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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와 철학자들 -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0
차민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두 가지.
덕후이기때문에 공감할 것이 많다는 것이 첫째고, 덕질 보고서 읽은 기분인데 철학의 개념을 학습한 게 두 번째다.
이 말은 (어쩔 수 없이 확률상) 덕후였던 사람이 읽어야 재미와 유익함 1타 2피를 챙길 수 있고, 덕후였던 적이 없는 사람은 1타 1피도 못 챙길 확률이 좀 있다는 뜻이겠다.
인문서를 초초초초~ 초고속으로 읽은 두 번째 책이다. 열두 발자국 이후... 소설책 읽듯 순삭한 인문서는 이 책이 두번째인것. 덕질 경험은 이렇게 또 한 번 나에게 새로운 역사를 선사하는구나. ㅋㅋ 덕질을 안 해봤다면 예시로 적어주는 내용들에 거부감이 들거나 당혹스럽거나 이해되지 않아 다소 겉돌 수 있다. 거기에 철학 개념이 버무려지니 혼란이 가중될 수도? (물론 저자는 기본적으로 덕후가 아닌 사람도 철학을 즐길 수 있게 썼다고 본다...^^)
책은 청소년 대상 인문 시리즈로 나왔지만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위에 적었든 누구나 독자로서 완벽하다(?) 아니,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 ㅋㅋ
나는 3부로 나누어진 책의 파트 중 2부에서 유독 마음 저격을 많이 당했다.ㅎㅎ 2부 시작하는 글, 최애는 추가될 뿐 부터 3개의 세계와 현타, 슬픔을 제거하는 법까지. 주워 담을 문장도 생각할 거리도 어찌나 휘몰아치던지........ ㅜㅜ 주변 덕친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싶은 생각도 이때부터 ㅋㅋㅋ 강력해졌다.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이 넘치는데... 나 혼자 읽은 게 아쉽...
뒤표지에 색깔이 진하게 적힌 두 문장이 있다.
'덕질이 정말 철학이라고요?'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이 덕질로 몇 대 더 재밌어진다!'
제가 대신 대답해 봅니다. 덕질이 정말 철학이더라고요! 덕질로 몇 배나 철학이 재밌어집니다!
다시 한번 고백도 추가한다.
덕질하길 참 잘했다!
저자의 전작 'bts를 철학하다'도 읽어봐야지.
★ 우리는 자신에게 공감해 주는 대상들에게 둘러싸일 때 안정과 위로를 얻는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덕후끼리 모이거나 같은 사투리를 쓰는 고향 사람끼리 모이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든 비슷한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는 것은 모두 내 기호를 이해해 줄 사람들, 내 파롤을 랑그로 들어줄 사람들을 찾는 일이다. (p.25)
★ 사실 덕질 대부분이 기호 창작으로 이루어지는 놀이이다. (p.34)
★ 초월은 주로 익명이어서 더 선하다. 선한 자들은 이름이 없다. 진짜 선함은 봉사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서 주로 일어난다. 진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이름 없이 공동체에 기여하여 공동체를 변화시킨 사람들이다. (p.44)
★ 덕후와 중고 거래를 하면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덕후는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잘 알기 때문이다. (p.45)
★ 덕후는 덕질이라는 특별하게 학습된 기술을 갖고 있다. (p.79)
★ 많은 것을 좋아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일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무엇인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하고, 많은 것을 성취하고, 좋아해서 하는 것은 잘 된다. -빈센트 반 고흐 (p.82)
★ 푼크툼과 덕통사고는 내가 모르던 나의 부분, 나라는 타자, 무의식을 엿보는 기회이자 아직 언어나 기호로 정리되지 못한 나의 내면을 맞닥뜨리는 일이다. (p.102)
★ 푼크툼과 덕통사고는 '소망(wish)'과 관련되어 있다.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나를 관통당하는 일이다. (p.103)
★ 첫눈에 반하는 일은 우연히 맞닥뜨린 사고처럼 찾아온다. 그 사람을 사랑할 계획 같은 건 누구에게나 없듯이. (p.104)
★ 덕후들이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화가 안 통하기 때문이다. (p.106)
★ 누군가 상대방을 보며 "저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야"라고 평가했을 때, 그는 직장에선 성실하지만 집에서는 소파에 누워 꼼짝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p.113)
★ 과연 우리는 대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질문을 기억하자. 귀엽게 바라보면 귀여운 내 세상을 갖게 된다. (p.125)
★ 덕후는 애니메이션이든 와인이든 야구든 무엇이든지 간에 자신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는 대상을 찾아낸 사람이다. (p.139)
★ 스피노자는 외부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 기쁨과 슬픔을 경계했다. 왜냐하면 타인에 의해 발생한 감정은 타인이 나를 지배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p.139)
★ 많은 사람이 고3 시절 같은 힘든 시기에 덕질에 더 치열하게 빠져드는 이유는 그만큼 스트레스와 고통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p.143)
★ 영혼이 과도하게 대상에게 옮겨 가는 일이 '과몰입'이다. (p.179)
★ 또한 덕후는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를 캐치하는 비주얼 리터러시(시각 독해력)을 가지고 있다. (p.231)
★ 개념을 이해할 때 글이 아닌 이미지를 검색해 보는 오늘날, 이미지로 은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덕후는 '이미지의 시인'이다. (p.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