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마음 -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
정고요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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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정고요 작가의 에세이 산책자의 마음은 대도시의 속도감에서 벗어나 강릉의 바다와 솔숲 사이를 걸으며 발견한 일상의 소중한 단편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작가는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이라는 부제처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자연과 사물을 응시하며 얻은 사유를 정갈한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제공해주신 사진 속 내용처럼, 이사를 와서 다시 아파트에 살면서도 한계리 시절의 마당 있는 집과 열매 맺던 나무들을 추억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공간'과 '기억'이 우리 삶을 어떻게 지탱하는지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마당에서 풀을 뽑고 돌을 고르던 고단함조차 이제는 "부끄럽지 않게 유지하고 싶었던 절박함"이라는 애틋한 감각으로 치환되는 대목에서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자기 성찰이 돋보입니다.

이 책의 매력은 거창한 깨달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밤바다 앞에 서서 끝을 알 수 없는 파도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회상하거나, 화분의 식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비결로 '물 주는 날을 기록하는 성실함'과 '적당한 거리 유지'를 꼽는 장면은 우리에게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말을 빌려 "거리에서 부드러움이 나온다"고 고백하는 작가의 시선은,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 자기 자신을 돌보는 데 있어서도 적절한 간격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산책하며 만난 죽은 새에게 명복을 빌어주고, 마음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워가는 정고요 작가의 보폭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독자 또한 자신만의 고요한 산책길에 서 있는 듯한 평온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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