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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입자물리까지, 단 한 권에 펼쳐지는 지혜
김동희 지음 / 빚은책들 / 2022년 9월
평점 :
세상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세상의 이치를 몇 가지의 법칙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하지만 과거에서부터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부터 현대에는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까지 있었다.
부제 “고대그리스철학부터 현대입자물리까지 단 한 권에 펼쳐지는 지혜”와 같이 이 책은 한 권의 책에 다양한 학자들의 철학과 이론을 담았다.

저자는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 후 미국에서 입자물리학의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경북대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물리학자다. 지난 30여년간 강입자 충돌 실험 연구를 했으며, <톱 쿼크 사냥> <바벨탑의 힉스 사냥꾼> <물리학의 인문학적 이해> 등 다양한 저서를 썼다.

서울대를 나와 미국에서 물리학 박사학위까지 받고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에게는 철학과 물리학이 쉬울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철학이나 물리학은 상당히 어려운 학문이고 기본적인 개념조차 쉽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철학과 물리학의 교집합을 찾아 이를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이 책은 특별히 몇 장 몇 장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다양한 유명 학자들, 주로 철학자들의 사상과 과학자들, 주로 물리학자들의 이론을 역사의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고등학생 시절에 한번 쯤은 들어봤을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흄의 <인간오성론>, 헤겔의 <정반합의 원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물리학의 한 분야인 양자물리학이나 현대입자물리까지 이 책에서 다룬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의 유명 학자들의 생각을 연대순으로 다루고 있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비슷한 고민을 반속해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장에 해당하는 플라톤의 이데아에 대해 설명한다. ‘이데아’는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상이다. 눈으로 관찰해서는 알아낼 수 없고 이성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플라톤은 “이 세상 만물은 그것의 이상인 만물을 흉내낸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플라톤은 철학자들처럼 우리도 이데아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데아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갑자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생각나는 이유는 왜일까?
고등학교 때 배운 플라톤의 사상은 단지 ‘이데아’라는 이상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욕망을 추구하는 ‘노동자 계급’, 기개로써 무장한 ‘무사 계급’, 그리고 국가를 통치하는 임무를 맡은 이성에 해당하는 ‘지배자’로 사회계급이 구성된다.
현대사회는 어떠한가? 부를 거머쥐고 자본을 이용하여 타인을 부리고 부를 더욱 늘려나가는 ‘자본가 계층’과 돈을 벌기 위해 자본가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 계층’으로 나뉜다. 하지만 칼 막스가 주장한 것처럼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현대사회에서는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에 이어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난해한 이론으로 우리를 괴롭히던 그리스 철학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은 너무 상상에 의지하였기 때문에 실제 현대에서 밝혀낸 우주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의 삼단논법 논리학은 현대 논리학의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은 현대의 도덕철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덕’을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 최적화된 중간에 두었는데, “중용”이야 말로 나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플라톤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세상의 이치를 잘 설명한 것 같다. 왜냐면 세상을 이해하는데 현대에서 사용되는 수단은 실험과 관찰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이는 정확한 실험으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갈릴레이의 피사의 사탑 실험은 초등학생들에게 만화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실험이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실험으로 밝혀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다.
또 갈릴레이는 투사된 물체가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하다. 갈릴레이가 위대한 이유는 자연 현상이라는게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특정 현상을 따로 떼어내어 밝히는게 사실상 불가능한데, 그는 인위적 실험을 통해 특정 현상을 밝혀냈다.
데카르트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명제가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저자도 책 속에서 밝히고 있지만 데카르트가 존경스러운 이유는 난해한 이론을 설파한 철학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는 끊임없이 모든 것을 의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찰>에서 데카르트는 진리를 도출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기술했다.
뉴턴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현상을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알아냈다. 저자는 “인류 문명은 뉴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뉴턴이 단순히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수학 방정식으로 도출해내서가 아니다. 뉴턴은 수학 방정식으로 미래의 일을 예측하게 해주어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만유인력 법칙이나 뉴턴이 위대한 이유는 저자가 밝히는 것처럼 그는 모든 분야에서 자연과학처럼 답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는데 있다. 저자는 지금도 뉴턴의 물리학이 현대의 일상생활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상대성 이론을 밝혀낸 아인슈타인은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다. 그가 밝혀낸 상대성 이론은 기존의 상식을 완전 뒤집었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현대 일상에서 보여주는 것이 GPS 네비게이션 이라고 한다. 위성에 탑재된 시계의 시간이 지상의 시간보다 늦어지는데, 이를 프로그램을 통해 바로 잡고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을 몇 번을 읽어도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외에도 저자는 양자물리학과 현대입자물리를 책 하반부에서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하는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사실은 플라톤이 주장한 것과 현대물리학에서 원자가 쿼크 등의 기본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주장은 질적으로 일치하다는 저자의 설명이었다.
플라톤의 철학은 결국 현대에 들어서 ‘쿼크’라는 기본입자로 설명되었다. 그리고 자연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플라톤의 믿음은 현대에 들어서 조금씩 입증되고 있다.

이 책은 서두에서도 저자가 밝히고 있지만 과거부터 철학과 물리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하여 왔다. 아직 인간은 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그러하였듯이 우리의 후손들도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과거 현인들이 세상의 이치를 밝혀낸 지식들을 대한민국의 한 물리학자가 집대성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의 플라톤 철학에서 시작하여 현대의 양자물리학과 현대입자물리까지 저자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책 속 곳곳이 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그 근본은 같다.”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세상을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계속해서 세상을 발전시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이라도 넓어지면 내 삶을 좀더 현명하게 바꿀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철학과 과학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내용이 다소 어려웠지만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