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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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대립 상황 속에서 좌절과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이 넘쳐나는 전투지 같은 사회에서 지내다가 쉼과 회복이 넘치는 글을 접하면 마음 한 켠에 편안함이 자리잡는다. #바다가들리는편의점 속 등장인물이 갖는 선한 영향력이 글 밖으로도 전해진다. 최근 넘쳐나는 편의점, 서점 시리즈 중 하나이지만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주제가 식상함을 덜어준다. 일상 속 소외되고, 공동체 밖에 머뭇거리는 이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던져준다. 상처받고 힘들고 지친 마음에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힘들었을 당신을 위로한다'라는 말을 건네는 듯하다. 2편 에피소드 중에는 황혼기를 맞이한 할머니에게도 삶은 이어지고 생을 흘러보내지 않고 스스로 건너오는 중임을 각인시킨다. 과거의 인연으로부터 생각이 묶여 자신이 바르게 바라보지 않는 청년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끊고 관계의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 자신의 벽을 쌓아온 청소년을 통해 전한다. 옳은 가치관이 휘두르는 힘이 때론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관계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다. 상대에 가닿는 가장 좋은 길은 다정함이다. 당연하고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퍽퍽한 현실 속에서 힘이 되는 이야기가 자주 읽히는 이유는 이것에 있는 듯하다.


■ 할머니의 태도를 불쾌하게만 여기고 어제의 변화 역시 희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 버렸다. 그것은 살연당한 자신을 보던 반 친구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다정함이나 배려 따위 없이, 누군가가 무너지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하게 굴면서 남의 아픔에는 무관심했다. (63쪽)
□ 중년에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한다. 혹시 놓친게 없는지 살피게 된다. 일이 되어지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놓쳤고, 사람없는 일만 늘어놓았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형식적인 의무로 채워진 양육과 봉양에는 이해받지 못한 아이가, 외로운 늙은이만 남는다.


■ 열심히 한 가지만 파는 사람도 빛나지만 다방면에 걸쳐 여러 가지를 아는 사람들도 좋아. 생각지도 못한 것을 느닷없이 알려 준다거나 하는 두근거림이 있잖아.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처음 듣는 말이다. (119쪽)
□ 용기를 잃은 이에게 건네는 다정한 한마디. 자신도 찾지 못한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그 사람을 살릴 것이다.


■ 온몸을 깊이 던져 그 세계에 완전히 젖어 버린 사람에게도 빠져들고 싶지만, 광활한 세상으로 데려가 줄 것 같은 사람이 마구 나를 데리고 놀아 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는 거잖아. (120쪽)
□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조화로 인해 우리가 조금 더 다채롭고 덜 지루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이런 일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배려나 상냥함 같은 건 다른 사람에게 전하면 전할수록 소중해지니까. (171쪽)
■ 질린다는 건 자기가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래. (208쪽)
□ 상대에게 닿는 감정의 형태가 무엇이냐에 따라 건네는 이와 받는 이의 인격을 보여준다. 오늘 내가 건넨 인격은 무엇이었을까.


■ 올바름이 가지는 강력함과 그것을 휘두를 때의 오만함을 알았어. (213쪽)
□ 올바름이 곧 신념이 되어 오만해질 때 그것은 폭력이다. 조직 안에서 소통과 협의를 거치지만 사람없는 업무를 마주하고, 사람을 키워내는 일에 사람을 잃기도 한다. 사람을 향한 올바름, 다정함 속에 담긴 올바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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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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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아이의 삶에서도 이야기된다. 지인이나 친척의 장례식장을 동행하며 자신의 가까운 이들도 언제든지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거미의인사 속 아이의 죽음은 생과 사 사이를 비교할 수 있다. 죽은 이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의 시선을 따라 생과 사의 경계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쪽과 저쪽 편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남겨진 이의 안타까운 마음만큼 떠난 이에게도 아픈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거미의인사 줄거리는 어린 아이가 죽어 자신의 가족을 다시 보기 위해 딱 하루, 거미로 환생하여 그들 앞에 나타난다. 어린 독자에게도 죽음이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고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며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서 남겨진 이들이 기억하고 추억하며 마음에 두고 지내는 과정을 깨달아간다. 한 사람의 생은 죽음으로 끝나지만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 기억은 그를 끊임없이 소환하고 기억하며 마냥 슬프기보다 추억 안에서 기쁘고 행복하기도 한다. 아이의 시선과 생각으로 죽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과의 이별도 다루면서 우리의 삶에 다양한 죽음을 바라보도록 한다.

■ "바람도 하늘도 너무 예쁘다. 여기서 뛰놀던 누리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39쪽)
■ "내가 할머니 옆에 있어 주기로 마음먹은 순간 말이야."
"외로운 영혼들은 서로를 껴안는 법!" (58쪽)
■ 언젠가는, 또 누군가는 한 번씩, 이별을 경험하게 돼요. 만약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충분히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아낌없이 사랑하세요. 그럼 소중한 사람이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쉴 거예요. (118쪽, 작가의 말 중에서)

◆ 샘터사의 물방울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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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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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문명의 발달이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떠올리면 그건 인류의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정적 현상을 품고도 물질적 풍요, 기대 수명의 연장, 가까워진 지구촌 등 외적인 측면이 보여주는 가시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 속 단편은 외적인 성장이 드러내지 못할 음습하고 기울어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 방향이 온전히 도덕적일 수 없고, 모든 인간의 가치관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다면 예측 타당한 결과일지 모른다.


미래를 예측하고 확률적 통계가 보여주는 수치는 결과론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처럼 느껴진다. 인간관계를 예측 분석하는 앱이 소재가 된 단편에서 남녀 관계는 예측대로 흘러간다. 예측 내용대로 생각하고 행동한 것인지, 생각과 행동의 분석 결과가 정밀한 것인지 앞뒤 혹은 전후 관계가 모호해진다. 육체 부활 장치가 소재된 이야기는 현대판 인종주의, 사회진화론이 바탕이다. 헉슬리의 <신세계>에서 읽은 듯,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인간의 탄생을 예고한다. 미래 사회에 대한 부정적 예측은 현재 우리가 갖춰나갈 가치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술 발전 속도보다 인간성에 대한 강조가 앞서야 된다고 말한다. 과연 인간은 무엇일까를 철학적·인문학적으로 고민하며 나아가야 희망이 없는 미래에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


■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다 주관적 현실 속에 삽니다. 그리고 누구한테나 크건 작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객관적 사실이 있는 거고요. 저희한테는 지난 대선 결과가 그랬죠. 어떤 치들은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면서 부정투표네, 개표 조작이 있었네 하고 음모론을 떠벌렸죠. 주관적 현실을 들고 객관적 사실과 싸우려 한거죠.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선 결과가 농담 같았고, 그냥 그걸 농담으로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 (17쪽)
□ 사실의 취사 선택, 거짓 기사 등 지금과 다를바 없지만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로만 왜곡된 세상이 펼쳐진다. 객관적인 사실은 상대적이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이란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인류가 보편 타당한 가치관이라고 굳건히 믿어 온 질서가 흔들린다. 특정 집단과 소수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되어질 것이다.


■ "인공지능은 연기도 정말 못합니다. 디지컬 대역 배우들은 여러 가지 표정을 잘 짓지요. 하지만 그 표정에는 원천이 필요합니다. 선형 컴퓨터들은 그 원천은 아직 만들어내지 못해요. 인간의 감정 말입니다. 우리는 금성에 머무르면서 외로워하고 기뻐하고 욕망하고 결단하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그런 고민을 인간의 시계에 맞춰서 인간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배우 겸 초벌 각본가가요." (65쪽)
□ 고도로 발달된 기계와 기술에게 요구되는 것은 인간적인 측면이다. 인간 세상에서 인간성을 상실하자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성에서 인간성을 대체한다.


■ 그러나 아무리 우호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수정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과 자아 정체감을 잃게 될 가능성이었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정답과 스스로 고른 오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을 먹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더라도, 누군가 몰래 물에 타놓은 그 약을 모르고 먹게 되는 것과 스스로 복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 (85쪽)
□ 인간 삶의 주체성은 어리석인 선택일지라도 그 선택의 주체자가 되는 것이다.


■ 아이히만의 비명이 들리자 참관인석 앞줄에 앉은 유대인위원회 간부들의 긴장이 풀리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153쪽)
□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인간의 판단은 우상향의 곧은 선이 아니다. 오만과 오판으로 얼룩져있지만 결국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아간다.


■ 기만과 허세가 쌓일수록 나는 폭로의 공포에 시달렸다.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쓴 소설은 내가 쓴 글 같지 않았다. 글자들이 나를 이용해서 나왔으며, 내가 그 문장들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꼈다. (222쪽)
□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아름다운 문장을 어디선가 보고 들은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감탄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던 역사는 이전 것과는 닮았지만 다른 것이다. 인간 흉내를 내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 부활 대상자인 우리는 부활 대상자인 형제들을 죽여도 괜찮다는 뜻이다. 부활을 승인받을 때까지 경찰에 붙잡히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부활을 승인받는다면, 그래서 아스타틴으로 인정받는다면, 시민이 되기 전에 저지른 일에 대해 면책을 받게 된다. (258쪽)
□ 우수한 유전자의 가치를 복제하여 결점없는 인간 사회를 만들고 싶었지만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적 이데아 유전자는 결코 만들 수 없을 것이다.


■ 그는 알고리즘이 예언한 대로, 유전자에서 예고된 대로, 바람둥이가 되었다. (384쪽)
□ 칼뱅의 예정설이 보여 줄 현대판 예정설이 난무하다. 예측은 확률적 통계, 수집된 표본의 평균일진대, 확신과 맹신이 더해져서 과학이 만들어 준 운명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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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2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삶은 주체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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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하는 볕으로부터 피할 길 없는 여름의 한낮. 유찬과 지오의 여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부모를 잃고 듣고 싶지 않은 타인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 유찬.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암으로 투병하게 되면서 생면부지 아빠와 살게 된 지오. 아프지만 아프다고 이야기 할 수 없고, 빼뚤어질 수도 없는 여린 마음을 가진 두 아이의 성장통이 그려진다.

​◆ 줄거리
지오가 엄마를 떠나 아빠의 거주지인 정주로 떠나오면서 유찬과 만나게 된다. 유찬은 유일한 가족 할머니를 기차역에서 기다리다 동네 유일한 경찰, 남 경사가 근처에서 속삭이는 속마음을 듣는다. 태어난 줄도 몰랐던 딸 아이를 어찌 마주하고 용서를 구할지 난감하고 미안해 한다. 화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을 때, 범인을 알고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그였다. 대놓고 미워할 수 없었던 유찬으로서는 남경사에게 힘들고 죄책감을 짊어줄 그 아이가 대차게 굴어주길 바란다.

​ 남경사의 딸인 지오는 열일곱의 엄마와 뱃속의 아이를 버리고, 결혼하여 아내가 임신 중이라며 당분간 그들의 관계를 비밀로 하여 더욱 미워진다. 엄마가 암으로 투병 중이고, 자신이 엄마를 책임 져 줄 수 없기에 끓는 미움과 분노를 삭히며 이 곳에 머무른다. 지오는 이곳에서 유도를 이어갈 것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코치이고 유도가 이 고장의 자랑이란다.

여물지 않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은 기차역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듣고 싶지 않아도 마음의 소리를 듣던 유찬은 지오와 첫 만남에서 그 아이의 마음을 듣지 못한다. 우연인가 싶었지만 지오 옆에서만 평범한 상태를 맞이하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이의 마음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하늘과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 "그깟 마음 좀 들린다고 다 아는 것처럼 굴지 마. 마음? 네가 들린다는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 줄 알아?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어. 하루는 조금 괜찮았다가, 그래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해 보려고 했다가, 또 하루는 미칠 것처럼 화가 나 죽겠다고." (57쪽)
□ 마음의 소리를 들을 때는 알고 싶지 않은 상황까지 알게 되어서 싫었지만, 알고 싶은 상대의 마음이 들리지 않을 때는 그 마음을 읽고 싶어진다. 들리는 소리가 상대에게 있는 게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투영한 것인지 모르겠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대로 상대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자신의 마음.

​■ "불쌍해. 너희 아빠는 너 예쁜 거 못 봤잖아.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도 못 들었잖아. 엄마는 너 자라는 거, 울고 웃는 거 다 봤어. 그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알아? 세상을 다 준대도 안 바꿔. 시간을 돌려서 너 포기하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절대 안 바꾼다고. 너 그런 애야. 너처럼 예쁜 애가 크는 모습을 못 봤는데, 너희 아빠가 불쌍하지 안 불쌍하니?" (87쪽)
□ 어떤 시간과 어떤 마음을 지나오면 이런 마음과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 어렵고 힘든 것들이 늘 그러하듯 답이 없는 문제는 언제나 가슴을 세게 짓눌렀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른 채 원망만 하는 게 가장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128쪽)
□ 들여다보아 알게 될 사실이 늘어놓을 진실이 마주하기 두려울 때가 있다.


■ "그런 거 있잖아. 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인 데다 훨씬 간절하기까지 한 거야. 그럼 이기기가 영 찝찝할 것 같아서. 적은 그냥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아주 못되고 나쁜 사람이면 쉬워. 아, 내가 저 새끼는 이긴다, 저 나쁜 새끼만큼은 꼭 이기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면 단순하거든." (138쪽)
■ "선택이라는 게 그런 거라고.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는 거라고. 그래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고." (139쪽)
□ 단순하지 않은 현실. 정해진 답만 찾아갈 수 없는 현실.


■ 유찬의 입에서 '선'이라는 말이 나오자 녀석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굵고 선명한 선이 생겨 버렸다. 다시는 지울 수도 넘을 수도 없을 것처럼. (145쪽)
□ 말로 만든 선이 물리적 벽처럼 느껴지는 순간.


■ "찬이는 지한테 소중한 뭔가가 생기면 또 잃어버릴까 봐 무서운 기다. 근데 나는, 잃어버리든 빼앗기든 소중한 게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 잃어버리면 슬프겠지만 소중한 건 또 생기기 마련이다이가. 소중한 게 평생 딱 하나뿐이겠나." (148쪽)
□ 삶을 살다보니 절대적인 건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녹아내는게 또다른 의미의 성장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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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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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은 대체로 형체가 희미하다. (8쪽)

​형체를 통해 존재를 인지할텐데, 자신을 인식하는 태도에 따라서 형체가 희미해진다. 비스킷에 대한 설명이다. 가정, 교실, 직장 등에서 존재감을 잃거나 숨고 싶은 이들에게 자신을 설명하기 좋은 표현인 듯하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지만 인지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먼지처럼 부유하는 것이다. 상대에 의해 부정당하다가 자신조차 스스로 부정하며 형체를 숨기며 결국 사라지는 것이다. 단 한 사람, 자신의 존재를 불러주고 인지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스킷 이야기 속에는 작은 희망, 긍정적 에너지를 소환하는 힘이 있다. 소외와 폭력을 다루는 많은 이야기와 달리 그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빛으로 나아갈 길을 내민다.


소음에 매우 민감한 등장인물의 설정은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는 존재로서, 발상의 전환을 보인다. 예민하다는 부정적 표현이 상대에 대한 마음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좋은 점으로 비춰진다. 존재감 없는 이가 실제로 형체가 사라진다는 설정 역시,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눈길과 마음을 더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와닿는다. 오늘 하루도 #비스킷 같은 존재가 되어 자신을 소진하며 지냈을 그 누군가가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이라도 자신에게 눈길과 마음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를 알아차려 줄 첫번째는 '나'이다.

​■ 비스킷은 대부분 1단계에 머문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이 지속적인 관심을 주면 유대감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힘이 유지되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나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가정에서 지지받고 힘을 얻는다면 2단계나 3단계까지는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스킷 1단계는 아직 꺼지지 않은 자존감의 불씨를 어떻게 살려 내느냐가 중요하다. (17쪽)

​■ "네가 괴로운 일을 당해 숨고 싶었던 건 잘 알아. 근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존중받을 수는 없어. 네가 먼저 널 긍정해야지 다른 사람도 동화될 수 있잖아. 괴롭힘에 깨진 네 마음, 꿈, 기분 같은 것들을 계속 말해.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널 이해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런 사람이 생길 때까지 우리 휘둘리지 말고 같이 자신을 지켜 내자." (78쪽)

​■ 주택 공사를 하면 정원이 사라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비스킷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든 꽃을 심었다. 아프겠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멸하면 잊힐 거라는 이유로. (91쪽)

​■ "약해 빠진 마음으로 험난한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려고 그래요?" 겨우 네 살짜리가 되받아친 말 속에 인생의 진리가 숨어 있었다. (105쪽)

​■ "비스킷은 마음의 한 부분이 계속 짓밟혀서 존재감을 잃은 거야. 네가 시든 꽃을 땅에 다시 심듯이 우리도 비스킷을 세상에 제대로 발 딛게 해 주고 싶은 것뿐이야." (144쪽)

​■ 자신을 믿지 못하는 소외된 빛깔의 비스킷과 나를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 자신을 보듯 비스킷을 보아 온거라는 의미. 그건 소리에 얽매여 비스킷을 보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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