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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번데기 - 시인과 인공지능 AI 챗봇의 만남
법일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날개 달린 번데기』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시적 언어로 포착하고, 그 의미를 AI 해설과 함께 다시 비추어 보는 독특한 구성의 시집으로, 사진 속 페이지들을 넘길수록 시와 해설이 서로에게 빛을 덧입히는 새로운 읽기 경험을 선사합니다. 시인은 포행길, 방풍 비닐, 개나리 진달래, 탁주 한 잔 같은 평범한 사물과 순간에서 마음의 움직임을 발견하며, 그것을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기록합니다. 특히 “바람 가른 자리에 머리 숙여 합장합니다” 같은 문장은 자연 앞에서의 겸손함과 감사함을 미세한 결로 드러내고, “발길은 아직 서툴러 자꾸 뒷문 쪽으로 돌아간다”는 구절에서는 인간이 변화에 적응해 가는 느린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인터넷 기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이 시집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시 자체의 정취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AI가 덧붙이는 해설이 시인의 의도, 정서적 배경, 은유의 방향성을 따뜻하게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시가 전하는 감정의 결을 직설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독자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집의 후반부에 담긴 작품들에서는 마음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시선이 더 깊어지며, “알 수도 없다,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모르는 것도 아니다”와 같은 구절을 통해 존재의 복잡성과 깨달음의 여지를 함께 보여줍니다. 여기에 AI가 해설로 덧붙이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평화와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통찰은 시가 가진 여운을 확장시키며 독자의 사유를 한층 더 넓혀 줍니다. 또한 일상의 작은 풍경을 다룬 작품에서도 시인은 단순한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마음껏 즐기며 살아가자’는 낮고 단단한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봄날의 산길, 불탄 비닐, 탁주 잔, 회식 자리 같은 익숙한 장면들이 시인의 시선을 만나면 삶을 성찰하는 작은 축제가 되고, AI 해설은 그 축제를 독자가 천천히 음미할 수 있도록 다정한 안내문처럼 곁을 지켜 줍니다. 시와 기술이 서로의 결을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시집은, 시적 감수성과 현대적 읽기 방식을 모두 품은 새로운 형태의 문학 실험으로서 의미가 큽니다. 일상의 순간에서 작은 깨달음을 찾고 싶은 분께 기꺼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