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은 불법이다. 개인의 자유라고 마약을 투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마약은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 시키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수입된 아편이 중국 전역에 퍼졌을 때 중국 당국은 고심했다. 길거리에 아편에 중독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폐인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아편보다 중독성이 심한 마약은 널리고 널렸다. 


영화 <레퀴엠>은 마약으로 인해 파멸의 길을 걸어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해리, 해리의 어머니(사라 골드팝), 해리의 여자친구(마리온), 해리의 친구(타이론)은 모두 영화의 끝 부분에서 파국을 맞이한다. 


아무런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는 해리는 친구 타이론과 함께 마약으로 돈을 벌어보려다가 마약에 중독된다. 해리의 여자친구 마리온 또한 마찬가지다. 어머니 사라는 TV쇼에 당첨되었다는 전화를 듣고 빨간 드레스를 입으려는 생각에 마약의 일환인 식욕 감퇴제를 먹다가 마약에 중독되고 만다.


영화는 끝을 향해 갈 수록 광기 그 자체로 변모한다. 영화 내내 들려오는 배경 음악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들어 준다. 점점 더 마약에 취해가는 사람들. 그들은 마약 없이는 한 순간도 견딜 수 없는 폐인이 되어 간다.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했던 해리와 마리온의 추억은 파편이 되어 버린다. 마약이 사라진 공간 속에서 해리와 마리온의 관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몸을 팔더라도 돈을 구해오라고 말하는 해리. 마약을 구해오지 못하는 해리에게 분노하는 마리온. 그들은 결국 마약 앞에서 별 볼일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영화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은 오직 처음 뿐이다. 등장 인물들의 삶은 시간에 따라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린다.



해리의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로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사라 골드팝'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해리 뿐이었다. 


하지만 해리도 사라를 떠나가고.

사라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TV출연은 그녀의 고독과 외로움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해

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아들과 남편과의 사랑과 영광을 꿈꾸는

사라 골드팝.


하지만 그녀는 다이어트약과 함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몸을 팔며 마약에 쩌든 마리온.

마약을 꽂은 혈관의 세균 감염으로 팔을 자르게 된 해리.

감옥에 갇혀 마약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타이론.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정신병자가 되어 버린 사라 골드팝.


영화는 선명하게 말한다. '마약 하지마..'

또한 말한다. 쾌락과 허영된 상상은 이토록 별볼일 없는 파국으로 가게 된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봤다.

영화를 두 세번 감아서 볼 정도로

마지막 20분은 내내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답고 무섭다. 

광기 그 자체다.


마약을 흡입할 때 마다 등장하는 연결된 시퀀스는 꿈에 나올 정도로 인상깊다..


<레퀴엠>은 광기와 파멸을 향해 가는 열차다.

탑승 순간에만 '조금'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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