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박소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제 느낌을 남깁니다.


박소현 작가가 등단 20년 세월 동안 그만의 맛과 향으로 숙성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두 번째 수필집.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작가는 담담한 언어를 통해 위로를 전한다. 작가의 고향 바다 해녀들이 물숨을 참아내며 삶을 이어가듯, 그 역시 기나긴 시간 속 “한 줄 문장을 찾아 문학의 숲을 유영”하며 수필의 씨앗을 건져내었다. 문학과 철학, 인문학과 예술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견고한 문장에서 삶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수필의 끝을 시인과의 대담 두 편으로 마무리했다. 첫 번째는 세상에 와서 억울하게 죽어간 넋들을 위한 헌화가를 부르는 ‘시대의 무당’이 되길 자청한 강은교 시인과의 대담, 두 번째는 제주 4·3의 슬픈 역사를 알리는 부드러운 전사 허영선 시인과의 대담이다.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꺼이 글로써 담아내는 두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작가는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들에 대한 사랑을 보낸다. [알라딘 제공]

는개.

안개비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비.

더께.

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낯선 단어를 알아가는 것은 독서의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16p. - 내성행상불망비

민초들의 피와 땀이 땅속 깊이 눈물로 새겨진 십이령길. 저 오래 묵은 나무들의 나이테에도 보부상들의 서러운 상처들이 옹이로 남았을 것이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 거친 생존의 무늬들이.

17p.

가난했지만 꿈마저 남루하진 않았다.

18p.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저들은나와 무슨 인연의 고리로 얽혀 이 길에서 만나게 된 것일까?.

기행문인지, 수필인지 헷갈리지만, 그 길에서 느낀 작가의 마음은 글자 몇개로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더욱 가슴에 남는 글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십이령길을 걷고싶네요.

156p. - '카공족'의 변

일주일에 두세 번 내가 카페에 갈 때마다 그들은 늘 같은 자리에서 골똘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 하지만 불문율처럼 우린 서로 눈인사를 하거나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면, 휴식시간이 약 30분정도 남습니다. 이어폰을 걸고 단지 외곽을 산책합니다. 공단이 크지않아 2바퀴 돌면 약 2km. 18분정도 걸립니다. 그 사이 마주치는 몇 몇 사람들. 안경쓰고 키가 큰 중년 남성, 커피를 들고 부지런히 걸어가는 여성, 그늘에 자리잡고 여유롭게 암덩어리를 (담배) 먹는 몇명의 남자들...

더운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져 다시 산책을 나갔고, 며칠이 지났지만, 안경쓰고 키가 큰 중년 남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커피를 들고 부지런히 걷던 여성분도...

여성분은 젊은듯 하여 이직걱정은 적어보였지만, 중년 남성은 걱정이 됩니다. 회사생활이 힘들어서 다른곳으로 이직한건지, 점심시간이 변경되어 마주치지 못하는건지...

직장인은 규칙적으로 움직입니다. 2014년 영화 '플랜맨'에서는 6:35 샤워, 드라이기로 욕실 물기 제거. 8:00 옷 입기, 8:30 출근, 8:42 횡단보도 건너기...처럼 하루의 행동하나하나를 시간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남자가 나옵니다. "조금 심하다."라고 생각했지만, 1994년 지하철로 인천에 다닐 때 환승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이면 몇몇사람은 자리를 이동합니다. 몇번 마주친 기억에 그 사람을 따라가보니 문이 열리고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바로 앞에 환승하기위한 계단이 있었습니다. 전철이 정차하기 전 미리 계단앞으로 이동하여 조금이라도 빨리 이동하기 위해 그 위치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 요즘에는 환승정보를 검색을 해보면 "몇번 칸의 몇번 문"이 최소 이동위치라고 알려줍니다.

매일 걷는 거리의 신호등 순서를 기억해서 조금 서두르거나, 조금 여유있는 걸음으로 횡단보도 시간을 맞추는 것은 알람을 맞추고 움직인 영화속 주인공과 별 반 다를게 없어 보입니다.

각자의 목적으로 모인 '카공족'. 남에게 관심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잠깐이나마 머리를 식히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 입니다.

출근길 버스정류장에서 항상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일 때.

산책길 더운날씨이지만 항상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일 때.

나의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그들을 위해 잠깐 기도합니다.

건강하기를, 평안하기를...

책만큼 영화를 좋아합니다. 마*, D* 처럼 생각 놓고 보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주로 보는 영화는 큰 사건없이 일상이 흘러가는 조용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최근에 본 영화중에는 "싸나희순정"이 기억에 남네요. 리틀 포레스트, 북촌방향, ...

수필을 읽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긴박하고 거창한 사건은 없지만, 우리 주변에 늘 있던 사람들.풍경들. 그걸 바라보고, 느낀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싶어서.

조곤조곤 읊조리는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을 읽다보면, 마치 그곳에 작가와 같이 있는듯 하고, 작가가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그걸 계기로 잊었던 나의 감정을 떠올려보는 재미. 그 맛에 수필을 읽는것 같습니다.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는 뭔지모를 이유로 가슴이 답답한 요즘.

저에게 최고의 선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지금, 우울했던 지난 감정을 털고, 잊고 있던 일상과 감정을 떠올리며, 박소현작가와 동행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안의윤슬이빛날때 #박소현 #특별한서재 #수필 #산문 #카공족 #불문율 #규칙 #울진십이령길 #울진십이령아리랑 #보부상 #민초 #어머니 #싸나희순정 #리틀포레스트







일주일에 두세 번 내가 카페에 갈 때마다 그들은 늘 같은 자리에서 골똘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 하지만 불문율처럼 우린 서로 눈인사를 하거나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 P1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