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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읽기만 해도 어휘력이 늘고 말과 글에 깊이가 더해지는 책
장인용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2월
평점 :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를 사용해왔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었으며, 유교 사상과 불교, 서양 문물의 유입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우리의 단어 역시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저자는 이러한 단어들의 어원을 살펴봄으로써, 단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글과 말을 구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흥미로웠던 예시들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장. 뜻이 바뀌어 새롭게 쓰이는 말
'깡통'의 '깡'은 영어의 '캔(can)'과 대나무 마디를 의미하는 한자 '통(筩)'이 결합된 단어로,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외래어와 한자가 결합된 형태다.
또한 '국권', '국채', '민주', '민간', '법', '산업' 등의 단어는 우리 민족의 기본 이념과 체제에서는 자연스럽게 생성되기 어려웠으나, 서구와의 교역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장. 뜻이 역전된 말
'~있다'와 '~없다'가 붙은 어휘 중 '뜬금없다'를 예로 들 수 있다. '뜬금'은 원래 '떠 있는 값(시세)'을 뜻하며, 변동이 심하다는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여기에 '~없다'가 붙으면서 '엉뚱하고 갑작스럽다'는 의미로 변화했다.
이처럼 원래 좋은 의미였던 단어가 '~없다'가 붙으면서 부정적이거나 전혀 다른 뜻으로 변화한 경우가 많다.
3장. 유래를 알면 더 재미있는 말
오징어는 원래 오징어가 아니었다?
'오징어'의 원래 이름은 '피둥어꼴뚜기'였으며, '오징어'라는 말은 본래 '갑오징어'를 지칭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꼴뚜기'가 '오징어'를 밀어내고 그 명칭을 차지했다.
오이가 참외를 밀어냈다?
'오이'의 옛이름은 '외'였으며, 원래 '참외'를 뜻했다. 이후 '오이'를 지칭하는 말로 변하였고, 기존의 '외'는 '참'을 덧붙여 '참외'가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가지'는 왜 '가지'라고 부를까 궁금해할 때, 3장을 읽으면 다양한 물고기, 채소, 과일의 이름 유래를 설명해 줄 수 있다.
4장. 한자로 바꾸거나 구별하여 오해를 부르는 말
한자 '락(樂)'은 다양한 뜻을 가진다.'음악(音樂)'에서는 '노래'를 뜻하고,'낙원(樂園)'에서는 '즐겁고 평화로운 곳'을 의미하며,'요산요수(樂山樂水)'에서는 '즐기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한자어를 한 가지 뜻으로만 알고 있다면 단어의 의미를 좁게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5장. 우리말이나 다름없는 말
1. 다음 중 한자어가 아닌 것은?
① 도대체 ② 만약 ③ 흐지부지 ④ 잠깐 ⑤ 어차피
2. 다음 중 일본어 유래가 아닌 것은?① 가방 ② 구두 ③ 냄비 ④ 가마니 ⑤ 짬뽕
3. 다음 중 만주어가 아닌 것은?
① 순대 ② 사돈 ③ 보름
이 문제들은 모두 출제 오류가 있다. 위 단어들은 각각 한자어, 일본어 유래어, 만주어가 맞다.
'피리', '낙지', '비단', '서랍', '절구' 등의 단어는 한자에서 유래했으나, 국어사전에서 음이 변형되며 한자 표기를 하지 않는 단어가 되었다. 저자는 이를 '우리말로 귀화한 단어'라고 표현한다.
6장. 공부가 쉬워지는 말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번역한 용어들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 철학, 문학 등의 개념어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체중', '단백질', '현미경', '음극' 같은 단어들은 중국어에서 번역된 용어로, 우리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7장. 종교에서 유래한 말
불교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일상에서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얼추', '단박', '시달리다', '동냥', '노파심' 등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는 이처럼 다양한 역사와 사연이 담겨 있다. 한자어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특히 많으며, 한자를 공부하지 않는 세대에게는 일부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오해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물론 독서량 부족으로 인한 문해력 문제도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단어의 변천을 재미있게 이해하는 동시에 어휘력과 문해력을 키우는 참고 도서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