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조원희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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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에 차서 받은 조원희 작가님의 신작.
한 장 한 장 넘겨보다가...맘이 뭉클해진다.

책장을 넘기면 만나게 되는 면지.
아이가 이사를 하나보다.
그렇게 만나는 아이의 집.
마치 우리 집에 초대합니다...라는 느낌으로 열린 현관문에 빼꼼 내민 아이의 얼굴.
그 만족스런 미소.
30년의 세월을 넘어 나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밑도 끝도 없이 과거의 기억이 휘몰아친다.
건축학과를 지망하던 나의 고3생활.
그해..대학입학시험은 수학이 엄청나게 난이도가 높았고...여기저기 말그대로 곡소리가 났었다.
그런데 수포자였던 나는 뭐...어려워도 그게 그거.
운좋게도 국어와 영어가 대박이 났었고, 고3 성적 중 최고를 찍으며 대입 면접을 보러 갔다.
교수님께서 물으셨다.
이 성적이면 의대도 충분히 가는데 왜 건축과를 왔냐고.

저는 건축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았습니다. 몇년 전 저희 집을 지었는데 청사진 속의 그림이 실물로 지어지는게 마치 마법같았습니다. 그 속에서 살면서 그 전과는 다르게 제 삶이 변했습니다. 저 역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 때 교수님 얼굴에 어리던 미소를 아직도 기억한다.

사춘기 시절.
우리집을 지었다.
언덕위 달동네 작은집이었지만...그 집엔 한밤중 멀리 마당을 가로질러 가지 않아도 되는 집안에 화장실이 있었고 내 몸을 맘껏 씻을 수 있는 샤워공간이 있고,
사춘기 아이에게 문을 닫을 수 있는 방 한 칸을 허락했다.
여름이면 온 식구가 채소를 뜯어 고기파티를 하고 평상에 누워 별을 볼 수 있는 옥상을 선물했다.
그 무엇보다...그 작은 땅안에 이리저리 칸을 나누어 공간을 만들고 그 파란 청사진의 그림이 내 눈앞에 실물로 실현되는 것이 마치 마법 같았다.

조원희 작가의 <우리집> 책장을 넘기면
아이가 이사온 집과 과거의 풍경을 비교, 서술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나를 만난다.

그런데...
30년 후의 풍경은 이렇다.
아이들에게 다같은 아파트 동네 아이임에도...
한 단지 내에서도 꼬리표가 붙는다.

"엄마, 임대가 뭐야?"

어린이가 과연 임대가 무엇인지..
설령 그 단어의 사전적 뜻을 알게 될지언정...
경제적 재산가치 차이며 그 안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시선은 어떻게 생겨나고 배어든 걸까.
두 아이 사이의 장벽은 과연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과 행동과 시선...
이 모든것을 알게 모르게 흡수한다.

"임대에 사는 건 부끄러운 거야?"
"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아이들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들고 귀가하는 아빠.
그리고 온 식구가 모여 함께하는 식탁.
이게 집이지.

이렇게 켜켜히 삶의 이야기가 담기고
공간 하나하나마다 기억이 쌓이고
온기가 돌아야 집이지.

집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부동산 광풍에 집이 말그대로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서, 삶의 계급을 결정해버리는 느낌이랄까...
씁쓸해지지만...
그러한 사람들의 삶이 모여사는 곳.
각자의 <우리집>이,
각자의 삶이 함께하는 곳.

이러한 이야기가, 삶의 풍경이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 스며들길 바란다.

<우리집>

조원희 작가의 책을 보며 봄소식을 알리는 노란 개나리같은 희망을 본다.
그간 조원희작가의 책도 그림도 이야기도 참 좋았지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번 <우리집> 책은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사랑이 더 진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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