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은 항상 짧은 한 편 읽고나면 으잉?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아무래도 뜻하는 바를 모두 표현하기에는 너무 짧기 때문이겠지.

이번에도 첫 챕터 별일은 없고요? 를 읽고나서는 뭔가 시작되려나 싶었는데 챕터가 끝났네? 했는데 책 뒤에 소개글을 읽고서 이해가 되었다. 작가는 시련과 아픔 다음에 새로운 시작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겠구나.

정확히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사랑을 정리해야한다는 결론과 슬픔에, 엄마 곁으로 내려온 주인공. 아주 소소한 일들, 레몬 생강차를 만들어 먹고, 철물점 심부름을 하고, 공장에서 유치원생 수준의 한글을 가르치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어쨌든 하루를 채워 산다는 것.
그리고 철물점 아들인 재섭씨와 미술관을 가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 된다.

이런 것들이, 조각나고 부서지고 무너져버린 지금 우리에게 마침내 당도한 “다음이 있다는 마음” 을 상기시키는 것이겠지 생각했다.

아무래도 상처를 받은 그 시절에 계속해서 머무르게된다.
나는 아직도 그 시절을 생각하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주변이 변하고 만나는 사람도 환경도 달라진 걸 인지하고 나면, 허망함이 밀려든다.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내 마음은 왜 제자리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변했다. 나는 제자리일것 같지만, ‘다음’ 은 나도 모르게 찾아왔고, 서서히 과거는 잊혀진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희미해지고 있겠지.
현재에 집중하면서, 다가올 다음을 생각하고 대비하면서
삶을 고민해보자!

이주란의 소설을 읽고 ‘신세‘에 대해 떠올렸다. 어쩌면 신세를 지고 끼치고 갚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동시에 누군가와 만나는 일은 인생의 한 ‘시기‘에 방문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기는 퇴사나이별, 죽음 등으로 인해 단절되곤 하는데, 적당히 거리를 두는 적절한 사람이 있어 "다음이 있다는 마음"(「서울의 저녁」)은 단절을 다시 연결로 이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쓰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혼자가 될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끝나도 삶은 계속되듯, 떠나고돌아오는 발걸음은 희망 쪽을 향해 있다. 이 무자비한 세상에 맞서 "무자비한 따뜻함"(「어른」)을 전하는 그의 소설에 또다시 큰신세를 입었다.

재섭씨와 나는 다시 같이 걷기 시작했다.
헤어지는 게 두려우면 더 사랑하면 될 텐데. 그쵸?
재섭 씨가 말했고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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