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토끼의 저주 주디스 커 명작 시리즈 2
주디스 커 지음, 이계순 옮김 / 씨드북(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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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5월 주디스 커 작가님의 소천 소식을 알려드리며 마지막 작품 <학교 토끼의 저주: The curse of the School Rabbit>이 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 작가님의 96세 생일(2019.6.14)에 맞추어 발간 예정이었던 책은 작가님께 드리는 이별의 선물이 되었지요.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 발간되었습니다.


<학교 토끼의 저주>라...제목과 토끼의 빨간 눈매가 긴장감을 부르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스릴러물인가? 혹 공포물? 이렇게 책장을 넘기다가 긴장감은 스르르, 몽글몽글 푸근한 주디스 커 작가의 특유의 연필 그림과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푹 빠져듭니다.


손주에게 보내는작가의 헌사에서 느껴지듯...

초등 저학년 친구들이 읽기에도, 아이들에게 잠자리 동화로 읽어주기에도 딱 알맞은 사랑 담은 책입니다.


학교 토끼 눈송이는 2학년 베넷 선생님이 키우는 학교의 인기 스타입니다.

아이들은 눈송이와 함께 글짓기도 하고 수학공부도 합니다.

하지만 나에겐???

악몽의 토끼죠. 2학년때 줄자로 눈송이를 재고 있는데 눈송이가 나에게 오줌을 찍!!!

저 녀석 아무래도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2학년이 된 내 동생 앤지는 눈송이에게 푹 빠져 정신없이 토끼 댄스를 춰댈 뿐이고...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새 자전거를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배우인 아빠는 '휴식'을 취하시는 중이라는데 꽤 오랫동안 일이 없는 상태고 선생님이 될려고 공부하느라 엄마는 바쁘니...입을 꼬옥 담을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즐거운 소식.

아빠가 새 영화를 찍을 지도 모른다네요.

모든 건..유명한 영화 배우 고든 스트롱씨 결정에 따른다는데...

우리집에 초대하기로 했어요.


아아아악~~

그런데 이 중요한 티타임 자리에 앤지와 갑자기 나타난 학교 토끼 눈송이!!!

그리고 스트롱 씨 바짓단에 오줌을....


몹시 화가 난 스트롱씨는 영화도 취소하고 거기에 영화사까지 소송한다고 해요.

이러면 아빠 일자리는 자연스레 없어지는 건데...

내 자전거는 어떻게 되는 걸까????

참아보려지만 자전거가 너무 작은데...ㅜ.ㅜ

설상가상으로 학교 토끼 눈송이랑 놀던 앤지마저 아프기 시작합니다.

이건 모두 학교 토끼의 저주야~~~

갑자기 예상치못하게 밀려오는 가정의 불행에 이 모든 것의 원흉인건만 같은 학교 토끼 눈송이까지 맡게 된 아이는

이 난관을 어떻게든 헤쳐나가보려 합니다.

과연 학교 토끼의 저주는 어떻게해아 풀릴 수 있을까요?

과면 풀리긴 할까요?

작가 주디스 커는 이제 더이상 천진난만한 자신만의 즐거움을 쫓는 어린아이가 아닌, 하지만 아직 순수성을 간직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간의 따스한 사랑과 협력이 가진 힘을 보여줍니다.

소년은 갑작스레 휘몰아치는 가정의 불행에 맞서 자신의 몫을 다하려고 노력하지요.

이제는 아버지의 실직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도 하는 나이인지라 너무나 철없는 동생이 얄밉기도 하지만, 학교 토끼 눈송이를 돌보는 역할 속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자연스럽게 주디스 커 작가의 유년 시절과 겹쳐집니다.

히틀러와 나치 독일의 위협을 피해 유럽의 여러 나라로 피해다니던 일, 아무것도 모르던 철없는 어린 소녀에서 영국에 정착하며 삶을 이꾸려가기 위해 노력하던 청소년기까지요. 정처없이 여러 나라를 떠돌며 불안한 삶을 꾸려가던 그녀에겐 간절한 꿈이 있었지요. 자신의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꿈. 이 꿈은 결혼을 하고 둘만의 집을 마련한 직후 고양이 모그를 데려오며 이루어졌고 이 이야기는 <깜박깜박 고양이 모그/ MOG the Forgetful Cat>으로 살아납니다.


이 작품은 2017년 <카틴카의 꼬리> 발간이후 준비한 작품이었습니다.(작가님 나이 94세)

1954년에 남편 나이젤(톰)과 결혼, 1962년 집을 마련하고 이사해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지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각자의 작업실에서 일을 하고 해질무렵 대화를 나누며 산책하는 삶.

그렇게 54년의 행복한 인생의 동반자를 잃고 주디스 커 작가는 1년 정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암흑기를 지냅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지요.

배우자를 사별한 친구들의 위로와 도움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다시 어린이 문학의 세계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온전히 하루 24시간, 작품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아침 10시 30분이면 하루 작업을 시작하고 저녁 해질무렵이면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는 규칙적인 삶을 사셨지요.

작가님에게 그림그리기는 일상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90대의 작가가 전하고자 한 자신의 생애를 걸친 사랑과 열정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작가님이 주인공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어린이들에게 대한 신뢰와 애정이 부드러운 연필선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러한 부드러운 연필선과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셨을까요.

이러한 따스함이 가득 묻어나는 <학교 토끼의 저주>

오늘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 스스로 읽는 것도, 포근한 무릎담요를 함께 덮고 아이에게 읽어주시는 것도 강력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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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고양이
고경원 지음, 최경선 그림 / 야옹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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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고양이/ 야옹서가 라는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며 무언가 고양이와 떠나는 멋진 판타지 이야기인가 했다가...

책장을 넘기며 코가 시큰해졌어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다보면 하루 하루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기쁘면서도 그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반려동물이 나이가 드는 모습에 맘이 쓸쓸하고 불안해집니다.

지금처럼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냥 옆에 있어준다면,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함께 할 수 있기를...

반려동물에게 병이 찾아오면

그 마지막 순간이 괴롭거나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되지요.

어두운 밤, 유리전시관 속 목각인형(꼭두)은 어디선가 별이 태어나는 소리에 깨어납니다. 어린 별들이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 서둘러 마중가지요.


어둡고 낮은 곳

어느 누구도 바라봐주지 않고 지켜주지 않는 곳에서도 작은 별이 태어납니다.

이 장면에서 맘이 울컥했어요. 로드킬로 죽어가는 작은 생명체들. 그들의 고통스럽고 외로운 마지막 길을 정말 이리 다정한 길안내자가 와서 데려가기를...


그렇게 세상의 고양이들이 별로 태어나 하늘 소풍을 떠납니다.

고경원 작가는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고 전해온 분이세요.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책등...많은 책 저술과 고양이 관련 활동을 하고 계세요. 도둑고양이라는 이름 대신 길고양이 라는 명칭을 쓰며 고양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아름다운지, 매력적인 반려동물인지 저에게 깨닫게 해주신 분입니다.

최경선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도 맘을 울리고요(분명 고양이 집사이실 듯), 고양이의 삶 마지막 장면을 담아낸 고경원 작가의 글이...그 담담한 서술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어떤 고양이에게는 하늘 소풍을 떠날 준비가 오래 걸리기도 해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시간만큼 담아갈 추억도 많으니까요.

고양이 할머니는 장난감 바구니를 한참 보다가 신중하게 고르고 고릅니다.


"소풍날 보물찾기가 빠지면 서운하잖아."


그래.

즐거웠던 기억, 소중한 보물들 많이 챙겨가렴.

그렇게 마지막 배웅을 지켜보는 저도 함께 기다립니다.

그런데....어라.

아...

그렇게 고양이는 보물을 하나 하나 집안 구석구석에 숨겨둡니다.

특별히 좋아했던 병뚜껑은 쇼파 아래에...

언젠가 이 병뚜경 보물을 엄마가 발견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물어뜯고 쫓아다니던...

쥐돌이는 냉장고 밑에 툭.

그 언젠가 냉장고 밑에서 무심히 켜켜히 쌓인 먼지와 함께 나오겠지.

엄마는 그 때즘이면 이 쥐돌이 기억할까.

내가 얼마나 이 걸 좋아했는지.



옷장 속에 털 묻은 머리끈도 숨기고...

언젠가 계절이 바뀌어 이 옷을 꺼내입을 즘엔...

엄마 눈물도 좀 말라있을까요.

잊지말아요.엄마.

옆에 항상 내가 있어요.

장면 하나 하나 쓸어가며 눈물을 훔쳤어요.

담담히 서술된 문장과 그림 한 컷, 한 컷 속에...

고양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그리고 마지막 순간을 경험하고 하늘 소풍을 떠난 아이를 그리워하는 고양이 집사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서요.

일상을 함께하던 존재가 사라진 어느 날.

점점 그 아이의 기억도 흔적도 사라져 가던 때...

저렇게 어느 한 순간 후욱 파고들어오는 아이의 흔적들이 얼마나 귀한 보물이고 선물인지.

그렇게 소풍 떠난 날, 홀로남을 주인을 위해 보물찾기 보물을 숨겨두고 떠난 것이군요.

고마워요. 작가님.

하늘 소풍 떠나는 고양이에게 이렇게 따스한 길안내자를 보내주어서요.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순간에..

혹여라도 아이가 혼자일까봐, 함께해주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미안해하는 집사의 마음을 다독여주어서요.


행복했던 추억이 많을수록 고양이별은 환히 빛난다고 해요.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눈맞추고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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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비밀스러운 미술관, 2017 볼로냐 라가치상 Braw on Art 부문 멘션 수상작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페이지 추 지음, 이정주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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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웅이는 가족과 함께 미술관 나들이를 떠납니다.

미술관 관람에서 경험하게 되는 신기하고도 묘한 이야기들 함께 만나보아요.

시무룩한 아이

1990년 12월 24일 오후 12시 40분

그런데 미술관 관람전에 아이 표정이??

아주 시큰둥한 웅이의 표정.

웅이는 미술관 관람보다는....자신에게 날아온 매미와 함께 놀고픈 맘이 더 크거든요.

아이의 표정 너무나 익숙한 표정이에요.

거기다가...음...날짜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라니.

대만 문화가 크리스마스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 맘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술관 나들이는???

어릴 적 아이들과 함께 도시 여행을 떠나다보면 항상 넣게 되는 코스가 있었어요.

바닷가 시골마을에 살다보니 문화적 자극이 항상 목말랐던 저는 박물관, 미술관 관람이 너무나 하고픈 일이었지요.

하지만 정작 우리집 아이들은 시큰둥.

고궁나들이에서는 궁궐의 전각 구경보다는 정작 여기 사는 사람들 밥은 어디서 만들어? 화장실은 어디야 만 관심있고, 미술관은 뭐...미술관내 기념품샵에 정신 팔리는 아이들을 보며 으허헝 요 녀석들 여기 한 번 오기가 얼마나 힘든데 말이야 실망도 했으나 그냥 맘을 비우기로 했지요.

가까이 살면서 동네 나들이 하듯 자연스레 접할 수는 없으나 그저 즐거운 기억으로나마 남기를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엄마가 그리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분야에 함께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하고요.

오늘 웅이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려나요?

1990년 12월 24일 오후 2시 30분

웅이네 가족이 도착한 미술관 전경이에요.

작은 글씨로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 TFAM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페이지 추 작가의 어릴 적 경험을 담은 그림책이라고 해요.

아버지의 저 파란 자동차를 타고 떠난 미술관 관람이 그에게 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열어주었다고 해요.

왼쪽 하단에 조각품도 보이구요.

실제 TFAM정원에 전시된 <홈런> 리차이첸 작품입니다.

빨강색이 강렬한 조형물이지요. 어떤 의미로 이런 조각품을 만들었을지...음???

사람들은 이 조형물에 걸터 앉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러 방향으로 돌아가며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겠지요.

일단 이게 뭘까 하는 궁금증을 품게 하는 것이 미술관 관람의 첫 발걸음이 아닐까 싶어요.



2시 49분 미술관 입장을 기다리는 웅이의 표정...음...시무룩하네요.

매미가 날아가버렸거든요.

손에 들린 미술관 입장권, 희미하지만 <OPEN YOUR EYES>라고 적혀있어요.


입장권을 내민 웅이에게 매표원은 확인후 돌려주는데...어라??

입장권이 <OPEN YOUR MIND>라고 바뀐 표를 돌려줍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책은 왼쪽 상단에 저렇게 장소와 타임라인을 적어놓았는데요.

보다보면...순차적인 흐름인 듯싶었는데

미술관에 도착해서 입장까지의 2시 49분과 51분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2시 51분의 순간 웅이의 표정

눈을 감고 있지만 입꼬리는 분명 미소를 짓고 있지요?

또하나의 변화.

손에 든 입장권이 바뀌어 있습니다.

웅이가 다녀온 <비밀스러운 미술관>에는 과연 어떤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 짧은 시간에 웅이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살짝 그 풍경을 엿보자면...

하나의 작품을 보면서도 제각각의 생각과 감상을 하는 사람들.

그 뒤에 살짜기 보이는 작품.

음...저게 뭘까??

실제 전시된 실존하는 회화작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왜 PIPE라고 썼지?? 소의 뿔로 PIPE를 만드나??

하지만 이 작품이 연상되더라구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에요. <이미지의 배반-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지요.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어쩌면 말장난 같지만...

파이프 그림이지만 파이프 실물이 아니니까 그림으로 재현된 것이니까 진짜 파이프가 아니다.

파이프 그림이 맞지만 파이프 라는 이름 자체는 하나의 약속된 언어이니까 다른 언어로 부르면 파이프가 아닐 수 있고요.

혹은 우리가 파이프라 생각하는 기능? 역할, 이미지가 있지만...그 자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물건일 수도 있고요.

결국 미술 작품은 작가가 만들어 세상에 내놓기는 하지만 그것을 완성되는 순간은 관람자가 각자의 생각대로, 자신의 시각대로 해석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결국 같은 작품을 보아도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거대한 배를 구경하는 관람객도 보이는데요.

페이밍지에 작가 뒷편에 살짝 <배>가 보입니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일상의 소품들, 물건들을 크기를 왜곡시켜 조형물로 표현하는 작가들도 있지요.


언뜻 생각나는 작품이 클래스 올덴버그의 <빨래집게>(1976년) 입니다.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해왔던 일상의 물건들이 그 크기나 소재를 변형해서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지요.

그러면서 관람객은 낯설어하고 동시에 혼란스러워해요.

이게 뭐야? 이런 것도 예술품이야? 도대체 왜???

이렇게 일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흔들게 하고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하는 것.

그 자체가 예술이 가진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웅이의 미술관 입장 전 2시 49분과 51분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비밀스러운 미술관 그 여정에 우리도 한번 동참해볼까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OPEN YOUR MIND> 티켓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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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브릭스 일러스트레이터 3
니콜레트 존스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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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이벤트로 도서만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이번에 북극곰 출판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 3번째 작가 이야기로 <레이먼드 브릭스>가 출간되었습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들이야...워낙 많은 책들이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있고, 특히 <눈사람 아저씨>는 크리스마스 때 고정 책이자 영화이지요. 화면과 아름답게 어우러졌던 영화 주제가 <Walking in the air>는 그 첫 소절만 들어도 뭔가 아련해지지요.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는 작가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풀어내줍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경우, 대중들에게 아름답고 서정적인 색연필 그림의 작품들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고 현실 비판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책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그의 성장 과정과 풍부한 도판 자료들을 통해 풀어내줍니다. 저자 니콜레타 존스는 어린이 책 편집자 출신으로 2003년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 선집 <블루밍 북스>를 출간했습니다. 이러한 경력때문인지 이 책에는 그림책 삽화의 설명이 풍부하고 더욱 내밀합니다.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는 우유배달부였던 어니스트 브릭스와 에델이 결혼한지 4년만인 1934년에 태어납니다.

어쩌면 그림책 작가 이야기 중에 가장 유명한 부모님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인생이야기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 <Ethel & Ernest>(1998년 출간)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거든요.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담은 책 <Ethel & Ernest>(1998년 출간)이 2016년 영화화 되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작가의 부모님, <에델과 어니스트>와 살던 집, 전형적인 영국의 플랫하우스가 보입니다.

부모님의 집은 <산타할아버지> 그림책에도 나온답니다.(산타 할아버지가 걸어가는 지붕, 그 집이에요.)


안정된 직업을 택하길 원했던 부모님 바람과는 달리 자신이 하고픈 미술의 길을 택한 레이먼드 브릭스의 초기작품들이에요. 1967년에는 <Mother Goose Treasury>로 한 해동안 출간된 그림책중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상하는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업적은 그림책에 만화를 접합시켜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레이먼드 브릭스는 1973년 <산타 할아버지> 책으로 두 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합니다.

부모님의 죽음과 아내 Jean의 투병과 죽음.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겪으며 작업을 통해 고통을 잊고자한 레이먼드 브릭스의 노력이 수많은 컷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 속에는 투덜투덜대지만 따스한 마음씨의 산타 할아버지가 전형적인 성인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따스한 모습으로 살아있습니다.

곳곳에 투박하지만 정겨운 유머도 살아있구요.


그 다음에 작업한 책들에서 그의 괴짜같은 면모가 가득 보여집니다.

세상의 더러운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 싶은 <괴물딱지 곰팡씨>.

읽어주다보면...속이 메쓰껍고 보는 눈이 괴로울 지경.

작가도 작업하기 괴로웠을까요?

그 작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만들어낸 작품이 희고 깨끗한 순수한 이야기...그러나 슬픔을 담고 있는 이야기.

<눈사람 아저씨>랍니다.

이 작품으로 전세계 어린이와 어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가가 되지요.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면 영국 각 가정의 TV에 방영되기도 합니다.

거기에 거칠것 없는 사회 비판, 정치 비판까지.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은 그림책은 단순히 아이들이 보는 책이야 라고 속단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향해 충격을 던져 주지었지요.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는 글과 그림의 힘.

그래서 그가 더 사랑받는 지 모르겠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 <레이먼드 브릭스>는 그의 삶 이야기와 작품 제작과정에 얽힌 이야기들을 풍부한 도판 자료와 함께 잘 풀어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그러하듯...읽다보면 작품들을 찾아와서 펼쳐보게 됩니다.

아마도 작가론 책들의 의미가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책을 보면서 작가의 삶이나 제작과정, 얽힌 이야기들을 하나도 몰라도 아이와 함께 읽고 웃거나 작품의 감동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작가의 삶과 시대상, 그 뒷이야기를 알고 나면 책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 내가 함께 그들과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요. 특히나 시대 배경을 가지고, 인간의 삶을 담고 있는 책들은 더 그러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의 <레이먼드 브릭스> 책은 저에게 참 귀한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쉬운 점

그림책작가를 주로 한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의 독자가 누구일까 생각했어요.

작품을 좋아하는 작가의 팬? 혹은 그림책을 좀더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찾아보고 사랑하게 하는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1.작품명의 우리말 번역

책 안에 표기된 모든 책들 제목이 원어 표기없이 우리말 책제목으로만 표기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은 뒤에 실린 도서목록에서도 더해집니다.

책 제목을 원어 명기 없이 수록하다보니...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책들은 원어 제목이 뭘지 추측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별도로 검색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게 되어 있지요.

2.참고자료로서의 아쉬움

이런 작가론의 책은 나중에 작가론을 공부하게 될 사람들에게 귀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그림책 작가론을 심층적으로 담아낸 책들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북극곰 출판사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에 애정을 쏟아붓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한데요.

책 뒷 부분에 인터뷰 자료들 출처표기나 참고 도서 역시 우리말로만 표기되면 저 자료는 사실 검색하는데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제목, 인터뷰어, 언론사 명칭 전부다 원어 표기를 찾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원어 표기 부분을 좀더 신경 써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북극곰 출판사가 번역과정에서 우리말 번역에 굉장한 애정을 갖고 노력을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자료로서 생각한다면 우리말 번역과 함께 원어 병기가 더 적절해보일 듯합니다.)

현재 영국 Thames & Hedson 출판사의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는 계속 작가들을 더해 출간되고 있습니다.

북극곰 출파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주시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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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을 찾아라 - 2022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1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1 소년한국 우수어린이도서, 2021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14
김진 지음, 정지윤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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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천개의바람 출판사에서 김진 글/ 정지윤 그림 <세종대왕을 찾아라>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출판사가 미리보기로 보여주는 책 속 궁궐의 여러 장면들을 보면서 이 책 놀랍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흡사 궁궐도를 재현한 듯한 장면 장면에, 시선을 달리해서 근정전 내부 천장을 올려다보는 장면의 시선 전환등 그림 작가의 역량이 굉장히 뛰어남을 느꼈거든요.

거기다가 과거 시험날 문제를 출제해야하는 세종 대왕이 사라지고 궁궐의 신하들이 이리저리 사라진 임금님을 찾아나서는 글 구성까지...조선 시대 궁궐과 도성 안 여러 공간들을 돌아보며 마치 페이지, 페이지마다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한다라고 할까요.


그런데...

막상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받고 한 장, 한 장 장면을 보다보니...머리가 쭈삣쭈삣 서는 느낌이랄까요.

이 책....음.

상상이상이다 싶은...느낌. 이 책 그림을 그리신 정지윤 작가님이 궁금하다라는 생각이!!!

매 페이지 페이지마다 조선의 생활상을 담은 풍속화를 모티브로 한 장면들이 가득 가득.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뿐만 아니라 여러 풍속화들이 가득가득 숨어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초 근대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작품들이 곳곳에 보여 그 장면들 위주로 이야기를 펼쳐볼까 합니다.


사라진 임금님을 찾아 궁궐안을 뒤지던 신하들은 궁궐 밖으로 나가게 되지요.

광화문 앞...궁궐 앞에는 놀이패가 신나게 놀이판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 풍속화가 하면 보통 도화서 화원인 단원 김홍도(1745~?), 혜원 신윤복(1758~?)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서양인들에게 조선의 풍속을 담은 풍속화를 널리 알린 사람을 꼽아보면 기산 김준근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은 조선의 풍속을 궁금해하는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추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장면으로 일상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 장면 안에 스토리와 해학과 풍자를 담고 있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와는 다르게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설명을 달아 도감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림책 속 숨어있는 다른 기산 김준근의 작품을 더 찾아볼까요?



시전과 피맛길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속화의 인물들 모습이 보입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보물 제527호). 26.7x39.7cm

유명한 김홍도의 <행상>입니다.

남자는 지게를 지고 있는 둥우리 장수, 여자는 애기를 업고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있는 모습이지요.

두 사람은 어떤 사연이었을지, 그림책에서는 여자만 남아있네요.


김홍도,<우물가> 종이에 담채, 22.7x27cm, 국립중앙박물관

단원 김홍도의 <우물가>입니다.

저고리를 풀어헤쳐 민망하던 남자는 정지윤 그림작가의 그림에서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구요.

그림 뒷편의 물동이를 이고 두레박을 챙겨 자리를 피하던 여인은 어디로 갔을까요?

앗!! 저기, 저기 있네요. 찾으셨나요????


이제는 북쪽으로 가볼까요?

원래 서울의 북문, 숙정문은 음기가 들어온다고 해서 닫아둔답니다. 가끔 음양의 조화를 위해 개방하지요.

우리는 창의문 밖으로 나가봅니다.


복숭아 꽃이 만발한 봄날...흥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는 군요.

어딘가 익숙한 장면이라면???


신윤복의 <상춘야흥 賞春野興>-봄이 무르익은 들판에서 여흥을 즐기다.

진달래꽃 화사한 봄날에 대금과 해금, 거문고를 연주하는 악공 세 명과 기생들, 양반들이 봄날의 정취를 즐기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세종대왕을 찾아라> 책 속에는 수많은 조선 풍속화 인물들을 모티브로 한 그림들이 숨어있답니다.

제가 보여드린 장면 외에도 더 숨어있답니다.



이 책은 과거 시험날 사라진 세종대왕을 찾아 신하들이 궁궐, 도성 안팎을 다니는 풍경과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도대체 왜 임금님은 중요한 과거 시험날 사라졌을까요?

이 한 마디에 세종대왕의 마음이 다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궁궐안에서만, 고관대작으로 한양 도성안에서 풍족한 삶만 즐기지 말고 일반 백성들의 삶과 마음을 살필 수 있는 관리가 되어라 라는 임금님의 마음 아닐까 싶습니다.

글 내용상 시대 배경 설정은 조선 초기, 세종대왕 때이지만 그림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조선 후기 생활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표현된 인물들이 사실은 그림작가의 치열한 자료조사와 고민이 담긴 장면이라는 것을, 그런 부분에 대해 독자도 함께 느끼고 즐거워한다는 것을 작가님께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림책 <세종대왕을 찾아라>에는 수많은 조선 풍속화가 그림책 속 인물들의 모티브로 쓰여 어린이들이 조선 시대 사람들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풍속화를 이야기 속에 적절하게 활용하여 제자리에 쏙쏙, 재탄생 시킨 그림작가 정지윤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이 책안에는 기산 김준근 화가 이외에도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그외에 다수의 풍속화 장면을 모티브로 한 등장인물들이 곳곳에 숨어있답니다. 이 책 한 권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조선시대 풍속화의 계보를 다 삺펴볼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 그림들을 함께 해보는 것도 어린이들과 즐거운 독서활동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지식들 없이 보아도 책이 가진 재미와 매력이 뛰어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궁궐의 여러 모습들, 조선 시대 삶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그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하지만...아는 만큼 보인다...아는 만큼 더 재미있다...라는 말도 있지요.

이 책과 더불어 조선시대 풍속화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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