 판단을 옳다. 남학생들이 열심히 읽을 책이야!

마약이라니, 마약. 평소 마약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언론에 연예인 000, 프로포폴 주사 의혹 이런 기사는 많이 보았다.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에서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막연히 알고 있던 마약에 대해서 이 책은 정확한 정보를 재미있게 알려준다.

책 104쪽을 참고하면

소프트드럭: 대마초, 카트잎, 엑스터시, LSD

하드드럭: 히로뽕(메스암페타민), 코카인, 헤로인

이렇게 나뉜다고 한다.

또 효과에 따라 구분하면

각성제: 코카잎 베이스, 카트잎, 히로뽕 니코틴, 카페인

억제제: 양귀비 베이스, 물뽕, 케타민, 대마초, 알코올

환각제: LSD, 아야와스카, 엑스터시

이렇게 나뉠 수 있다고 한다.

191쪽에 나온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이야기도 참 재미있었다.

최초의 마약왕, 마약 카르텔의 창시자, 세계 최악의 테리리스트, 가난한 자들의 로빈 후드, 메데인의 성자,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7개 부자, 온갖 수식을 가지고 있는 콜림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191쪽에서 인용)

메데인 카르텔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전성기 때는 전 세계 코카인 시장의 80퍼센트를 지배하며 매주 4억 2000만 달러(한화 4500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에스코바르의 형 로베르토 에스코바르의 증언에 의하면, 그들은 쏟아지는 현금을 묶어두기 위해 매달 고무줄만 2500달러(약 280만 원)씩 구입했다고 합니다. 액수가 너무 많아 돈세탁이 되지 않으면, 돈을 그냥 땅에 묻었습니다. 이렇게 묻은 돈의 10퍼센트가 매년 쥐들의 습격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돈은 어차피 차고 넘치니까요. 한 번은 땔감이 떨어져 에스코바르의 딸이 추위에 떨자 200만 달러를 장작으로 불을 피운적도 있었습니다. 평생 하나도 갖기 힘든 전세기, 슈퍼카, 호화 저택이 여러 개 있었고, 개인 동물원까지 만들었습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그를 억만장자 리스트에 올렸고, 1989년에는 전 세계 일곱 번째 부자로 뽑았습니다. 당시 그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300억 달러(한화 33조 원)였습니다.

에스코바르는 자신의 부하와 다른 마약상들에게도 후한 대접을 했습니다. 메데인 지역 경제에도 돈을 들이부었죠. 주택 1000채를 지어서 가난한 이들에게 무상으로공급했습니다. 정치적 혼란으로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그는 메데인의 복지를 책임졌죠. 무상급식소를 열어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했으며 70여 개의 학교와 운동장, 병원, 교회를 건설해 가톨릭의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중략 호의적인 언론을 등에 업은 그는 가난한 자들의 로빈 후드로 불렸고 메데인의 성자로 추앙받았습니다. (199쪽)

마약 카르텔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중에 에스코바르가 정부와 전쟁을 벌이는데 법무부 청사를 공격하고 대통령 후보 3명을 암살한다. 나중에 자신의 저지른 범죄의 대가로 감옥에 들어가는데 자신이 지은 감옥(이라 쓰고 대저택이라 읽는다)에서 수감생활을 한다. 입이 떡 벌어졌다.

대마초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헤도헨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이에게 딱히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214쪽). 그래서 대마초 커피숍이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듯이 가서 대마초를 구입해서 피울 수 있다고 한다. 작가는 호기심이 많은 우리 나라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준다. 속인주의 법률에 따라 우리는 네덜란드에서 대마초를 피우며 한국에서 벌을 받는다.

세계적으로 마약을 흡입하는 사람들이 대마초를 70프로 가까이 선택한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 우리나라는 히로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에서 히로뽕을 생산하여 판매했던 일본 야쿠자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신체적 위험과 중독성 면에서 히로뽕이 대마초보다 훨씬 무시무시하다. 그래서 정부에서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순식간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곳곳에 작가의 유머 감각이 툭툭 튀어나와 재미있다. 마약이라는 소재 자체도 재미있는데 서술 방식도 흡입력 있다. 이 정도면 학생들을 책으로 유인하는 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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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창비청소년문학 75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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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창비

학생들에게 책을 권해 주기 위하여 억지로 성장 소설을 읽는 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마음이 슬금슬금 풀리는 소설을 만났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소년은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사는데 사정이 있어 호적상으로 외할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외할머니를 어머니라 부른다. 그의 진짜 엄마는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소년의 친구 수지는 삼호 연립 가장 아래층, 지하에 사는 절름발이 여학생이다. 둘은 밤 12시에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우정을 유지한다.

어느 날, 수지는 소년에게 말하지 않고 이사를 가버렸다. 소년은 수지를 찾으러 가는 방법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대신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을 주목하게 된다. 동네에 불이 나는 이유를 파헤치게 된다. 후드를 입고 같은 시간에 와서 라면을 먹는 남자 훅, 동네 고양이들에게 몰래 밥을 주는 캣맘, 이지를 상실한 엄마를 데리고 온 꼬마 수지.

소년은 편의점 주인인 외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꼬마 수지에게 몇 시간 알바를 맡기는 것으로 수지네 모녀를 돕는다. 캣맘을 도와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 훅이 자신이 물건을 찾도록 힘을 써준다.

소년은 이렇게나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다. 그런데 왜 자신의 절친 수지는 찾지 않는 것일까? 그 비밀은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스포일러를 너무 많이 해도 곤란하니까.

인물들은 다들 명대사를 하나씩 말한다.

“나는 말이야, 다른 방식의 표본을 하나 추가해 줄 생각이야. 그러면 세계를 설명해 주는 거대한 그래프에 변수가 한 가지 생기는 거지.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방식을 추가해 준다면 더 많은 변수들이 생기겠지. 그러면 세계를 설명하는 그래프 모양이 바뀌는 거라고.”

(훅)

나는 세상 사람들이 추천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어떤 물건을 살 때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을 사는 편이다. 소위 말하는 국민육아용품들. 그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대신 나는 많은 엄마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 바로 퇴근하고 집으로 가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갖기. 이런 내 방식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모성애 부족한 사람’,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보일지도 모르지만 꼭 필요하다. 점점 나와 같은 엄마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어떤 일에 노련해진다는 건 그 일에 책임 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 일에 생활이 달렸다는 거고, 그만큼 무게를 짊어졌다는 뜻일 거야. 그런데...”

누나가 말을 멈췄다. 누나의 옆얼굴을 보았다.

“편의점 알바 일에 노련해진다는 거, 그거 슬픈일이다.”

(편의점 알바 누나, 150쪽)

중학교 2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날도 오랜만에 집에 온 엄마가 밤에 소주를 마시다가 외할머니를 들볶았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때 내가 엄마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인간답게 사는 게 뭔데?”

그러자 엄마가 입을 닫고 우뚝 멈춰섰다.

“인간답게 사는 게 뭔지나 알아?”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물었다. 엄마는 대답하지 못했다.

113쪽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다. 인간답게 사는 게 뭘까. 몸이 게으르고 생각이 둔한 나는 어떤 일을 하기 싫으면 이렇게 스스로 묻는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그 일에 의미가 있는가.”

오늘도 직장에서 동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동료들은 대부분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미루지 않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행동에 버퍼링이 없다. 그에 비하면 나는 게을러서 모든 일을 끝까지 미루고 하고 싶은 일만 쏙쏙 골라 한다. 이런 나와 동료들이 같은 직업군이라서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소위 삐딱선 타는 사람으로서 조직에 대하여 비판하는 말하기를 즐겨하나 보다.

직장에서 본질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행정보다는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자꾸 책을 읽나 보다.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책이야기가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마트를 하다가 편의점을 하게 된 외할아버지는 이렇게 탄식한다.

“그래도 마트 장사가 속 편해. 편의점 때문에 물건 못 대는 사람들 원망이 얼마나 크냐. 그 중간 상인들 다 망하게 생겼어. 에구, 이게 사람 사는 거냐. 전부 죽으라는 거지.”

마트 할 때는 들어오는 물건마다 회사나 공장이 다르고 납품업자도 달라서 외할아버지가 상대하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편의점에는 없는 온갖 자질구레하고 불량한, 하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할 법한 물건을 대는 이도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그 사람들하고 거래하고 친구도 맺고 다투기도 하고 흥정하기도 했다. 그런 일을 물건 파는 일만큼 신나게 했다. 그런데 편의점은 그런 세세하고 번거로운 일들이 싹 사라진 대신 냉정하게 수탈해 가는 상전을 모신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164쪽

프랜차이즈 상점들을 이용할 때마다 느낀 나의 선득한 감정이 여기 나타나 있다. “냉정하게 수탈해 가는 상전” 이라니 절묘하다.

『편의점 가는 기분』은 전체적으로 글이 술술 읽히며 적당한 수수께끼를 품고 있어서 독자를 붙드는 책이다. 몇 가지 교훈적인 부분들은 취향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의미 있는 울림이 될 수 있겠다. 주인공이 너무 반듯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조숙한 편이라서 삐딱하고 명랑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덜 선호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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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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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김누리/해냄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그 답이 이 책에 있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나라, 일상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나라, 국민의 주거, 의료, 교육을 책임지는 나라, 개발보다 환경 보호를 우선시하는 나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리한 칼로 사과 단면을 잘라주듯 명쾌함을 느꼈다. 특히 108쪽~109쪽에서 인권 감수성의 부족과 소비지상주의 문화를 서술한 부분이다.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누구나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꼰대짓하는 인생 선배, 학생에게 막말하는 교사, 여자운전자에게 폭언하는 택시기사,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교육을 강요하는 부모, 그 밖에도 매일밤 뉴스를 장식하는 성범죄자 등 끝이 없다. 특히 얼마전 골목길에서 만난 택시기사 할아버지는 자동차 창문을 내린 나에게 “막 들어오면 어떡하냐, 운전 제대로 해라.”하고 호통치셨다. 너무 당당하시길래 잠시 일방통행인가 살폈더니 그건 아니었고 골목 양쪽에 불법주차로 길이 좁은 상황이었다. 초행길이라 골목에 들어간 나도 식은땀을 뻘뻘 흘렸지만 사실 불쾌하였다. 무조건 내가 양보해서 길을 비켜주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경기가 안 좋은 시국이니 이해하고 죄송합니다 말하고 물러섰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만약 내가 나이가 있는 남자 운전자라면 나한테 그렇게 말했을까? 이런 상상이 절로 들었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열에 아홉은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낮은 비율로 이상한 사람들도 만날 수밖에 없다. 학생에게 비속어를 퍼붓는 선생님도 보았고, 자녀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학부모도 보았다. 사람이 사람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 참 안타까웠다. 이러한 나의 경험담을 ’인권감수성의 부재‘라는 말로 정리해준 책이 명쾌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나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은 집 안에서 편하게 클릭 몇 번만 하면 끝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게 된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는 고구마 한 봉지만 사도 무거워서 물건을 살 때 절제하는데 온라인에서는 고구마를 박스로 사는 식이다. 소비를 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는 독일 젊은이들을 보면서 반성을 하게 되었다.

김누리 교수 글에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통일한국의 미래였다. 세습 사회주의와 야수 자본주의가 만난다는 지적에 서늘해졌다. 또 독일이 통일하고 나서 동독 출신의 정치인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처럼 우리도 통일을 하면 북한 주민들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흥미로웠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합을 해서 북한의 정당을 이길 것이라는 상상은 잘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처럼 통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라는 것. 그게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통일에 대한 기대를 아직 갖고 있다. 금강산, 백두산으로 체험학습을 떠나고 북한땅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기를 소망한다.

요즘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유럽에서 미국에서 칭찬받고 있다. 다른 나라의 무시무시한 사망자 수치를 볼 때면 한국에서 태어난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또 코로나로 힘들 때 자원봉사를 나서고 마스크를 기부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뉴스에 등장할 때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욕심을 내길 바란다. 교육, 주거, 노동 문제에 대하여 조금 더 독일처럼 과감해지길 바란다.

 



이제 광장 민주주의는 일상 민주주의로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하니다.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거지요. 저는 「광장의 촛불, 삶의 현장에서 타올라야」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광장에서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들의 연합체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 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의 야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것이 광장의 촛불이 내 마음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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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레시피 - 요리 하지 않는 엄마에게 야자 하지 않는 아들이 차려주는 행복한 밥상
배지영 지음 / 웨일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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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술술 읽혔다.

재미와 감동이 둘다 있다.

게임 하스스톤을 좋아하는 평범한 남고생이자,

야자를 빠지고 저녁밥 차리는 특별한 남고생인

주인공 남학생이 매력있다.

아들에게 공부하라 잔소리하지 않는 엄마도 대단하다. 아들이 야자를 빠지고 저녁밥을 차리는 것을 이해해주고 요리 레시피 노트를 쓸 수 있도록 격려하는 멋진 엄마. 더 좋은 것은 아주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고 아들이 게임을 많이 할 때 잔소리한다든가 요리 후 뒷정리를 미룰 때 잔소리하는 솔직한 모습도 보여줘서 좋다.

요리할 때는 휴대폰도 안 만진다는 제규의 열정이 멋지다. 그리고 음식 솜씨가 있는 제규처럼 우리 딸이 나중에 커서 요리를 해주고 좋겠다고 상상을 하다가 금세 포기한다. 나도 남편도 요리에 솜씨가 없는데 딸이 요리를 잘 할 리가?

 

"엄마, 난 대학 안가요. 학자금 대출 받아서 처참하게 살 것 같애."

"너 학원 안 보내고 모아놓은 돈 있어. 등록금 내라고 줄 거야."

"싫어요. 학교 공부 자체가 나랑 안 맞아. 내가 왜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라는 기사를 관심있게 읽은 줄 아세요? 남 얘기가 아니니까. 내가 그렇게 살수도 있잖아요."



순간, 코끝이 아렸다. 오찬호의 책 《진격의 대학교》에는 ‘대학생=대기업 입사 희망자’라는 공식이 나온다. 남편과 나는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우리, 회사 안 다니길 잘했다. 애들도 보내지 말자"고 다짐하는 바보들. 이런 부모를 둔 제규는 테이블 서너개짜리 식당을 하는 게 꿈이다. 의젓하게 "돈 욕심없어요"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잘 때는 이불 덮어달라고, 뽀뽀해달라고 한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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