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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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추억의 게임은 무엇인가요?

오락실에서 동전을 쌓아 놓고 한 게임이든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온라인 게임이든 기억 남는 게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한때 RPG (Role Playing Game 게임 속에서 한 가지 역을 맡아 모험을 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임)에 빠져서 모든 여가 시간을 쏟아부은 적이 있다. 현실과는 달리 게임에서는 시간과 성장이 정비례하는 것 같았다. 게임 속 모든 게 신기하지만 했고 난 시간만 있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을 마성의 매력으로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게임 디자이너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 바로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다. <섬에 있는 서점>, <비바 제인>에 이어 세 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개브리얼 제빈의 작품이다. 영미권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영화화가 확정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한국계 미국인인 주인공 샘이다. 미국인 작가의 소설 주인공이 한국계라니, 대한민국의 영향력이 실감됐다. 게임 디자이너가 주인공인 소설인 만큼 게임 제작에 관련된 전문적인 정보가 소설 전반에 아주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유명한 게임은 몽땅 나오는 거 같다. 게임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흥미롭고, 미묘하고 복잡한 사랑과 우정 이야기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술로 스무 고개하듯이 등장인물의 배경을 알아가게 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야기는 각자의 시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내면의 생각을 더욱더 사실감 있고 진실성을 준다. 일본과 관련된 내용도 많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게 책의 표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파도>란 작품이다. 국내 번역판에는 그 특징을 좀 옅게 만들긴 했지만 소설 내용상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또 80-90년대 일본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고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도 없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이야기 전개가 있기 마련인데, 계속해서 예상을 뒤엎는다. 기대 없는 곳에서 일이 벌어지고, 희망이 보이는 곳에서 좌절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꿈꾸는 미래는 코앞에 있는듯하다가도 더 멀어진다. 독자로서 어느 시점에는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소설에서조차 현실 같은 복잡함이라니. 그러다 발견한 것은 어느 순간 이러한 복잡함을 인정하는 나 자신이었다.






불완전한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란.

주인공은 각자의 단점이 있다. 처음에는 세계 제일의 대학교에 다니는 유능한 천재로 보이지만, 각자만이 가진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인정하지 않고 싶어 하는 그 부분들이 결국엔 사건을 만든다. 샘이 자신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인정하고 세이디에게 말했을 때, 세이디가 자기 학대를 멈추고 스스로를 위하고 온전히 내면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한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과거를 돌릴 수만 있다면 하는 헛된 생각도 하면서 살아내는 그 모습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다.






삶은 선형이 아니니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어딘가 모를 불편함과 좌절감을 주지만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의 매력이다. 우리의 삶은 선형이 아니고, 어딘가 불편하고. 어딘가 이상한 오묘하고 뒤죽박죽인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인공들도 게임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단순한 그 게임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으니. 그리고 내가 만든 세계에서 다른 사람도 쉼을 얻길 바라는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작가도 자신이 만든 소설의 세계에서 독자가 복잡한 삶을 뒤로하고 의외로 단순한 삶을 경험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영화로 상영될 날이 기대된다. 누가 주인공을 맡을지, 어떤 장면으로 어떻게 연출할지 무척 궁금하다.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을 지닌 '내일x3'을 만나길 바라며!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에서 흥미로운 설정


1.개브리얼 제빈의 어머니가 한국계 미국이다.

2.개브리얼의 어머니가 미국으로 이민 온 나이는 소설에서 샘이 애나와 뉴욕으로 이사 갔을 때의 나이와 같다. 9살

3.개브리얼의 아버지는 유대인인다.

4.개브리얼은 하버드 대학 출신이다.

5.하버드에 다닐 때 현재 남편을 만났다.

6.개브리얼은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문장수집



마음에도 없는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인간의 두뇌가 실로 훌륭하게 코딩됐다는 증거는 '아 어쩌라고'의 뜻으로 '죄송합니다'를 발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샘은 생각했다. P. 15




샘은 세이디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시간 여행이 이런 거로군. 누군가를 쳐다보는데 현재의 그 사람과 과거의 그 사람이 동시에 보인다. P. 21




샘은 원래 그런 식이었다. 미래를 미리 걸어서 시시때때로 고통스러운 현재를 인내하는 법을 익혔다. P. 110




"아냐, 내 동기는 아주 단순해. 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P. 119




생채기 하나 없는 내일이 끝없이 이어지는 생애, 각종 실수와 살아온 날의 흉터로부터 자유로운 이치고의 삶을 원했다. P. 194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았다. 일하는 게 좋았다. 자신이 일을 잘한다는 게 좋았고, 그걸로 돈도 잘 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질서정연한 것들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중략) 홀로 있기와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기와 창의적으로 머리 쓰기를 좋아했다. 편안한 게 좋았다. P. 225




그런 불확실성을 차단하려 애쓰긴 하겠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상존한다. 우린 모두 기껏 생의 반쪽만 살고 있는 것이야, 세이디는 생각했다. P. 231




동정심만으로 뭔가에 수백 시간을 쓰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샘. P. 264




세이디는 또다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일은 자기가 훨씬 많이 하는데 공은 똑같이 나눠 가지다니. 그러나 그것이 게임을 위해서도 샘을 위해서도 합리적이었으므로, 세이디는 그 제안에 동의했다. P. 296




실패를 온몸에 뒤집어쓴 느낌이었고, 그게 딴사람들 눈에 보이고 냄새가 날 거라고 확신했다. 실패의 재를 뒤집어쓴 것과 같았다. 다만 실패는 피부만 덮지 않는다. 그것은 콧속에, 입안에, 폐 속에, 세포 속에 들어가 세이디의 일부가 되었다. 앞으로 영원히 제거할 수 없을 것이다. P. 329




다시 시도해. 그리고 더 멋지게 실패해. P. 354




왜냐하면 샘은 세이디를 사랑하니까. 그것은 샘이 자신의 변함없는 상수라고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울 때는 세이디 옆에 있을 때였고, 나란히 게임을 하거나 게임을 만들 때였다. P. 388




전 애인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은 그들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며, 관계의 한 시기가 마무리되고 다른 형태로 넘어갈 수 있는 때를 아는 것이다. 사랑은 상수인 동시에 변수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P. 483




"우리 시안을 쭉 읽어봤다고, 아주 흥미로웠다고 했어요. 아, 그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확실히 기억나네. '자, 너희 생각은 어떤지 얘기해 줘." P. 527




"하지만 넌 회사로 복귀했잖아." 샘이 말했다. 앤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하는 것보다 좋은 게 뭐 있나요?" 앤트는 한 박자 쉬었다가 덧붙였다. "나쁜 건 또 뭐 있나요?" P. 531




"아뇨, 이 작품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아직 모르겠어서요.' 샘이 말했다. '두 분이 이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P. 535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P. 540




"'프로그래머가'가 뭐예요?" 에밀리가 물었다. "맺을 수 있는 결말을 점치는 점쟁이이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는 자예요." P. 563




"그럼, 뭐랄까, 내 회사를 차리면 해결된다,인가요?" "맞아. 그리고 남자들을 고용해서 네가 원하는 걸 시키면 되지." 세이디가 말했다. P. 603




그러나 이젠 그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로 보였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P. 615




어쩌면 모든 인가의 내면에 자리한 영구히 간난 상태 그대로의 다정한 부분은,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람을 절망에서 구원하는 것은,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일지도 몰랐다. P. 620




정말이지 걔넨 우리랑 달라도 너무 달라. 걔네들 기준은 더 높아.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요만큼도 용납하지 않아. 내가 그럭저럭 봐주고 살았던 것들까지. 하도 그러니까 애들이, 뭐랄까, 좀 딱딱하고 유머가 안 통해. 세대 차이 강조하는 사람들을 엄청 싫어한 주제에 지금 내가 여기서 그러고 있네. P. 630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일 못지않게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P. 642 l 참고자료 및 감사의 말








문학동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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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P.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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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든 인가의 내면에 자리한 영구히 간난 상태 그대로의 다정한 부분은,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람을 절망에서 구원하는 것은,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일지도 몰랐다. P. 620 - P620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일 못지않게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P. 642 l 참고자료 및 감사의 말 - P642

"그럼, 뭐랄까, 내 회사를 차리면 해결된다,인가요?" "맞아. 그리고 남자들을 고용해서 네가 원하는 걸 시키면 되지." 세이디가 말했다. P. 603 - P603

세이디는 또다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일은 자기가 훨씬 많이 하는데 공은 똑같이 나눠 가지다니. 그러나 그것이 게임을 위해서도 샘을 위해서도 합리적이었으므로, 세이디는 그 제안에 동의했다. P. 296 - P296

"아냐, 내 동기는 아주 단순해. 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P. 119 - P119

마음에도 없는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인간의 두뇌가 실로 훌륭하게 코딩됐다는 증거는 ‘아 어쩌라고‘의 뜻으로 ‘죄송합니다‘를 발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샘은 생각했다. P. 15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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