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고양이 - 닿을 듯 말 듯 무심한 듯 다정한 너에게
백수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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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무래도, 고양이》는 〈중앙일보〉에 ‘어쩌다 집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글을 모은 책으로, 불현듯 나타난 길냥이 나무와 한 지붕 아래 가족이 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 백수진은 처음으로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며 겪은 삶의 다양한 면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혼자만 먹고, 입고, 지키면 되던 삶에서 책임져야 할 대상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어깨를 짓누르는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사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지 자신의 이야기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적어 내려간다.


웃는 일만 가득할 줄 알았더니 식탐 넘치는 나무가 조금만 밥을 안 먹어도 눈물이 나고, 혹여 출장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할 때는 캣시터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예민함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줄 알았더니 화장실 모래에 통 적응을 못해 한 달이나 애가 탔던 경험을 웃프게 털어놓는다. 한평생 모르고 살아온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매일 눈물 콧물이 쏙 빠지고, 30여 년 인생사에서 남의 똥을 치우는 것도 처음이지만 반려묘와 함께하는 일상은 많은 걸 포기해도 좋을 만큼의 기쁨, 행복, 감동을 영위하도록 만들어주었다 말한다.


고앙이 집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저자의 이야기들은 집사라는 새로운 경험이 그를 다시 숨 쉬게 하고 살아가게 만들었다는 걸, 아무래도 고양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생하게 확인시켜줄 것이다.


인스타그램 @NAMU.THECAT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고양이

중학교 1학년때 30분넘게 버스를 타고 가서 새끼 고양이 한마리를 집으로 데려왔다.

낯선 환경탓인지 끼니도 거른채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바쁜녀석.

그 녀석을 졸졸 쫓아다니며 귀찮게 굴었다.

얼마지나 집에 적응했는지 TV를 보고 있으면 근처에 와서 자리잡고 같이 TV를 보던 녀석.

학교갔다가 집에오면,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현관문 앞에 자리잡고,

'야옹야옹'거리던 녀석.

어느날 침대에서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가 살짝살짝 흔들렸다.돌아누으며 "뭐지?" 하고 생각하자마자 침대 난간 너머로 녀석의 머리가 보인다. 2층침대에 걸쳐진 사다리를 올라와 내 품에 자리잡고 자려한다.

쌀쌀했던 날씨에 느낀 녀석의 온기는 세상 어떤 난로보다 따뜻했다.


성묘

그렇게 시간이흘러 녀석의 사춘기가 온건지, 본격적인 고양이 짓을 한다.

가끔 집 밖으로 나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오기도 하고. 만져볼까싶어서 쳐다보면 슬금슬금 구석으로 자리를 피하는 녀석.

그러던 어느날, 집 밖으로 나가더니 지금껏 돌아오지 않고있다.


위로

처음으로 집에 데려오던 그 때. 양파자루에 담겨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던 녀석이었지만,

무릎에 있는 녀석의 온기는 세상따뜻한 위로였다.

한때 유행했던 '프리허그'처럼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녀석도, 나도 마음의 안정을 느꼈는지 모른다.


어른이 된 지금. 회사 마당에 밥먹으러 놀러오는 길냥이가있다.

어느날은 임신해서 오기도 하고, 영역다툼을 했는지 한쪽눈에 상처를 입고 오기도 한다.

그러던 녀석이 작년 가을부터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된걸까?...




직접 키우지 않는 사람의 특권.

명언이자 정답인듯 하다.

인생도 그렇다고 하지 않던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앞뒤 안가리고 입양을 선택했지만, 늘어가는 비용에 가끔 힘들어하는 사람을 봤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같이 놀아줘야하고, 때마다 주식,부식사러 마트에,온라인 쇼핑에 집중하고.

사람이 병원에가면 보험이 되지만, 아직까지 반려동물의 보험은 대중화 되지 못한탓에, 병원비가...

그럼에도 동물을 키웠을때 느끼는 따스한 위로때문에 같이하는것은 아닐까?






그러게 말이다. 동물 보호단체가 행하는건 아닌데, 누구일까?.

길고양이는 있어도, 길개는 없는것 같다.

사람이 고양이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고양이가 주인을 고른다고 들은것 같다. 길에서 살지만, 그 길 위에서 주인같은 누군가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길냥이들.

그런 길냥이가 있기에 캣맘,캣대디들은 사비로 간식을.주식을.영양분을 사서 길가로 나서는것이지도 모른다.길에서 먹고 사는 길냥이 이지만, 퇴근길에, 집에있다가 시간 맞춰 간식들고 나와 잠시 만나는 길냥이 이지만, 캣맘,캣대디들은 그 짧은 만남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행동한다.

혹여나 상처난 곳은 없는지,임신한건 아닌지.이리저리 살펴보고, 눈맞추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길냥이가 위로를 받는건지, 사람이 위로를 받는건지.

아마도.

서로간에 위로하고 위로받는게 맞겠지?



'나무 보호자님?'

나무와 작가님이 하나라고 세상에서 인정한 순간이다.

나역시 애기가 생겼을때 처음 병원에 갔다가 약타러 약국에 들렸을때, 약사가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내가 아빠가 된다는것을 세상사람중에 처음으로 인정하고 불러주던 그 순간.

그 순간부터 책임감은 배가 되었고. 새삼 느끼게 된 '보호자'라는 자리의 중압감도 느꼈다.




나도 그렇고, 딸램도 그렇고. 둘 다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 둘 다 비염도 있다.

약먹으며 키우고 싶지만, 다행스럽게 ? 애엄마가 고양이는 질색이다.

'갸르릉'소리와 눈이 무섭단다. 어릴때 트라우마도 있어서. 우리집은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 ㅠㅠ

그래서 택한것이 랜선집사. 인별에 뜨는 수 많은 고양이들 중에 '쿠키','멩이'를 즐겨 찾아간다.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 시름이 스르륵 사라지는 마법을 느낀다.



예전보다 결혼률이 떨어지고, 출산률이 떨어지는것.

어찌보면 시대가 만든것일지 모른다.

배우자가 없으면 사람을 입양할 수 없는것으로 안다.(개정한다는 소리는 있었는데.)

결혼은 싫고 아기는 키우고 싶다는 말이 한참 떠돌던게 얼마 전이다.

우리나라의 결혼 이라는게 단지 두사람만의 결합이 아닌, 그 주변사람들까지도 모두 연관되어지는 부담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것은 아닌지.

시댁 식구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처가 식구들을 부담스러워하고.

그렇다고, 혼자 살기는 싫고.

자연스레 반려동물로 눈길이 갈 수밖에.

시대가 조금 더 흘러 결혼의 개념이 변한다면. 사람들은 결혼을 할 것 같다.

그때는 반려동물에게만 위로받지 않고,

배우자,아기,반려동물이 같이 살며 서로 위로가되고.힘이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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