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거 총을 든 할머니

파란만장한 킬러 할머니의 하이퍼 페미니스트 누아르 픽션!


어느 날 새벽6시. 오베르뉴 지장의 한 시골집에서 총격이 벌어진다.

102세의 할머니가 자기 집을 포위한 경찰들에게 총을 쏜 것이다.


오전8시. 수사관 벤투라는 경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용의자를 심문하고 있다.

102세,루거 총을 든 이 용의자는 자신의 집 지하실에 일곱 구의 시체와 동물 뼈들을 숨겨놓고 있었다.


두 차례 전쟁을 겪고 여러 번 결혼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군인과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을 거침없이 죽여버린,102세 할머니의 자백이 시작된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브누아 필리퐁의 두번째 범죄소설이다.


위즈덤하우스에서 가제본 서평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얼른 달려가서 신청했다.

(출판사에 달려간거 아닙니다. ^^)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재미있게 봤기에 부푼 가슴으로 신청한것이다.


책이 왔어요.



헉. 책 겉모습이.맞아요 가제본이었어요.

일단 책 자체의 느낌은 오타는 못찾은건지 없었고요.

글체가 조금 낯설었는데, 읽다보니 괜찮더군요.

내용을 잠깐 인용하면.


16p.세상의 지진은 출산처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가 된다. 아비의 부재처럼, 아버지를 가져보지 못한 아이는 부성애의 결여에서 비롯된 빈자리를 느끼지 못한다.베르트는 훗날 그것을 다른 남자들의 품에서 찾으려 했다.


21p.알퐁스는 영혼을 반납했다. 그것으로 무얼 할지도 모르는 나나가 아닌 그의 애인에게.

반면 빚은 나나가 해결해야했다.우선은 치마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나나는 교육을 받지 못했고 학위도 없었으나,지친 여행자들에게 소정의 대가를 받고서 

짧은 체류를 제공하기에 충분히 안락한 기반은 갖췄다.그녀에겐 상황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조차

사치였다. 어린아이를 먹여 살려야 할 과부는 필요하다면 머리에 앞서 엉덩이를 굴린다.


38p.베르트는 몇 년 전에 과부가 되었고,점령당한 마을에서 홀로 살아가야한다는 불안감이 매일 밤 조금씩 커져갔다.남자의 존재 하나로 안심이라 말할 수는 없었으나-바로 옆 캠프에서 진을 치고 있는 나치의 전차부대에 맞서 일개 기둥서방이 대체 무엇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베르트는 저녁마다 덧문을 닫으며 몸을 떨었다.초가집의 정적이 그녀의 이불 속만큼이나 차갑게 느껴졌다.

포근한 품이 있다면야 마다하지 않았으리라.


초반에는 할머니의 젊은시절이 나옵니다.

그녀의 삶이 시작부터 힘들었다는 느낌에 전쟁세대인 우리들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6.25 전쟁때 피난가며, 피난 못가며 버텨오신 분들.잠시 감정이입해봅니다.

시대가, 주변상황이 어쩔수 없이 그녀를 강하게 만듭니다.

살기위해서 치마를 들어올리고,그 짓을 안하려고 지하실에 ***를 만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전쟁통에 혼자사는 여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녀를 성폭행하러온 군인을 죽이며 전쟁범죄라고 경찰에게 얘기합니다.

우리의 할머니들 일본군에 잡혀가 성노예로 살아오신 그분들이 떠오릅니다.

힘없는 국가에 태어나서 아무 저항못하고 끌려가서 지옥에서 살다 오신 우리 할머님들.

그분들 중에서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일본군에 저항하다가 목숨을 잃으신 분들이.

이제 생존해 계신 분이 몇명 안 남았습니다.

베르트 할머니가 실제로 나타나 루거 총으로 가해자들을 겨냥해서 그분들이 원하는 보상 ( 진심을 담은 사과의 표현.등등) 을 받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시대에 맞춰 자신을 낮추지않고 시대를 개척하며 세상을 이상을 끌고가신 주인공의 열정과 정열,용기가 마냥 부럽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제 느낌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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