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열 장의 벽을 넘으면 스무 장이든 서른 장이든 거뜬히 쓸 수 있다. 열 장의 벽을 돌파하면 뭔가가 보이기 시작하며, 그 벽을 뚫고 나온 사람만이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벽을 돌파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p.146)"

 

 

 

글쓰기는 어렵다. 빈 백지 상태는 우리의 뇌를 멈추게 만든다. 어떤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글쓰기의 달인이라고 해도 백지가 언제나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글쓰기 공포증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글을 써야 할 때가 많다. 직장인들은 승진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레포트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기 위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글쓰기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한국에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2000자를 쓰는 힘>이라는 책을 통해 글쓰기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글쓰기는 천재적인 재능이나 영감을 통해서 잘 쓸 수 있는게 아니라 많이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잘 쓸 수 있다는 것이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전언이다. '양질 전환의 법칙'이다. 평소에 글을 쓰지 않던 사람에게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지레 겁 먹고 400자도 못 쓸 확률이 높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조차 감을 잡지 못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글을 쓴 경험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혹은 자신은 글을 못쓴다는 자괴감을 가지고 글 쓰기 자체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이제 생각을 바꾸자. 질은 양에서 나온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잡이 식으로 적어보자. 그게 무엇이 되든간에 2000자를 채워보자. 오늘, 내일 계속해서 쓰자. 그렇게 한 달을 써보면 이제 당신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글 쓰기가 자연스럽게 된다는 사실을!

 

마라톤 완주를 해보지 않는 사람이 마라톤 경기에 임하면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된다. 결국 얼마 못가 지쳐 쓰러진다. 하지만 5km, 10km, 하프 마라톤으로 점점 장거리 달리기 완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42.195km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쓰기도 그렇다. 긴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무턱대고 긴 글을 써내려가려고 시도하다 보면 금세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2000자를 자유 자재로 쓸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4000자, 6000자로 점점 더 긴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꾸준함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에는 마구잡이식으로 2000자를 채우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질적으로 높은 2000자를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목차를 잡고 어떤 구조로 글을 적어나갈 것인지 설계도를 그리는 게 필요하다. 무턱대로 글을 써내려가다 보면 자신이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그런 글은 읽는이로 하여금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러니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내용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어떤 근거를 내세울지 어떤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할지 정해 놓고 출발해야 한다. 더해, 평소에 메모하며 글감을 모으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글을 쓰는게 쉬워질 것이다.

 

글쓰기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흐뜨러진 정신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 바로 글쓰기다. 알게 모르게 글을 쓰고 나면 무언가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이 든 적이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당신의 의식이 글을 쓰는 동안 한 군데로 모였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인생을 충만하게 살도록 도와준다. 글을 쓰는 행위는 언어를 영구적으로 남기는 작업이며 끊없이 생각하는 과정이다. 글쓰기는 당신의 사고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준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도 잘하게 되어 있다. 결국 둘 다 언어 행위이기 때문이다. 흐뜨러지는 엔트로피를 하나로 모아 혼돈을 줄여주는 글쓰기는 인생의 질을 높여주는 최고의 수단이다. 

 

더해서 저자는 영화를 소설로 만들어보기, 관찰/관람한 것을 세 가지 키워드를 꼽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글 써보기와 같은 작업을 주문한다. 일기도 좋은 선택이다. 두뇌 회로를 적극적으로 돌려가며 글을 쓰는 행위는 당신의 인생이 영원한 우주에 각인되도록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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