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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양장) -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3월
평점 :
다독을 하다보면 ‘필사’에 관하여 고민하게 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독서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필사’라는 키워드를 심상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필사야 말로 가장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문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필사는 도서 훈련법 중 한 방식으로, 집중력과 문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심지어 정서적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글을 창제하고 수많은 역사적인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도 다독가였다. “나보다 책 많이 읽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고 말할 정도로 책 한권을 수십번 수백번 읽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독서광인 세종대왕이 백번 읽고 백번 필사하는 ‘백독백습’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그간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라고 한다. 즉, 베스트셀러에서 편저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문장들을 추려서 만든 책이라는 것이다.
세종대왕처럼 그냥 무작정 책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왔던터라 이 책의 편저자는 어떤 식으로 필사했는지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자이자 지식 큐레이터다. 지식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몇 년전부터 알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소하기는 하다.
지식 큐레이터는 요즘 책을 별로 안 읽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학문인 인문 교양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다양한 직업과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지식과 지혜를 추려내어 이를 대중에게 전달한다고 하니 저자야말로 진정한 지식 큐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이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책은 시대의 지혜를 담고 있으며, 그 지혜는 백 년의 과거와 백 년의 미래를 잇는 불변의 가치입니다.”
책을 발명하지 못했다면, 인간은 여전히 신석기 시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어떤 줄거리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좋은 문장들을 모아서 편집한 책이다. 하지만 저자는 14가지의 주제로 나눠서 각각의 주제에 맞는 내용들로 책을 꾸몄다.
워낙 많고 다양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 내용을 다 다룰 수는 없는터라 내가 감명있게 읽고 느낀 바를 끄적여본다.
#나의 민낯을 받아들이기
이무석 <30년만의 휴식>에서 인용한 여러 문장 중에서도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면 그 상처를 싸매 주자”라는 문장에 딱 꽂혔다.
작년에 마음의 큰 상처를 받았고 지금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지만, 쉽게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그 상처를 싸매 주라는데, 솔직히 어떻게 싸매줘야 할지 모르겠다.
오른쪽에 적힌 저자의 질문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 중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고 싶나요?”이 왠지 나에게는 어색하게 들린다.
#하루에 하나씩 정리하기
행복해지고 싶나요? 누구나 다 행복해지고 싶죠. 다만 그 방법을 모를 뿐이죠. 그런데 여기에 그 답이 적혀있다.
“정리란 내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기술이지요.”
행복해지고 싶다면 정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정리해야 할까? 주변에 안 쓰고 그냥 쌓아둔 물건이나 옷? 아니면 복잡한 나의 생각일까?
마침 저자는 독자에게 묻는다. “정리하고 싶은 물건이나 생각 중 지금 하나를 선택한다면, 무엇을 정리하고 싶나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기억력이 나쁘다. 그래서 조금 지나면 금방 까먹는다. 기억이 잘 안난다. 학생때 어떻게 공부해서 시험을 보고 대학을 갔는지…. 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다.
돌이켜보면, 일부러 잊어버리려고 하는건 아닌가 싶다. 어차피 걱정하고 불안해봐야 대부분은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자기방어 수단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다시 돌아와 저자의 질문에 답변해본다.
“저는요, 물건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요. 집에 물건들에 파묻혀 살거든요. 이제는 하루에 물건 하나씩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랑의 현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이런 냉철한 생각을 해낸 사람은 서머싯 몸이요, <달과 6펜스>에 나오는 문장이다.
사랑이 영원할 것 같지만, 인간은 사랑하면서 늘어나는 도파민, 엔도르핀, 페닐에틸아민 등 호르몬이 2~3년 후에는 평소 수준으로 다시 떨어진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랑이 유한하다는, 아니 생각보다 유효기간이 짧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렇다고 3년마다 사랑하는 상대방을 바꿀 수도 없고, 사랑을 안할 수도 없고…
누군가 인터넷에 쓴 글 중에 ‘사랑이 변하는 3가지 이유’가 오히려 더 와닿았다.
1)새로움이 줄어든다. 2)공유의 폭이 넓어진다. 3)서로의 기대가 변화한다.
체내 호르몬이라는 물질이 참 신기할 뿐이다.
#성숙한 인간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
“아직 철이 덜 들었다”라는 말은 꽤나 늦게까지 들었던 것 같다. 늘 피터팬처럼 늙지 않고 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성숙함’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누군가는 ‘자신의 부족함을 수용하고 타인의 허물을 공감하고 이해한다’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와 상대방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나와 다른 사람이 있으면 그(녀)를 배척하고 나와 비슷한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나와 다른 사람이나 그룹과 싸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숙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으리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성숙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점은 왼쪽에는 베스트셀러에서 인용한 문장이 적혀있고, 오른쪽에는 저자가 독자에게 질문하며 생각하고 답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저자의 질문에 독자는 머리 속으로 답할 수도 있고, 그냥 오른쪽 여백에 손으로 쓰면서 답할 수도 있다. 즉, 저자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수많은 베스트셀러에서 뽑아낸 문장들이 많이 담겨있다. 물론 그 중에는 나에게 와닿지 않는 문자들도 있을 수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4가지의 주제로 분류된 여러 명문자들 중에 분명 나에게 깊은 사색과 저자와 문답하는 시간을 주는 점은 참 좋았다.
어쩌면 그 점이 저자가 독자들이 얻어가기를 바란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많이 사색하고 문답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독서의 이유이니까.

이 책은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스토리가 있는 책이 아니다. 베스트셀러의 명문장을 읽고 저자와 대화하는 책이다.
물론 저자와 대화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좋은 문장들을 읽으면서 나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져도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좋은 문장을 읽고 사색하기를 원하거나 저자와 대화하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소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