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 개정판
이재호 지음 / CPN(씨피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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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문장과 풍부한 묘사력,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 그 웃음 뒤에 얕게 퍼져가는 감동은 웃음보다 오래 마음속에 머물며 우리들의 지친 일상에 활력이 될 것이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의 오감을 사로잡는 갖가지 화려하고 다채로운 매체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설이 재미가 없으면 쓰는 사람 역시 재미가 없고, 읽는 사람 역시 재미가 없다. 그리하여 삶의 재미 하나가 달아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재미있다.


소설가 성석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소설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가 1998년도 처음 출간된 후, 2020년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22년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그만큼 재미있거나, 당시에는 안어울렸지만 지금은 어울릴것이라는 기대.

둘중 하나였겠지?


추억.

국민학교 저학년때를 생각하면 여름방학때마다 찾아갔던 시골 외할머니댁이 떠오른다.

도심에서 태어나고 자란탓에 논과 밭을 구분하지 못했고, 쌀은 어느나무에서 어떻게 열리는지도 몰랐다. 버스를 타고,시내버스를 갈아타고 한참을 가면 철길옆 아무곳에 버스가 정차한다.

기차가 다니는 철길 양끝을 한참 바라본 후 엄마손에 이끌려 그 철길 2개를 횡단한다. 하행선 한개, 상행선 한개.

그리고 얕은 개울을 건너가면 외삼촌이 경운기를 타고와서 우리를 기다리신다.

'다다다다' 시끄러운 경운기소리에 외삼촌의 목소리는 잘 안들리지만 뭐라 물어보신다.

'저 옆에있는게 논일까?. 밭일까?'.

'논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매 년 올때마다 물으시니 안 외워질리가 없다.

그렇게 한참을 가면 넓은 마당 한구석에 우물이 있는 외할머니댁에 도착한다.

얼른 고무신으로 갈아신고 우물 옆 그늘진 곳에 있는 빨간 고무통에 잠겨있는 수박,참외를 두드려본다. 냉장고에 있지않은 과일들이 먹을때는 시원해서 얼마나 신기하던지.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내일 새벽에 해뜨는것을 보러가기 위해서.

새벽에 누군가 흔들어 깨운다.'해뜨는거 보러 가야지'

어린나이였지만 산에 오르는게 힘들었지만, 빨갛게 떠오르는 해와 붉게물든 하늘을 보며 가슴벅찼던 기분을 못잊어 시골에 오면 한번은 꼭 해보는 일이다.

동네 또래 녀석들하고 개울가 송사리잡던 일. 논에서 징그러운 알꾸러미를 만지던 일.하나뿐인 구멍가게에서 발견한 과자 한봉지에 행복했던 일.2박3일의 여행이지만, 했던 일도 많고, 하고싶은일도 많고, 즐겁고 신기한 날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작은 행복에 감탄하는 내가 아니다.

행복의 기대치가 너무도 커져있는탓에, 작은 행복은 별 감흥도 없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버린것이다.


이 책은.

그런 행복한 추억이 있는 어른들에게 말하는 듯 하다.

'너도 예전에는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았었다'고.

큰 행복만 쫓아다니지 말고, 지금 자주 일어나고있는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라고.

일사병에 걸려 죽는것을 방지하려고 밀짚모자를 소중히 여기던 소년.

독자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잊지 말라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 많은 생각에 잠겼다.

철길을 무단횡단할때의 두려움, 밤에 울어대는 무서운 새소리,

온몸을 적시며 잡은 작은 물고기 몇마리에, 메뚜기를 구워먹었던 기억,

작은 일로 무서워하고, 작은 일로 행복했던 시절.

작은 일은 무섭지않고, 작은 일로 행복을 못느끼는 지금.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때의 기분은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과거를 떠올리는듯 하지만, 조금은 허구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은 좋은 추억여행의 시간으로.

순박한 시골생활을 모르는 사람들은 좋은 간접경험의 시간으로.

가슴에 와 닿을듯한 따뜻한 어른 동화.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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