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웅진 세계그림책 257
앤서니 브라운 지음,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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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작가가 이번에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표지 가득 다양한 피부색과 모습의 할아버지 초상화가 그득합니다.


책의 이야기 구조는 너무나 단순해요.

세상 모든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 고백이라고나 할까요.


책장을 열자마자 한 아이가 이렇게 다부지게 물어봅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대답과 할아버지의 모습이 1대 1대칭을 이루며 펼쳐지는데요.

음 넘 단순한 구조와 이야기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어디선가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에서 찾을 수 있는 숨겨진 잔재미가 피어오르는 것 느껴지시나요?

늘 활짝 웃으며 아이를 반겨주시는 이 할아버지.



그림책 [우리 엄마] 면지를 한번 펼쳐볼까요?

아마도 이 티셔츠 디자이너 분은 패턴 디자인을 여기서 가져오셨나봅니다.


베레모를 쓰고 예술가 분위기를 한껏 뽐내고 있는 꼬마 아가씨.

푸른 배경에 역시나 푸른 색 재킷을 입으신 이 할아버지는 손녀를 향해 귀를 쫑긋하고 계십니다.

손녀의 말을 언제나 잘 들어주어서 뭐든지 다 털어놓게 만드신다는 이 할아버지.

웬지 뒷배경 형태나 분위기도 그렇고 왼손의 자세도 혹시 누군가가 떠올리지 않으시나요?


의사 가셰의 초상(1890년, 빈센트 반 고흐 작품, 56x67cm)

의사 가셰는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힘들어했던 고흐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고흐는 의사 가셰를 두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 닮은 형제와 같은 완벽한 우정을 발견했다."라고 동생에게 편지를 쓸 정도였다지요.

명화를 패러디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기,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특기이기도 하지요.


이런 식으로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살짝 살짝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이스터에그를 가져다놓았답니다. 꼬리물기로 함께 꺼내 읽어보아도 재미있을 듯 싶어요.


책 속에 이렇게 퍼즐판처럼 세상의 여러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보입니다.

저기 왼편 아래 화가 반 고흐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요.

르네 마르그리트의 까만 중절모의 사나이 모습도 보이네요.

두 화가 작품들이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속에 명화 패러디 되어 종종 등장하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더 반가운 것은 저 체크무늬 잠옷 가운을 입을 할아버지의 모습이에요.

체크무늬 옷을 입은 분. 누구일까요?

앤서니 브라운은 그의 많은 작품 속엔 일찍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동시에 그에겐 영웅이었던 아버지가 너무나 허망하게, 너무나 일찍 돌아가셨기에 미움과 원망의 존재이기도 했다지요.)을 펼쳐놓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앤서니 브라운 작가도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가 되었네요.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서 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가 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렇게 아들은 자라 아버지가 되고...

또 할아버지가 되어 사랑은 흘러 전해지는군요.

이렇게 책 한 권 속에 그의 그림책 작업들이 빼곡히 담겨있어요.

이 세상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그림책이기도 하지만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회고록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제 78세 할아버지 작가가 된 앤서니 브라운.

여전히 그의 세계는 창작의 불꽃이 타고 있네요.

작가가 전하는 가족 이야기가 오래도록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하는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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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너를 위한 책이야 스콜라 창작 그림책 75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 지음,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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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사실 이 여자아이 캐릭터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풍성한 머리칼에 저 손동작에 무심한 말투까지.

이 애는 어떤 아이이지?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고 할까요?


어허...어디선가 많이 많이 익숙한 아이 모습이 보입니다.

뭐..딱히 아이 모습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네요. 제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방학하는 날.

교실에선 동상이몽의 현장이 펼쳐집니다.

방학이라 책을 안읽어서 좋다는 아이 vs '한 권읽기 숙제를 잊지마' 라는 선생님의 동상이몽


충격으로 멍~~해지는 표정 보이시나요?

얼마나 책읽기가 싫으면...^^


어떤 책을 읽어야할 지 모르겠다는 아이와 도서관으로 향한 엄마.

그런데...두 사람 눈앞에 거대한 책의 장벽이...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막막하기만 할 뿐이지요.


그럴 땐 지인 추천!!이 최고이지요.

평상시 나를 잘 알기도 하고, 서로 같은 책을 읽으며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요.

이 부분은 사실 원작에서는 꼭 엄마라고는 관계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요.

출판사 측이 밝히기를 한국 사정에 맞게 엄마와 딸로 설정하여 번역했다고 합니다.

전 언니라고 해도 좋을 거 같아요. 바로 그 나이를 지나온 언니가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추천해주면 더 귀가 솔깃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어렵고 등이 쑤셔도 추천해준 성의를 봐서 일단 읽어보아야지요.


이게 무슨 일?

무채색 일색이던 아이의 세상에 색깔이 가득 들어옵니다.


한 순간에 초록의 세상으로 들어온 아이.

그리고 그 옆엔...아이 마스크를 낀 여우 한 마리가 튀어나오지요.

아이는 여우와 함께 책 속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어머 애야.

너 책 싫다던 그 아이 맞니?

급기야 손전등 등장하고 이불 둘러쓰고 몰래 읽는 책, 꿀맛이지요.

도대체 아이마스크를 한 여우는 이 아이를 이끌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비밀은 책으로 만나보세요.

이쯤되면...

여러분도 결말 아시겠지요?


아이는 어느새 책에 푹 빠진 아이가 되었네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장면들 아닐까 싶어요.

책 읽는 재미를 알고 책과 친구가 되는 아이 말이지요.

사실, 마법처럼 내 아이에게 딱 맞는, 1권만 읽어도 책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하는 그런 책은 없지요.

아, 있는데 못찾아내는 거겠지요.

그런 내 아이에게 딱 맞는, 나에게 딱 맞는 그런 책을 찾아서 고르고 또 고르고 시도를 해보는 거지요.


그러면 마리아호 작가의 책읽기는 어땠을려나요?

작가님의 비법 궁금하지 않으세요?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 작가는 어릴적 책을 썩 좋아하는 학생이 아니었다고 해요.

이 책의 주인공처럼 책을 싫어하는 아이였지요.

학교에서도 재미없는, 길고도 어려운, 고전, 명작같은 책읽기를 과제로 내주곤 했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책읽기의 재미를 알려준 사람은 바로 언니.

언니가 권해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책 속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사실 세상에 책 읽기를 싫어하고 재미없는 사람은 없고, 책 고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책들을 권하고 책읽기 숙제로 내주었다면 아이들이 책읽기의 재미에 흠뻑 빠졌을거라고 말이지요.

작가의 이런 경험이 책 속에 그대로 들어가 있군요.

혹 그림책 속 저 어린 소녀가 작가님 일지도요.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 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도서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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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을 찾아라 바람그림책 151
김진 지음, 다나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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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한 후기입니다.

역사 속 주인공을 찾아내는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통해 어린이에게 역사속 지식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천개의 바람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일제 강점기 3.1운동 그 날의 풍경을 담아낸 [유관순을 찾아라]입니다.


책장을 열자마자 만나게 되는 면지

한 여학생이 결연한 표정으로 태극기를 댕기에 굳게 묶고 있습니다.

이화학당을 상징하듯, 하얀 배꽃이 배경에 가득 피어있군요.


학생들을 걱정하는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화학당의 학생들은 담을 넘어 달려나갑니다.

학생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이화학당은 그 당시 한국 최초의 사립여성 교육기관이에요.

걱정하며 뒤를 쫓는 외국인 교장선생님과 사감선생님.

우리들도 함께 가보아요.

선생님들은 열심히 학생들을 뒤쫓지만 시내로 향해 갈수록 태극기를 든 사람들은 점점 더 몰려듭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 유관순과 학생들은 어디에 있는걸까요?

남대문역?

1900년 남대문역으로 개장했다가 해방 후 서울역으로 바뀐 곳, 지금은 문화역서울284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는 곳이지요. 지금 모습과는 다른 역사속 풍경입니다.

남대문역을 지나 세브란스 병원 앞, 사람들은 더 몰려들고 누군가 나누어준 신문을 읽으며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조선 시대 최초 근대식 국립병원이었던 제중원을 운영했던 선교사들이 미국 루이 헨리 세브란스로 부터 후원금을 받아 세운 병원이에요. 그의 이름을 따서 세브란스 병원이라 지었습니다.


번화가인 선은전 광장

총을 든 헌병 경찰들이 몰려오는데 유관순과 학생들은 어디로 간것일까요?

"잡아, 잡아, 조선인들 다 잡아!"

선은전 광장

조선은행(선은) 앞이란 의미의 이곳은 그 당시 가장 번화했던 곳으로 3.1운동 시위대가 일제 헌병 경찰들과 부딪쳐 200여명이 부상당한 곳입니다.


"탕!"

총소리가 나지만 누군가 "만세!"하며 총소리보다 더크게 외칩니다.


무수히 몰려든 총을 든 일본 헌병 경찰에 의해 종로 경찰서로 끌려가는 사람들.

유관순은 어디에 있을까요? 경찰들의 총구를 무사히 피했을려나요?

그런데...이 사람들.

끌려가면서도 너무나 당당해 보입니다.

그리고...어디선가 본 듯한 분들이군요.

우리가 책장을 넘기며 수많은 사람들 사이 사이 숨어있는 유관순을 찾는 동안,

곳곳에서 만세를 부르고 태극기를 흔들던 사람들의 모습이 이 페이지 안에 담겨있어요.

3.1 운동 그 날의 함성, 주인공들이시군요.

이 책은 3.1운동 하면 우리가 바로 떠오르는 역사 속의 인물, 유관순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그 시대에 역사 속 현장에서 치열하게 나라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집중하게 합니다.

숨은그림찾기 놀이하듯 유관순이 어디 숨었나 하며 그림책 페이지 구석 구석을 살피다 보면 다양한 차림새, 연령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만세운동을 하는 것을 보며 당시 독립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컸나 저절로 깨닫게 하거든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며 역사 지식과 배움을 주는 그림책.

역사 그림책이 가진 힘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림책의 뒷면지에는 석양의 배꽃 가지에 매달린 태극기가 매달려 있습니다.

태극기의 태극 무늬, 괘의 위치도 조금 이상하다 느끼실 분도 계실거에요.

일제 강점기 시대의 태극기는 지금 우리가 보는 태극기와는 조금 달랐답니다.


[유관순을 찾아라] 책에서는

뒷 부분에 해설 페이지를 두어서 3.1 운동과 유관순 이야기/ 태극기의 변천사/ 역사 속 배경이 된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주고 있습니다. 지식정보 책으로도 알찬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 페이지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현시대에 그 모습 그대로 이어져 오는 곳도 있고, 사회 발전과 개발에 따라 모습이 변해 역사관이나 박물관에서 한 장의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곳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 장소가 가진 역사적 의미가 각별한 곳이니 이 해설 페이지를 안내지도 삼아 3.1운동 역사의 현장 투어를 해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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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림자가 탈출했다 작은 곰자리 71
미셸 쿠에바스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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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제목은 [SMOOT A REBELLIOUS SHADOW] 입니다.

직역하면 [스무트 반항적인 그림자] 정도나 될려나요?

SMOOT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신체를 기준으로한 길이단위 라고 나와요. 특이하고 낯선 단어인데 부제와 SMOOT 의 사전적 의미 연결이, 그리고 책표지의 그림자 와 바로 연결이 되지 않아요. 글작가 미셀 쿠에바스 인터뷰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니 아하! 책의 내용과 잘 연결되더라구요.

작가는 어느 날 켜두었던 여러 개의 촛불을 보다가 이 책의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SMOOT 라는 단어는 smudge(얼룩) + soot(그을음) 두 단어의 조합으로 작가가 새롭게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이 책은 지극히 시적인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스무트는 7년 반 동안 읽어온 그 책을 하품나는 책이라고 냉정히 평가해버리는군요.

그 책의 주인인 그 아이(THE BOY-끝까지 이름이 안나와요. 이 책의 주인공은 온전히 SMOOT이니까요.)의 표정도 그닥 즐거워보이지 않아요.


스무트와 그 아이는 언제나 정해 둔 선 안에서만 머무르는 삶을 살아요.

정해진 선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아이 스스로 정한 걸까요?

혹은 부모나 누구가에게 덧씌워지는 굴레? 규범? 규칙? 가치관? 이런 걸까요.


궁금증이 자꾸 피어납니다.

그리고 이런 궁금증은 자꾸 내 자신의 이야기, 혹은 육아 이야기로, 나와 내 아이 이야기로 되돌아가게 합니다.

그 아이가 살아가는 삶에 그림자 SMOOT는 따르는 수밖에요.

그의 그림자이니까요.

하지만 그림자에게 허락된 자유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림자는 꿈을 꿀 수 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림자 스무트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스무트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림작가 시드니 스미스가 가진 역량을 다 보여주는 듯한 페이지였어요.


바깥 세상에서 스무트가 찾은 자유는 다른 그림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꿈을 이루기위해 밖으로 나온 몇몇 그림자들,

이 세상 질서가 깨져버린 날.

본의아니게 스무트는 말 그대로 A REBELLIOUS SHADOW 가 되어버리는 군요.

고민하던 스무트는 해법을 찾아갑니다.

A REBELLIOUS SHADOW 답게 다시 한 번 판을 뒤바꾸어놓을 수 있을까요?

스무트의 해법은 그림책으로 만나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스무트가 떠나고 그 아이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여전히 정해진 선안의 삶 속에만 머물러 있었을까요?


그 아이는 처음부터 스무트를 따라다니며 숨어서 스무트를 지켜보고 있었지요.

정해진 선안에서 그는 당연히 남들처럼 자기 그림자를 가진 아이여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스무트에게 돌아와달라 하려고 따라다녔을지도 몰라요.

그 과정에서 그 아이는 아이들이 모여 노는 선안으로 이미 들어가 있군요.

아니 과거에 시선도 주지 않던 정해진 선 바깥의 세상이었지요.

어떤 선은 넘을 수 없는 금기의 선, 경계가 되고 어떤 선은 가볍게 넘게 되는 것일까요?

어떨때 그 무게가 가벼워지는거지요?

애초에 그건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정하는 걸까요?

스무트를 따라다니며 스무트의 행동을 같이 하다보니 스무트와의 거리도 점점 좁혀져갑니다.

재미도 조금씩 스며들고 자기 모습과 똑닮은 스무트처럼 해보고 싶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선을 넘어 스무트도 그 아이도 아이들의 부름에 화답하며 뛰어가는군요.

어느틈엔가 모자도 사라졌군요.

이제 그 아이와 스무트가 만들어하는 삶의 책은 새롭게 쓰여져가겠지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자꾸 이건 이런건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고, 또 그림자 라는 소재 자체가 그 자체로 갖고 있는 생각거리가 많기도 하구요.

원서 제목 그대로 기존의 내 생각을 의심하고 새롭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지는 책이군요.

모여앉아 차 한잔 나누며 이야기 나누고프게 만드는 책입니다.


서평이벤트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기록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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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막대 파란 상자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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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19년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그림책입니다.

개정되면서 책의 크기도, 겉표지도 바뀌었습니다. (크기가 줄어들면서 책장에 쏙 꽂히는 크기가 되었습니다.)


어느쪽으로 보아도 상관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그리고 한 가운데서 만나게 되는 양방향 그림책이에요.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독자의 선택인거지요.

저는 보티첼리 '봄'그림 중 미의 3여신 그림이 있는 <파란 막대>쪽으로 선택.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아홉 살 생일을 맞이한 클라라는 집안 모든 여자 아이들에게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파란색 막대를 선물받습니다.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것?

유산?

보통 귀한 보물, 아름다운 보석이나 땅, 성? 이런 것을 물려받지 않나요?


황당하고 이상하고 당황스럽고...

어쩌면 클라라의 첫 마음도 이러했을거 같아요.

어머니의 막대 예전 주인 이야기는 주자언니, 그 이전엔 엄마, 엄마의 엄마(아델라 할머니), 주욱 죽 고조할머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벽에 걸린 사진과 초상화 속 인물들이 갑자기 클라라를 쳐다보는 이 느낌.

그 다음은 너야, 너.

이렇게 듣고 보니, 이 막대가 무언가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클라라 자신도 특별하게 느껴지지요.

거기에 어머니는 한 권의 공책을 내밉니다.

이 노트엔 9살 상속자들이 파란 막대를 가지고 했던 일들이 기록되어 있지요.

그렇게...클라라는 자신 윗대의 9살 상속자들의 비밀 유산상속기를 읽어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자신의 새로운 파란 막대 유산 상속기를 꿈꾸게 되지요.

책을 반대로 돌려서 또다른 9살 상속자를 만나러 가볼까요?


역시나 어리둥절한 9살 상속자 에릭입니다.

에릭 역시 9살 생일날 아버지로부터 집안 대대로 9살 남자 아이들에게 상속되는 파란 상자를 받습니다.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 상자의 대물림을 이야기하시고 공책 한 권을 주시지요.

최초의 유산 상속기 기록자 레오나르도 할아버지.

세상을 향해 열린 문 사이로 파랑새가 레오나르도의 비밀과 바람을 함께 품고 날아가고 있습니다.


"나도 한번 그렇게 해 보고 싶은데......"


그다음 9살 후계자들의 공책을 읽어가며 에릭 역시 그 놀이에 흥분하고 공감하고 따라 해보리라...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결심하지요.


"다른 사람한테 물려주기 전에, 나도 이 공책에 멋진 이야기를 적어 놓을 테야."


이렇게 이상하고도 멋진 유산 상속기라니요.

사실 이 유산은 별다른 게 없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파란 상자와 막대 1개.

하지만 거기엔 멋진 마법이 숨겨져 있지요.

어느 누구인지 모르지만 9살 생일날이라는 유산 상속 시한을 정해놓은 순간, 그 날의 의미는 더욱 특별해집니다.

9살 생일날.

그 날, 한 집안의 남자 아이로서, 여자 아이로서 무언가를 상속받는다는 것.

그건 나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일이거든요.

고조, 증조, 얼굴 뵙기 어려운, 기록에서 이름으로나, 초상화나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보던 분들이 사용했던 그 물건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는 건 그 존재가 실체를 갖고 살아나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이런 의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이야기를 전하는 이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바라보는 이에게도 아주 특별하게 바뀌지요. 정말 이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이라는 것, 우리에겐 이런 특별함이 있어 하는 공동체 의식이랄까요.

거기에 실체를 가진 물건과 실사용기, 감상기라니요.

파란 상자, 파란 막대.

사실은 모르고 보면 이게 뭐야 싶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입니다.

거기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상자와 막대, 이 물건들을 가지고 놀았던 이야기는 아주 특별하거나 마법같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이 날마다 벌이는 소소한 일상에서 가끔씩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특별한 일들이 더 많잖아요.

그런데 단편적이고 소소한 일상들이 기록 공책에 담기는 순간, 그 물건들과 공책은 하나의 이야기로 특별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기록과 이야기의 놀라운 마법이지요.

아이는 기록을 읽으며 그림과 사진 속에서만 존재하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신과 똑같은 아이로 놀이를 통해 느낀 감정과 열망을 그대로 공유하게 되지요. 시간의 간격을 건너뛰며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살아있는 유산을 물려받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 공책에 무언가를 적어 남기겠다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겠다 결심하게 되지요.


그렇게 각자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아이들은 작가가 만들어놓은 또다른 장치에 의해 만나게 됩니다.

트레이싱지로 구현되는 양방향 그림책의 새로운 묘미에요.

이러한 방식이 19년 전에 이미 그림책 독자를 만났었다는 재미.

(어린 시절 저희 집 아이들은 이런 트레이싱지 물성을 굉장히 재미나게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의 힘을 새롭게 느껴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귀한 유산은 뭐가 있을까요?

유형의 화려하고 빛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속에 함께 하고 전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유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특별하고도 이상한 유산의 상속자가 된다면

그 공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록되어질까요.

기대됩니다.

공책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이 책은 서평이벤트로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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