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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평점 :
<채근담>은 명나라 말 홍자성이라는 문인이 400여년 전에 집필한 꽤나 유명하고 잘 알려진 고전서이다.
그래서 그런걸까? 교보문고에 ‘채근담’이라는 책을 검색해보면 200여 권의 책이 나온다. 유명하다 못해 그만큼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읽힌 책이라 할 수 있다.
요즘 같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삶을 이어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 옛 현인의 지혜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채근담 원문은 크게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며, 전편은 222조 그리고 후편은 135조로 구성되어 있다. 전편은 사람들과의 교류에 관하여 다루고 있고 후편에서는 자연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원문과는 조금 다르게, 아래와 같이 총 7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_절제의 길
파트2.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_처세의 이치
파트3. 운명과 시련을 대하는 자세_역경 속의 도
파트4.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_세상을 초월한 미학
파트5. 마음을 비우는 공부_백지의 여백에서
파트6. 세상을 비추는 눈_속세를 초월한 관조
파트7. 자연과 하나된 삶_삶의 해탈
사실 <채근담> 같은 책은 고전서 중에서도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미사어구가 가득하다. 하지만 수많은 문장들 중에서도 개인에 따라 와닿는 바가 다를 수 있다.
워낙 좋은 글귀들이 많아서 모든 편을 일일이 다 소개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지혜로운 사람은 중심을 잃지 않는다
원문을 직역하면,
“태평한 세상에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혼란한 세상에서는 융통성을 갖추는 것이 좋다.”
저자의 해석을 보면,
“선한 사람에게는 믿음을 주고, 악한 이에게는 경계를 놓지 않으며, 평범한 다수에게는 너그러움과 엄격함의 균형을 유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원문도 그렇고 저자의 해석도 그렇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처럼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유연성이야 말로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모든 이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 내려놓을 때 비로소 얻는 자유
원문을 직역하면,
“명예와 부귀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으면 속세를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조차 내려놓을 수 있다면 성인의 경지에 이룰 수 있다.”
저자도 말하지만,명예와 부귀는 성인군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에게는 어쩌면 가장 큰 유혹이다. 하지만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고 내려놓을 수 있어야 구속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과도 일맥 상통하는 건 아닐까?
저자도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모든 것에 이른다”라고 말하는 데, 정말 가슴에 와닿는 문장이다.
> 정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성공하면 초심을 많이들 잃는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에 도취해 있다보면 현재에 안주하거나 실패에 대한 경각심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에는 정점에서 추락하여 다시금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저자도 책 속에서 말하지만, “풍요와 성공의 순간일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
재미있게도 원문은 이와는 조금 다른데, “노년에 앓는 병은 대부분 젊었을 때 부주의하여 얻은 것이고, 늙어서 겪는 죄업은 대개 한창 때 저지른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직역되어 있다.
중요한 건, 아무리 성공하고 잘 나가도 겸손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거 아닐까?
>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예전에는 몰랐으나, 이제는 참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다. 과거 젊었을 때만 해도 모자라는 것보다 차라리 넘쳐나는게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을 이제는 꽤나(?) 오래 살다보니 지나친 것이 오히려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쓴 글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진정한 지혜란 빛나되 눈부시지 않고, 뛰어나되 과시하지 않으며, 도를 알되 겸손을 잃지 않는 데 있다. 은은한 향기처럼 지나치지 않게 머무는 절제가 오히려 더 오래가는 법이다.”
과거에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보다 빨리 승진한다고 좋아했는데, 결국에 빨리 물러나야 하더라. 남들보다 잘났다고 자랑해봐야 결국에 그 자리에서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더라.
저자의 말처럼 ‘은은한 향기’처럼 지나치지 않아 오래 머무를 수 있는게 어쩌면 진정한 삶의 지혜 같다.
> 이익보다 무서운 것은 명예에 대한 집착이다
주변에 명예를 추구하는 지인들을 보면 참 와닿는 문장이다. 저자의 말처럼 겉으로는 ‘선한 의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기 과시’이자 ‘자아 중심의 욕망’일 뿐이다.
“무엇을 위한 행동인지 자신의 동기를 끊임없이 뒤돌아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처럼 자칫 시작은 선한 의도였지만, 결국에는 왜곡되거나 변질되지는 않는지 계속해야 살펴야 할 것이다.
> 기쁨은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여기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케이지의 <지금 여기>다.
물론 이 노래의 가사는 조금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와는 다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파랑새는 멀지 않은 곳,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삶의 기쁨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 만족을 아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큰 부유함
성탄절을 상징하는 대표적 소설인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 이야기는 누구나 다 잘 알 것이다.
구두쇠이다 못해 돈 밖에 모르는 고약한 할아버지 (소설 속에서 나오는 스크루지는 연배가 좀 있다)다.
요즘 아무리 물질만능사회라고는 하지만, ‘돈돈돈’만 밝히고 쫓을 일은 아니다. 설사 운이 좋아서 아무리 돈을 많이 모아도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돈을 밝힐 것이 자명하다.
저자가 말하듯이, 참된 부는 절대적 금액이나 재산 규모가 아니라 스스로 족함을 아는 마음 속에 있는 것 아닐까?
> 떠날 줄 아는 자, 머물지 않는 자의 지혜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반전 추리 영화가 있다. 나온지 20년이나 된 영화지만, 참 재미있게 봤다. 차승원, 신하균, 류승룡 등 유명한 배우들이 나온 영화라서 그런지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자’와 ‘시청률을 높이려는 자’라는 두 명의 주인공을 통해 사회 풍자적 내용이 많았다.
물론 이 영화의 내용 또한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는 다소 무관하다. 하지만, 저자도 말하지만 진정한 지혜는 적절한 때 손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이 말에 더 꽂혀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다른 <채근담> 해설서보다 좋았던 점은 작가의 현대적인 문장으로의 해석을 먼저 소개하고 한문으로 된 원문과 그에 대한 직역을 각주 형태로 책 아래 측에 배치한 점이다.
아무리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배웠어도 사실 우리는 한자가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문으로 된 원문과 이에 대한 직역보다는 아무래도 현대적인 문구로 작가가 풀어쓴 문장이 좀더 쉽고 빠르게 읽히고 이해가 된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원문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명각본을 기준으로 삼았고, 번역과 에세이 형태의 설명을 추가하였다고 한다.
책 마지막에 적힌 문구가 유난히 눈에 띈다.
“삶의 깊이, 내면의 평온,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러난 마흔 이후의 성찰과 단단한 삶의 자세”
어쩌면 이 한 문장에 이 책의 내용을 다 담은 것 같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면 읽어야 할 책이 <채근담>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게 되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야 말로 <채근담>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채근담>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는 풍부하고 다양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