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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에 대한 느낌은 사람의 세계에 들어온 사물, 인간과 같이 인식되는 사물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대상화된 인간의 존재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으로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도 있다. 또한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이지 않은가 싶다. 사회의 틀 안에서 시간과 공간, 가치관을 공유하며 살아는데 상대로부터 이해받지 못해 소외되는 사람, 틀 안팎 이야기를 흐트러뜨려 이야기한다. 오늘은 내가 혼돈의 자리에 위치했지만 그게 내일은 당신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 듯 하다. 결국 상대로부터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모아져서 이야기를 만든다. 낱개로 흩어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모아보니 하나의 이야기이고, 개인이 아닌 하나의 큰 그림이었던 게 아닌가 생각든다. 단편을 읽고 나서 느낌에 대한 서술이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듯 하나, 각 단편에 담긴 이야기를 사연처럼 읽고 나면 감정이 애매모호하고 생각의 선이 흐릇해진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 그럴듯하게 생각을 울리는 문장이 꽤 많았다. 결코 작가님의 외모 때문에 더 그럴싸했다는 것은 아니다.
■ 밑바닥에서부터 울려퍼진 바다짐승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본문 15쪽 중에서
평생동안 바다 인생을 함께 한 배를 떠나 보내야 한다. 집에서 사용하던 낡은 로봇청소기에도 감정이입한다. 하물며 생사고락을 함께 한 말없는 전우같은 존재이지 않은가. 노인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의 끝자락에 있는 배를 향해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고자 바다에 서 있다. 노쇠하여 초라한 배 위에 병들고 늙은 노인은 바다를 향해 눈을 돌린다. 그 자체로 장엄하고 웅장한 마음이 들어선다.
■ 그날은 달이 뜨지 않았고, 냉장고에는 반쯤 시든 대파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한밤중에 칼칼한 국물이 떠오른건 빗방울 소리 때문이었다.
본문 34쪽 중에서
글을 쓰고 싶었으나 음악, 방송, 칼럼니스트 등 돌고 돌았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도 닮아 있었다. 꿈은 있으나 닿을 가망 없이 떠 있는 달과 같고, 현실 속 생계는 시든 대파처럼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며 그래도 먹고 살아야겠다 싶으면서도 마음 속 울림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생계 유지를 위해 쓴 칼럼을 읽고, 흩뿌린 위로가 누군가에게 닿아 생의 의지가 되었다. 살겠다는 의지로 위로한 자를 없애 그 생을 빼앗으려 한다. 한낱 꿈일지 모를 이야기로 마무리되지만 상대로부터 받은 이해와 위로가 오히려 단절되었을 때 증오로 불태워지는 이야기한다.
■ 과시나 평가도 아니었다. 자신이 누군가를 교화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이었다.
본문 68쪽 중에서
■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여겼으니까요.
본문 79쪽 중에서
장인으로부터 기훈이 받은 느낌이고, 떠난 이를 향한 태윤의 생각이다. 시선을 거둔 자의 생각이고, 남겨진 자의 생각이다. 상대에게 직접 물을 수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상대에게 닿을 수 없는 생각과 질문이 '관계' 같았다. 기훈이 받았던 시선은 결국 태윤과 세입자들에게 돌려주고 태윤은 결국 집을 떠나면서 떠난 자의 마음을 갖는다.
■ 남보다 못한 어설픈 혈연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관계인지를.
본문 88쪽 중에서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관계 안에 그것들 중에서 가장 오래 가지 않나 싶다. 의무와 부담, 책임으로 지어진 관계 안에서 주는 것보다 받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희생을 강요받으며 상처로 기억된다. 그러나 천년만년 가는 슬픔과 상처가 어디 있을까, 물리적 거리와 깊은 상처는 상대가 겪는 아픔과 슬픔이 동류인 것을 깨달은 순간 희석이 되고 감히 위로하는 용기를 갖게 된다. 시간의 힘일 수도 있고, 받아 본 상처가 아픈 줄 알기에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내미는 인류애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 오직 존재하는 것만이 사라질 권리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본문 139쪽 중에서
가방을 열고 들어가면 사라진다. 현재 주인인 K를 제외하고 넣는 물건, 사람 등 모두 사라진다. K의 아버지는 권력에 붙어 이를 이용하여 부를 늘렸다. 아버지는 많은 이들을 가방 속에서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삼키지 않는 가방으로 인해 스스로 목을 맸다. 무생물 가방이 오히려 생물인 인간의 삶을 삼킨다. 그리고 인간의 존재감을 가방 안에서 사라질 수 있는 유무를 가지고 따지는 사유를 본다. 사물이 사람을 삼켜버리는 사회,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고발인지 K의 사유는 아버지 이후로 멈춰버린 비현실 속 상상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가방의 존재에 집착하고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K가 보여주는 행태는 삶의 목적이 뒤틀린 그 누군가를 보여주는 듯 하다.
■ 술기운 때문인지 길바닥이 기울어져 보였다.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중략.... 모두 희한하게 기울어진 것들이었다. 하긴, 맨정이라 해도 반듯한 날은 잘 없었다.
본문 156쪽 중에서
회식 자리에서 취한 그는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 중이다. 운전기사는 뜬금없는 말로 그를 과거 속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교실 속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 그 친구를 돕기 위해 사물함에 넣어 둔 선물. 칼이었다. 과연 선의였을까. 진정 아무도 모르는 걸까. 길바닥은 기울어져 있지 않다. 술을 마신 주체가 취한 것이지. 당사자만 모르지, 그것을 지켜 본 이는 단박에 안다.
■ 누군가는 '되겠다'라는 말이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의 표출이라고 했고, 어떤 이들은 윤회적 발상이라고도 했다.
본문 195쪽 중에서
#되겠다는마음 제목에 다다랐다. 단편집인데 큰 그림으로 묶여져 전하는 듯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닿아보겠다는 마음, 사물에 닿겠다는 마음 등 어떤 상태에 이르기 위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말, #되겠다 였다. 창고가 되고자 하는 아내의 마음을 남편이 화자가 되어 알아간다. 여기서도 당사자가 아닌 상대가 끊임없이 그 마음에 닿고자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끊임없이 알 수 없는 당신과 그 대상에 닿아보겠다는 마음일 수 있겠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