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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고양이
고경원 지음, 최경선 그림 / 야옹서가 / 2021년 10월
평점 :

밤을 달리는 고양이/ 야옹서가 라는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며 무언가 고양이와 떠나는 멋진 판타지 이야기인가 했다가...
책장을 넘기며 코가 시큰해졌어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다보면 하루 하루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기쁘면서도 그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반려동물이 나이가 드는 모습에 맘이 쓸쓸하고 불안해집니다.
지금처럼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냥 옆에 있어준다면,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함께 할 수 있기를...
반려동물에게 병이 찾아오면
그 마지막 순간이 괴롭거나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되지요.

어두운 밤, 유리전시관 속 목각인형(꼭두)은 어디선가 별이 태어나는 소리에 깨어납니다. 어린 별들이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 서둘러 마중가지요.
어둡고 낮은 곳
어느 누구도 바라봐주지 않고 지켜주지 않는 곳에서도 작은 별이 태어납니다.
이 장면에서 맘이 울컥했어요. 로드킬로 죽어가는 작은 생명체들. 그들의 고통스럽고 외로운 마지막 길을 정말 이리 다정한 길안내자가 와서 데려가기를...
그렇게 세상의 고양이들이 별로 태어나 하늘 소풍을 떠납니다.
고경원 작가는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고 전해온 분이세요.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책등...많은 책 저술과 고양이 관련 활동을 하고 계세요. 도둑고양이라는 이름 대신 길고양이 라는 명칭을 쓰며 고양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아름다운지, 매력적인 반려동물인지 저에게 깨닫게 해주신 분입니다.
최경선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도 맘을 울리고요(분명 고양이 집사이실 듯), 고양이의 삶 마지막 장면을 담아낸 고경원 작가의 글이...그 담담한 서술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어떤 고양이에게는 하늘 소풍을 떠날 준비가 오래 걸리기도 해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시간만큼 담아갈 추억도 많으니까요.
고양이 할머니는 장난감 바구니를 한참 보다가 신중하게 고르고 고릅니다.
"소풍날 보물찾기가 빠지면 서운하잖아."
그래.
즐거웠던 기억, 소중한 보물들 많이 챙겨가렴.
그렇게 마지막 배웅을 지켜보는 저도 함께 기다립니다.
그런데....어라.
아...
그렇게 고양이는 보물을 하나 하나 집안 구석구석에 숨겨둡니다.
특별히 좋아했던 병뚜껑은 쇼파 아래에...
언젠가 이 병뚜경 보물을 엄마가 발견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물어뜯고 쫓아다니던...
쥐돌이는 냉장고 밑에 툭.
그 언젠가 냉장고 밑에서 무심히 켜켜히 쌓인 먼지와 함께 나오겠지.
엄마는 그 때즘이면 이 쥐돌이 기억할까.
내가 얼마나 이 걸 좋아했는지.

옷장 속에 털 묻은 머리끈도 숨기고...
언젠가 계절이 바뀌어 이 옷을 꺼내입을 즘엔...
엄마 눈물도 좀 말라있을까요.
잊지말아요.엄마.
옆에 항상 내가 있어요.
장면 하나 하나 쓸어가며 눈물을 훔쳤어요.
담담히 서술된 문장과 그림 한 컷, 한 컷 속에...
고양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그리고 마지막 순간을 경험하고 하늘 소풍을 떠난 아이를 그리워하는 고양이 집사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서요.
일상을 함께하던 존재가 사라진 어느 날.
점점 그 아이의 기억도 흔적도 사라져 가던 때...
저렇게 어느 한 순간 후욱 파고들어오는 아이의 흔적들이 얼마나 귀한 보물이고 선물인지.
그렇게 소풍 떠난 날, 홀로남을 주인을 위해 보물찾기 보물을 숨겨두고 떠난 것이군요.
고마워요. 작가님.
하늘 소풍 떠나는 고양이에게 이렇게 따스한 길안내자를 보내주어서요.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순간에..
혹여라도 아이가 혼자일까봐, 함께해주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미안해하는 집사의 마음을 다독여주어서요.
행복했던 추억이 많을수록 고양이별은 환히 빛난다고 해요.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눈맞추고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