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지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의 최신작이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등으로 한국에도 유명한 작가이다.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있는 독자라면 매일 같이 읽고 쓰는 그의 괴물같은 독서력과 필력에 대해 잘 알것이다. 그가 7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 고양이 빌딩 내부를 취재한 책도 있을 정도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1940년생으로 어느덧 80세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2013년 출판된 책으로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쓴 책이다. 흔히 역사라고 하면 세계의 역사, 동아시아의 역사, 한 국가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개인의 역사? 그것은 한 개인의 고유한 영역이 아니던가. 자서전을 쓰는 방법에 관한 것인가? 어찌보면 그렇게 볼 수 도 있겠다. 


"나는 누구나 시니어 세대가 되면 한 번은 한 번은 자기 역사를 쓰는 일에 도전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역사를 쓰지 않으면 자기라는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p.15)"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기 역사를 쓰는 작업은 환갑 정도의 나이가 적절하다고 말한다. 젊어서는 인생에 대해서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이가 60정도가 되면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왔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얼핏 스스로 느끼게 된다. 이 때, 남은 인생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선 총체적 점검을 위한 작업으로서 '자기 역사를 쓰기'를 권하는 것이다.


젊은 나이의 독자에겐 이 책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나도 나만의 역사를 쓰는 날이 오겠구나라는 마음가짐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있는 독자라면 책을 읽으며 자기의 역사를 직접 적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직접 자기 역사 쓰기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기를 살펴보며 자기 역사를 적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들과 주의할 점, 유용한 팁에 대해 적고 있다. 트라우마에 대해선 조심스럽지만 자신의 인생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하나의 아픔이며, 역사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무의식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자기 역사 연표, 인간관계 클러스터 맵, 에피소드 수첩과 같은 실전팁도 보여주면서 어떻게 수강생들이 자기 역사를 기록하는 데 도움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자기자신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 '자기 역사'이다(p.281)" 그 누구를 위해서 이 작업을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마무리하고 자신이 누구였고, 어떤 존재였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선명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실제 자기 역사를 적은 수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쓰고 있을 때 엄청난 몰입을 경험했다고 한다. 마성을 가진 작업이다. 자신의 기억에 완전히 빠져들어 오직 자신만이 아는 기억들을 적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기의 역사를 적는다는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개인의 역사에 더해 세계의 역사를 같이 기술해 나갈 것을 주문한다. 개인의 역사는 우주의 역사이다한 인간은 의식을 가지고 우주를 살아가는 고귀한 지적 유기체이다. 


"세계는 만물의 집합체로서 존재하며, 동시에 동시대를 구성하는 많은 인간들이 공유하는 장대한 기억의 네트워크로서 존재하고 있다. 이 세계의 주요한 구성 요소를 장대한 전 인류적 기억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한 인간이 죽으면 그 사람의 뇌가 담당하고 있던 장대한 세계 기억 네트워크의 해당 부분이 소멸하고 만다.(p.28)"


반면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에 갇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진보하더라도 1광년 이상을 이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4차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 인간은 태양계 내부에서 기껏해봐야 130년을 살다가 죽을 것이 분명하다. 인간은 그렇게 하찮은 존재이다.


책의 마지막에선 인생의 스승으로서 내공있는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인생이라는 싸움은 결코 단 한가지 길로만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성공한 수 많은 인생을 만나봤지만 그들이 행복하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오히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사는 인생이 오히려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경쟁에서 패배했다고 낙심하지 말고 새로운 게임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길 바란다.


"인생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동시에 병행되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에서 지더라도 다른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뻔한 규칙에 질 것이 뻔해 보이는 게임은 서둘러 던져 버리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게임으로 이행하는 것이 인생에서 올바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올바른 전략은 이기고 지는 것으로 모든 일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인생 게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일이다. 이기고 지는 것에 그리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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