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반달 그림책
지우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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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다보면 되돌아오지 못할 길을 한 발 내딛어야 할 때가 있다.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충실히, 치열하게 부딪치며 부대끼며 살다보니 여기 서게 되었어요. 하는 일도 있지만...

정말 여길 가며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 첫 발이 너무 힘들어서, 겁이 나서 미적거리게 되는 순간들.


<나는 한때> 

지우 글,그림/ 반달 




어쩌면 이 책을 받고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도.

겉싸개의 일부를 뜯어내면 저 사랑스런 핑크 속살을 드러냄을 알면서도 행여나 뜯다가 찢어질까봐, 겁이 나서 미적미적.

이런 맘 자체도 지극히 나답다 싶다가도 이런 미적거림도 망설임도 이 책을 온전히 읽어가는 과정이다 싶다.



그런데 막상 뜯고보니 제일 망설여지는 순간은 시작할 때 눈 질끈 감는 순간이 아니라...

마지막 톡!! 뜯어내는 분리의 순간.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아는...

온전히 내 책임이 되는 순간.


돌아보지마, 겁내지마.

한때의 나로 기억하면 돼.

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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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빠진 황제 그림책봄 14
질 바움 지음, 세바스티앙 슈브레 그림, 바람숲아이 옮김 / 봄개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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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빠진 황제>

질 바움 글/ 세바스티앙 슈브레 그림/ 봄개울

책 제목을 먼저 듣고는 얼마나 웃기기에 배꼽이 빠졌을려나, 굉장히 재미난 책인가보다 했다가,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는 쎄해졌답니다.

이거...거의 핸드폰과 내 이야기인걸 하고 말이지요.

하루하루 잠깐 하고 들여다본 인스타 세상, 유튜브에 순삭되는 시간들, 그리고 그 사이 뒤로 밀려가는 일상들.

어떻게 하면 더 폼나게 찍어볼까 고심하고 골라 올리는 SNS 사진들과 함께 말이지요.


크고 힘센 나라의 황제는 이웃 나라에게 받는 선물들로 창고가 넘칠 지경이었어요. 그러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나라 왕에게 받은 카메라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뀝니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에 푸욱 빠져버린 왕.

왕은 찍고 또 찍고, 자기 모습을 찍는 데만 빠져 있었지요.


급기야 모든 보물들을 치우고 자신의 모습을 담은 커다란 사진퍼즐 초상화로 벽을 장식합니다.

마지막 한 컷!! 배꼽 사진만 찍으면 완성인데 황제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셀카와 인증샷에 빠져 흘러보내는 시간, 누군가에게 자기를 더 멋지게 보이고파서 자기를 포장하고 자신도 속이고 남들도 속이는 시간들.

왕의 모습에서 저절로 현재의 제 모습과 대비가 됩니다.


그런데 마지막 퍼즐 조각은 왜 하필 배꼽일까?

인간에게 배꼽은 자신의 기원을 알려주는 중요한 흔적이지요.

그래서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세상에 연결된 또다른 존재들을 생각하게 하는, 나를 세우는 중심이지요.

그래서 배꼽을 잃어버린 초상화는 결국 와르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사진 찍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현실 세계와 SNS 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 아이들과도 재미나게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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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조원희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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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에 차서 받은 조원희 작가님의 신작.
한 장 한 장 넘겨보다가...맘이 뭉클해진다.

책장을 넘기면 만나게 되는 면지.
아이가 이사를 하나보다.
그렇게 만나는 아이의 집.
마치 우리 집에 초대합니다...라는 느낌으로 열린 현관문에 빼꼼 내민 아이의 얼굴.
그 만족스런 미소.
30년의 세월을 넘어 나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밑도 끝도 없이 과거의 기억이 휘몰아친다.
건축학과를 지망하던 나의 고3생활.
그해..대학입학시험은 수학이 엄청나게 난이도가 높았고...여기저기 말그대로 곡소리가 났었다.
그런데 수포자였던 나는 뭐...어려워도 그게 그거.
운좋게도 국어와 영어가 대박이 났었고, 고3 성적 중 최고를 찍으며 대입 면접을 보러 갔다.
교수님께서 물으셨다.
이 성적이면 의대도 충분히 가는데 왜 건축과를 왔냐고.

저는 건축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았습니다. 몇년 전 저희 집을 지었는데 청사진 속의 그림이 실물로 지어지는게 마치 마법같았습니다. 그 속에서 살면서 그 전과는 다르게 제 삶이 변했습니다. 저 역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 때 교수님 얼굴에 어리던 미소를 아직도 기억한다.

사춘기 시절.
우리집을 지었다.
언덕위 달동네 작은집이었지만...그 집엔 한밤중 멀리 마당을 가로질러 가지 않아도 되는 집안에 화장실이 있었고 내 몸을 맘껏 씻을 수 있는 샤워공간이 있고,
사춘기 아이에게 문을 닫을 수 있는 방 한 칸을 허락했다.
여름이면 온 식구가 채소를 뜯어 고기파티를 하고 평상에 누워 별을 볼 수 있는 옥상을 선물했다.
그 무엇보다...그 작은 땅안에 이리저리 칸을 나누어 공간을 만들고 그 파란 청사진의 그림이 내 눈앞에 실물로 실현되는 것이 마치 마법 같았다.

조원희 작가의 <우리집> 책장을 넘기면
아이가 이사온 집과 과거의 풍경을 비교, 서술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나를 만난다.

그런데...
30년 후의 풍경은 이렇다.
아이들에게 다같은 아파트 동네 아이임에도...
한 단지 내에서도 꼬리표가 붙는다.

"엄마, 임대가 뭐야?"

어린이가 과연 임대가 무엇인지..
설령 그 단어의 사전적 뜻을 알게 될지언정...
경제적 재산가치 차이며 그 안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시선은 어떻게 생겨나고 배어든 걸까.
두 아이 사이의 장벽은 과연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과 행동과 시선...
이 모든것을 알게 모르게 흡수한다.

"임대에 사는 건 부끄러운 거야?"
"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아이들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들고 귀가하는 아빠.
그리고 온 식구가 모여 함께하는 식탁.
이게 집이지.

이렇게 켜켜히 삶의 이야기가 담기고
공간 하나하나마다 기억이 쌓이고
온기가 돌아야 집이지.

집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부동산 광풍에 집이 말그대로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서, 삶의 계급을 결정해버리는 느낌이랄까...
씁쓸해지지만...
그러한 사람들의 삶이 모여사는 곳.
각자의 <우리집>이,
각자의 삶이 함께하는 곳.

이러한 이야기가, 삶의 풍경이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 스며들길 바란다.

<우리집>

조원희 작가의 책을 보며 봄소식을 알리는 노란 개나리같은 희망을 본다.
그간 조원희작가의 책도 그림도 이야기도 참 좋았지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번 <우리집> 책은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사랑이 더 진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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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브루너 일러스트레이터 2
브루스 잉먼 외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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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에 쏘옥 와닿는 그림책 작가론 책을 만났어요. 작가의 삶 이야기도, 작품 이야기도, 책의 만듦새도 모두 모두 한 눈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입니다. 황유진 작가님의 번역도 좋아요.



이번 북극곰 출판사의 <딕 브루너> 책은 그동안 제가 가져왔던 미피 시리즈에 대한 시각을 더 넓히고 딕 브루너라는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태어나보니 네델란드 안정된 출판사 가문의 장자.


앗 금수저 인생 이럴 수도 있지만,


딕 브루너는 누구나 당연시 하던 장자로서 출판가 가업을 잇는 것을 거부하고 런던 파리 연수를 통해  현대예술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운명의 갈림길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지요.


1950년대 초반,딕 브루너는 마티스의 로사리오 성당을 만나며 예술가로서 생의 한 방을...그리고 이웃집 소녀 이레네를 만나면서 인생의 길을 다시  결정하게 되지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항로가 결정되는 군요.



가업인 출판사의 책 표지 디자인을 하며..


그는 마티스에게서 받은 강렬한 예술혼,


프랑스 포스터 디자이너 카상드르에게 배운 한 눈에 읽혀야하는 호소력.


그리고 자신만의 생각 "인간적이어야한다. 친숙해야 한다." 라는 인간미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작품에 담긴 것은 '일상의 행복' 이었지요.




어린 시절 정원에서 함께 놀았던 흰 토끼, 


그리고 큰 아들 시리크와 함께 떠난 바닷가 모래언덕에 뛰어 놀던 작은  토끼.


미피의 원래 이름이 네델란드어로 왜  '네인티여' (작은 토끼)였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렇게 딕 브루너는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만의 그림체를, 그만의 표현방식을, 그만의 색 '브루너 색채' 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요.


날선 원색이 아닌, 미피의 색감은 사실...깊고 그윽한 그만의 느낌이 있지요.




그의 인생에서 만나는 '행복한 우연의 순간'


<딕 브루너> 책에서 유독 눈길이 머무르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1997년 작 <미술관에 간 미피>의 한 페이지와 작가 딕 브루너의 미소가 실린 페이지인데...


<미술관에 간 미피>의 마지막 페이지 내용이 딕 브루너의 마음을 대신하는 거 같아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사랑을 표현하고 전할 줄 알았던 한 남자.


인생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예술을 사랑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간직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사람.


그리고 날마다 어제보다 더 나아지길 원하고 치열하게 노력했던 예술가.


그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담은 <딕 브루너>를 통해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2021년 올해는 귀여운 작은 토끼 미피의 탄생 66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피가 일상의 행복을 전달하는 배달부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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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작은 곰자리 49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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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5일 미국 YMA(ALA YOUTH MEDIA AWARD) 발표가 있었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뉴베리상, 칼데콧 상등 수상작이 발표되는 행사랍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2021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어요.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슈나이더 가족상)은 도서관 점자책 도움을 받아 고등교육을 이수받을 수 있었던 캐서린 슈나이더 박사를 기념하기 위한,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장애 경험에 대해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에 수여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시인 조던 스콧의 언어 유창성 장애(말더듬이) 경험을 담은 글을 시드니 스미스가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한 이 책을 보면서 그 무엇보다 슈나이더 가족상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던은 아침마다 자신을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어납니다. 하지만 그 조던은 그저 웅얼거릴 수 밖에 없지요. 조던의 눈동자에 비친 소나무의 풍경. 이 그림을 보며 맘이 먹먹해집니다. 단순한 시적인 묘사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게 조던의 반복된 일과가 아닐가 싶어서요. 날마다 일어나 자신에게 익숙한 단어들을 소리내어 발음해보는 것.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하는 유창성 훈련일지도 몰라요. 잘되는 날도 있겠지만 날마다 무너지고 작아지고 맘이 굳어져갑니다. 



학교에서의 중요한 일과들. 선생님들의 질문. 교실의 풍경은 아득해지고 선생님도 아이들의 얼굴도 모두 일그러져 뭉뜽그려집니다. 공포와 혼란, 당혹감, 어쩌면 차오르는 눈물 때문일지도 몰라요. 



조던의 입은 꼼짝도 하지않고 표정은 겁에 질려갑니다. 말하고 싶지만, 그 누구보다고 잘하고 싶지만... 언제나 같은 결과지요. 


유치원과 학교에는 중요시간으로 발표시간이 있어요. 때로는 "SHOW & TELL"이라 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물건들을 가져와서 발표하는 시간들이 있지요. 그 시간을 기대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조던에게는 그 시간이 자신이 벌거벗겨지는, 시험받는 시간 같았을거에요. 

난독증을 가진 패트리샤 폴라코 작가님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친구들 앞에 서서 책읽는 시간을 마치 공개처형대에 서는 순간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지고 무능함에 창피해서 그 순간 세상에서 내가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날들. 


이 아이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요. 날마다...따가운 시선의 화살대 앞에 서있는 듯한 아이에게 , 그걸 지켜보는 부모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책장을 넘겨가며 안도의 한숨을 절로 쉬게됩니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그저 강가를 산책하지요. 아이 맘 속에는 일렁이는 폭풍이 멈추지 않아요. 



아버지는 강물을 가리키며 말씀하시지요.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이 아버지의 말을 읽으며 절로 울컥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조던의 장애가 안쓰럽고 속이 상하면서 내 아이가 그런 어려움을 겪는다면, 날마다 매 순간 아이의 맘이 무너지는 순간을 본다면 나는 부모로서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떤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싶거든요.


어쩌면 아버지도 날마다 강가 산책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가에 하염없이 앉아 물결을 바라봤을 수도, 견딜 수 없는 무력감에 돌을 던졌을 수도... 어려움을 겪는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담담한 한 마디와 곁에 있어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강은 온전히 아들의 눈에, 맘에 들어오지요. 강물은 구비 구비 흐르고 꺽이고 부딪치고 패이고... 그렇게 강물도 더듬거릴 때가 있지요. 조던처럼요. 하지만 계속 흐릅니다. 멈추지 않지요. 



조던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렇게 강물은 흘러흘러 결국은 바다로 간다고요. 



시드니 스미스 작가님의 그림은 그냥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맘을 두드립니다. 책 한 권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에요. 언어유창성 장애를 가진 조던의 이야기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위축되고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가는, 나를 표현하는 말과 글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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