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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에 대한 느낌은 사람의 세계에 들어온 사물, 인간과 같이 인식되는 사물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대상화된 인간의 존재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으로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도 있다. 또한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이지 않은가 싶다. 사회의 틀 안에서 시간과 공간, 가치관을 공유하며 살아는데 상대로부터 이해받지 못해 소외되는 사람, 틀 안팎 이야기를 흐트러뜨려 이야기한다. 오늘은 내가 혼돈의 자리에 위치했지만 그게 내일은 당신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 듯 하다. 결국 상대로부터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모아져서 이야기를 만든다. 낱개로 흩어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모아보니 하나의 이야기이고, 개인이 아닌 하나의 큰 그림이었던 게 아닌가 생각든다. 단편을 읽고 나서 느낌에 대한 서술이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듯 하나, 각 단편에 담긴 이야기를 사연처럼 읽고 나면 감정이 애매모호하고 생각의 선이 흐릇해진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 그럴듯하게 생각을 울리는 문장이 꽤 많았다. 결코 작가님의 외모 때문에 더 그럴싸했다는 것은 아니다.

■ 밑바닥에서부터 울려퍼진 바다짐승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본문 15쪽 중에서

평생동안 바다 인생을 함께 한 배를 떠나 보내야 한다. 집에서 사용하던 낡은 로봇청소기에도 감정이입한다. 하물며 생사고락을 함께 한 말없는 전우같은 존재이지 않은가. 노인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의 끝자락에 있는 배를 향해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고자 바다에 서 있다. 노쇠하여 초라한 배 위에 병들고 늙은 노인은 바다를 향해 눈을 돌린다. 그 자체로 장엄하고 웅장한 마음이 들어선다. ​


■ 그날은 달이 뜨지 않았고, 냉장고에는 반쯤 시든 대파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한밤중에 칼칼한 국물이 떠오른건 빗방울 소리 때문이었다.
본문 34쪽 중에서

글을 쓰고 싶었으나 음악, 방송, 칼럼니스트 등 돌고 돌았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도 닮아 있었다. 꿈은 있으나 닿을 가망 없이 떠 있는 달과 같고, 현실 속 생계는 시든 대파처럼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며 그래도 먹고 살아야겠다 싶으면서도 마음 속 울림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생계 유지를 위해 쓴 칼럼을 읽고, 흩뿌린 위로가 누군가에게 닿아 생의 의지가 되었다. 살겠다는 의지로 위로한 자를 없애 그 생을 빼앗으려 한다. 한낱 꿈일지 모를 이야기로 마무리되지만 상대로부터 받은 이해와 위로가 오히려 단절되었을 때 증오로 불태워지는 이야기한다. ​


■ 과시나 평가도 아니었다. 자신이 누군가를 교화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이었다.
본문 68쪽 중에서

■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여겼으니까요.
본문 79쪽 중에서

장인으로부터 기훈이 받은 느낌이고, 떠난 이를 향한 태윤의 생각이다. 시선을 거둔 자의 생각이고, 남겨진 자의 생각이다. 상대에게 직접 물을 수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상대에게 닿을 수 없는 생각과 질문이 '관계' 같았다. 기훈이 받았던 시선은 결국 태윤과 세입자들에게 돌려주고 태윤은 결국 집을 떠나면서 떠난 자의 마음을 갖는다. ​

​■ 남보다 못한 어설픈 혈연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관계인지를.
본문 88쪽 중에서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관계 안에 그것들 중에서 가장 오래 가지 않나 싶다. 의무와 부담, 책임으로 지어진 관계 안에서 주는 것보다 받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희생을 강요받으며 상처로 기억된다. 그러나 천년만년 가는 슬픔과 상처가 어디 있을까, 물리적 거리와 깊은 상처는 상대가 겪는 아픔과 슬픔이 동류인 것을 깨달은 순간 희석이 되고 감히 위로하는 용기를 갖게 된다. 시간의 힘일 수도 있고, 받아 본 상처가 아픈 줄 알기에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내미는 인류애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
■ 오직 존재하는 것만이 사라질 권리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본문 139쪽 중에서

가방을 열고 들어가면 사라진다. 현재 주인인 K를 제외하고 넣는 물건, 사람 등 모두 사라진다. K의 아버지는 권력에 붙어 이를 이용하여 부를 늘렸다. 아버지는 많은 이들을 가방 속에서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삼키지 않는 가방으로 인해 스스로 목을 맸다. 무생물 가방이 오히려 생물인 인간의 삶을 삼킨다. 그리고 인간의 존재감을 가방 안에서 사라질 수 있는 유무를 가지고 따지는 사유를 본다. 사물이 사람을 삼켜버리는 사회,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고발인지 K의 사유는 아버지 이후로 멈춰버린 비현실 속 상상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가방의 존재에 집착하고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K가 보여주는 행태는 삶의 목적이 뒤틀린 그 누군가를 보여주는 듯 하다. ​


■ 술기운 때문인지 길바닥이 기울어져 보였다.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중략.... 모두 희한하게 기울어진 것들이었다. 하긴, 맨정이라 해도 반듯한 날은 잘 없었다.
본문 156쪽 중에서

회식 자리에서 취한 그는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 중이다. 운전기사는 뜬금없는 말로 그를 과거 속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교실 속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 그 친구를 돕기 위해 사물함에 넣어 둔 선물. 칼이었다. 과연 선의였을까. 진정 아무도 모르는 걸까. 길바닥은 기울어져 있지 않다. 술을 마신 주체가 취한 것이지. 당사자만 모르지, 그것을 지켜 본 이는 단박에 안다.


■ 누군가는 '되겠다'라는 말이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의 표출이라고 했고, 어떤 이들은 윤회적 발상이라고도 했다.
본문 195쪽 중에서

#되겠다는마음 제목에 다다랐다. 단편집인데 큰 그림으로 묶여져 전하는 듯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닿아보겠다는 마음, 사물에 닿겠다는 마음 등 어떤 상태에 이르기 위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말, #되겠다 였다. 창고가 되고자 하는 아내의 마음을 남편이 화자가 되어 알아간다. 여기서도 당사자가 아닌 상대가 끊임없이 그 마음에 닿고자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끊임없이 알 수 없는 당신과 그 대상에 닿아보겠다는 마음일 수 있겠다.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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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김영민칼럼 #김영민에세이 #인문학추천 #김영민칼럼추천 #추억이란무엇인가칼럼 #어크로스 #인문학에세이 #촌철살인칼럼 #영화칼럼 #영화평론 #정치사상칼럼 #사상칼럼 #사회칼럼집 #인생의허무를어떻게할것인가

2차원 글 안에서 사람의 성격이 느껴진다. 내용은 박학다식하고 어감은 시크하면서 다정하지 않다. 예리하지만 유머가 있다. 낄낄대며 읽다가도 마냥 웃어 넘길 수 없는 내용의 글이다. 사회의 각 영역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했지만 아첨은 없고 담백하다. #설거지의이론 에서 가내 권력자에게 우아한 비판을 가하고, #결혼주례사 에서 낭만과 비혼의 결심을 오고 가게 만드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추석이란무엇인가 편에서는 저자의 조언을 외우고 뼈에 새겨서 자동발사되는 칩을 뇌에 심고 싶었다. #신입생을위한무협지 는 대학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전국 각지의 대학교 부지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그들에게 '최소한' 성찰의 시간과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노예가되지않는법 편에서는 교내 불합리한 선거 절차에 항거하는 이들과 상황을 비판하면서 숙의 과정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논점을 흐르며 갈등과 대치를 거듭하는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마지막수업의상상 속 수업은 교직 생활의 마지막 수업에 대한 소망이 일치하여 공감 백배였다.

세상을 향한 칼끝이 예리하여 냉철하다. 다수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다지만 엘리트라 자처하는 이들이 수준 이하인 것을 한탄한다. 휘두르기 위해 쥐어진 권력이 아닌데 사용 목적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문장은 속을 시원케 한다. 바로 제3부 #고독과이웃하며 칼럼에서 그의 전공인 정치사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통찰되지 않은 비난과 일회성 행동이 사회의 악을 양산하고 악의 비판자에게 쉽게 손들어주는 세태에 대해서 돌아보게 한다.

또한 다양한 영화를 추천한다. 천만은 안봤을 듯한 영화이고, 국가관이나 정치적 해석보다는 내밀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통찰하는 자는 이렇게 해석하구나 싶은 그의 평론은 읽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안토니아스라인 영화에 대한 평론으로 평론가로 등단 경험도 있는 그다. 평론의 내용을 살피면 배우고 싶은 통찰이다. #한니발렉터 에 대한 영화 분석은 악인 중 악인을 선하다는 표현으로 #양들의침묵 #한니발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든다. 그를 인터뷰한 내용 중에 삐딱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표현에 리듬감과 유머를 겸비한 문장을 쓰려고 한다고 답한다. 티키타카 식의 사회 칼럼을 깔깔대며 읽을 수 있다.
설거지의 윤리학. 설거지는 밥을 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게 대체로 합리적입니다. 취식은 공동의 프로젝트입니다.

■ 설거지의 문명론. 설거지는 귀찮은 일입니다. 문명은 귀찮음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설거지의 인간론. 결혼은 연애의 업보이고, 자식은 부모의 업보이며, 설거지는 취식의 업보입니다.
본문 40-41쪽 중에서

■ 공부하는 곳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가 싫어지는 체험을 해야 하는 역설이 대학 입시 공부에 있다.
본문 74쪽 중에서

■ 이성을 함양하고자 하는 교육기관이라면, 중요한 선택을 하거나 권위를 창출할 때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본문 124쪽 중에서

■ 그는 여느 때처럼 진도를 나갔고, 질문을 받았으며, 기말시험에 대한 공지를 했다. 기말시험에 대한 공지를 끝으로 수업이 끝나자, 박수 소리가 여느 때보다 크고 길게 이어졌다. 와타나베 선생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조용히 마지막 수업을 같이한 옛 제자들이 좌중에서 일어나 강단으로 걸어 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본문 140-141쪽 중에서


■ 너희는 스스로 현대적인 공적 질서를 창출해서 살아갈 능력이 없으므로 우리가 대신 지배해주겠다. 그 말을 부정하기 위하여 한국인들은 질주를 시작한다. 추구할 공동체의 헌법적 가치를 새삼 숙고할 이유는 없다. 원초적 폭력이 한국인에게 떨치기 어려운 공통의 숙제를 부여했으므로, 한국인은 그 숙제를 하며 현대사를 소진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무엇을 위한 질주이든, 그들은 일단 세계 자본주의의 주변부에서 질주해야만 한다.
본문 154-155쪽 중에서

■ 실로 사람들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만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는 것도 그리워한다. 부재不在를 견디고 그리워하는 것으로 소진되는 생生.
본문 186쪽 중에서

■ 악과 악의 비판자는 일종의 적대적 의존관계에 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때로 악을 요청한다. 상대가 나쁘면 나쁘다고 생각할수록 비판하는 자신은 너무나 쉽게 좋은 사람이 된다.
본문 189쪽 중에서

■ 악, 고통, 우연을 넘어서 삶을 긍정하는 원리로서의 자연, 건강한 욕망을 긍정하는 태도로서의 자연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대안적 삶의 태도를 제안하는 것이지만, 나아가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많은 장애물들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방법론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인간 본연으로서의 자연은 대안적인 삶의 형태를 추구하는 모든 시도에서 하나의 준거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본문 259-260쪽 중에서


■ 실연 끝에 오는 연애에 대한 통찰이 그다음 연애를 보장하지 않듯이, 불행히도 그러한 지력이 우리 삶에 줄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그러한 지력이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파괴적인 에너지다.
본문 271쪽 중에서

■ 우리가 가장 저열한 인간형을 발견하는 것은 식인 살인마를 통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선의 이름으로 한니발을 쫓는 공권력 안에서다. 즉 우리는 선善 을 보아야 할 장소에서 피곤하도록 악惡을 보아왔다. 한니발이라는 캐릭터의 궁극적인 매혹은, 정반대로 악의 정수에서 어떤 형태의 선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피곤함을 치유한다는 점에 있다.
본문 276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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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차원 글 안에서 사람의 성격이 느껴진다. 내용은 박학다식하고 어감은 시크하면서 다정하지 않다. 예리하지만 유머가 있다. 낄낄대며 읽다가도 마냥 웃어 넘길 수 없는 내용의 글이다. 사회의 각 영역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했지만 아첨은 없고 담백하다. #설거지의이론 에서 가내 권력자에게 우아한 비판을 가하고, #결혼주례사 에서 낭만과 비혼의 결심을 오고 가게 만드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추석이란무엇인가 편에서는 저자의 조언을 외우고 뼈에 새겨서 자동발사되는 칩을 뇌에 심고 싶었다. #신입생을위한무협지 는 대학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전국 각지의 대학교 부지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그들에게 '최소한' 성찰의 시간과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노예가되지않는법 편에서는 교내 불합리한 선거 절차에 항거하는 이들과 상황을 비판하면서 숙의 과정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논점을 흐르며 갈등과 대치를 거듭하는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마지막수업의상상 속 수업은 교직 생활의 마지막 수업에 대한 소망이 일치하여 공감 백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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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그림의이면 #태국소설 #애가 #러브어페어 #loveaffair #을유

#을유문화사 #을유문화사세계문학전집 #태국정치격변기 #입헌군주제

#1937년작 #세계문학 #고전소설 #약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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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영화, 혹은 1990년대 영화 중에서 #순수의시대_1993 #러브어페어_1995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는 영상을 가미하다 보니 조금 더 격정적인 감정 표현이 더해졌을지 모르나 책으로 읽을 때는 등장인물 간의 감정선에 더 집중해 있었거든요. #그림의이면 역시 등장인물 놉펀이 그림 액자를 가리키며 어떤 그림이냐고 묻는 아내의 질문에 답하며 회상을 합니다. 과거 젊은 시절, 스물두살의 과거로 돌아가 그 때를 돌이켜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태국 내에서는 #씨부라파 작가가 워낙 유명하다고 하고, 이 작품 역시 49쇄 정도를 찍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구나 싶었어요. 또 작품의 줄거리로는 태국인들에게 그 시절에 대한 감각이나 느낌이 있기에 훨씬 더 감성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등장인물 끼라띠는 왕족 출신이고 서른 다섯에 기혼자이면서 놉펀은 스물두살에 미혼자 입니다. 또한 놉펀은 자신의 아버지 친구가 끼라띠 남편이기에 이 사이 역시 건널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지요. 끼라띠 역시 자신의 신분과 시대적인 관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혼을 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긍하며 지내왔던 겁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끼라띠 부부가 놉펀이 있는 일본으로 두 달간 신혼여행 처럼 머물게 되고 이를 가이드처럼 돕는 역할을 놉펀이 맡게 되면서 부터 입니다. 외모의 아름다움도 갖췄지만 끼라띠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놉펀에게는 사랑에 눈을 뜨게 합니다. 끼라띠는 그 선을 인지하지만 잘 지켜내고 결국 두 달여간의 여행 뒤 태국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 끼라띠는 남편이 죽고 혼자 살게 됩니다. 또 시간이 흘러 놉펀은 유학을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갑니다. 놉펀은 그간 학업과 일을 위해 열중하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정해진 약혼자와 결혼도 진행합니다. 놉펀의 결혼 시기 즈음, 끼라띠는 두 해 전 앓았던 결핵이 온전히 치유되지 않아 다시 아프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죽음 직전에 끼라띠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불륜이라고 이름 붙이겠지만 지금과는 또 다른 감성의 시대였던 듯 합니다. 지금은 각종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것들로 가득찬 현실의 불륜이 넘쳐나서 인간의 내적인 감정 변화와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 고뇌 등이 전혀 담겨져 있지 않으니까요. 치정이나 복수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와는 달리 사랑없이 결혼하고 의무에 치여서 살던 그들에게 한 사람으로서 자유로운 감정 속 만남과 사랑이 안타까움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



자네가 움직일 때 그 움직임은 유익하거나 무익하거나 또는 유해하거나 그 중 하나를 만들어 낼 거야. 생각도 마찬가지야. 만약 우리가 유익한 쪽으로 헤아리지 않으면 무익한 쪽이나 유해한 쪽으로 사고해 버리게 돼.

본문 50쪽 중에서 - 끼라띠의 대사

나는 사람이고 완전히 자라서 내리막길로 가려고 하는 정도인데, 무슨 이유로 한곳만 쓸쓸히 지키고 있는 걸까? 나는 바깥세상과 익숙하게 접촉하고 싶었어. 인생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싶었어. 34년 내내 해 온 것과는 다른 일상을 누리고 싶었어. 결혼을 빼고는 나의 이러한 바람을 누리고 싶었어. 결혼을 빼고는 나의 이러한 바람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본문 91쪽 중에서 - 끼라띠의 대사

"적절한지 아닌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랑은 저를 능가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사랑이 저를 완전히 압도했고 제가 이성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

본문 95쪽 중에서 - 놉펀의 대사

나는 자연스럽게 굴기 위해서 항상 나 자신의 행동을 강제하려 애썼다. 당시 나의 두려움과 소용돌이치는 마음은 은밀하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순수한 사람들 무리에 섞여 어울리는 범죄자의 감정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본문 106쪽 중에서 - 놉펀의 회상

아티깐버디 공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에도 내가 인생의 사건을 평상시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것임에 내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가련하도다, 인생이여!

본문 130쪽 중에서 - 놉펀의 회상

나는 일상적인 감정으로 그녀의 편지를 읽었다. 물론 그녀가 내 누이인 것처럼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본문 135쪽 중에서 - 놉펀의 회상

"지나온 시간에 내 행복을 이루었던 중요한 부분은 나에게 일어난 실제의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단지 어떤 것에 대한 희망 또는 기대였기 때문이지. 지금에 와서도 내 삶은 아직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네. 진정한 행복은 여전히 앞날을 표류하고 있어. 나는 그것을 잡으려고 쫓아가고 희망하지. 그리고 기다리고 있어."

본문 151쪽 중에서 - 끼라띠의 대사

"자네의 사랑은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죽었지.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의 것은 죽어 가는 몸에서 여전히 자라나고 있어."

본문 171쪽 중에서 - 끼라띠의 대사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 없이 죽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족하다.

본문 172쪽 중에서 - 끼라띠의 마지막 남긴 글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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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하얼빈 #김훈장편소설 #하얼빈안중근 #안중근의사 #이토히로부미 #독립운동 #문학동네 #안중근생애 #안중근재판 #청춘안중근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지금과 가까운 시대의 아픔을 보고 듣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프고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민중의 삶을 읽어 내려갈 때는 가슴에 뜨거운 것이 얹어져 그 불길을 식힐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하얼빈 책을 사두고도 손을 쉽게 대지 못했는데, 연휴 기간 첫 장을 넘겼습니다. 문장마다 비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어서 그런지, 작가님의 문장에서 #인간안중근 자체가 느껴져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를테지만 #하얼빈 속 이토는 이토의 목소리로, #안중근 의사는 안중근의 목소리로 읽어졌습니다. 슬픔에 매여서 구구절절 감정을 토해내는 문장이나 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이 가졌던 아픔의 역사가 담담히 그려지고, 담담히 역사의 길을 걸어 나아가는 시간이 그려져 있습니다.


역사의 한 컷으로만 바라보던 #하얼빈 에서의 #이토히로부미 사살은 #김훈 작가님의 소설에서 입체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이토의 죽음 전후하여 국내외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나 일본 제국주의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는 모습 등 건조한 역사적 사실에서 우리가 부여한 역사적 의미 이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 이토 히로부미

□ 이토는 조선 사대부들의 자결이 아닌 무지렁이 백성들의 저항에 경악했다. 왕권이 이미 무너지고 사대부들이 국권을 넘겼는데도, 조선의 면면촌촌에서 백성들은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본문 18쪽 중에서

□ -시찰 일정에 학교 방문을 여러 건 넣어라. 학동들에게 줄 선물도 넉넉히 준비하라. 학용품과 먹을 것을 두루 갖추어라. 평화의 실상을 보여라. 내가 학동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겠다. 메이지 폐하께서도 전국 순행중에 여러 학교를 몸소 방문하시었다.

본문 109쪽 중에서

■ 순종

□ -세상의 땅과 물을 건너가는 길도 있지만, 조선에는 고래古來로 내려오는 길이 있소. 충절과 법도와 인륜의 길이오.

본문 40쪽 중에서

■우덕순

□ - 나는 달아날 생각이 없으므로 그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나는 쏘기만 하면 된다. 근접할 수 없다면 이토의 열차를 쏘겠다.

본문 117쪽 중에서


■ 안중근

□ -우리는 강토를 모두 잃고 어디로 가려는가. 이번에 한 번 싸워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이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승패와 유불리를 돌아보지 말고 싸워야 한다.

본문 91쪽 중에서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내내 분명하지 않았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자각 증세가 없는 오래된 암처럼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었는데, 만월대의 사진을 보는 순간 암의 응어리가 폭발해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안중근은 몸을 떨었다.

본문 97쪽 중에서

□ 안중근은 다시 조준했다. 안중근은 고요히 집중했다. 손바닥에 총의 반동이 가득찰 때 안중근은 총알이 총구를 떠난 것을 알았다. 이토 주변에 서 있던 일본인 세 명이 비틀거리며 쓰려졌다. 러시아 헌병들이 안중근을 몸으로 덮쳤다. 안중근은 외쳤다.

-코레아 후라

본문 167쪽 중에서

□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가 된 자는 이것을 위해서는 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토는 통감으로 한국에 온 이해 태황제를 폐위시키고 현 황제를 자기 부하처럼 부렸다. 또 타국민을 죽이는 것을 영웅으로 알고 한국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십수만 한국 인민을 파리 죽이듯이 죽였다. 이토, 이자는 영웅이 아니다. 기회를 기다려 없애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하얼빈에서 기회를 얻었으므로 죽였다.

본문 236-237쪽 중에서

□ 아침에 옥리들이 감방에 새 옷을 넣어주었다. 안중근은 집행 절차가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보내온 명주 두루마기와 바지가 개어져 있었다. 두루마기는 흰색이고 바지는 검은색이었다. 안중근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흰 두루마기 아래로 검은 바지 자락이 드러났다. 명주 두루마기는 부드럽고 포근했다. 새 옷의 향기가 몸에 스몄다.

본문 276쪽 중에서

문장이 간결하고 부서지는 감정의 묘사가 없어서 문단을 읽고 나면 잠시 호흡을 했습니다. 재판장에서 담담하게 답변하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길게 읽어 내려가는 듯 하여 숨을 고르고 잠시 호흡하는 시간을 가지며 읽었습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기어이 일본은 우리나라를 삼키었으며 오랜 시간을 걸쳐서 우리는 투쟁해야 했지만 결국 나라를 되찾았지요. 그 아픔이 있는 #하얼빈


■ 김훈 작가님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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