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처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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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와처가 뭘까...조류 관찰자를 부르는 말이군요.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제가 사는 곳엔 억새밭도, 강도, 넓은 공원도 많아 꽤 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쉬고 가는 지역입니다.

가을, 겨울이면 전국에서 꽤 많은 버드와처 분들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조금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어두운 도시의 밤

시끄러운 중장비 소리와 함께 잠들지 않는 이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 도시 사람들이 일상을 시작하는 시간

청년은 창문 사이 새어들어오는 햇살을 피해 잠을 잡니다.

눈길을 끄는 빨간 글자 '얼음 빙(氷)' 현수막.

일본인가요?

한낮의 햇살 꼬리가 길어질 때 즈음 청년은 일어나 다시 도시의 밤 일터로 나갑니다.

패인 도로를 보수하고 포장하는 일, 그는 교통정리를 합니다.

그가 하는 일은 모두가 잠들고 교통량이 최소일 때, 재빠르게 해치우고 흔적없이 사라져야하는 일이지요.

쏟아져들어오는 햇살은 암막 커튼으로 막고

그와 살아있는 세상의 연결은 그저 네모 상자, 휴대폰일 뿐.


그의 시선엔 온통 간편식과 일회용품.

이곳저곳 그간 그가 흘린 피곤과 외로움의 흔적이 쌓여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마트에서 도시락을 사들고 벤치에서 먹곤 하던 개천가에서

낯선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합니다.


방송국에서나 쓸거 같은 대포 같은 카메라...

무언가에 열중하는 사람들

청년이 바라보는 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가로로 긴 화면이 위, 아래 두 컷으로 나뉘고

거기다가 그들 사이엔 개천이 흐르고 있네요.

그 공간의 분절을 뛰어넘어 한 컷으로 옮겨갑니다.


호기심에 찾아온 그에게 누군가 친절하게 새 한 마리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실물 새를 가리킵니다.

(이 아름다운 새의 정체는 물총새군요.)


그의 눈에 들어온 새 한 마리가 일으킨 파문은 그의 마음에도 여운을 남깁니다.

페이지 어디에도 이 새가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새인지 설명이 없습니다.

앞에 나온 새 안내판도 일본어 표기 그대로...

책 곳곳에 깃들여 있는 수많은 새들의 이름은 책의 뒷면에 나온 페이지 표기와 함께 담겨있습니다. (저 새는 물총새)

조금은 불친절한 것 같은 구성이지만...

생각해보니 이 책속 청년도 설명을 들었다한들 처음 보는 새니 낯선 모습 투성일테니

독자가 느끼는 감정도 그 청년의 마음을 따라가게 되는 거 같아요.

담백한 수채화 그림이 보는 독자의 마음에도 물들어갑니다.


그렇게 그는 환한 새벽 햇살아래 퇴근하고 어지러진 방을 치우고

쌍안경 하나를 챙겨 드디어 밝은 햇살 아래로 나갑니다.

그렇게 그의 일상이 변해가지요.

생태 공원에 산책을 하고...

이제는 멀리 바닷가를 거닐고...

휴대폰 속 세상과 어둠 속에 잠긴 작은 방에 갇혀 살던 청년은 이제 바깥 세상으로

그 세상 속 곳곳에 새를 찾아나섭니다.


도시의 가을을 맞이하고

차 한 잔을 마십니다.

플라스틱 탄산음료병에서 단정한 차주전자로 따라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와 향기라니요.


그의 일상 변화는 너무나 드라마틱하달까요.

하나하나 찾아보고 목격한 새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조류도감을 구입하고...

새 탐조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 친목도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그의 세계는 확장되어 갑니다.


글 없는 그래픽 노블의 잔잔한 수채화 그림과 청년의 서사가 담담하지만 편안히 다가옵니다.

단순히 탐조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새 한 마리에 이렇게 매혹되어 일상이 변해간다고?

너무나 드라마틱하지 않나 싶다가...

작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쩌면 이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던 시절...

코로나.

낯선 이국땅 대도시 도코에서 지내던 시절 작가가 경험한 일을 담아낸 책입니다.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집콕을 하며 모두가 뭘해야하나 답답함과 심심함, 외로움을 느끼던 시절.

할 일없이 커피를 수백, 수천번을 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드라마를 주행하고, 가정학습하던 아이들과 투닥이고

또 누군가는 외로움과 고립의 시간을 견뎌야했겠지요.

저는 그 때 아파트 현관 앞 목련 나무가 제 반려나무였어요.

문밖 출입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창밖을 보고 사람이 없다 싶을 때 후다닥 나가 목련나무 겨울눈이 자라나고, 벌어지고 꽃이 피고 잎이 나고 그 순간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평상시에 '꽃이 피었네. 어 졌다....' 그리고 그 존재를 잊고 살던 몇년간의 기억과 달리

마치 나무와 대화하듯, 어느 순간 통통해지고 겨울눈이 벌어지고 꽃잎이 모습을 드러내던 그 순간.

마치 작은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던 그 때 말이지요.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응시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

내 삶의 소중한 존재,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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