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미레이유 쥴리아노 지음, 최진성 옮김 / 물푸레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간식을 자제하고 식사를 꼭 챙긴다.
천천히 먹는다. 부지불식 중에 먹지 않도록 꼭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다.
간식을 먹는다면, 조금만(!!) 먹는다.(이것보다는 식사를 충실하게 해서 간식이 생각 안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
인스턴트 식품 말고 신선한 제철 음식을 섭취한다.(뭘 먹는지 자각하기 위하여 직접 요리하는 것이 좋다)
따로 시간을 내어서 운동하기 보다는 생활에서 많이 움직인다.(걷기 등)
과식을 했다면, 그 후에 좀 덜먹고 많이 움직여서 몸의 균형을 찾는다.
등이 그 내용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 외에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읽은 글을 하나 붙이겠습니다.
================================================================================
<주간조선> 강경희 기자님의 `파리, 파리지앵`이라는 코너에서(05.4.12)
제목은 `프랑스 여성이 날씬하다고?` 입니다.
최근 미국과 영국 여성 사이에서는 프랑스 여성 미레이 쥘리아노가 쓴 책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라는 책이 인기라고 한다. 한데 이 책이야말로 전세계에 퍼져있는 ‘프랑스 환상’을 마케팅으로 잘 연결해 성공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프랑스 여성이 굳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날씬한 이유를 들었다. 제철 음식을 즐기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요리하기를 즐기는 프랑스식 식습관 덕분이라는 것. 책에 대한 반응도 볼 만했다. 미국에서는 “프랑스 여자는 담배를 많이 피우니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찐다”는 반박 칼럼도 나왔다. 물론 양쪽 다 맞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서도 책은, 욕 먹으면서도 시청률 높은 문제성 드라마처럼 잘 팔린다.
얼마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30개 회원국의 경제·사회지표를 비교한 통계집을 낸 게 있다. 비만 통계를 낸 28개국 중에 제일 뚱뚱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15세 이상 미국인 100명당 30.6명꼴로 비만이다. 3위를 차지한 영국도 만만치 않아 100명당 22.4명이 비만이었다. 비만 인구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프랑스(9.4명)의 식습관이며 라이프스타일이 ‘웰빙’으로 포장돼 불티나게 팔릴 법도 하다.
그런데 OECD 통계에서 가장 날씬한 나라는 프랑스가 아니었다. 오스트리아(9.1명), 이탈리아(8.6명), 노르웨이(8.3명), 스위스(7.7명), 일본(3.6명)이 더 날씬하며, 최고 날씬한 나라는 바로 한국(3.2명)이었다. 프랑스 비만 인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비만도는 나라별 식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프랑스 음식이 한국 음식보다 더 건강식이라고 절대 말 못하겠다. 한국 음식이 짜다지만 파리에 온 한국 사람 중에는 프랑스 요리가 너무 짜서 입에 못대는 경우도 허다하다. TV 요리채널에서 소스마다 버터가 뭉텅뭉텅 들어가는 걸 보면 프랑스 요리 먹고 싶은 생각이 절로 달아난다. 식사하고 후식으로 생과일을 그냥 먹는 우리와는 달리, 설탕에 듬뿍 절인 과일을 케이크로 만들어 디저트로 먹는다.
집 근처의 까르푸 계산대에 서서 앞뒤 사람 장바구니를 둘러봐도 신선한 식품을 가장 많이 사는 건 언제나 우리 집이다. 미국에 비하면 프랑스식 식습관이 건강식일지 몰라도 잔손질 많이 가는 야채 다듬고, 따끈한 밥상 차리느라 부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는 아직도 한국 주부들이 으뜸이다.
유럽 음식 중에도 마찬가지다. 버터, 설탕, 소금이 듬뿍 들어간 프랑스 요리보다 올리브유와 식초로만 맛을 낸 신선한 샐러드며, 마늘과 토마토를 많이 먹는 이탈리아 요리가 더 건강식이다.
그런데도 프랑스 여자의 식습관이며,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나라에서 잘 팔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프랑스보다 훨씬 날씬한 나라이긴 해도 ‘한국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이탈리아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노르웨이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는 책이 나왔다면 미국이나 영국에서 그리 불티나게 팔렸을까? 책은 프랑스의 삶이 멋지고 낭만적이며, 프랑스 여자는 날씬하고 매력적이라는 특유의 이미지와 환상 덕을 많이 봤다. 프랑스는 세계 여성의 허영심과 약한 마음을 파고드는, 상품가치 높은 ‘브랜드’다.
강경희 조선일보 특파원(khkang@chosun.com)
================================================================================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 이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 `프랑스를 포함한` OECD 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여자들이 가장 날씬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에 놀랍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는 날씬하다`라고 제목을 붙여봤자, 별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자의 멘트가 참 마음에 박힙니다. 결국 이 책이 아마존을 비롯하여
여러나라에서 베스트셀러인 것은 이 책의 내용 때문이기 보다는,
다름아닌, `프랑스 브랜드의 힘` 때문이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고,
저는 이 책을 읽어봄으로써 그 사실을 확신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어머 프랑스 여성 멋지네~나도 이렇게 살아봐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브랜드 힘이 너무 약해서 제목으로 걸지도 못할 `한국`이란 나라의
`통계가 받쳐주는 날씬한 여성인 한국 여성`으로서 무언가 확실히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비애`가 느껴졌다면 지나친 오버일까요?
매일 매일의 식단 자체가 단백질, 지방이 많은 음식들로 이루어진 서구 여러나라에서
이 책은 `WELL BEING` 책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주식을 어떤 식으로 먹어서 날씬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지에 관한 책이므로)
그리고, 미국이나 영국 등 프랑스보다 비만 인구가 많은 나라(위 기사에서 나온 통계에 따라서)에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것은 딩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스턴트 식품과 스낵의 천국인
미국에서는 정말 좀 읽어야지 싶습니다. )
하지만, 서구의 식단에 비해 비교적 저 칼로리인 한식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 여성들에게는
`되도록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고칼로리 간식(서양에서 유래된 것이지요) 자제하라`는
지극한 상식의 반복 외에는 `날씬해지는 것에 관해서` 크게 도움되는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라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지요.)
(덧붙임..책에서는 `날씬한` 프랑스 여성들이 먹는 음식 조리법이라고 나와 있는데,
예를 들면, 보통 한국 사람이면 그냥 먹을 과일들을, 설탕을 `조금` 넣고 , 가끔 버터도 `조금` 넣고,
찌거나 오븐에 굽거나 조려서 `프랑스 식으로 멋지게`, `조금씩`먹는다고 나오더군요.
먹는 것으로 말하자면, 한국식으로 밥, 국, 반찬들과 과일 조금 먹는 것이 훨씬 건강에도 좋고 확실히 저칼로리임에도, 프랑스 여자는 책의 레시피처럼 멋지게 먹는다 하니 좀 그럴듯해 보이더군요.(프렌치 브랜드의 힘!)
하지만, 한국인이 다이어트 한다고 저런식으로 먹다간 평소보다 더 고 칼로리를 섭취할 듯 합니다.
저는 그 멋있게 포장된 `프랑스식 다이어트 식단 레시피-버터 조금, 설탕 조금, 올리브 오일 조금,
버터 덜 들어간 파이등`를 보고, `한국인이 왜 이렇게 먹으며 다이어트 해야해?`하면서 책 읽는 내내
실소를 금할 수 없었지요.)
이 글의 저자인 미레이 줄리아노는 프랑스의 유명한 샴페인 회사 `뵈브 클리코`의 CEO라고
합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성이 서구의 `그 많은 지방과 단백질 식사` 속에서(게다가 일년에 360일을
외식한다고 합니다.) 날씬한 몸(럭셔리 제품 회사 CEO의 이미지에 맞는)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에서는 `NO PAINS, NO GAINS` 를 떠올리게 되어, `인생이란 참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군`하게 되지요.
전 이 책에서 오히려 이런 엉뚱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여담으로, 예전에 유럽을 여행하다보니 정말 서구에서는 프랑스 여자들이 다른 나라 여자들보다 조금은 날씬해 보였지요. 물론 이런 책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전 그게 또 궁금해서 파리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교포분께 여쭤봤었지요. 그 분 왈, `여기 여자들은 뚱뚱해지면 `여자 인생` 끝났다고 생각해. 정말 정말
몸매에 신경 많이 쓰고, 진짜 조금 조금씩 먹어` 하셨지요.
이것도 한 비결이면 비결일까요? 이것도 `프랑스 브랜드`로 포장하면 아주 근사해 보일 것입니다.
바로 이 책처럼 말이지요. 프랑스에 대해서 엄청난 문화적 열등감이 있는 미국에서는
`나의 프랑스출신 할머니가 살림하던 방식`, `프랑스에서 망신 당하지 않고 잘 여행하는 법`, `프랑스 여인처럼 집 꾸미기` , `프랑스 여자처럼 멋내기`, `프랑스인처럼 먹어보기`, `프랑스인은 우리 미국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등등의 온갖 유치한 제목의 FRENCH 브랜드의 책들이 쏟아져 나와 있고,
잘 팔리고 있지요.(저는 이런 책들을 다 읽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렇게 비판적으로 쓸 수 있는 듯 합니다.) `알바니아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미얀마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이런 제목이 붙었다면 과연 미국인들이 쳐다보기나 할까요?
미국인들이 선망해 마지 않는 `FRENCH`레테르와 비만의 제국(인구의 60퍼센트가 OVERWEIGHT)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다이어트, 살`이 맞물린 최고의 마케팅 상품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에서 사는 저자는 샴페인 회사의 CEO로서, 마케팅을 매우 잘 아는 사람이겠지요.)
마지막으로,책에서는 `balance`, `in moderation` 즉, `균형`을 매우 강조합니다.
`균형`이 무슨 의미인가요? 다른 음식과 균형을 맞추어 `많이 먹지 말라!`는 것이지요.
`프랑스 여자가 날씬한 비결` 너무 허무하지요? 그런데, 포장지가 안 예쁜 `한국`의 여성인
저는 왜 이렇게 기분이 찜찜할까요? 별 2개는 주고 싶으나, 훔쳐간 규장각 도서들 TGV사면
준다더니 안 준 것이 또 생각나서 별 1개만 주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05. 8월 3일에 쓴 원래의 리뷰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많은 댓글을 달아주셔서 처음 읽고나서 리뷰를 썼던 때보다
더 깊이 생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래 댓글들을 보시면, 저의 답글 중에서 제가 느끼기에
`처음 리뷰를 쓸 때 함께 붙여 넣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들이 조금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댓글로 같은 내용이라도
`약간 다른 시각으로, 좀 더 깊게` 생각할 기회가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05.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