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출간된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을 만큼 숱한 논란의 저서로 한국에서 자리 매김 해왔다. 누구나 한 번쯤음 들어봤을 법한 "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p.46)"은 이 책에 적혀있는 글귀다.


◆역사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


랑케 사학에서는 모든 사실들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가의 의무라고 말하지만, EH카는 이러한 생각에 반대한다. 모든 사실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사실과 '에반'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사실 중 무엇이 더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 건넘으로써 역사가 뒤바뀌었지만 후자의 경우엔 아무런 역사적 가치가 없는 사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역사적 사실들은 추측에 의거해 기록 될 때가 많다. 중세 시대의 모든 기록들은 띄엄 띄엄 존재한다. 그리고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은 이러한 기록 사이의 공백을 매우는 일이며, 이 중에서도 가치있는 기록들은 선별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가가 소설가는 아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역사를 꾸며내선 안되고 사실에 근거 해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사실과 해석사이의 무한한 변증법. 그것만이 역사가의 의무이며 역사 자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말한다.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p.46)"


◆개인은 언제나 사회 속에 존재한다.


사회(역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인물이 존재할까? 우리는 니체라는 철학자의 생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니체는 시대에 완전한 반동을 가한 인물이었다. 동시대 사람들은 환멸하고 그가 살던 시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던 니체는 개인으로서 존재했는가? 그렇지 않다. 니체는 시대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인물로서 반시대라는 것 자체는 시대의 산물이다.


역사가들은 역사적 사건들의 인과성을 밝혀내야 한다. 개인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특별한 사건들만을 어떻게 역사가들이 기록할 수 있겠는가. 역사의 필연적 인과 법칙이 성립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닌가. 저자는 역사가들은 역사에 다양한 원인들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이 역사가들의 임무라고 말한다. 때문에 우연성으로 인해 역사를 분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회의적인 사고이다. 역사가는 과학과 같이 일반적 법칙을 찾아내려는 데 노력해야 하며, 역사의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엄밀히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역사는 진보한다.


 훌륭한 역사가는 '왜' 뿐만 아니라 '어디로'를 추적하려 한다. 역사는 어디로 향해 나아가는가? 헤겔과 마르크스는 역사주의를 통해 역사의 일반 법칙에 대해 말했지만 이는 포퍼에 의해 비판받은 적 있다. 반박할 수 없는 주장은 이데올로기에 의한 공허한 다툼만 가져올 뿐이다. 


저자는 역사의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서 묻는다. 진보란 무엇인가? 인간의 역사는 진보했는가? 역사는 퇴보했는가? 역사에 대한 진보는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말한다. "진보에 대한 신념은 자동적이거나 필연적인 과정에 대한 신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의 부단한 발전에 대한 신념을 말한다.(p.164)" 


랑케 사학과 같은 사실을 중시하는 역사가들은 사실(is)에서 당위(ought)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역사가의 길을 잘못 든것이다. 역사는 미래에 대학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과거를 재고찰하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에 대한 사실적 진술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은 역사의 미래를 예측하며 과거를 재해석하는 일이다. "역사가는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이다. 그는 그것들을 분리시킬 수 없다. 여러분은 정적인 세계에서라면 어쩔 수 없이 사실과 가치의 구별을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정적인 세계에서는 무의미하다. 역사는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며, 혹은 - 만일 여러분이 낡은 투의 단어에 트집을 잡지 않는다면 - 진보이다(p180)"


정치 엘리트들이 만들어낸 역사에 대한 회의주의와 비관론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서유럽의 역사가 몰락하고 있다고 해서 전 세계의 역사가 몰락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역사가 진보한다고 믿어야 하며, 반드시 역사는 진보해야만 한다. "나의 결론은, 파괴와 쇠퇴 이외에는 아무것도 내다보지 않으면서 진보에 대한 모든 신념과 인류의 더 나은 진보에 대한 모든 전망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배제해버리는 오늘날의 회의주의와 절망의 조류가 엘리트주의의 한 형태 - 위기로 인해서 자신들의 안전과 특권ㅇ르 가장 현저하게 침식당해온 엘리트 사회집단의 산물, 그리고 한동안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확실한 지배권을 박탈당한 엘리트 국가들의 산물 - 라는 것이다.(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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