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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도서관 ㅣ 실화 그림책 4
캐서린 패터슨 지음, 샐리 덩 그림, 김난령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옐라 래프만(1891~1970)
옐라 래프만, 굉장히 낯선 이름입니다.
하지만 그림책 독자인 우리는 사실 그녀의 유산을 생활 속에서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도서관> 책을 통해 그녀의 유산을 재발견하고 한 사람의 신념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 용기와 실천의 힘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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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도서관>
― 옐라 래프만, 폐허 위에 어린이 책으로 삶을 다시 세운 이름 없는 혁명가
"책 한 권이 폐허 위에 다시 삶을 세울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꾼 도서관>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한 한 여성의 실화를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2차 세계 대전후 미군정청의 자문 역할로 독일로 돌아온 유대계 언론인 옐라 래프만(Jella Lepman)이 국제청소년도서관과 IBBY설립을 하기까지의 짧은 몇년간의 일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독일 어린이에게 어린이책을 다시 돌려주겠다는 신념아래 시작한 일이 국제청소년도서관을 세우고 IBBY라는 국제단체설립까지 비젼과 실천을 기록한 한 권의 헌사이자 어린이책이 세계를 하나로 이은 아동문학의 힘을 기록한 문학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뉴베리상 다수 수상으로 미국에서 사랑받는 작가이자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안데르센상, 린드그렌상 2개 상을 모두 수상한 세계적 아동문학 작가 캐서린 패터슨이 쓰고, 샐리 덩이 그림을 맡아 완성했다.
전쟁 이후, 책으로 시작된 재건
책은 1945년, 독일에 돌아오는 군용 수송선안의 군복 입은 옐라 래프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옐라 래프만은 미국 군정청의 요청을 받고 '여성과 어린이의 문화와 교육 자문' 자격으로 전후 초토화된 독일 땅에 발을 디딘다. 가족을 잃고 지하실과 폐허 속에서 배고픔 속에 살아가던 아이들, 나치의 교화서만 접하며 꿈조차 박탈당한 세대 앞에서 그녀는 질문했다.
“이 아이들에게 다시 삶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의 결론은 명확했다.
책, 그것도 ‘진짜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책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문학은 나치에 의해 불태워졌고, 남은 것은 선전용 도서뿐이었다. 그녀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 그림책과 이야기책 기증을 요청했다.
국제아동도서전과 그림책의 언어
1946년 7월 3일, 나치가 직접 개관했던 뮌헨의 ‘예술의 집(Haus der Kunst)’에서 역설적으로 전후 독일 최초의 국제 행사인 제1회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린다. 14개국에서 4,000권이 넘는 책이 도착했고, 하루 수천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한 베를린 소녀는 전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와, 이제 평화가 왔어. 그래, 이제는 진짜 평화야!"

그림책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는 그녀가 정말 사랑한 작품이다. 힘이 있지만 폭력을 거부하는 동물의 이야기는 그녀가 믿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1946년 성탄절에 이 책을 독일어로 번역해 5만 부의 책을 베를린 아이들에게 배포했다.
그림책은 나치의 선전에 길들여진 독일 어린이들에게 상상력과 다름을 받아들이는 힘을 전했다.
국제청소년도서관과 IBBY의 탄생
1949년, 옐라는 세계 각국에서 기증받은 책으로 **국제청소년도서관(International Youth Library)**을 뮌헨에 설립한다.

1949년, 옐라는 세계 각국에서 기증받은 책으로 **국제청소년도서관(International Youth Library)**을 뮌헨에 설립한다.

장서 8000권으로 시작했던 이곳은 지금은 130여 개 언어의 50만 권 이상의 책을 소장한 세계 최대 아동문학 도서관으로, ‘책의 성(Castle of Books)’이라 불린다. 그녀의 유산이 어린이와 함께 살아 숨쉬는 공간이 되었다.
이후 1951년, 그녀는 “어린이책을 통한 국제적 이해”를 주제로 3일간의 회의를 열고, 그 결과로 195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IBBY(International Board on Books for Young People)**를 공식 창립한다.
IBBY는 오늘날 80여 개국의 지부를 거느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도서 국제기구로 성장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 아동문학을 문학의 중심으로
1956년, 옐라 래프만은 아동문학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제안하고 이를 IBBY 주도로 실현시키고 있다.
이 상은 오늘날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동문학 상으로 인정받으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토베 얀손, 모리스 센닥, 앤서니 브라운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수상했다.
“정말 놀라운 여성이긴 했지만, 같이 일하기는 어려웠지.”
글 작가 캐서린 패터슨은 IBBY 활동을 통해 옐라 래프만의 이름을 처음 접했고, 시간이 지나 그녀의 전기를 요청받았다. 그 과정에서 옐라 래프만에 대해 종종 들은 말은 이랬다.
하지만 패터슨 작가는 되묻는다.
“그 시절, 여성이 ‘어려운 사람’이 아니고서야 무엇을 해낼 수 있었을까요?”
남성은 고집을 리더십이라 칭송받고, 역사 속 여성들에게 ‘야망’, ‘고집’은 언제나 부정적으로 쓰여 왔다. 옐라 래프만은 그러한 틀을 깬 사람이었다.래프만은 결과로 말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엘리너 루스벨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에리히 케스트너, 테오도어 호이스와도 긴밀히 교류했고, 당시 정치·사회·문화의 경계 바깥에서 모두를 연결한 네트워커이자 전략가였다.
그녀는 이러한 교류를 통해 어린이책으로 세상을 연결시키고 평화와 교류를 만들어내었다.
『세상을 바꾼 도서관』은 누구를 위한 책인가?
112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실존 인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책 한 권에 전후 역사적 상황과 다양한 인물과 어린이 문학계의 속사정 이야기까지...사실 이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옐라 래프만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했으며, 대출이 되지 않던 도서관에서 책을 몰래 가져간 아이들이 다시 돌아와 책을 몰래 두고 갈 수 있는 비밀 장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존중받을 때, 존중받는 행동을 한다고 믿었다.”
– 캐서린 패터슨
<세상을 바꾼 도서관>은 단순히 옐라 래프만 한 인물의 위인전이 아니다.
이 책은 어린이와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책 속에는 책이 사라진 시대에 책을 다시 심은 사람의 용기, 추진력, 전후의 절망을 문학과 문화의 힘으로 희망으로 소생시킨 신념, 원망과 미움을 긍휼히 여기며 도우고자 했던 인류애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했던 삶의 태도가 담겨져 있다.
<세상을 바꾼 도서관>은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아동문학, 그림책, 교육에 관심 있는 독자
‘한 사람의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년과 활동가
IBBY, 안데르센상, 국제청소년도서관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 싶은 그림책 독자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