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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2
신순재 지음, 이영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보기만 해도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책표지의 그림책입니다.
한 아이가 초록 나무 그늘아래 자전거를 타고 있어요.
책 제목이 책 제목은 가장자리 인데 가장
__________ (줄바꿈)
자리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을 다 읽고나면, 아하!!! 그런 이유로 이런 제목이!! 하는 깨달음이 다가옵니다.
보통 그림책을 보면 책표지 앞뒤로 좌악 펼쳐서 보는데, 이번엔 책 다 보고나서 펼쳐보는게 제맛같아요.

이사온 날, 이사짐내리기에 분주한 사람들과 부모님 가운데에서도 아이는 저멀리 혼자 있습니다.
새로운 동네, 아이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학교였지요.
한눈에 다들어오 조그마한 시골 초등학교.

아무도 없어, 가장 심심한 자리
하지만 이곳엔 바다가 있지요.
누군가 놓고간 바람개비를 주은 아이는 바닷가로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그런데 아이 뒤를 총총 뒤따르는 그 무언가...

저 멀리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와 고양이의 거리는 이만~~큼
저 바다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거긴 어디일까?
가장 먼 자리.
사실 바닷가 모래밭에 이르기전에 저 까만 냥이가 이 아이 뒤를 조르르 따라오고 있었거든요.
이거 혹시 저 까만 냥이랑 저 아이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인건가...
아이 옆을 조용히 지켜주는 까만 냥이에게 희망을 걸어봐도 되는걸까요?
둘이 마음의 거리를 좁히며 친구가 되는 걸까요?
그런데 이 녀석 시선이??? 아이를 향하지 않고 옆을 바라보는데요? 뭘까?
이사온 첫날밤.
우주(아이 이름이 우주래요.)는 두고온 친구 생각에 그리움에 젖습니다.
그래도 씩씩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어제 누군가 두고간 노오란 바람개비를 들고 길을 나서지요.
누군가 그랬지요.
노랑은 희망의 색이라고...

오늘도 가장 심심한 자리.
그래도 오늘은 운동장 가운데도 들어오고 어느새 까만 냥이도 따라왔습니다.
언제 축구공도 챙겼는지.
축구공? 우주 너, 빈몸으로 나왔잖아?
저기 저 자전거 우주거 아닌가? 노오란 바구니 달린 자전거?
아닌데...우주는 학교까지 걸어왔는데.
뭐지 싶은 운동장 상황.
눈밝은 독자들이 발견하는 두구두구 긴장되는 상황이랄까요.

이제야 책을 좌악 펼쳐봅니다.
나무기둥처럼 넓은 초록잎을 품고 있는 책등 좌우로 자전거 2대가 달리고 있습니다.
똑같은 노오란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
그리고 까만 냥이.
그림책을 읽다보면
구석구석 숨겨졌던 그림에서 발견하는 조각들이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마치 탐정이 되어 단서를 찾아가듯 아하 하며 책 앞장을 다시 찾아보게 만들지요.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나도 모르게 가장자리, 변두리에 긴장하며 서게 됩니다.
가운데로 들어가지 못하고 경계선에서 머뭇거리지요.
내가 너무 소심한가, 겁쟁이인가 싶다가도
잠시잠깐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나를 인정하고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볼 때
그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좀더 넓게 한눈에 시야에 들어옵니다.
가운데 들어가있을 때는 가려져서, 너무 가까워서 발견하지 못하던 것들이지요.
이젠 좀 여유로운 맘으로 안으로 걸어들어가볼까 하는 맘도 생깁니다.
가장자리 와 가장 자리.
그 사이에 생기는 이야기들.
'가장'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한국어 사용자 이기에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겠지요.
단순히 책 제목을 따라 적어가는 행위에서도 잠시 멈춤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즐깁니다.
이 아이들은 둘만의 가장 ______ 자리 를 향해 달려가나봅니다.
독자들이 이 그림책을 만나며 잠시 멈춤과 여유로움을 함께하길 바랍니다.
나만의 가장자리를 찾으시길.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도서를 리뷰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