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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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항적이지만 예의 있게 유쾌한 번역가의 푸념 고발 에세이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반항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저자 안톤 허는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 몇 없는 한영 한국문학번역가이다. 2022년 <저주토끼>와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에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인 번역가 최초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며 두 작품이 동시에 후보로 오른 더블 롱 리스트 번역가이기도 하다.






 저자를 글보다 영상으로 먼저 접했다. 말투와 몸짓에서 남다른 아우라가 느껴졌고 묘하게 타일러 라쉬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궁금증이 많아 아는 게 많고 그래서 생각이 많아 말을 많이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많아탈트 붕괴 현상이 올 거 같은 ㅎㅎ) 외국 국적을 가진 교포인 줄 알았는데, 해외 경험이 많은 한국 국적의 한국 아재라고 책에서 강조하셨다.











 얼마나 많이 자신에 대한 오해와 표면적인 질문에 답하셨는지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 목록 같은 느낌도 받았다. "나한테 물어보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으시오." 그래서 윔피 키드의 그레그 헤플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레그는 중1이 되면서 일기를 쓰는데 나중에 자신이 유명 인사가 되면 받을 수많은 질문에 대비해 성장기를 자세히 적어두려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결과를 놓고 역으로 사람을 추측한다. 유명해져야 관심을 가지니까. 그래서 저자의 삶을 쉽게 판단할 수도 있다. 주재원으로 일한 부모님 덕분에 쉽게 영어를 배우고 두세 개의 언어를 하는 특별한 능력을 활용해 작품을 번역했는데 짜잔! 유명한 상도 받았네라고 말이다.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의 묘미는 이것이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성공'했어가 아니라, 한국문학 번역가 개 힘든데 내가 하고 싶어서 했거든 근데 운 좋게 상도 받고 유명해졌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 좀 할게 들어바이다.




 웃자고 운 좋게라고 표현했지 저자는 한 작품을 번역하기 위해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시간, 노력, 비용을 쏟아부었다. 평생 수많은 책을 읽었고, 여러 나라에서 사는 경험을 축적하고, 영어와 한국어를 체득하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고, 번역가를 반대하는 부모님과 싸우고, 번역가를 하대하는 사회 구조와 사람들에게 투쟁했으며, 좋은 작품을 찾아내기 위해 매일같이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고, 굳게 닫힌 영미 출판사의 문을 맨땅에 헤딩하듯 두드렸다. 힘들지만 차곡차곡 쌓아 준비해온 결실을 드디어 맺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맺을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의 현실과 번역가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혹은 비꼬는 부분이 참 통쾌하게 느껴졌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꽤 재밌게 느껴졌는데 설명을 덧붙이자면 당연히 상황이 재밌는 게 아니고! 비꼼의 매력이랄까. 내가 생각하기에 언어의 고차원적 매력은 돌려까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화자와 청자가 모두 같은 배경지식이 있어 비슷한 수준의 이해력이 뒷받침돼야 이런 한 두 바퀴 돌려 말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특히 영어란 언어에서는 이러한 비꼼(sarcasticness)을 좋아하고 즐긴다고 한다. 한국말의 우회적 표현과 영어의 우회적 표현은 방식이 좀 다르다. 안톤 허는 두 가지 언어를 모두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에 영어식 비꼼을 한국말로 표현하여 자신이 그동안 부조리하고 답답하다고 느낀 부분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워낙 이쪽 분야에 정보가 없는 독자로써는 이런 정보와 표현이 신선하고 재밌고 심지어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방식이 겸손하지만 줏대 있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비판할 때 자칫 잘못하면 거만하고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항상 겸손한 태도로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난이 없다. 힘든 것을 말하다 보면 감정적이 되기 쉬운데 이런 것을 배제하고 잘 말해주고 있다. 학창 시절에 만났으면 굉장히 좋아할 친구서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본인은 진지하게 말하는데 주변에서 웃겨서 숨넘어가는 상황에서 저는 숨넘어가면서 눈에 하트 생기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문학 번역가에게 이렇게 지원이 적고 그나마 있던 지원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것저것 규탄해야 하지만 이건 정말 우선순위로 규탄해야 한다!) 최근에 국제적 망신살을 아주 단단히 뻗친 짐보리 주최국 일도 대리 수치를 무척이나 많이 느꼈다. 물론 준비 시간과 투입된 비용에 비해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도 문제였지만, 한국 대중문화가 국가의 이미지를 부상시키고 있는 중대한 시기라는 게 가장 주목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여러 나라에 국제 통용어인 영어로 우리 문학을 소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




 서구권 국가에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열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열강의 언어를 배우고 이들이 세운 학문을 배우는 데에 수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는 것이 아닌가. 중국이나 일본처럼 인구나 자본이 받쳐주지 않는 우리가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영미권의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게 우리가 취할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통역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직업이라 그만두고 학습법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유명한 동시통역사 임종령님도 방송에서 통역가는 그림자와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번역가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것은 180도로 바뀔 수 있기에 번역이란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을'의 자세를 좀 내려놔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안톤 허는 '갑'의 태도를 꼬집는다. 내가 너무나도 '을'에 익숙해져서 '갑질'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의심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저자처럼 반기를 들고 말하는 사람은 될 수 없을지언정 작은 물길 하나라도 터놓을 수 있는 조력자는 될 수 있겠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안톤 허 같은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영혼을 갈아 넣고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독자들도 정부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주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번역가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나부터라도 시작해야지. 아무도 하지 말라곤 안 했으니까 ;)






#문장수집



내가 주어진 이 일이 얼마나 답답하고, 막막하고, 힘든지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다. 비록 그것이 우아한 기록은 아닐지라도. P. 9 l 프롤로그 - 조용히 앉아서 번역이나 하지




나는 이른바 '무서운 분'이다. 그래서 말한다. 번역은 쉬울지 몰라도, 번역가는 힘들다고. 나는 한국문학 번역가다. P. 25




결국 훌륭한 번역가란 명문 대학을 졸업한 번역가나 '원어민' 번역가가 아니라 번역과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번역가이므로. P. 30




다만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해서 독서의 힘으로 무식할 정도로 '맨땅 헤딩'을 하다 보니 어느덧 문학번역으로 먹고사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P. 33




나는 이 시기에 온몸으로 언어를 익히고 언어 속에서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번역가들은 육체가 어디에 거주하든 항상 자신의 언어 속에서 살아간다. 번역가에게 언어란 항상 돌아갈 수 있는,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느 고장과도 같다. P. 49




마지막으로 그 길이 당신을 어디로 인도하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무엇을 얻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P. 51




물론 나는 지금도 영어로든, 제삼자에게든 작가님을 'Kyung-Sook'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올림포스 산에서 내려온 제우스신을 만났을 때 '제우스 형'이라고 부르는 일과 다름없지 않은가. P. 73




서울 혜화동에는 '위트 앤 시니컬'이라는 서점이 있는데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시집 전문 서점이 아닐까 싶다. P. 80




"'영국인다움'을 굳이 정의한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실패를 얼마나 반복하든 꿋꿋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뭐라 한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확고하면 그만이다. P. 115




남들이 뭐라고 하든 원하는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값진 기쁨을 얻었고 그 기쁨이 있는 한 나머지는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P. 120




실패란 없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만 있을 뿐. 다시 말해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하는 많은 경우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실패는 뭔가를 잃는 과정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 과정이다. P. 137




딴 나라들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일례로 쇼트 리스트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작가와 프랜시스 리들(미국의 라틴아메리카 문학 번역가) 일행은 런던의 아르헨티나 대사 관저에서 묵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소프트파워 지원 전략의 민낯이다. P. 151




모든 전문 문학번역가는 풀어헤친 번역을 다시 함축적 언어로 촘촘하게 짜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원서의 내용만이 아닌, 페이스까지 번역해야 하는 건 물론입니다. P. 169




신경숙 작가의 글은 매우 열심히 망쳐야 겨우 망칠까 말 까인데 전 너무 게을러서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망칠 자신이 없어요. 제 번역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번역이 완전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는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우리 작가님들만 완벽하시면 됐어요. P. 171




번역가야말로 궁극의 학습자, 궁극의 독자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번역가는 자신이 배운 것을 자신의 언어로 구사하니까요. 번역가의 모든 지식과 무지는 번역에서 드러납니다. P. 175




문학은 신비롭습니다. 번역을 할 때 제 영혼의 작은 파편이 번역에 실리게 되고, 독자는 그 파편에 반응하는 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좋아하고, 제가 의도했던 리딩을(정확히 말하면 제가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하는 리딩을) 그대로 쫓아가는 독자들을 보면 번역가로서 말로 형언하기 힘든 뿌듯함을 느낍니다. P. 177




자, 요약하면 지식은 번역가에게 해로우며, 지식의 해를 최소화하려면 더 많은 지식을 체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식을 체득하다 보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는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죠. P. 178




번역가 이름을 표지에 기재해 달라는 요구 사항은 허영심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물론 저야 허영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지만). 이 문제는 번역가들이 창작을 하는 창조적 직종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번역을 단순히 거창한 서류 작업이 아닌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를 반영합니다. P. 181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 여정이었으면 정보라 작가님과 제가 수상이 불발되었을 때 런던 길거리에서 "우린 해방이다!"라고 외치며 손을 잡고 춤을 추었겠습니까. P. 186




"안톤을 울리지 않도록 조심해!" 몇 년 동안 의견을 내면 무시만 당하다가 이렇게 존경받고 대우받다니. 혼포드 스타여, 영원하라. P. 205




저는 번역가란 출신국의 문화 대사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수교는 국가 간 자주권이 인정될 때만 가능할 텐데 식민지가 자주권을 가지고 있을 리 없습니다. P. 215




번역가의 일은 결국 사전이 제공하지 못하는 의미를, 사전보다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언어는 불변의 존재가 아니니까요. P. 219




제가 왜 제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을 사람들 비위를 맞춰야 할까요? 그런 교수님들은 그냥 계속 프루스트나 읽으라 하죠. P. 221







어크로스 A.B.C 시즌 5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말라고는안했잖아요 #안톤허 #어크로스 #한국문학번역가 #내갈길가는에세이 #에세이 #부커상후보 #한영번역가 #번역가에세이 #번역가 #허정범 #cursedbunny #loveinthebigcity #violets




내가 주어진 이 일이 얼마나 답답하고, 막막하고, 힘든지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다. 비록 그것이 우아한 기록은 아닐지라도. P. 9 l 프롤로그 - 조용히 앉아서 번역이나 하지 - P9

나는 이른바 ‘무서운 분‘이다. 그래서 말한다. 번역은 쉬울지 몰라도, 번역가는 힘들다고. 나는 한국문학 번역가다. P. 25 - P25

결국 훌륭한 번역가란 명문 대학을 졸업한 번역가나 ‘원어민‘ 번역가가 아니라 번역과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번역가이므로. P. 30 - P30

다만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해서 독서의 힘으로 무식할 정도로 ‘맨땅 헤딩‘을 하다 보니 어느덧 문학번역으로 먹고사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P. 33

- P33

나는 이 시기에 온몸으로 언어를 익히고 언어 속에서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번역가들은 육체가 어디에 거주하든 항상 자신의 언어 속에서 살아간다. 번역가에게 언어란 항상 돌아갈 수 있는,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느 고장과도 같다. P. 49 - P49

마지막으로 그 길이 당신을 어디로 인도하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무엇을 얻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P. 51 - P51

물론 나는 지금도 영어로든, 제삼자에게든 작가님을 ‘Kyung-Sook‘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올림포스 산에서 내려온 제우스신을 만났을 때 ‘제우스 형‘이라고 부르는 일과 다름없지 않은가. P. 73 - P73

서울 혜화동에는 ‘위트 앤 시니컬‘이라는 서점이 있는데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시집 전문 서점이 아닐까 싶다. P. 80

- P80

"‘영국인다움‘을 굳이 정의한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실패를 얼마나 반복하든 꿋꿋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뭐라 한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확고하면 그만이다. P. 115 - P115

남들이 뭐라고 하든 원하는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값진 기쁨을 얻었고 그 기쁨이 있는 한 나머지는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P. 120 - P120

실패란 없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만 있을 뿐. 다시 말해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하는 많은 경우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실패는 뭔가를 잃는 과정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 과정이다. P. 137 - P137

딴 나라들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일례로 쇼트 리스트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작가와 프랜시스 리들(미국의 라틴아메리카 문학 번역가) 일행은 런던의 아르헨티나 대사 관저에서 묵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소프트파워 지원 전략의 민낯이다. P. 151 - P151

모든 전문 문학번역가는 풀어헤친 번역을 다시 함축적 언어로 촘촘하게 짜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원서의 내용만이 아닌, 페이스까지 번역해야 하는 건 물론입니다. P. 169 - P169

신경숙 작가의 글은 매우 열심히 망쳐야 겨우 망칠까 말 까인데 전 너무 게을러서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망칠 자신이 없어요. 제 번역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번역이 완전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는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우리 작가님들만 완벽하시면 됐어요. P. 171 - P171

번역가야말로 궁극의 학습자, 궁극의 독자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번역가는 자신이 배운 것을 자신의 언어로 구사하니까요. 번역가의 모든 지식과 무지는 번역에서 드러납니다. P. 175 - P175

문학은 신비롭습니다. 번역을 할 때 제 영혼의 작은 파편이 번역에 실리게 되고, 독자는 그 파편에 반응하는 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좋아하고, 제가 의도했던 리딩을(정확히 말하면 제가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하는 리딩을) 그대로 쫓아가는 독자들을 보면 번역가로서 말로 형언하기 힘든 뿌듯함을 느낍니다. P. 177 - P177

저는 번역가란 출신국의 문화 대사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수교는 국가 간 자주권이 인정될 때만 가능할 텐데 식민지가 자주권을 가지고 있을 리 없습니다. P. 215 - P215

제가 왜 제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을 사람들 비위를 맞춰야 할까요? 그런 교수님들은 그냥 계속 프루스트나 읽으라 하죠. P. 221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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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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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추억의 게임은 무엇인가요?

오락실에서 동전을 쌓아 놓고 한 게임이든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온라인 게임이든 기억 남는 게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한때 RPG (Role Playing Game 게임 속에서 한 가지 역을 맡아 모험을 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임)에 빠져서 모든 여가 시간을 쏟아부은 적이 있다. 현실과는 달리 게임에서는 시간과 성장이 정비례하는 것 같았다. 게임 속 모든 게 신기하지만 했고 난 시간만 있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을 마성의 매력으로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게임 디자이너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 바로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다. <섬에 있는 서점>, <비바 제인>에 이어 세 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개브리얼 제빈의 작품이다. 영미권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영화화가 확정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한국계 미국인인 주인공 샘이다. 미국인 작가의 소설 주인공이 한국계라니, 대한민국의 영향력이 실감됐다. 게임 디자이너가 주인공인 소설인 만큼 게임 제작에 관련된 전문적인 정보가 소설 전반에 아주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유명한 게임은 몽땅 나오는 거 같다. 게임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흥미롭고, 미묘하고 복잡한 사랑과 우정 이야기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술로 스무 고개하듯이 등장인물의 배경을 알아가게 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야기는 각자의 시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내면의 생각을 더욱더 사실감 있고 진실성을 준다. 일본과 관련된 내용도 많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게 책의 표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파도>란 작품이다. 국내 번역판에는 그 특징을 좀 옅게 만들긴 했지만 소설 내용상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또 80-90년대 일본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고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도 없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이야기 전개가 있기 마련인데, 계속해서 예상을 뒤엎는다. 기대 없는 곳에서 일이 벌어지고, 희망이 보이는 곳에서 좌절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꿈꾸는 미래는 코앞에 있는듯하다가도 더 멀어진다. 독자로서 어느 시점에는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소설에서조차 현실 같은 복잡함이라니. 그러다 발견한 것은 어느 순간 이러한 복잡함을 인정하는 나 자신이었다.






불완전한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란.

주인공은 각자의 단점이 있다. 처음에는 세계 제일의 대학교에 다니는 유능한 천재로 보이지만, 각자만이 가진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인정하지 않고 싶어 하는 그 부분들이 결국엔 사건을 만든다. 샘이 자신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인정하고 세이디에게 말했을 때, 세이디가 자기 학대를 멈추고 스스로를 위하고 온전히 내면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한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과거를 돌릴 수만 있다면 하는 헛된 생각도 하면서 살아내는 그 모습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다.






삶은 선형이 아니니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어딘가 모를 불편함과 좌절감을 주지만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의 매력이다. 우리의 삶은 선형이 아니고, 어딘가 불편하고. 어딘가 이상한 오묘하고 뒤죽박죽인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인공들도 게임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단순한 그 게임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으니. 그리고 내가 만든 세계에서 다른 사람도 쉼을 얻길 바라는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작가도 자신이 만든 소설의 세계에서 독자가 복잡한 삶을 뒤로하고 의외로 단순한 삶을 경험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영화로 상영될 날이 기대된다. 누가 주인공을 맡을지, 어떤 장면으로 어떻게 연출할지 무척 궁금하다.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을 지닌 '내일x3'을 만나길 바라며!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에서 흥미로운 설정


1.개브리얼 제빈의 어머니가 한국계 미국이다.

2.개브리얼의 어머니가 미국으로 이민 온 나이는 소설에서 샘이 애나와 뉴욕으로 이사 갔을 때의 나이와 같다. 9살

3.개브리얼의 아버지는 유대인인다.

4.개브리얼은 하버드 대학 출신이다.

5.하버드에 다닐 때 현재 남편을 만났다.

6.개브리얼은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문장수집



마음에도 없는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인간의 두뇌가 실로 훌륭하게 코딩됐다는 증거는 '아 어쩌라고'의 뜻으로 '죄송합니다'를 발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샘은 생각했다. P. 15




샘은 세이디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시간 여행이 이런 거로군. 누군가를 쳐다보는데 현재의 그 사람과 과거의 그 사람이 동시에 보인다. P. 21




샘은 원래 그런 식이었다. 미래를 미리 걸어서 시시때때로 고통스러운 현재를 인내하는 법을 익혔다. P. 110




"아냐, 내 동기는 아주 단순해. 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P. 119




생채기 하나 없는 내일이 끝없이 이어지는 생애, 각종 실수와 살아온 날의 흉터로부터 자유로운 이치고의 삶을 원했다. P. 194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았다. 일하는 게 좋았다. 자신이 일을 잘한다는 게 좋았고, 그걸로 돈도 잘 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질서정연한 것들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중략) 홀로 있기와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기와 창의적으로 머리 쓰기를 좋아했다. 편안한 게 좋았다. P. 225




그런 불확실성을 차단하려 애쓰긴 하겠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상존한다. 우린 모두 기껏 생의 반쪽만 살고 있는 것이야, 세이디는 생각했다. P. 231




동정심만으로 뭔가에 수백 시간을 쓰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샘. P. 264




세이디는 또다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일은 자기가 훨씬 많이 하는데 공은 똑같이 나눠 가지다니. 그러나 그것이 게임을 위해서도 샘을 위해서도 합리적이었으므로, 세이디는 그 제안에 동의했다. P. 296




실패를 온몸에 뒤집어쓴 느낌이었고, 그게 딴사람들 눈에 보이고 냄새가 날 거라고 확신했다. 실패의 재를 뒤집어쓴 것과 같았다. 다만 실패는 피부만 덮지 않는다. 그것은 콧속에, 입안에, 폐 속에, 세포 속에 들어가 세이디의 일부가 되었다. 앞으로 영원히 제거할 수 없을 것이다. P. 329




다시 시도해. 그리고 더 멋지게 실패해. P. 354




왜냐하면 샘은 세이디를 사랑하니까. 그것은 샘이 자신의 변함없는 상수라고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울 때는 세이디 옆에 있을 때였고, 나란히 게임을 하거나 게임을 만들 때였다. P. 388




전 애인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은 그들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며, 관계의 한 시기가 마무리되고 다른 형태로 넘어갈 수 있는 때를 아는 것이다. 사랑은 상수인 동시에 변수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P. 483




"우리 시안을 쭉 읽어봤다고, 아주 흥미로웠다고 했어요. 아, 그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확실히 기억나네. '자, 너희 생각은 어떤지 얘기해 줘." P. 527




"하지만 넌 회사로 복귀했잖아." 샘이 말했다. 앤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하는 것보다 좋은 게 뭐 있나요?" 앤트는 한 박자 쉬었다가 덧붙였다. "나쁜 건 또 뭐 있나요?" P. 531




"아뇨, 이 작품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아직 모르겠어서요.' 샘이 말했다. '두 분이 이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P. 535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P. 540




"'프로그래머가'가 뭐예요?" 에밀리가 물었다. "맺을 수 있는 결말을 점치는 점쟁이이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는 자예요." P. 563




"그럼, 뭐랄까, 내 회사를 차리면 해결된다,인가요?" "맞아. 그리고 남자들을 고용해서 네가 원하는 걸 시키면 되지." 세이디가 말했다. P. 603




그러나 이젠 그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로 보였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P. 615




어쩌면 모든 인가의 내면에 자리한 영구히 간난 상태 그대로의 다정한 부분은,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람을 절망에서 구원하는 것은,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일지도 몰랐다. P. 620




정말이지 걔넨 우리랑 달라도 너무 달라. 걔네들 기준은 더 높아.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요만큼도 용납하지 않아. 내가 그럭저럭 봐주고 살았던 것들까지. 하도 그러니까 애들이, 뭐랄까, 좀 딱딱하고 유머가 안 통해. 세대 차이 강조하는 사람들을 엄청 싫어한 주제에 지금 내가 여기서 그러고 있네. P. 630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일 못지않게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P. 642 l 참고자료 및 감사의 말








문학동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내일또내일또내일 #개브리얼제빈 #문학동네 #엄일녀옮김 #섬에있는서점 #비바제인 #소설추천 #Tomorrowandtomorrowandtomorrow #GabrielleZevin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P. 540

- P540

어쩌면 모든 인가의 내면에 자리한 영구히 간난 상태 그대로의 다정한 부분은,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람을 절망에서 구원하는 것은,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일지도 몰랐다. P. 620 - P620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일 못지않게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P. 642 l 참고자료 및 감사의 말 - P642

"그럼, 뭐랄까, 내 회사를 차리면 해결된다,인가요?" "맞아. 그리고 남자들을 고용해서 네가 원하는 걸 시키면 되지." 세이디가 말했다. P. 603 - P603

세이디는 또다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일은 자기가 훨씬 많이 하는데 공은 똑같이 나눠 가지다니. 그러나 그것이 게임을 위해서도 샘을 위해서도 합리적이었으므로, 세이디는 그 제안에 동의했다. P. 296 - P296

"아냐, 내 동기는 아주 단순해. 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P. 119 - P119

마음에도 없는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인간의 두뇌가 실로 훌륭하게 코딩됐다는 증거는 ‘아 어쩌라고‘의 뜻으로 ‘죄송합니다‘를 발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샘은 생각했다. P. 15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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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 오늘도 마음을 노래하는 뮤지션 고영배의 다정한 하루하루
고영배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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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한다.


우리, 가던 길로 천천히 같이 가는 것,


늘 여행하듯 살아가는 것,


밥 먹었는지 챙겨주는 것,


아마도 우리 이렇게 같이 있는 것.







 감사함으로 가득 찬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신의 삶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잘 풀어내고 가족의 소중함, 주변 사람들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소재로 서로 경쟁하는 요즘에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는 단비 같은 글이다. 첫머리를 읽다 보면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다음 장,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글이 주는 잔잔함에 스며든다.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은 '소란'이란 그룹, '고영배'란 가수를 알게 한 에세이다. 2010년 <그때는 왜 몰랐을까>란 곡으로 데뷔했고 지금까지 여러 앨범을 내며 정기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보컬이자 이 책의 저자인 고영배는 MBC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평탄한 삶은 없다. 저자의 삶도 고민과 도전과 노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성공신화의 주인공처럼 자기 자신의 노력을 자랑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보내왔고, 음악이 좋아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노력한다.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에 더 많이 무게를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사랑을 표현하는 것만큼은 반대다. 아낄수록 나중에 후회한다.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표현해 주고, 굳이 말로 마음을 전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안아준다면 서로에게 평생 가는 응원으로 쌓인다고 믿는다. P. 171






 진라면 순한 맛보다 더 순한 에세이라니.

 사실 나에겐 진라면 순한 맛이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라면 중 하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극적인 맛은 다시 그 자극을 부르지만, 순함은 순함을 다시 당긴다. 이 글에서 주는 행복과 감사는 내 삶에서 마주치는 행복과 감사를 떠올리게 한다. 아침햇살, 가족이 주는 웃음, 소중한 책 한 소절이 주는 행복은 자극 없이 나에게 스며들고 위로와 안정감을 준다.





 딸아이의 숙제로 가족끼리 칭찬해 주다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는 이 순수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고작 칭찬해 주는 마음에 눈물샘이 터질 연약한 우리면서 왜 그리 서로에게 인색하게 굴었던 것일까. 오늘만은 세상을 향해 있는 날선 긴장감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으며 감사로 하루를 채웠으면 좋겠다.












#문장수집



고등학교 2학년 때 밴드부에 들어가게 된 건 그야말로 '운명'이었다. P. 27




그리고 깜깜한 암흑 속에서 불을 확 밝히듯 기적 같은 순간이 일어났다. P. 92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점점 말이 되는 꿈만 꾸게 된다. 더 말도 안 되는 꿈을 막 꾸고 싶은데 이것이 마음대로 안 될 때 어른이 되어감을 체감한다. P. 130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제일 많이 느끼는 건, 좋다는 거다. 좋다는 표현을 고민 끝에 골랐다. 설명하기 어렵고 다양한 감정인데 이게 좋다. P. 146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행복이어떤건지가끔생각해 #고영배 #북폴리오 #소란 #행복 #에세이 #연예인에세이 #음악 #일상



그런데 사랑을 표현하는 것만큼은 반대다. 아낄수록 나중에 후회한다.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표현해 주고, 굳이 말로 마음을 전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안아준다면 서로에게 평생 가는 응원으로 쌓인다고 믿는다. P. 171 - P171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제일 많이 느끼는 건, 좋다는 거다. 좋다는 표현을 고민 끝에 골랐다. 설명하기 어렵고 다양한 감정인데 이게 좋다. P. 146 - P146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점점 말이 되는 꿈만 꾸게 된다. 더 말도 안 되는 꿈을 막 꾸고 싶은데 이것이 마음대로 안 될 때 어른이 되어감을 체감한다. P. 130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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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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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면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관습과 규범에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는가?

기준에 의문을 품기보단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나는 정상인가』는 이러한 사고의 전복을 꾀한다. 우리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갖는 '정상성'이란 것이 어디서 왔는지,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의 저자 사라 채니는 영국인으로 지역 사립학교를 다녔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학교에 다녔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면서 정상적이지 못한 자신에게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는 영국 최초의 연구소인 퀸 메리 감정 역사 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을 위해 이 책 『나는 정상인가』를 출간했다.







 『나는 정상인가』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정상성의 개념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보고 몸, 마음, 성생활, 감정, 아이들, 사회라는 6개의 주제로 정상성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랬던 건 우리가 가진 '정상'의 기준이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는 것, 백인 남성에 의해 편협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백인 여성 의사가 신랄하게 밝혀냈다는 것이다.





 어릴 적 "아하!"라고 외치면 바보가 도통하는 소리라며 엄마가 놀리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도통하는 소리를 수없이 냈다. 게다가 분노는 덤으로. 왜라는 질문을 품은 저자 덕분에 내 삶을 보는 해상도가 더 높아졌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비합리적이게 돌아가고 있음이 확실했다. 소수에 의해 다수의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의문을 품지도 않으며, 의문을 품은 소수도 제풀에 지쳐 버리기 마련이다.






대략 1820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나 상대방을 묘사하기 위해 정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P. 24





 나와 다른 상대가 있어야 비교라는 게 가능하다. 타자 혹은 상대를 통해 차이를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석이란 행위가 굉장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도 양극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왜곡된 해석은 오랜 시간 수많은 기득권층에 의해 곤고히 쌓여서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작은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갖고 있는 규범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때는 유행하던 워싱 청바지의 길이를 수선하며 청바지 값의 1/5은 잘라 버린다고 자조적인 농담을 했다. 어느 순간 가슴둘레, 허리, 소매길이 등등 내 몸에 맞게 기성복을 수선해서 입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제는 그것마저 포기하고 넉넉한 티셔츠와 힙한 바지를 골라 입게 됐지만 말이다.





'체중과 신장,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둘레'에 집중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는 다른 신체 부위 치수에 차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어쨌거나 '허벅지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은 여성이 옷을 다 입은 채로 치수를 측정하기에 불편한 부위'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P. 87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우리는 수없이 새로운 불편함을 감내하고 살아가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정상' 혹은 '평범함'에 속하고 싶어 불편한 기색을 감추며 살아야 한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가는 대학, 누구나 한 번쯤은 가는 해외여행,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명품을 기준으로 평범함을 판가름한다. 이 평범함은 기업의 소비주의와 맞닿아 있음을, 일부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동력이란 것도 이제는 알고 있다.







정상적인 것은 개인적이자 정치적이다. 정상성에 대한 비판은 그 안에서 우리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기대와 가정, 그리고 그러한 기대와 가정들이 우리의 법과 정치, 사회적 상호작용에 스며들어 온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P. 55







 그렇기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왜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나만의 삶을 현명하게 꾸려가는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여정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속한 사회는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이고, 서양 사대주의가 은은하게 깔려 있으며 나라를 팔아먹지 못해 안달 나 있는 정치인들이 제도를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에 저자와는 또 다른 정상의 기준이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유연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고유한 독자로 성장하길 스스로 바라본다.






"언니, 이 옷 입어봐 프리 사이즈(Free Size)라는데 너무 작아."

보통 55를 입는 나도 숨도 못 쉴 정도로 딱 맞는 옷에 Free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최근에 무엇을 그리 맛있게 먹었나 곰곰이 생각해 볼 법도 하지만, 이제 그런 문제가 아닌 걸 알았다.



"무슨 기준인 거야!"










#문장수집



하지만 정상성이란 기준이 통계학의 급속한 발전을 계기로 의학,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같은 유럽과 북미의 과학적 관행 속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 P. 11 l 프롤로그




그러나 많은 서구의 남성 연구자들은 사회적 사다리 맨 꼭대기에 그들이 자리 잡은 것을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날 때부터 인간 진화의 최상위 단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거나 그렇게 태어났으리라고 스스로 믿는 사람들이었다. P. 13 ㅣ 프롤로그




규범과 기준이 채택되어 온 논쟁적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나는 여러분이 무엇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어째서 그런 규범적 판단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자극받기를 바란다. P. 16 ㅣ 프롤로그




하지만 참과 오류라는 천문학적 지식 개념에 기반함으로써 인간 사이의 표준은 평균인 동시에 '옳은 것'이라는 가정과 처음부터 뒤얽히게 되었다. 표준적인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오류가 되었다. P. 22




일반적으로 정상성은 계급, 인종, 젠더, 종교적 신념이라는 기준과 함께 작동해 왔다. 이러한 경향은 인류의 도덕적, 지적 능력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적 법칙을 입증하거나 완성하려 했던' 과학자들이 점차 인류의 능력을 통제하는 데 그 법칙을 이용하려 함에 따라 더욱 강화되었다. P. 37




신체적 퇴보에 대한 이러한 강박은 계급뿐만 아니라 인종을 둘러싼 차별 및 불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P. 48




인간의 삶과 행위를 측정하는 척도로서의 정상성 개념의 요체는 바로 이 19세기 과학자들의 사상과 방법론에서 비롯되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정상적인 신체와 정상적인 건강, 정상적인 인간형을 구성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결코 명확한 해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사회적 기대와 태도에 좌우됐다. P. 56




어쩌면 결국 비정상이었던 건 내 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라면 아마도 세계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젠더라는 그 관념 자체였을지도. P. 65




하지만 차이를 둘러싼 이 모든 공포는 중요하지만 이따금 의식되지 못하는 한 가지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지 못하는 한 가지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는 그 무엇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신체에 결코 장애가 없는 중산층의 백인 남성. 이 '이상적인'정상성 개념이 오늘날까지 서구 사회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한 정상성 개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성 개념을 무너트리는 첫걸음이다. P. 103




역사가 일레인 쇼월터의 지적처럼, 히스테리는 전형적인 '여성 질병'이었다. 히스테리로 진단받은 남성도 있었으나, '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히스테리라는 용어 자체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이 병의 원인임을 강조했다. 대개의 경우 남성들은 신경쇠약이란 진단을 받았다. P. 131




정상성 개념은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특정 생활방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경우,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상성 개념에 부합하기란 특히나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질병의 징후로 여겨진다. P. 146




16-17세기에 여성은 문학과 의학에서 음탕하고 추잡하며 정열적이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존재로 묘사됐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와 동시에 젊은 여성의 순결은 높은 가치를 부여받았고, 그럼으로써 늘 단속의 대상이었다. P. 185




웃음은 예상치 못한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나오는 자동적인 반응의 한 가지다. 그때의 웃음은 여러분이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거나 그 일로 당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P. 203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슬픔이 깊고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P. 207




영국인들이 눈물을 숨기는 데 열심이었다면, 미국인들은 분노를 가리기에 급급했다. P. 214




반면에 과도한 감정의 표출은 여성과 노동 계급의 속성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억압을 정당화했다. P. 220




다운은 자신이 관찰한 '인종적'특징들이 원시 상태로 복귀하려는 격세유전의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운증후군은 빅토리아 시대의 많은 백인에게 비서구인 자체가 어떤 식으로 '비정상'을 의미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했다. P. 267




우리는 모두 행동에 대해 설명을 구하는 일에 익숙하다. 그리고 이따금 정신과 진단은 아주 매력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P. 289




우연이라도 우리가 가장의 평균에 맞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측정하게 된다면, 우리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아등바등하게 될 수밖에 없다. P. 314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서구 백인 자본주의 사회가 식민지 시대 유산을 통해 다른 문화에 자신의 규범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대표하게 되었으며,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P. 323




이따금 우리는 그러한 방식을 더 쉬운 길이라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나는 언젠가 여러분이 그러한 교차로에 섰을 때, 이 책이 여러분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질문하고 다르게 접근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 332 ㅣ 에필로그







와이즈베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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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820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나 상대방을 묘사하기 위해 정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P. 24

- P24

‘체중과 신장,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둘레‘에 집중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는 다른 신체 부위 치수에 차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어쨌거나 ‘허벅지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은 여성이 옷을 다 입은 채로 치수를 측정하기에 불편한 부위‘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P. 87 - P87

정상적인 것은 개인적이자 정치적이다. 정상성에 대한 비판은 그 안에서 우리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기대와 가정, 그리고 그러한 기대와 가정들이 우리의 법과 정치, 사회적 상호작용에 스며들어 온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P. 55 - P55

하지만 정상성이란 기준이 통계학의 급속한 발전을 계기로 의학,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같은 유럽과 북미의 과학적 관행 속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 P. 11 l 프롤로그 - P11

그러나 많은 서구의 남성 연구자들은 사회적 사다리 맨 꼭대기에 그들이 자리 잡은 것을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날 때부터 인간 진화의 최상위 단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거나 그렇게 태어났으리라고 스스로 믿는 사람들이었다. P. 13 ㅣ 프롤로그 - P13

규범과 기준이 채택되어 온 논쟁적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나는 여러분이 무엇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어째서 그런 규범적 판단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자극받기를 바란다. P. 16 ㅣ 프롤로그 - P16

하지만 참과 오류라는 천문학적 지식 개념에 기반함으로써 인간 사이의 표준은 평균인 동시에 ‘옳은 것‘이라는 가정과 처음부터 뒤얽히게 되었다. 표준적인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오류가 되었다. P. 22

- P22

일반적으로 정상성은 계급, 인종, 젠더, 종교적 신념이라는 기준과 함께 작동해 왔다. 이러한 경향은 인류의 도덕적, 지적 능력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적 법칙을 입증하거나 완성하려 했던‘ 과학자들이 점차 인류의 능력을 통제하는 데 그 법칙을 이용하려 함에 따라 더욱 강화되었다. P. 37 - P37

신체적 퇴보에 대한 이러한 강박은 계급뿐만 아니라 인종을 둘러싼 차별 및 불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P. 48 - P48

인간의 삶과 행위를 측정하는 척도로서의 정상성 개념의 요체는 바로 이 19세기 과학자들의 사상과 방법론에서 비롯되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정상적인 신체와 정상적인 건강, 정상적인 인간형을 구성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결코 명확한 해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사회적 기대와 태도에 좌우됐다. P. 56 - P56

어쩌면 결국 비정상이었던 건 내 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라면 아마도 세계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젠더라는 그 관념 자체였을지도. P. 65 - P65

하지만 차이를 둘러싼 이 모든 공포는 중요하지만 이따금 의식되지 못하는 한 가지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지 못하는 한 가지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는 그 무엇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신체에 결코 장애가 없는 중산층의 백인 남성. 이 ‘이상적인‘정상성 개념이 오늘날까지 서구 사회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한 정상성 개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성 개념을 무너트리는 첫걸음이다. P. 103 - P103

역사가 일레인 쇼월터의 지적처럼, 히스테리는 전형적인 ‘여성 질병‘이었다. 히스테리로 진단받은 남성도 있었으나, ‘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히스테리라는 용어 자체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이 병의 원인임을 강조했다. 대개의 경우 남성들은 신경쇠약이란 진단을 받았다. P. 131 - P131

정상성 개념은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특정 생활방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경우,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상성 개념에 부합하기란 특히나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질병의 징후로 여겨진다. P. 146 - P146

16-17세기에 여성은 문학과 의학에서 음탕하고 추잡하며 정열적이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존재로 묘사됐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와 동시에 젊은 여성의 순결은 높은 가치를 부여받았고, 그럼으로써 늘 단속의 대상이었다. P. 185 - P185

웃음은 예상치 못한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나오는 자동적인 반응의 한 가지다. 그때의 웃음은 여러분이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거나 그 일로 당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P. 203

- P203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슬픔이 깊고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P. 207 - P207

영국인들이 눈물을 숨기는 데 열심이었다면, 미국인들은 분노를 가리기에 급급했다. P. 214 - P214

반면에 과도한 감정의 표출은 여성과 노동 계급의 속성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억압을 정당화했다. P. 220 - P220

다운은 자신이 관찰한 ‘인종적‘특징들이 원시 상태로 복귀하려는 격세유전의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운증후군은 빅토리아 시대의 많은 백인에게 비서구인 자체가 어떤 식으로 ‘비정상‘을 의미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했다. P. 267 - P267

우리는 모두 행동에 대해 설명을 구하는 일에 익숙하다. 그리고 이따금 정신과 진단은 아주 매력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P. 289 - P289

우연이라도 우리가 가장의 평균에 맞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측정하게 된다면, 우리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아등바등하게 될 수밖에 없다. P. 314

- P314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서구 백인 자본주의 사회가 식민지 시대 유산을 통해 다른 문화에 자신의 규범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대표하게 되었으며,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P. 323

- P323

이따금 우리는 그러한 방식을 더 쉬운 길이라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나는 언젠가 여러분이 그러한 교차로에 섰을 때, 이 책이 여러분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질문하고 다르게 접근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 332 ㅣ 에필로그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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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본책 - 서울대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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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 운동을 했던 거 같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일본 브랜드 의류매장이 명동에서 문을 닫고, 일본 브랜드 매출이 급감하면서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던 거 같다. 내가 이렇게 불확실한 어조로 말하는 이유는 현재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때문이다. 코로나로 얼어있던 여행이 점차 회복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외국인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낸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잠잠한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한국의 일본 비판이 한국인의 양식과 지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 돼서야 되겠는가. 허공에 휘두르는 주먹이 아니라 뼈 대리는 비판이 되어야 한다. P. 8 l 프롤로그




무엇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할 때 『위험한 일본책』을 만났다. '고민하는 나를 위한 책이잖아!'를 외치며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이 주는 첫인상은 살짝 무게감이 있었다. 가독성이 좋고 가벼운 주제가 대세인 요즘이기에 내가 이런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








『위험한 일본책』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박사님이 신문에 칼럼으로 쓴 글을 모아 정리한 글이다. 그래서 한 편의 길이가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나 같은 역사 문외한에게는 역사 지식이 부족해 읽으면서 바로바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렸다. 생소한 사자성어나 단어가 꽤 있어서 찾아보며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知彼知己百戰百勝


그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





일본에 대해서도 내 조국 한국에 대해서도 새로 알게 된 게 많아 몰입하며 읽었다.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는지, 왜곡된 정보를 사실이라 믿으며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천황의 긴 역사와 일본인들의 인식이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입헌군주제를 도입해서 황실이 있다는 가정으로 만화와 드라마가 나온 적이 있다. 영국과 같은 왕실이 있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이 있던 시절이라 꽤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바로 옆 나라에 이렇게 오래된 입헌군주제의 산역사가 있다니. 따로따로 둥둥 떠다닌 정보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최근 북방 유목민의 존재와 역사에 흥미를 갖게 됐다. 마침 『위험한 일본책』를 통해서 중국과 북방 유목민의 기나긴 싸움에서 우리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남아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도 일본과는 전혀 달랐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정학적으로도 문명 전파의 흐름으로도 우리는 일본과 매우 다르다. 인터넷 밈이 돼버린 킹세종의 업적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일차원적인 민족주의에 휩쓸려 남이 한 말을 그대로 내뱉는 앵무새 또는 확성기가 될 뿐임을 기억해야겠다.




『위험한 일본책』을 한국과 일본을 제대로 아는 입문서로 읽어봐도 좋겠다. 한국과 일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근대사의 성패 요인을 알 수 있다. 일본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그 이후의 행보를 통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됐는지 핵심만 짚어 이야기해 주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박훈 교수님과 여러 석학분들 덕분에 2022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본사 대중강연 시리즈가 열렸다. 이걸 책으로 엮어 곧 출판될 예정이라니 지피知彼자세의 연장선에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리더로 발돋음하는 시점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더 잘 알기 위해 근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일본 이란 나라를 제대로 알아가면 좋겠다.






#문장수집

#일본


일본의 종족은 작은 범위에 분포하는 반면, 조선의 종족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김해 김씨는 김해에만 있지 않고, 밀양 박씨는 밀양보다 다른 곳에 더 많다. P.23




한편 무예로 전투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젊은 사무라이들은 학문과 학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사무라이 간의 학적 네트워크가 결국 정치화되어 메이지유신의 촉매제가 되었다. P. 32




일본 사회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정치의 '야쿠'를 담당하는 엘리트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일본 시민들은 자기 '야쿠'만 수행할 뿐 이에 간섭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 P. 48




그러나 19세기 들어 조선,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 사정이 악화된 데 비해 일본은 급속한 성장은 멈췄지만 안정세는 유지해나갔다. P. 65




독자들에게 생소할 에노모토 이야기를 길게 소개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일본을 강하게 만든 힘 중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85




일본이 근대적 국제 질서에 편입되어오면서 취한 조선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19세기 초중반까지 나타난 태도로 '조선 언급하지 않기'다. (중략) 근대에 와서는 반대로 소국 조선, 후진국 조선을 열심히 언급함으로써 일본의 높은 국제 서열을 입증받으려 했다. P. 180




천황은 역사상 오랫동안 권력은 없고 권위만 있었다. P. 221






#한국


이걸 공부하고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최신, 최고의 서양 이론이나 모델로 도무지 해명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이런 특질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P. 24




앞에서 나는 한국을 중앙(서울)으로 휘몰아쳐 올라가는 소용돌이 사회라고 말했다. 그 속에서 개인들이 분투하며 휘날리고 있다. 사태 판단은 신속하게 스스로가 해야 하며, 누군가 도움의 손길도 마땅치 않다. 확실히 한국의 개인들은 일본의 개인들보다 풍파로 단련된 '자립적 주체'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살아남기 위하여. P. 37




한반도의 '가혹한 운명'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국 대륙의 한족과 북방 유목 민족이라는 '진짜(?)' 양대 세력의 각축 때문이었다. P. 52




한국사가 위대한 것은 광대토왕이 있어서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도 아니고, 바로 이 지정학적 지옥 속에서 악전고투해 살아남은 점에 있다. P. 53




오로지 차가움과 노회함만이 지옥을 돌려세울 수 있다. P. 54




한반도 세력은 7세기 말 고구려(도 한반도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면)가 당의 지배 체제에 반항했다가 멸망당하고 나서는 오늘날까지 지역 질서의 패자에게 노골적으로 도전한 적이 없었다. P. 57




정말 통일신라, 고려, 조선 왕국은 후진국이고 별 볼일 없는 나라였나? 예를 들어 18세기 조선은 인구 1300만 명 정도가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아니었다. 주자학을 비롯한 지적 수준은 잘 알려진 대로 대단했다. 당시를 지금처럼 국가 랭킹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조선이 'G20'과 한참 거리가 멀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P. 97




세종은 (중략) 세계를 중심으로 재빨리 알아채고 그를 따라잡고자 총력을 다하고 그것을 마침내 조선 땅에 실현시켰기에 위대한 인물이다. 그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중략) 열린 마음으로 세계 수준의 문명을 이 땅에 건설하고자 했던 그 불타는 야망이다. P. 103




세계 대세에 대한 예민한 인식과 그에 올라탄 화려한 외교술이야말로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P. 115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 참가한 젊은 활동가들은 한국사에서 처음 출연한 근대인들이었다. P. 122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왔던 조선 식민지화의 특성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장기간에 걸쳐 역사를 공유하고 교류를 해온, 같은 문화권의 이웃 나라를 식민지화했다는 점이다. 둘째, 조선은 세계 주용 국가 중 가장 늦게 식민지가 된 경우다. 셋째, 비교사적으로 식민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P.126




이런 상태에서 일본이 패전국이 되고 조선은 갑자기 독립했으니,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한국전쟁의 책임을 일본에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중략) 식민지 문제는 한국이 앞장서서 그 세계사적 의미와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경험을 냉정하게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P. 127




수많은 침략과 간섭을 겪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았다는 것,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문명사회를 꾸준히 유지해왔다는 것, 여기서 한국사의 매력과 비밀, 그리고 한국인의 힘이 숨어 있다. 나는 그것을 임기응변과 면종복배라는 다소 과격한 말로 표현한 것이다. P. 129




정말 극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부와 식견이 좀 더 높아져야 한다. P. 147




이승만은 이 책(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 Japan Inside Out )에서 (중략) 상시의 일본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평화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그가 '반일'을 통해 추구하려 했던 것은 자유와 민주였다. (중략) '무엇을 하려고 하는 반일인가?'가 중요하다. P. 152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중략)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 P.156




침략에 대한 일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다가 스스로를 무능력자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민족적 자긍심이 아니라 패배주의와 콤플렉스다. P. 171




세계적인 걸을 향한 강렬한 지향, 이것이야말로 한국, 한국인의 최대 장점이기 때문이다. P. 208




이 강대국들 사이에 있는 한국사는 이 지역 전체의 역사를 시야에 넣지 않고서는 제대로 설명해 내기 어렵다. '역사의 국제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P. 224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보다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보다는 식민주의라는 괴물에 대한 공동의 투쟁을 촉구하는 것이 훨씬 좋은 전략일 것이다. P. 229




국제법도 전쟁에 대해서는 여러 말을 하고 있지만 식민지 문제에는 과묵하다. 국제법을 주도하는 열강이 식민지 문제의 공범이기 때문이다. (중략) 국제 무대에서는 한국이 유리한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P. 238




(김대중은) 협상 아젠다의 우선순위를 조절하면서, 우리 민족의 도덕적 우월성을 유지하면서, 일본을 압박했고 존경을 이끌어냈다. P. 251




'재팬 패싱'은 통쾌하기는 한데 우리 국익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중략) 끝내 존경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무시하지 않는 자세, 그게 대일 자세의 입각점이라고 나는 믿는다. P. 253




위대한 선조들은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충고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 함께 손잡고 자유, 민주, 평화의 세계로 나아가자고 타이른다. P. 258




우리 국민은 불편한 진실이더라도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중략) 자기 글씨를 부끄럽다고, 불편하다고 가린 채로 보물로 지정하고 세상에 유통시키는 후손들을 안중근은 어떻게 생각할까. P. 283





#세계


문명 교류는 흐르는 것이다. 거기에는 국경도 민족도 없다. 오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뿐이다. P.164




역사는 과거의 현실에 맞닥뜨려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며, 그걸 대하는 우리의 역사 인식은 현재와 미래의 현실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 P. 169




미국과 중국이 문제로 삼는 것은 일본의 전쟁 행위이지 식민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P. 239






어크로스 A.B.C 시즌 5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위험한일본책 #박훈 #어크로스 #박훈교수 #일본사교수 #서울대박훈교수 #전환시대의일본론 #일본사 #일본사책추천 #일본제대로알기 #사회학책추천 #사회과학책추천 #사회정치책추천 #정치외교책추천 #책추천 #어크로스서포터즈 #어크로스ABC시즌5 #ABC시즌5



일본의 종족은 작은 범위에 분포하는 반면, 조선의 종족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김해 김씨는 김해에만 있지 않고, 밀양 박씨는 밀양보다 다른 곳에 더 많다. P.23 - P23

한편 무예로 전투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젊은 사무라이들은 학문과 학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사무라이 간의 학적 네트워크가 결국 정치화되어 메이지유신의 촉매제가 되었다. P. 32 - P32

일본 사회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정치의 ‘야쿠‘를 담당하는 엘리트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일본 시민들은 자기 ‘야쿠‘만 수행할 뿐 이에 간섭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 P. 48 - P48

그러나 19세기 들어 조선,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 사정이 악화된 데 비해 일본은 급속한 성장은 멈췄지만 안정세는 유지해나갔다. P. 65 - P65

독자들에게 생소할 에노모토 이야기를 길게 소개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일본을 강하게 만든 힘 중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85 - P85

일본이 근대적 국제 질서에 편입되어오면서 취한 조선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19세기 초중반까지 나타난 태도로 ‘조선 언급하지 않기‘다. (중략) 근대에 와서는 반대로 소국 조선, 후진국 조선을 열심히 언급함으로써 일본의 높은 국제 서열을 입증받으려 했다. P. 180 - P180

천황은 역사상 오랫동안 권력은 없고 권위만 있었다. P. 221 - P221

이걸 공부하고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최신, 최고의 서양 이론이나 모델로 도무지 해명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이런 특질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P. 24

- P24

앞에서 나는 한국을 중앙(서울)으로 휘몰아쳐 올라가는 소용돌이 사회라고 말했다. 그 속에서 개인들이 분투하며 휘날리고 있다. 사태 판단은 신속하게 스스로가 해야 하며, 누군가 도움의 손길도 마땅치 않다. 확실히 한국의 개인들은 일본의 개인들보다 풍파로 단련된 ‘자립적 주체‘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살아남기 위하여. P. 37

- P37

한반도의 ‘가혹한 운명‘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국 대륙의 한족과 북방 유목 민족이라는 ‘진짜(?)‘ 양대 세력의 각축 때문이었다. P. 52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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