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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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김누리/해냄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그 답이 이 책에 있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나라, 일상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나라, 국민의 주거, 의료, 교육을 책임지는 나라, 개발보다 환경 보호를 우선시하는 나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리한 칼로 사과 단면을 잘라주듯 명쾌함을 느꼈다. 특히 108쪽~109쪽에서 인권 감수성의 부족과 소비지상주의 문화를 서술한 부분이다.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누구나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꼰대짓하는 인생 선배, 학생에게 막말하는 교사, 여자운전자에게 폭언하는 택시기사,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교육을 강요하는 부모, 그 밖에도 매일밤 뉴스를 장식하는 성범죄자 등 끝이 없다. 특히 얼마전 골목길에서 만난 택시기사 할아버지는 자동차 창문을 내린 나에게 “막 들어오면 어떡하냐, 운전 제대로 해라.”하고 호통치셨다. 너무 당당하시길래 잠시 일방통행인가 살폈더니 그건 아니었고 골목 양쪽에 불법주차로 길이 좁은 상황이었다. 초행길이라 골목에 들어간 나도 식은땀을 뻘뻘 흘렸지만 사실 불쾌하였다. 무조건 내가 양보해서 길을 비켜주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경기가 안 좋은 시국이니 이해하고 죄송합니다 말하고 물러섰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만약 내가 나이가 있는 남자 운전자라면 나한테 그렇게 말했을까? 이런 상상이 절로 들었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열에 아홉은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낮은 비율로 이상한 사람들도 만날 수밖에 없다. 학생에게 비속어를 퍼붓는 선생님도 보았고, 자녀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학부모도 보았다. 사람이 사람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 참 안타까웠다. 이러한 나의 경험담을 ’인권감수성의 부재‘라는 말로 정리해준 책이 명쾌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나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은 집 안에서 편하게 클릭 몇 번만 하면 끝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게 된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는 고구마 한 봉지만 사도 무거워서 물건을 살 때 절제하는데 온라인에서는 고구마를 박스로 사는 식이다. 소비를 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는 독일 젊은이들을 보면서 반성을 하게 되었다.

김누리 교수 글에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통일한국의 미래였다. 세습 사회주의와 야수 자본주의가 만난다는 지적에 서늘해졌다. 또 독일이 통일하고 나서 동독 출신의 정치인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처럼 우리도 통일을 하면 북한 주민들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흥미로웠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합을 해서 북한의 정당을 이길 것이라는 상상은 잘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처럼 통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라는 것. 그게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통일에 대한 기대를 아직 갖고 있다. 금강산, 백두산으로 체험학습을 떠나고 북한땅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기를 소망한다.

요즘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유럽에서 미국에서 칭찬받고 있다. 다른 나라의 무시무시한 사망자 수치를 볼 때면 한국에서 태어난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또 코로나로 힘들 때 자원봉사를 나서고 마스크를 기부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뉴스에 등장할 때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욕심을 내길 바란다. 교육, 주거, 노동 문제에 대하여 조금 더 독일처럼 과감해지길 바란다.

 



이제 광장 민주주의는 일상 민주주의로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하니다.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거지요. 저는 「광장의 촛불, 삶의 현장에서 타올라야」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광장에서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들의 연합체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 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의 야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것이 광장의 촛불이 내 마음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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