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구입했던 책이다.
생각보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아 치워두고 있다가,
이제서야 다시 집어들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아이들에게 놀 시간, 놀 장소,
함께 놀 친구를 허용하여 아이들 내면의 힘을 키워주라는 것이다.
작가인 편해문의 다른 책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를
보면서, 왜 그가 아시아 다른 나라의 놀이를 찾아다니는지 의문이었는데,이 책을 통해 그 의문이 해소되었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놀 시간, 놀 장소, 함께 놀 친구가 거의 허용되어 있지 않는 반면, 그가 찾아다니는 곳의 아이들은 우리 어릴 적의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경쟁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부모들은 아이를 일찍부터 학습의 세계로 내몬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한글, 한문, 영어, 중국어, 수영 등등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이렇게 아이들이 바쁘다 보니, 놀이터에 나가도 같이 놀 아이들이 없다. 어린이집, 유치원 하원 시간 이후에 놀이터를 나가봐도 아이들이 없다. 물론 놀이를 위해 반드시 친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사회 생활을 위해 필요한 기본 규범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작가는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는 "놀이 밖 현실에서 겪는 승리와 패배의 경험을 즐기고 이겨내는 힘이 길러진다(p189)"고 한다.
게다가 놀 장소는 더욱 마땅치 않다.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놀이터는 놀이기구도 별로 없고, 넓고 휑하니 흙으로 덮여있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자치기,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등등 기구가 거의 필요없는 놀이를 하고 놀았다. 그런 놀이터에서 우리는 여기저기 쓸만한 것들을 모아 소꿉놀이를 하고, 놀이터 한 켠에 모아놓기도 했었다. 다음날 놀러 나와서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요즘 놀이터는 대부분 고무로 덮여있어 땅에 그림을 그리며 놀 수도 없고, 공을 튀기면고무 파편이 튀고, 햋볕이 조금만 세게 내리쬐도 고무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난 그런 놀이터에서 아이를 놀게 하고 싶지 않다. 집 주변은 모두 고무가 깔린 놀이터라서, 모래가 있는 놀이터를 찾아 멀리 차 타고 공원까지 나가야 한다. 놀이 기구며 놀이터 환경 자체가 함께 뛰어 노는 것을 쉽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흙을 밟고, 만지며, 구를 수 있는 환경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 어릴 적에는 놀이터 뿐만 아니라, 집 사이사이의 골목이 온통 놀이터였다. 그런데 주거 형태의 대부분을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골목은 사라졌고, 주차장을 모두 지하에 위치시킨 형태의 아파트들에서 조차 지상에 조성된 놀이터나 공원에서 아이들이 무리지어 뛰노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아이가 아직 어린 탓도 있겠지만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가면 다른 아이가 없는 편이 심심하긴 하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다. 혹시 다른 아이와의 사이에 말썽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다. 어릴 적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던 나조차도 놀이터에 가면 한 두시간은 모르는 언니, 오빠들, 친구들과 놀고 올 수 있었는데, 요즘은 큰 아이들은 작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노는 데 방해되는 존재로만 인식하는 모습을 몇 번 보다 보니, 우리 아이보다 큰 아이가 다가오면 긴장부터 하게 된다. 결국 함께 놀아 본 경험의 부재로 인한 문제들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논조에 대해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 아이의 놀이와 휴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