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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형태 - 여태현 산문집
여태현 지음 / 부크럼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책소개
‘인어’, ‘우주의 방’,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등 소설과 에세이의 장르 구분 없이 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온 여태현 작가의 신작. 세상 모든 다정함의 모습을 기록한 에세이. ‘다정함의 형태’
‘다정함. 뜻과 소리가 따듯한 느낌을 가졌다. 좋아하는 단어들이 많은데 요즘 가장 날 평화롭게 만드는 명제는 단연코 다정함이다. 다정하게 구는 것들을 보면 잘 대해주고 싶다. 비슷한 온도의 마음으로 내게 쏟은 애정을 되갚아주고 싶어진다.’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면 다정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랑과 애정, 다정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이를테면 위상동형이다. 사랑에는 다정함이 수반된다. 다정하지 않은 사랑은 이제 내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다정함
고등학생때 여자 후배가 나를 찾아와 고민상담을 하고싶다고 말한적이 있다.
나는 남자이고, 그때까지도 그 후배와 개인적인 교류도 없었던 터라 물어봤다.
"네 학교 선배도 많고, 다른 사람도 많은데 잘 모르는 나한테?. 왜?" 라고.
"학교선배가 제 얘기 듣다가 선배한테 가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선배님은 자신의 일처럼 고민하고, 신중하게 얘기해줄거라고."
나를 추천해준 그 선배는 나와 죽이 잘 맞는 여자 동기였다. 자신이 답해줄 수 있는것은 최선을 다했고, 그 외에 답하기 애매하거나 힘든부분은 나와 상담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처럼
남은 남이다. 나와 남은 생각하고 느끼는것은 분명히 다르다. 어느정도 짐작만 할뿐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네 심정 다 알어".이다.
결코 알 수 없다. 쇼윈도우 부부로 살다가 실체가 알려진 연예인 부부가 얼마나 많던가.
내 심정은 결코 누구도 알 수 없다. 짐작만 할뿐.
그러나 그런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그저 공감해주는 것 뿐이다.
자신의 일처럼 그저 들어주며 생각만 해 주는 것이다. 결론을 지어주거나, 결과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세상 그 누구 보다 많은 생각을 한 그사람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들어주는 것. 그게 최선이다.
30년넘게 알고 지낸 친구녀석에게도 모든것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
결혼생활과 자식에 관한 생각. 미혼인 그녀석에 툭 던지는 나의 고민은, 그저 나의 행동을 이해해달라는 것일뿐이다. 내가 요즘 이런 문제로 정신없이 마음이 괴롭다고 알려주는 것, 그렇게 털어놓다보면 조금은 가벼워지는 내 마음. 굳이 답을 알려달라거나, 나를 비판할 필요는 없다.
그저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녀석도 그런 내 마음을 알고 묵묵히 들어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준다.
나를 향한 녀석의 다정함의 형태는 들어주고, 같이 밥먹고, 술한잔 건네주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다정함이 존재한다.
다른 어떤 사람을 만났을때 다양한 형태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때로는 귀기울여서, 때로는 술한잔 같이 마시며, 때로는 손 한번 잡아주는 것으로.
그런 다정한 형태를 보았을때 따뜻한 미소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