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만두 왕국에서
엑스팡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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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 보고나면 절로 만두 생각이 간절해지는...

고민거리는 이거죠. 물만두?쪄먹을까? 아니면 구워봐?


표지만 봐도 식욕돋게 만드는 저 빨간 바탕색과 야채들, 그리고 만두들.

책이름까지 <깊은 밤 만두 왕국에서>이네요.

엑스 팡 작가의 첫번째 그림책 데뷔작입니다.

제목에서 바로 연상되듯이 모리스 샌닥의 <깊은 밤 부엌에서>를 오마주했다고 해서 화제에 올랐던 그림책이지요.

엑스 팡 작가만의 개성도, 재미도 한껏 느끼게 하는 작품이에요.


밤이 늦었는데, 잠못 이루는 리디.

내일 '만두 왕국'에 갈 생각에 오만가지 궁금증과 설렘에 잠을 잘 수가 없지요.

엄마의 다정한 잠자리 인사에도 불구하고 눈은 더 말똥말똥, 가슴은 두근두근.


깊은 밤 훅 밀려든 맛난 냄새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김이 자욱한 만두 왕국의 부엌입니다.

여왕님의 요리사들인가요?

왕실 요리사답게 엄근진 3종세트를 다 갖추신 분들 같아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들 보이시나요?

군침이 꼴깍, 먹고 싶다아아~ 리디의 맘은 벅차오르는데

어랏, 그만 만두는 한 입도 못먹고 만두소가 가득한 그릇 속으로 풍덩!

엄근진 요리사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만두만 빚어요.


급기야 맛난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여왕님 입속으로 쏘옥????

그렇게 고대하던 만두 한 개도 먹어보지도 못하고 만두왕국의 여왕님 입속으로 사라지고 마무리되는걸까요?

살짜기 스포를 하자면 걱정마세요.

우리 아기 만두 리디는 무사하답니다.


이 책의 작가 엑스 팡 입니다.

그 옆엔 만두 인간이 되어버린 작가님이네요.

이 책의 원제는 <DIM SUM PALACE>인데요.

딤섬...이라는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이 책 안에서 한껏 끌어내고 있어요.

한국 사람에게 만두하면 머릿속에 바로 떠올리는 모습, 얇은 밀가루 피안에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어만든 만두, 하나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요. 누구나 아는 그 맛과 모양새, '고향만두'? 요즘엔 '비비고만두'겠군요. 교자만두 종류로 냉동식품으로 간편한 일상의 음식이 되어있지요.

그런데 이 책 원제에 등장하는 '딤섬(DIM SUM)'은 약간 다른 느낌의 음식이예요.

딤섬(點心, dim sum)이라는 말은 點: 점을 찍다 / 조금 집다 , 心: 마음, 직역하자면 '마음을 조금 찍는다, 마음에 점을 찍다'/ 마음을 달랜다, 허기를 달랜다 라는 뜻인데요.

단순한 음식 한 종류가 아니라 차와 함께 여러 가지를 조금씩 나누어 먹는 간단한 식사를 의미해요.


커다란 식당에 사람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이 여러 개가 있고 그 사이로 여러가지 딤섬 요리가 담긴 작은 대나무 찜기를 담은 트레이들이 옮겨다닙니다. 어떤 걸 먹을까 고민하면서 은근슬쩍 트레이에 담긴 딤섬들 곁눈질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찜기를 열때마다 나오는 하얀 김도, 아기자기 앙증맞은 딤섬들 모양새도.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울리고, 웃음과 함께 맛난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곳.

딤섬 메뉴가 다양하니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여러가지 맛을 볼 수 있겠지요.

엑스 팡 작가는 코로나 19가 창궐하던 시절, 딤섬 식당의 시끌벅적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먹던 딤섬이 그리워져 그린 한 장의 그림에서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해요.

'딤섬'이라는 음식도 그립지만,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에 모여서 음식을 즐기고, 다른 테이블에 가는 딤섬요리를 보며 궁금해하기도 하는, 낯선 타인과 적당한 거리, 불편하지 않은 관심,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 이 모든 것이 함께 담긴 공간과 음식이었겠지요.

엑스 팡 작가는 그림책 한 권에 이 <DIM SUM PALACE>를 구현해놓았어요.

맛깔스런 원색의 표지와 면지, 그림책 안에 펼쳐지는 아기 만두 리디의 모험까지.


면지에 다양한 만두(딤섬) 메뉴들이 펼쳐집니다.

리디를 귀여운 아기 만두로 만들었던 국물 만두(샤오롱바오 겠지요?)도 보이고 슈마이도 보이네요.

책장을 넘기며 리디가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과 저 짤뚱하고 귀여운 만두인간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요.

주인공 리디가 상황속에서 움직이는 자세 하나하나 사랑스럽습니다.

독자는 리디의 마음과 움직임에 하나 되어서 부엌을 탐험하고 만두 속을 허우적대지요.

여왕님에게 먹혀버릴까 맘도 졸이고, 만두를 함께 즐기게 되어요.


아기 만두 리디를 저렇게 흡족하게 만든 '만두 왕국' 베스트 픽은 무엇일까요?

리디의 한 접시 픽이 궁금해집니다.

엑스 팡 작가가 <깊은 밤 만두 왕국에서>를 만들며 오마주한 모리스 샌닥 작가의 <깊은 밤 부엌에서> 책까지 함께 한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2배가 되겠지요.


깊은 밤 부엌에서 밀크보이 미키와 만두 왕국의 리디.

엄근진 요리사 아저씨들까지.

<깊은 밤 만두 왕국에서>는 가족 외식에 대한 즐거움, 맛있는 음식에 대한 꿈과 환상여행을 떠나는 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즐겁게 나누는 모습을 통해 그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람들의 감각을 일깨우고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함께 있는 시간의 밀도를 더해주는 마법을 '딤섬'이라는 음식 문화를 통해, 리디의 모험을 통해 보여줍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냥 표지를 열기만 하면 되어요.

일단 면지를 보고 무얼 먹을지 한 번 골라볼까요?

*네이저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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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 - 마음을 보듬어 주는 16개 나라의 인형 교양학교 그림책
정은주 지음, 박지윤 그림 / 노란돼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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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

정은주 글/ 박지윤 그림 / 노란돼지


괜시리 마음 답답하고 무료한 날엔 책장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는 그림책을 꺼내봅니다. 방구석 세계여행을 떠나듯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재미도 느끼고 과거 기억도 떠올라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오거든요. 그림책 그 자체로도 사랑스러움과 볼거리 가득한 세계 인형 이야기라니, 표지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책 한 권에 여러 나라의 인형이 소개되었어요. 4가지 주제로 나눠어 인형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지만 이 세계지도 페이지를 보며 눈길이 머무는 인형 이야기부터 시작해도 좋겠지요.



저의 첫번째 픽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인형 안에 인형들을 품은, 사랑스러운 의상과 채색의 인물 인형도 매력적이지만 사실 이 마트료시카는 하나, 하나, 꺼내볼 때마다 점점 작아지는 인형을 만나는 재미이지요. 귀엽고 소중한 맨 끝의 꼬마 인형.

인형 안에 몇 개의 인형이 들어가있나에 따라 그 인형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고 해요.

그런데, 저의 눈길을 끌었던 사실은(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러시아 전통 민속인형이라고 생각했던 이 마트료시카가 사실은 일본의 목각 인형에서 유래된것이라고 해요.

이때 떠오르는 궁금증.

그럼 일본 목각 인형, 후쿠로쿠주는 어떤 인형일까?

찾아봤더니...(책을 읽다보면 절로 피어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 사실 우리가 지식그림책을 읽게 되는 재미, 지식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권하는 이유 중 하나이죠. )

일본에서 숭배하는 복을 주는 7종류의 신 중 후쿠로쿠주(福禄寿, 복록수)모습입니다. 복과 녹(수입, 재물),수명을 담당하는 신이라고 해요. 콘헤드를 연상케하는 유달리 긴 머리통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 모습의 후쿠로쿠주를 모델로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인의 일상 모습을 담아낸 전통인형으로 변모합니다.

러시아 전통의상 사라판을 입고 머리엔 스카프를 두른 여자, 인형의 이름도 러시아에서 많이 사용되는 여자 이름인 마트료야((Matryona)에서 따온 마트료시카로 변모했다고 하니, 청출어람이라고 해야하나요?아님 탱자와 유자를 떠올려야하나요. 이처럼 한 나라의 인형에는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갑니다.

(사실, 예전에 교토 여행을 갔다가 역사가 오래된 마트료시카 공방 구경을 했었거든요. 아기자기 사랑스러운 인형들 사이에 딱 저런 모습의 마트료시카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어서, 이 집 주인장의 취향인가, 참 독특하시네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원조집의 포스였군요;;;;)


지금의 마트료시카는 러시아의 전통인형의 모습을 뛰어넘어 정치인, 유명인 모습을 하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마트료시카 DIY키트도 있어서 나만의 인형도 만들어볼 수 있더라구요. 아이들의 성장 앨범처럼 마트료시카 인형을 만드는 분도 계시던데 아주 특별한 나만의 인형이 되겠지요.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이 일본에서 왔다고 하니, 두번째는 일본으로 훌쩍 떠나봅니다.

초밥 먹으러가면 식당 카운터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까딱까딱 인사하는 고양이 마네키네코 네요. 일본 여행을 하다보면 식당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곳에서 만나게 되더라구요.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했더니 "행운의 상징'이 된 재미난 사연을 갖고 있더라구요.

저희 집에도 일본에서 온 마네키네코가 한 마리 있는데요. 요 녀석은 흰색, 왼발을 들고 있어요. 어떤 고양이는 오른발을 들고 있는데, 고양이가 들고 있는 왼발, 오른발도 차이가 있을려나? 왼발은 손님을 불러오고, 오른발은 돈과 행운을 불러온다고 해요. 앗, 다음엔 오른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를 데려와야겠어요. 고양이의 색깔에 따라서 의미도 달라진다고 하고요.

이 책엔 단순히 인형을 소개한다라기 보다 그 인형이 그 나라에서 태어나게 된 배경(재료가 쓰이게 된 자연환경, 역사적 배경, 문화적 의미...)을 보여주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형으로 사랑받게 된 전반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답니다.

그 과정에서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더라구요.

이번엔 사람모양의 인형을 보자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인형만 있을 것 같은데, 고단한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형도 있어요.


이 인형은 호주에서 여러 농장을 떠돌며 양털 깍는 일을 하던 사람들 모습을 담아낸 스웨그맨(swagman) 인형입니다. 등에는 돌돌 만 침낭을 매고 목에는 식량자루를 걸고 있지요.

1850년대 호주에서 최초로 금광이 발견되면서 유럽 사람들이 호주로 몰려들고, 일거리를 찾아 단촐한 짐을 지고 호주 전역을 전전하며 농장에서 양털 깍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이 둘둘 말아 등에 진 침낭을 스웨그라 합니다. 그런데 코르크 마개가 달린 모자가 굉장히 특이합니다.

왜 이런 모양새인가 했더니 양털 깎을 때 달려드는 파리를 쫓기위한 생활의 지혜였던 것이지요.

(생활의 지혜라 생각했는데 호주 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정도가 아니군요. 흡혈파리로 무는게 아니라 물어뜯는다고;; 엄청난 가려움과 상처가 짓무르고 진물도 나고 흉터로 남는다고 해요.)


19세기에 양모 산업은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호주의 제1 산업이었습니다. 1800년~1900년대 호주 전역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인형에 담아내고 그들을 기억하게 하는 인형, 보통 호주 기념품 인형을 생각하면 캥거루와 코알라 인형을 떠올리는데 호주의 역사를 생생히 담아내고 있는 스웨그 인형도 기억을 해야겠어요.

거기에 책 읽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까지 있어요.

과테말라의 걱정인형과 피노키오, 돈키호테 인형,호두까기 인형까지...

책 읽는 사람이라면 인형들을 보는 순간 읽고 싶은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를 듯해요.

가만히 방안에 앉아서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의 관심사까지 함께 하는 듯한 기분

책 한 권에 알차게 담겨져 있답니다.

마지막 궁금증, 그럼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인형으로 어떤 인형을 소개하고 있을까요?

친근하고 푸근한 인상의 사람들.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피어나는 닥종이 인형입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어느 집을 가던지간에 만나볼 수 있는 익숙한 인형들이 있었지요.

여러분의 기억 속엔 어떤 인형이 남아있나요?

신혼집을 장식하던 신랑 신부 인형도 생각나고 못난이 3형제 인형도 생각나고요.

그런데 진짜 저 못난이 3형제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일까요? 그 뒷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사물들의 역사...이런 류의 이야기도 있다면 참 재미있을거 같아요.)


추운 겨울, 어린이 친구들과 이야기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나는 재미난 책 한 권과 즐거운 세계여행을 떠나보세요. 세계 문화와 역사 이야기는 덤으로 따라온답니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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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셀레스테 -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와 올레 쾨네케의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이야기 떡잎그림책 21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올레 쾨네케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금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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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 셀레스테》는 하루 저녁에 벌어지는 남매의 공포 이야기 배틀전이다. 부모가 이웃집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외출한 사이, 오빠 보리스는 동생 셀레스테의 저녁과 잠자리를 책임진다.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는 동생의 요구에 충실히 응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응에 번번이 당황하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바꿔 가는 이야기꾼 보리스의 고군분투와, 이를 유쾌하게 받아치는 셀레스테의 태도는 이 책이 2025년 볼로냐 라가치상(BolognaRagazzi Award) 「코믹스–얼리 리더」 부문 대상작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부모는 오빠 보리스에게 동생 셀레스테의 저녁 식사, 잠자리 수발, 보호까지 맡기고 외출한다. 보리스는 부모의 역할을 임시로 위임받았지만, 아직 어른의 권위는 갖지 못한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의 나이로 보인다. 그는 부모가 준비한 건강한 저녁 식사 메뉴를 슬쩍 무시하고, 금지된 영화도 즐기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만끽한다. 그리고 동생이 요구한 ‘무서운 이야기’에 응답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최대한 무서운 이야기들을 동원한다. 전통적인 유령, 신화 속 괴물, 옛이야기 속 무시무시한 존재들까지. 이는 동생을 빨리 재우려는 목적이자, 동시에 아는 것을 과시하며 장난을 치고 싶은 전형적인 사춘기 오빠의 모습이다.



부모의 부재 속에서 벌어지는 남매간의 공포 이야기 대결이라는 단순한 줄거리 속에서, 《잘자, 셀레스테》는 매우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펼침 페이지마다 구조는 철저히 반복된다. 한쪽 페이지에는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가 그려낸 초현실적 기법의 공포 이야기 장면이 펼쳐지고, 맞은편에는 올레 쾨네케가 만화적 표현으로 그린 현실의 남매 장면이 배치된다. 두 작가는 같은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내지만, 두 세계는 결코 섞이지 않는다. 공포의 세계와 일상의 세계는 나란히 놓인 채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병치 구조는 개성 강한 두 작가의 협업 방식이자, 동시에 이야기의 핵심 장치다. 하이델바흐는 신화와 옛이야기에서 길어 올린 오래되고 근원적인 공포의 이미지를 정면으로 그려낸다. 머리가 여러 개인 개, 잘린 머리를 들고 등장하는 머리 없는 존재, 인간을 위협하는 기괴한 괴물들. 이 이미지들은 특정한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서구 신화와 전설 속에 반복되어온 공포의 원형을 느슨하게 호출한다. 지하 세계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괴물 개 케르베로스, 세례요한의 잘린 머리와 살로메의 이야기, 머리 잘린 기사 설화처럼 오랫동안 이어져온 순교와 처형의 이미지들이다. 하이델바흐는 이러한 전통적 공포 모티브를 약화시키거나 아이용으로 순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실하고 진지하게 그림으로 재현해낸다.



하지만 이러한 공포는 셀레스테에게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셀레스테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핵심은 그녀가 아직 신화 속 공포나 옛이야기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상징적 이미지로 그려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잘린 머리를 들고 다니는 머리 없는 여성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잠옷 속으로 고개를 숨기며 흉내 낼 수 있는 놀이가 되고, 거대한 두꺼비 괴물은 지하실에서 만난 길 잃은 아기 두꺼비, 오히려 도와주어야 할 귀여운 존재로 전환된다. 셀레스테가 반응하는 것은 오직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이해하고 몸으로 재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보리스가 이야기해주는 공포는 이해되지 않기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기에 셀레스테에게는 놀이로 바뀐다.



그래서 보리스의 ‘무서운 이야기’ 공격은 번번이 실패한다. 공포가 무너지고 이야기가 장난으로 바뀌는 순간을 올레 쾨네케는 만화적 그림과 끊임없이 오가는 남매의 말풍선 속에 담아낸다. 그러다 마침내 두 아이의 관계는 결정적인 전환을 맞는다.


“그럼 네가 해. 어디 한번 들어 보자.”


이 말과 함께 이야기의 주도권은 셀레스테에게 넘어간다. 공포의 정의도, 이야기의 권력도, 어른의 부재가 만들어낸 특별한 밤의 통제권도 모두 이동한다. 셀레스테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는 신화도, 옛이야기도 아니다. 셀레스테 자신이 등장하고, 유니콘을 타고 날아다니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오빠 보리스를 단번에 잠재운다. 보리스는 이야기를 듣다 잠이 들고, 밤은 그렇게 끝난다. 부모가 돌아와 발견한 것은 평화롭게 잠든 남매의 모습뿐이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의 구조는 단순한 ‘이야기 속 이야기’가 아니라, 두 나이대의 아이가 공포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차이는 두 작가의 그림 방식과 정확히 겹쳐진다.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몰라도 읽을 수 있지만, 그 차이를 알수록 더 흥미로워지는 그림책이다. 전혀 다른 기법과 시선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이 협업은, 그 자체로 이 이야기의 시스템이 된다.



이 두 세계를 동시에 바라보는 위치에서 가장 즐거운 독서를 하는 존재는 독자다. 하이델바흐가 그려낸 진지하고 초현실적인 공포와, 쾨네케가 포착한 어린아이의 반응을 오가며 읽는 독자는 이 ‘무서운 이야기 겨루기’의 최종 승리자가 된다. 그래서 《잘자, 셀레스테》는 독자층을 ‘얼리 리더’(6~9세)로 한정하지 않는다. 처음 읽을 때는 셀레스테의 장난기와 당돌함이 먼저 보이고, 조금 더 자라서는 보리스가 끌어오는 옛이야기의 공포가 흥미로워진다. 시간이 더 흐르면, 부모가 부재한 저녁을 아이들끼리 무사히 넘기는 이야기와 그 모든 일을 모른 채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까지 함께 읽히게 된다. 하이델바흐의 수채화와 올레 쾨네케의 코믹스, 말풍선 속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이 그림책은 제2의 독자, 즉 읽어주는 양육자와 성인 독자에게도 전혀 다른 재미와 웃음의 지점을 제공한다. 그림책의 책장은 닫히지만, 이야기는 처음 읽었던 독자가 자라면서 계속해서 새롭게 작동한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도서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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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도시
이은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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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덥고, 비오고, 꿀꿀하고...살다보면 꼼짝하기 싫은 날들이 오지요.

아이들은 심심하다고 하는데, 내 몸과 마음은 천근만근이라 움직이기도 힘들 때, 펼쳐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 같은 책입니다.

표지에 공룡도시 라 적혀있는데 2층 버스 모양새가 영국 런던 같은데 온 도시을 공룡이 차지했어요.

그림체도 색감도 매력덩어리라지요.

특히나 저 분홍, 그 색감의 화사함이 사진으로는 담아낼 수 없어 아쉽습니다.


비오는 날, 루나는 자연사 박물관에 갑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너무나 부러운 환경이네요. 고풍스런 멋진 건물의 박물관.

거기다가 세계적 수준의 전시유물이 있는 곳이 저리 아이 혼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있다니!!

이 자연사 박물관은 아주 특별한 곳이거든요. 중앙 전시홀에 거대한 공룡뼈가 전시되어 있어요.

박물관은 수천년, 수만년 유물들이 전시된 곳이라 사람들에게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들어가게 하는데요.

때때론 미이라가 살아서 움직이기도 하고

때때론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이 살아서 움직이기도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영화 몇 편이 바로바로 스쳐 지나가지요.


어머나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자연사 박물관에선 공룡들이 살아움직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공룡뼈는 그대로인데요?

어머어머...루나야.

루나가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설마 저 공룡들도?? 이상한 초록빛을 맞은 박물관 관람객들도 공룡이 되어버린 상황


순식간에 런던 시내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요.

평상시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트라팔가 광장 탑도 공룡의 꼬리 몸짓 한 방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꼭대기에 있는 넬슨제독의 동상도 휘청이네요.


멋진 물건들이 가득찬 해롯 백화점도 공룡들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어라 이 공룡들 고양이를 찾아다닙니다.


거기!! 거기 있네.

저 고양이 아니야???



앞면지에서 만났던 런던의 평화로운 풍경은 공룡의 등장으로 난리가 나고.

다리가 무너진다아아아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이 자동재생되는 장면입니다.

도대체 이 공룡들은 무슨 사연들로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며 고양이를 찾고 있는지...

런던 시내 곳곳의 관광명소들과 풍경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고양이가 어디있나 찾아보는 재미도...


뒷면지에 가득차있는 공룡들과 친구들 모습을 연결지어 각 페이지에서 찾아보는 재미

또 공룡들의 관계를 연결지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공룡시대>책으로 평범한 하루를 흥미로운 날로 바꾸어보세요.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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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나비야 밤이랑 달이랑 10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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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연필선의 바탕 그림에 노란 글씨의 제목.

<날아라 나비야>인데 나비는 어디있을까? 두 아이가 하늘로 날려보내는 게 나비인가?

궁금증을 가지며 표지를 펼쳐봅니다.


넓은 공원, 무언가를 나누어먹기도 하고 놀기도 하며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 사이에 밤이와 달이는 헬리콥터 날리기 놀이를 하다가...


노오란 나비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어딘가 기운없어 보이는 나비.

밤이는 이 나비를 지켜준다며 주위에 집을 지어줍니다.


놀다가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하고, 그 실수는 또 누군가를 다치게 합니다.

이런 방금 조금 전까지도 나비를 지켜주겠다고 집을 지어주었던 밤이인데...

그 누구때문도 아닌, 바로 밤이 때문에 나비가 다쳤어요.

밤이 표정이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가만히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있는 노란 나비.

미안함과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는 아이들은 무력감에 울음보가 터지지만...

그 순간 노란 나비는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두 아이는 힘을 모아 보태기 시작하고...

그렇게 나비는 힘겹게 날아오르기 시작합니다.


무슨 일이지 사람들도 모여들기 시작하고요...


그날 밤 밤이와 달이 동네에는 노오날 달이 떴답니다.


작고 힘이 약한 어린이이면서도

또 작고 약한 존재를 보면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주고 싶어하는 어린이들.

그 힘이 모이고 모여 또 서로를 지켜냅니다.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가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데...

이야기 마지막 문을 밤이와 달이 둘만의 이야기가 아닌...주변의 사람들과 힘을 모으는, 또 누군가를 지켜내는 이야기로 마무리해서 더 좋았습니다.

희망의 노랑색인것도, 그리고 그 노오란 달이 어두운 밤하늘에 떠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것도요.

책을 보며 여러가지 마음이 오고갔는데...

이 책은 또 여러 계절, 여러 마음으로 꺼내보게 될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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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유아와 함께 읽는 그림책 시리즈를 조사할 때였습니다.

너무나 놀랐잖아요.

아니...세월이 그렇게 지났는데 베스트1 그림책이 <달님 안녕>이야?

<달님 안녕>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이 책이 2001년, 딱 저희집 큰 아이 태어났을 때 출간된 책이거든요.

그러면서 더더욱 놀란게...20여년이 지났어도 그때나 지금이나 영유아 대상의 베스트셀러 순위의 그림책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

리고 대부분 사랑받는 시리즈 그림책이 거의다 일본 작가의 작품들이라는 것.

그중에서도 동물 캐릭터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의 우리 아이들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그림책은 더더군다나 귀했어요.

물론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들의 책도 나오곤 있었지만 일본 작가 작품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양적으로 아쉬움을 느꼈답니다.

그런데, 2021년 노인경 작가님 <밤이랑 달이랑>시리즈가 동시에 3권이 조르륵 나오면서 환호성을 질렀어요.

어머어머 이제 진짜 우리나라 영유아들에게 딱 맞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읽어줄 수 있겠구나.

이제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의 맨 마지막 <날아라 나비야>책이 출간되며 10권 세트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보내기 아쉬워 어쩌지 싶으면서도 두고 두고 사랑해주어야지 하는 맘이에요.

이제 저는 2026년에 조카손주가 둘이나 태어나면서 명실상부한 할머니가 되거든요.

능력있는 할머니가 되어 그림책을 팍팍 선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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