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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ㅣ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작렬하는 볕으로부터 피할 길 없는 여름의 한낮. 유찬과 지오의 여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부모를 잃고 듣고 싶지 않은 타인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 유찬.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암으로 투병하게 되면서 생면부지 아빠와 살게 된 지오. 아프지만 아프다고 이야기 할 수 없고, 빼뚤어질 수도 없는 여린 마음을 가진 두 아이의 성장통이 그려진다.
◆ 줄거리
지오가 엄마를 떠나 아빠의 거주지인 정주로 떠나오면서 유찬과 만나게 된다. 유찬은 유일한 가족 할머니를 기차역에서 기다리다 동네 유일한 경찰, 남 경사가 근처에서 속삭이는 속마음을 듣는다. 태어난 줄도 몰랐던 딸 아이를 어찌 마주하고 용서를 구할지 난감하고 미안해 한다. 화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을 때, 범인을 알고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그였다. 대놓고 미워할 수 없었던 유찬으로서는 남경사에게 힘들고 죄책감을 짊어줄 그 아이가 대차게 굴어주길 바란다.
남경사의 딸인 지오는 열일곱의 엄마와 뱃속의 아이를 버리고, 결혼하여 아내가 임신 중이라며 당분간 그들의 관계를 비밀로 하여 더욱 미워진다. 엄마가 암으로 투병 중이고, 자신이 엄마를 책임 져 줄 수 없기에 끓는 미움과 분노를 삭히며 이 곳에 머무른다. 지오는 이곳에서 유도를 이어갈 것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코치이고 유도가 이 고장의 자랑이란다.
여물지 않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은 기차역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듣고 싶지 않아도 마음의 소리를 듣던 유찬은 지오와 첫 만남에서 그 아이의 마음을 듣지 못한다. 우연인가 싶었지만 지오 옆에서만 평범한 상태를 맞이하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이의 마음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하늘과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 "그깟 마음 좀 들린다고 다 아는 것처럼 굴지 마. 마음? 네가 들린다는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 줄 알아?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어. 하루는 조금 괜찮았다가, 그래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해 보려고 했다가, 또 하루는 미칠 것처럼 화가 나 죽겠다고." (57쪽)
□ 마음의 소리를 들을 때는 알고 싶지 않은 상황까지 알게 되어서 싫었지만, 알고 싶은 상대의 마음이 들리지 않을 때는 그 마음을 읽고 싶어진다. 들리는 소리가 상대에게 있는 게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투영한 것인지 모르겠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대로 상대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자신의 마음.
■ "불쌍해. 너희 아빠는 너 예쁜 거 못 봤잖아.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도 못 들었잖아. 엄마는 너 자라는 거, 울고 웃는 거 다 봤어. 그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알아? 세상을 다 준대도 안 바꿔. 시간을 돌려서 너 포기하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절대 안 바꾼다고. 너 그런 애야. 너처럼 예쁜 애가 크는 모습을 못 봤는데, 너희 아빠가 불쌍하지 안 불쌍하니?" (87쪽)
□ 어떤 시간과 어떤 마음을 지나오면 이런 마음과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 어렵고 힘든 것들이 늘 그러하듯 답이 없는 문제는 언제나 가슴을 세게 짓눌렀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른 채 원망만 하는 게 가장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128쪽)
□ 들여다보아 알게 될 사실이 늘어놓을 진실이 마주하기 두려울 때가 있다.
■ "그런 거 있잖아. 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인 데다 훨씬 간절하기까지 한 거야. 그럼 이기기가 영 찝찝할 것 같아서. 적은 그냥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아주 못되고 나쁜 사람이면 쉬워. 아, 내가 저 새끼는 이긴다, 저 나쁜 새끼만큼은 꼭 이기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면 단순하거든." (138쪽)
■ "선택이라는 게 그런 거라고.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는 거라고. 그래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고." (139쪽)
□ 단순하지 않은 현실. 정해진 답만 찾아갈 수 없는 현실.
■ 유찬의 입에서 '선'이라는 말이 나오자 녀석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굵고 선명한 선이 생겨 버렸다. 다시는 지울 수도 넘을 수도 없을 것처럼. (145쪽)
□ 말로 만든 선이 물리적 벽처럼 느껴지는 순간.
■ "찬이는 지한테 소중한 뭔가가 생기면 또 잃어버릴까 봐 무서운 기다. 근데 나는, 잃어버리든 빼앗기든 소중한 게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 잃어버리면 슬프겠지만 소중한 건 또 생기기 마련이다이가. 소중한 게 평생 딱 하나뿐이겠나." (148쪽)
□ 삶을 살다보니 절대적인 건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녹아내는게 또다른 의미의 성장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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