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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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있다면, 그녀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2015년 시베리아 북동부에 거주하는 에벤 인을 대상으로 인류학 연구를 진행하던 중 캄차카 화산 지대에서 곰의 습격을 받은 그녀는 얼굴 전체와 오른쪽 다리가 찢기고 턱 일부마저 사라지는 극한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생사를 오가는 순간을 견디고 프랑스로 옮겨진 그녀는 수차례 수술을 받으며 회복하지만, 단순한 신체적 고통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도 그녀에게는 고통이였다.

병원에서의 치료 과정과 원주민과의 교류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미에드카(곰과 인간이 뒤섞인 존재)’라고 여기며, 곰과 연결된 자신을 발견한다. 기존의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이 아닌,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들이 그녀를 뒤흔든다.

'나는 내 불일치를 받아들이고 내 불확실성에 나 자신을 잘 메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84) 라는 문장에서 자신을 끝까지 놓지 않고 붙잡는 모습, 피를 토하고 모르핀만이 고통에서 구해주는 시간을 견디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트바이안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상처와 마음의 치유를 넘어선 무언가를 찾기 위한 용기일 것이다.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의식 없이도 떠오르는 장면을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처절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다리아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그런 일을 겪게된 이유와 앞으로 살아가야할 방향성을 찾아가는 시간들이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함께 공존할 존재로 볼 것인가? 그녀는 후자를 선택했다.
사건 이후의 삶을 담은 에세이라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철학서 같다.

P107 무엇인가 일어난다
무엇인가 다가온다
무엇인가 나에게 닥쳐든다
나는 두렵지 않다

P123 나는 이 광활한 풍경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의 작은 움직임들을 느낀다. 그것은 봄에 폭발적인 도래를 기다리며 따뜻한 곳에서 버티는 사람들만이 지닌 무한한 인내심의 표현이다

P172 슬퍼요? 내가 묻고, 그녀가 답한다. 아니 왜인지 너도 알지, 여기서 사는 것은 귀한을 기다리는 거야, 들꽃, 철을 따라 이동하는 동물들, 중요한 존재들, 너는 그 중 하나야,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감동 받는다. 이것이 나의 해방이다. 삶이 주는 한 가지 약속.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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