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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돌프 콜더컷 : 그림책의 탄생 ㅣ 모두의 예술가 6
미셸 마켈 지음, 바버라 매클린톡 그림, 김서정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8월
평점 :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그림책상이 있지요?
미국의 칼데콧 상, 흔히 그림책에 붙은 동그란 금색, 은색 반짝이는 스티커로 기억되는 상입니다.
한 해 미국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을 뽑아 그 다음해 1월에 발표하고 그 책의 그림 작가에게 수상하는 상이지요. 영국의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랜돌프 칼데콧(콜더컷)을 기념하여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만들고 서비스협회(ALSC)에서 주관합니다.

랜돌프 칼데콧(콜더컷)
1846~1886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전세계에 가장 유명한 최고의 그림책상에 이름이 붙여졌는지, 왜 영국인인데 미국의 그림책 상에 이름이 붙었는지...그리고 그림책에 글 작가가 아닌 그림 작가에게 상을 주는지.
혹 궁금하신 적 있으신가요?
그러한 궁금증을 모아 한 권에 담아낸, 랜돌프 칼데콧의 생애를 그린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글 작가, 그림 작가 콤비가 돋보입니다.
어린이책의 기틀을 만든 존 뉴베리의 이야기(네, 뉴베리 상의 그 뉴베리 맞습니다.)를 쓴 미셸 마켈 작가의 글과
아델과 사이먼(아델과 시몽) 시리즈의 작가 바버라 매클린톡이 그림을 맡았습니다.
바버라 매클린톡하면 그림에 대해 기대가 되지요.
이 책을 본 제 소감은 말 그대로 '칼데콧의, 칼데콧에 의한, 칼데콧을 위한' 그림책 입니다.

책의 면지를 열자마자 랜돌프 칼데콧의 작품 세계가 가득, 원화 그림 그대로 이 면지 안에 들어있습니다.
책 뒷면에 해설에 친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랜돌프 칼데콧의 안내를 받아 그의 이야기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이 책 한 권이면 사실 근대 그림책 역사 이론서 공부는 필요없겠다 싶게 랜돌프 칼데콧의 삶 이야기를 통해 근대 그림책의 역사 발전을 잘 보여줍니다.
1850년대 정도까지 이렇다할 어린이 그림책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1700년대 중반 존 뉴베리가 어린이를 위해 쉬운 내용에 그림을 곁들인 작은 크기의 소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일명 챕북이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때의 책 속의 그림은 그 이야기의 문장을 그대로 설명해주는 말 그대로 보조적인 해설자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랜돌프 칼데콧이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에요.
몸이 약했지만 뛰어놀기를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던 칼데콧은 그림그리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원이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에게 순종해 은행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던 칼데콧은 런던으로 갔고,
죄충우돌, 여러가지 난관을 헤치며 재능에 대한 고민도 하며 그림을 계속 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지요.
근대 그림책의 황금기를 만들어낸 3대 그림책 거장(월터 크리엔, 케이트 그리너웨이, 랜돌프 칼데콧)을 발굴해낸 조판사이자 출판인 에드먼드 에반스 입니다.
두 사람 다 수염이 인상적이네요.
이 만남을 통해 매년 특별한 그림책을 만들어내며 랜돌프 칼데콧은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되지요.
그의 그림책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뭐가 그리 특별했을까요?

랜돌프 칼데콧은 짧고 함축적인 문장을 사용해 글을 구성하면서 다양하고 동적인 구성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 페이지 화면 전체를 골고루 사용하기도 하고 작은 크기의 그림으로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도 글과 어우러져 독자가 그 다음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독자가 그림책의 글을 읽고 또 그림을 보게!!! 하고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하나의 장면으로 인식하게 만들 것이지요.
랜돌프 칼데콧 이전에 그림책의 그림은 말그대로 글을 그대로 묘사한, 설명해주는, 글에 종속된 그림, 부가적인 그림이었다면 이제는 그림이 중요요소로, 때로는 글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지요.
랜돌프 칼데콧의 그림은 배경과 인물 묘사를 상세히 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선을 가지고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그려내고, 그림과 글에 유머를 담고, 동작과 표정으로도 인물의 개성을 담아내며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영국인의 전원 생활, 스포츠 요소를 그림책에 담아내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도 있었지요.
에드먼드 에반스와 랜돌프 칼데콧의 황금 콤비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8년동안 매년 2권의 그림책을 출간, 총 16권의 작품을 남겼지요.

하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히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칼데콧 상이 바로 그것이지요.
건강이 악화된 랜돌프 칼데콧이 1886년 미국으로 요양차 여행을 갔다가 그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업적을 기려 한해의 최고 그림책의 그림 작가를 뽑는 상에 그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미국 칼데콧 상 메달의 앞면 그림입니다.
랜돌프 칼데콧의 그림책 <존 길핀의 유쾌한 이야기>의 한 장면에서 따왔습니다.

랜돌프 칼데콧의 그림책 유산은 여전히 오늘 날 수많은 작가에 의해 전해져 내려옵니다.
왼쪽 하단에서부터 주욱 시선을 옮겨볼까요?
작가 랜돌프 칼데콧이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여 스케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만든 그림책을 어른, 어린이 구별할 것 없이 푹 빠져 읽고 있습니다.

오른쪽 화면에서는 칼데콧 대상을 수상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들고 있습니다.
1938년 칼데콧 상 1회 수상자 도로시 풀리스 랜스롭,,1985년 수상자 트리나 샤트 하이맨,
1990년 수상자 에드 영,
2015년 댄 샌탯,
2019년 소피 블랙올,,
2021년 미카엘라 고드가 보입니다.

맨 오른 쪽 아래엔 1964년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도 보이네요.
이들 모두 렌돌프 칼데콧이 만든 그림책의 유산을 이어 받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낸 작가들입니다.
그런데, 혹시 이 아래 작가가 누구인지 아실까요?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이 작가.

네...바로 바로 이 책의 그림 작업을 맡은 바버라 맥클린톡입니다.
작가는 오른편에 자신의 모습과 아이들을 함께 그려놓으면서 랜돌프 칼데콧의 그림책 유산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칼데콧 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슬프게도 이 작품속에서 너무나 충실하게 랜돌프 칼데콧의 생애와 작품을 재현해낸 바버라 맥클린톡은 이 책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지 못합니다. 아니, 아예 수상할 수가 없었지요.
엥?
이 책이야말로 칼데콧의, 칼데콧에 의한, 칼데콧을 위한 그림책인데...칼데콧 상을 수상하지 못하다니 말이지요.
이 책을 구별하자면 랜돌프 칼데콧 인물이야기를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일종의 그림책 전기물이지요.
그림책 작가의 생애를 다루면서 그의 인생, 그의 작품, 그의 화풍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림책 한 쪽엔 실제 랜돌프 칼데콧의 작품 페이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독자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실제 많은 페이지 그림에서 바버라 맥클린톡은 랜돌프 칼데콧의 원화 스케치를 그녀만의 시선으로 변형시켜 새롭게 표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