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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행복해? - 즐기는 공부로 삶이 바뀐 세 아빠의 이야기
윤석윤.윤영선.최병일 지음, 한기호 대담 / 어른의시간 / 2016년 12월
평점 :
세 명의 아빠가 전하는 행복의 필요조건
<아빠, 행복해?>(윤석윤, 윤영선, 최병일, 어른의 시간, 2016)
‘불안’은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걱정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 렇듯 불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는, 현대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매우 밀접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 중 유난히 더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소위 ‘아빠’라는 사회적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아빠들은 경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애벌레 탑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에 한가롭게 다른 생각 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삶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고 하는 세 명의 아빠가 나타났다. 이들은 <아빠, 행복해?>(어른의 시간, 2016)를 공저한 윤석윤, 윤영선, 최병일 저자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책은 ‘즐기는 공부로 삶이 바뀐 세 아빠’(부제)의 이야기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연구기관에서 32년 동안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정년퇴직한 ‘정퇴’자 윤영선, 외환위기 직후 조기퇴직을 한 ‘조퇴’자 최병일, 회사의 부도로 인해 졸지에 퇴직한 ‘졸퇴’자 윤석윤 저자. 세 아빠의인생 후반전 이야기를 출판평론가 한기호 소장의 사회로 진솔하게 들려주는 좌담형식이다. 이들은 독서, 토론, 글쓰기를 통해 ‘아빠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인사이트 10’을 제시한다. 문학, 철학서, 영화토론,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어떻게 만나고 토론해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터득한 방법들부터 책 쓰고 강연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까지 총체적으로 들려준다.
아빠들은 인간관계를 맺는 법에서 서툴기 때문에 외롭다고 한다. 회사나 업무에 연관된 관계를 유지하느라 개인적인 관계망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부메랑이 되어 아빠들에게 돌아온다. 이에 공저자들은 책을 읽으며 고민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족, 이웃, 친구들과 소통하라고 한다. 그저 이론적으로 노하우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공저자들이 경험하고 실천한 행동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족이 함께 온라인으로 독서토론을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 내가 진행을 하고 아이들은 SNS 대화방에 실시간으로 의견을 올립니다. 용인, 부평, 천안, 베이징이라는 공간을 초월해 연결합니다. 책이나 가족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 성장해서 부모의 품을 떠난 자녀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p.37) 또한 이들은 도서관 독서 모임, 지인의 글쓰기 등에 조언하면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 토론, 글쓰기 강의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서로의 성장에까지 도움을 주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라고 덧붙인다.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노인 문제가 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독서, 토론, 글쓰기를 통해 퇴직 이후에도 사회와 연결고리를 찾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공저자들은 40~50대의 명예퇴직자, 50~60대의 은퇴자들에게 '독서를 통한 삶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아빠가 행복해지려면 ‘공부’하라고 한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글 쓰는 행위야 말로 아빠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공저자들도 여느 평범한 퇴직자에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더 힘든 삶의 여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몇 권의 공저를 한 저자가 됐고 자신들이 기꺼이 즐겁게 일하는 강사가 됐다. 무엇보다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이들은 일선에서 물러나 뒷방 늙은이 신세에 처해져 있는 아빠들이 한둘이 아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할 때 공저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가정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는 이들의 자발적인 공부 덕분이었다. “매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즐겁고 행복합니다. 공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글을 쓰니 즐겁고 행복해요."(p.50) 독서와 토론, 글쓰기가 눈부신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독서에만 한정짓지는 않는다. 걷기든 여행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모임을 갖거나 취미를 가지라고 한다. 자신만의 놀잇감으로 퇴직 후 행복과 성장의 기쁨을 맛 볼 것을 조언한다.
책은 좌담형식의 구어체로 구성되어 한 번에 쭉 읽히는 마력이 있다.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토론의 공론 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저자들의 진솔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는 노하우는 생생함과 동시에 가슴 뭉클한 날것의 감동이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책을 펴고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교정오류가 있다. 뒤로 가면서 두어군데 더 볼 수 있는 부분은 크게 아쉽다. 좌담 형식이다 보니 몇 군데 반복되는 느낌도 있다. 그럼에도 불안한 삶에 오들거리고 있다면 <아빠, 행복해?>를 권한다. 꼭 아빠가 아니어도 좋다. 삶이 불안한 이들,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가장이라면, 먼저 길을 나선 세 명의 저자로부터 행복을 찾아가는 안내를 받아보는 건 어떨지. 공저자의 삶에서 조언을 얻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