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 한국의 우파는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더 이상 우파는 민의를 대표하지 못할 것만 같다. 탄핵의 강은 길고도 길다. 청년층에게 우파는 혐오의 대상이다. 우파는 부패하고, 탐욕적이고, 이기적 집단이 되어 버렸다. 우파는 어떻게 다시 보수의 본질을 찾을 것인가? 우파는 어떻게 민심을 잡을 것인가?


여기 2011년에 출간된 좌파 비판서가 있다.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가 집필한 책이다. 좌파를 비판하며 보수의 본질을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여러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1부 누가 진실을 죽였는가
01 국가 : 애국심이란 남을 공격하거나 자신을 변명할 때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무기이다
02 쿠데타 : 비참하게도, 인간은 늘 '정의'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
03 혁명 : 인류를 진보하게 한 수단은 폭력이다
04 자살 : 모든 자살은 '타살他殺'이다
05 칭찬 : 칭찬은 고래를 불구로 만든다
06 신앙 : 인간은 논증되는 사실들은 믿지 않고 논증이 불가능한 것들을 믿는다
07 진실 : 거짓은 동지를 만들지만, 진실은 적敵을 만든다
08 과학 :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대부분은 최종적인 해답을 구하지 못한 것들이다
09 중간 : 중간은 편한 곳이지만 아무 소득도 없는 곳이다


2부 마르크스의 개
10 계량화 : 타인의 심장을 냉혹하게 저울에 얹으면서도, 자신의 양심을 저울에 얹는 좌파는 없다
11 유행 : 인간은 자신의 영혼을 파는 데도 돈을 쓴다
12 동지 : 함께 우산을 쓰면 연인이 되지만, 함께 비를 맞으면 동지가 된다
13 관용 : 좌파의 관용이란 비아냥이거나 조소이며, 우파의 관용은 무관심이거나 체념이다
14 약속 : 맹세가 굳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15 정직 : 배운 자들에 비해 못 배운 자들이 더 정직한 것은, 그들이 진실을 감추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16 대학 : 대개 대학이란, 교수들의 직장에 불과하다
17 지식인 : 지식인이란, 쇼 윈도우 안에서 팔리기를 기다리는 창녀와 같다. 자신이 팔리지 않았을 때 먼저 팔린 동료를 비웃는 것이 다를 뿐이다
18 상 : 권위 있는 상일수록, 업적이 아닌 명성에 주는 것이다. 그 명성이란 대개 선전으로 만들어진다


3부 인간은 짐승처럼 도덕적이지 않다
19 선전 : 선전이 요란할수록 선전에 넘어간 사람이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20 공정 : 짐승은 약자를 죽이면서 웃지 않는다. 주린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먹이를 탐하지도 않는다
21 평화 : 평화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불안한 시간'이다
22 경쟁 : 인간도 짐승처럼 먹이를 놓고 싸우지만, 짐승과 다른 점은 그 방식이 비겁하다는 것이다
23 자유 : 자유는 늘 권력의 편에 서 있다
24 양면성 : 인간과 짐승의 차이는, 인간은 흉포하지만 생존을 위해 선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비해, 짐승은 생존을 위해서만 흉포해진다는 점이다
25 편견 : 편견은, 별다른 이견異見을 내세울 수 없는 의견을 공격할 때 쓰는 말이다
26 양심 : 양심을 파는 자는 예외 없이 양심이 없는 자들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없는 것을 판다


책은 좌파 비판서라는 부제를 내걸고 있지만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니다. 26가지 주제에서 주로 좌파 학자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결론이 반드시 보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며 좌파의 생각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자유의 적


저자는 서문에서 자유의 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진실을 회피하고 정의를 파괴하는 자들은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정상배들과 권력에 부역하는 교수, 학자, 언론인, 법률가, 성직자들이다. 이 시대에 지식인으로 불리는 그들이 시민의 저이자 자유의 적이다(p11)"


좌파는 주로 평등이라는 이념아래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좌파와 진보는 동의어는 아니지만 맥을 같이 한다. 이들은 이론을 좋아하고 대중들의 힘을 믿는다. 하지만 좌파 지식인들은 선동가로서 활동할 뿐 양심이 없다. 특히 저자는 사르트르를 대표적인 자유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르트르는 잘 알려진 대로 '실존은 본질에 선한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실존주의자인데, 공산주의를 지지했던 좌파였다. 그는 생전에 스탈린과 카스트로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훗날 스탈린이 수 백만명을 죽이고,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의 피비릿내나는 광기를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희생이 공산주의 혁명이 도래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진실을 외면한 자유의 적이다. 


기회주의자들


원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적당한 처세술을 부리는 정치인들 또한 자유의 적이다. 저자는 중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데 중도란 본디 이성의 쉼터이기 때문이다. 원칙도 없이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소신이 없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 


정직의 역설


정치인은 반드시 정직해야만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식으론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가질 수 없을 때가 많다. 왜냐하면 어떤 정책이건 손해를 보는 쪽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들의 반발을 감추기 위해선 좋은 말로 포장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유신 헌법에 동의하는 국민들은 90퍼센트가 넘었다. 어째서 대중은 독재에 힘을 실어줬는가. 무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선동당하기 쉬우며 취약한 집단이다. 히틀러 또한 선출된 권력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대중의 의지는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보수 논객 답게 대의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정치인의 부정직에 대해서 어느정도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이 대중을 속인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하지만 저자는 그것은 역사가 판단해줄 일이라고 말한다. 정치인의 선의는 당대에는 알 수 없으며 먼 훗날 시간이 흘러 그것이 선의 였는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였는지 알수 있다는 것이다. 


선동하는 교수들

지식인 계층에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다. 많은 공부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현 시점 인문/사회 과학 분야에는 좌파적 교수들이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문제는 학생들을 좌파적 이념으로 물들인다는 점이다. 대학은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힘들 길러주는 곳이다. 하지만 좌파적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고 물들인다. 스스로 좌파적 이념을 선택한 사람은 빠져나오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선동당한 이는 자신이 선동당한지도 모르게 된다. 때문에 빠져나올 수도 없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누구나 20대에는 휴머니즘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이것은 전적으로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야만 한다. 청춘들을 선동하는 대학 교수들은 자유의 적이다. 


신기하게도, 저자는 진보적이지 않은 20대에게 희망을 걸수 없다고 말한다. 인상적인데 달리 말하면 보수적인 20대에게는 희망을 걸수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젊은 한때는 누구나 휴머니스트가 된다. 휴머니즘은 청춘의 특권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변화를 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 또한 청춘의 특질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진보적이지 않은' 20대에 희망을 걸 수는 없다. (p.276)"


새로운 새 시대를 열어갈 특권은 청춘에게 있다. 다만, 그 길은 스스로 택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주입된 사상의 틀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청춘이 아닌 스스로 진보를 택한 청춘만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사회공학 비판

1948년 이후 헌법 전문 중 "각기의 기회의 균등"이라는 구절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누구나 성실하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는 헌법과 대한민국이 일관되게 추구해오던 가치였다. 한 마디로 공정의 실현이다.


어떤 정치인들은 혈연, 지연, 학연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사회공학적 사고는 전체주의를 내포하고 있을 뿐아니라 위험한 생각이다. 모두가 개인이 되고 연결과 접점이 없는 사회는 불가능하다. 다만 그러한 사회적 자본이 고착화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며, 전반적으로는 국민의 '민도' 문제다.


르상티망 그리고 도덕성


어떤 사람이 돈, 명예, 명성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주장하고 있는지 의심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물질적인 요소는 중요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만드는 기본적인 요인이다. 때문에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위와 부를 부정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니체에 따르면 르상티망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스스로를 도덕적이라고 포장하며 정의와 평등을 내세우지만 대다수는 위선적인 사람들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적이며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사청문회에 나와 검증받는 정치인들이 가지는 이중성에 실망을 하곤 한다. 하지만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느정도 양심을 거스르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투쟁한 사람들이다. 괴테는 모든 행동하는 사람들은 양심을 거스르는 자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도덕적이라고 포장하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정치인들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그렇게 된다면 능력있는 사람들은 고위 공무직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 전원책은 고위공직자에게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했는지, 돈에 있어서 깨끗한지 여부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해 가장 추악한 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공직을 희망한다면 젊은 시절부터 자신을 관리하라고 충고하는 자들이 있다. 청문히에서 '추함'이 드러나지 않은 자는 과연 선하거나, 깨끗한 현자인가? 나는 다시 말하겠다. 미래에 맡을지도 모를 공직을 목표로 자신을 관리하는 자야말로, 가장 추악한 자이다.(p408)"



저자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고 솔직하게 글을 적어냈다. 보수의 중심엔 '도덕성'이 있다는 말처럼 전원책은 내가 보기에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양심적이다. 자신을 포장하고 자신이 정의롭다고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텍스트에서 묻어나는 솔직함은 그 누구보다도 양심적이며 매력적이다. 


보수의 두 대통령이 현재 감옥에 가 있는 상황에서, 보수의 이미지는 더 이상 도덕적이지 않다. 기득권을 옹호하는 부자 정당이며, 탐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수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선 스스로 엄격해져야 한다. 양심적이여야 한다. 




https://larus3.tistory.com/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