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상수와 수영은 비즈니스 와이프/허즈밴드 정도의 선을 유지하며 간혹 만남을 갖는다. 뉘앙스상 그렇게 애틋하지도 않다. 오히려 미경이 상수가 변한 것 같다며 조금만 서운해하자 상수는 수영과 만남을 끊는다. 다만 종현의 시험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수영과 종현의 관계에 불균형이 심화된다.
그러던 중 종현은 스터디하던 여자와 바람이 난다. 좌절감에 몸둘바 모르는 수영을 안타깝게 여긴 상수가 수영을 달랜다. 수영은 종현을 엄청 사랑하는 걸로 연출된다. 상수는 그래도 이성적인 선을 넘지 않음.
그런데 나는 22장부터 너무 내용이 너무 바뀐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안봤으면 엥? 싶었을만큼.. 그 전까지는 비즈니스와이프의 느낌이라느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미경이라느니 분명한 표현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자기가 수영을 사랑한다고 나온다. 나는 이게 진짜 사랑이라기보다는 수영을 바라보면서 나오는 안도감에서 비롯된다고 느낀다. 미경과 달리 경제적인 열등감이 느껴지지도 않고, 나를 재고 따진다는 느낌도 없으니 부담이 덜할테니. 자꾸만 나오는 미경에 대한 상수의 생각을 보면 이 책에서의 상수는 참으로 옹졸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한다.(나중에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일부로 옹졸하게 표현을 하셨구나 느껴졌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미경이 양과장과 사내연애를 했던게 맞지만 대학시절 소경필과 사겼던 건 변함없다는 사실이었다는게 밝혀진다. 근데 드라마보다 재밌던거는 경필과 미경의 이별사유는 미경의 바람에 있었다는 것 그래서 헤어지고 경필이 여자애들 울리고 다닌거라고 한다. 그런데도 미경은 수영과 상수가 만난다는 사실 눈치채고 경필한테 상담한다. 그러고서는 다음날 경필과 수영이 잤다는 사실에 대해 분개한 종현이 은행을 뒤집는다. 뭔가 경필의 캐릭터가 책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띠용? 할법한 느낌인데 드라마가 잘 살려준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종현과 수영도 깨지고 미경과 상수도 결국 잘 안되고 .. 나중에 수영과 상수가 길에서 재회하는 걸로 이야기 된다. 오히려 소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 초점을 조금 둔 듯 하다. 수영은 종현을 좋아하며 상수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표현됐으니.. 암튼 양과장의 첫사랑과 결혼 파혼 이야기가 없는 건 좀 아쉽지만(나는 드라마에서 양과장의 짧은 등장마다 느끼는 바가 많았었다) 재밌었다

이야기를 써 나가면서 사랑이 다른 감정과 다르다면결국 우리를 벌거벗게 만들기 때문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사랑의 징후인 두려움과 떨림도, 보상인 환희와 자유로움도 그래서 생겨나는 것 아닐까, 하고, 같은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일일 수밖에 없다. 에곤 실레의 나체화처럼 벌거벗은 우리는 대개 헐벗었고 뒤틀려 있기 마련이니까, 벌거벗은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벌거벗은 상대방을 지켜보는 것도쉬운 일이 아니다. 자존심, 질투심, 시기심같이 사랑을 둘러싼 감정들과 온갖 생활의 조건들은 오히려 더 갖춰 입고 뻔뻔해질 것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사랑을 원한다면 결국 거짓의 밝고 좁은 조명 아래서든,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는 짙은 어둠 안에서든 입고 껴입을수록 더 헐벗고 뒤틀리기만 하는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이야기 안의 상수와 수영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것이 여느 감정과 다르며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수많은 사람속에서 다르게 해 주는 것 아닐까. 역시 수영과 상수가 이야기의 끝에서 그렇게 알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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