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점에서 ‘매니징‘의 전문성에 대한 논의가 중요해집니다. 낭비 없는 촘촘한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이 일을 시작할 때와 진행할 때 ‘필터링‘과 ‘피드백‘을 매우 정교하게 합니다. 필터링은 모든 업무를 현상 그대로 수용하여 관성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체로 거르듯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과정입니다. 피드백은 변화가 발생하게 된 동인들을 함께 돌아본 후에 새로운 방안을 수립해 보는 것입니다. ‘필터링‘과 ‘피드백‘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세상의 복잡성을 빠르게 이해하고 일의 전체 맥락을 모두 검토해야만 일의 혁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통상 우리의 시야는 좁고 단기적인 목표에 머물기 쉽습니다. - P173

‘인재는 영입하는 것이지 육성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리더의 역할 변화도 분명해집니다. 이제 작업 프로세스에 참여하지 않고 작업 분배와 공정 점검,
결과의 취합만 맡는 전업 관리 모델은 구성원들이 동의하지않습니다. 작업 공정이 시스템에 의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보일수록 ‘무임승차자‘와 ‘군림하는 사람‘은 더욱 설 자리를잃게 됩니다.  - P179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요? 1990년 이후 출생률이 1.x명대를 지나 이제 0.x 명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장수의 축복은 기대 수명 100세 시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자식이 두 분의 30년이 넘는 여명을 책임져야 한다면 60 - P221

년의 돌봄이 책무로 다가오는 셈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양가 각각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생존하시면 한 명의 젊은이가6명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20년 양육의 되갚음이 산술적으로는 누계 100년 이상의 돌봄으로 길어질터이니 효도란 다음 세대에게는 불공정한 거래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 P223

서로를 보살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도리이나,
내 삶이 누군가를 돌보기 위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것은 억울한 일입니다. 그 결과는 현재 극단적인 출생률 저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구집단의 유지와 번성을 위해서라도 생로병사에 필요한 비용과 노동을 ‘공적 시스템‘으로 세밀하게설계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 P237

결국 서로가 품앗이하듯 소비해주는 작은 장터가 형성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너웹 소설가야? 내가 그러면 글한 쪽 100원에 사줄게‘, ‘너 일러스트레이터야? 내가 이모티콘 2,000원에 사줄게‘가 되는 것입니다. 온라인이 동네 상권화가 되는 것입니다. 같은 동네 통닭집 주인이 옆에 있는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세탁소집 주인은 옆의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십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동네에서행상으로 오는 판매상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그는 벌기만 할뿐 우리 동네에서 소비를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 P291

‘근근이 먹고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내가 그 일을좋아한다면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작지만 꾸준하게 먹고사는 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조차도 계속되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새것을시도하면 선구자가 되고, 남들이 한 것을 따라 하면 카피캣이 됩니다. 타인의 성공을 따라 하던 시절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는 AI 시대에는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 P293

 반면 새롭게 참여하는 인간 유튜버는기존 유튜버뿐 아니라 AI 유튜버와 경쟁해야 하기에 진입이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간 유튜버가 들어오지 않으면 생태계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럴 때 팬덤을 지닌 유튜버들의 새로운 생존 방정식을도모할 수 있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이 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성격이 다른 비슷한 규모의 채널과 ‘합 - P294

방‘을 해서 캘래버레이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합하고 적응하는 관록의 면역력으로 생태계 변화에대처하는 것입니다. 외연확장을 통해 새로운 팬들과 만나고성격이 다른 콘텐츠와 결합해서 단조로운 플레이 리스트에활력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 P295

이 전선의 앞에 서기 위해서는 희귀함을 추구하는 것이옳습니다. 희귀함이 쌓이면 고유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고유성이 진정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다시 요구될 - P297

수 있습니다. 고유함은 나의 주장이고, 진정성은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유성과 진정성의 단서가 내가 오랫동안 쌓아둔 내러티브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필수 전제가 됩니다. - P299

이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수십 명이 만든 회사가 수조 원에 팔리기도 합니다. 2012년 1조 2,000억 원이 넘는액수에 팔린 인스타그램의 구성원은 13명이었다고 합니다.
플랫폼과 지능화로 무장한 범지구적 협력 시스템은 조직의크기가 늘어날 이유를 찾지 못하도록 새로운 협업의 방안을제시합니다. - P304

앞으로는 다 돌려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만큼 다 돌려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느끼는 세대가 나올 것입니다. 이들을
‘미정산 세대‘라 부르고자 합니다. - P306

그렇듯 ‘권위자와의 직거래‘가 가능해진 것이 바로 달라진 세계의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권위자는 직거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있는 권위자라면 그 대학에 입학해야만그의 지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학교수들이 유튜브와 MOOC에 자신의 강좌를 올리고 직접 소통하는 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계가 없어지고 모두직거래하는 상황이 공정 경쟁인 듯 보이지만 한편 무서운면도 있습니다. 이제 지역에서 유세를 부리던 골목대장은 더이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만 지역에서 오래 살아남는 이들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각자의 골목에서 오래 버틴 이들은 오히려 작지만 더 깊은 공동체로 자신의 고유성을 입증하고, 이를 축적하여 진정성이라는 자산으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 P313

이런 핵개인의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네트워크‘
입니다. 이 부분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만든 물리학자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의 분석으로써 입증되는 부분입니다.34 새로운 시대에는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일의 크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협업이 전제가 됩니다. 그리고 협업에 있어 충분한 자기 위치와 역할을 찾아가려면 연결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적 네트워크를 넘어선 기회를 계속 탐색해야 하는데그 연결성이 단절된 경우에는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으므로
‘우연의 선물serendipity‘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론입니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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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농담이 전해집니다. 한국어 사용자 간 통역으로 먹고사는 직장인 이야기로, 모 대기업의 임원 비서인 그분은 나이 든 임원이 대충 하는 말들을 다 알아듣는다고 합니다.
"그거 있잖아. 그김대리랑 말이야. 그때 우리가 거기에가서 그 사람들이랑 그거 먹었잖아. 그거 뭐야?" 그러면 "잠실의 ○○회사 사람들과 먹었던 그집 말씀이시죠? 잠실이아니고 건대예요"라고 귀신같이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이 비서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비서가 되었고 심지어 임원이자녀와 이야기하다 서로 이해를 못 하면 대신 통화해서 소통을 이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분별명이 ‘한국어 통역사‘라고 합니다. - P107

문제가 뭘까요? 어떤 차장님, 부장님은 여전히 엑셀에미숙합니다. 일을 하고 싶은데 새로운 생산도구에 적응을못한 것입니다. 이분들은 항상 K대리를 부릅니다.
"K대리~ 내엑셀이 안 돼." 그러면 K대리는 성실한 자세로 달려갈지라도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어쩌라고요! 그건부장님 일이잖아요?
그래서 엑셀을 못 하는 L부장은 출근을 좋아합니다. 출근해야 K대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의 머릿속은 엑셀은 K대리가 하고, 결재를 해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엑셀도 결재도 스스로 시스템과 접속해서 해결합니다. 조직이 유연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다행인 것은 예전 같으면 모두가 코딩을배워야 했지만 지금은 훨씬 수월하다는 점입니다. - P113

2023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자동화로 인해전 세계 3억 개 정도의 일자리가 위협받지만, 동시에 매년7% 의 GDP가 상승한다고 합니다. 16 AI로 인한 혜택이 인류에게 경제 성장의 가파른 기울기로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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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 프레임은 이 프레임 밖에 있는 비정상가족을 모두 소외시키며, 여기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정상가족 프레임은 한국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모든 문화와 정책의 기본 단위가되고 어떤 바람직한 삶의 표상이 된다. 이 때문에 중산층은 부와 권력을 세습시켜 안전한 ‘정상가족‘을 자녀 세대도 이어가길 바란다.
자녀들에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갖은 노력을 다 요구하는데 이는
‘우리 집, 우리 애만 잘되면 된다‘라는 가족이기주의를 만든다. - P63

그만큼 우리 사회는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사이의 거리가 멀고 사회·문화·교육 전반에 걸쳐 차별적으로 인식하며, 정책도 부양자 중심의 혼인과 혈족 관계를 기준으로 설계하고있다. 그 단적인 예가 국회에 계류된 지 1년 넘게 통과되지 못한 생활동반자법이다. 이런 현실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웠던아이들은 자신의 미래 가족에게 평범한 가족을 투영한 셈이다.
화목한 가정을 갖고 싶다는 가난한 청소년들의 소망은 정상가족 프레임 밖에 있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반응이다.  - P66

그런데 이런 외적인 조건 외에도 지현에게는 분명 다른 힘이더 있었다. 나는 이를 ‘성찰하는 힘‘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수많은 청소년 인터뷰이 중에서 성공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난 친구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이다. 성찰하는 힘은 인간이 사회적·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덕목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외적인 지식(예를 들어, 학력)과 외형적모습(예를 들어, 재산, 직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 즉 성찰하는 힘에 대해서는 참 소홀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의 교육체계는 청소년에게 이 성찰하는 힘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교육과정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 P97

가난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불편한 정도를 넘어, 사회적 개체로서 ‘나‘의 위신과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아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적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욕구에 대해 둔감해진다. 흔히들 빈곤층은 왜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왜 절박한 순간에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왜 자신의계급적 이해와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즉,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현의 ‘도움 요청‘와 ‘성찰하는 힘‘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를 생존에만 다 쏟아붓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보듬고, 어떻게 자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하나의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 P99

수정처럼 가난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은 본인이 취업을 했더라도 그 환경에서 온전히 벗어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자식의 부모 돌봄이라는효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를 개인에게 지우는 가족 중심 문화가 강력하다.
성년이 된 청년은 독립적인 개인이기보다는 한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더 크게 부여받는다. 성인이 된 후에 하는 연애, 공부, 취업에 가족이 깊이 개입한다. - P99

부모의 부양 책임이 기본적으로 자녀에게 있다는 것은 농경 중심 사회나 대가족 제도에서나 통용되는 일이다. 직종이 분화되고 다양화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의 이동성과 노동시장 변수가많다. 지금은 평생직장이라는 말도 사라지고 있고, 2020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40%나 된다. 현재 청년층은 이런 노동시장의 조건 속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오가며 이동성이 많고 불안정성이 높은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난한 가정의자녀 세대는 여기에 가난한 부모를 부양해야 할 이중고를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 P156

즉, 노인빈곤은 인구구조의 변화, 부의 축적구조의 불평등, 사회복지 제도의미성숙에 그 원인이 있다.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를 두고, 노동시장불안정성과 높아진 자산가치 때문에 내 집 마련도 어려운 자녀 세대에게 부양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사회복지계에서 국민기초생활법상 부양의무자를 폐기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온 것은 이런 배경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속법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부모의 빚이 부모 사망 후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자녀에게 상속된다. 기본적으로 이런 법안에 깔려 있는, 가족 공동체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는 습속부터 바꾸어야 한다. - P157

혜주가 화장을 진하게 하고 여성성을 과시하는 행동을하는 것은 모두 외모로 성적 어필을 하기 위함이었다. 즉, 여성이 하나의 인격이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상대에게 호소해야 이롭다는 것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중요하게 통용되는 원칙이다. 사회의 지배적인 구조와 인식이 아직 어린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알 수 있다.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을 ‘창녀‘로 규정하고 혐오하는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가출한 여자 청소년들은 학교로 돌아가면 이 혐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못하다. 남자 청소년들이 가출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 P253

우빈은 돈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고 했다. 다른 빈곤가정 청소년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사용할 수 있는 재화가 부족해서 많은 어려움과 결핍감을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자신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수중의 현금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그 외 다른 데에는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용돈을 받는 친구들보다 항상 풍족하게 돈을 쓸 수 있다.
특히 배달 아르바이트는 심야에 하는 경우가 많고 위험수당이 있기 때문에 임금이 꽤 높은데,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 돈이 없는 상태는 견디기 힘들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  - P221

단적인 예로 ‘청소년 보호관찰‘을 들 수 있다. 비행이나 범죄를저지른 청소년을 교화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청소년 보호관찰인데,
처벌보다는 선도를 목적으로 소년범을 교정시설에 구금하는 대신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 및 원호를 받게 하는 제도이다. 특히 가정이 불우하여 보호자가 제 역할을 하지못할 때 보호관찰관은 수시로 그런 역할도 맡아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2021년 기준으로 1명의 보호관찰관이 관리하는 청소년 수는118 명에 달한다. OECD 주요 국가의 보호관찰관이 1인당 27.3명을담당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 P190

하위계층의 문제이니 열심히 노력해서 상층에 올라서면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얘기할 수 있다. 만약 당신 가족의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거나 재능이 있어서, 혹은 가족 찬스를 이용해서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를 얻었다고 하자. 그 아이가 과연 이 불평등한 세상에서 혼자 행복할 수있을까? 사회에 불평등한 현상들이 쌓이고, 이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이 사회 전반에 누적되면 누구에게도 안전하고 좋은 사회란 있을 수 없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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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신박진영 지음 / 봄알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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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하루 만에 완독하고 책을 내려놓는데 어깨가 뻐근하다.
낮에 아이들과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낮잠까지 한숨 잔 데다가 책은 북 스탠드에 받쳐 읽었으니 자세나 운동 부족 때문은 아닌 듯하다.

읽는 내내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상식의 악‘ 앞에서는 분노조차도 어깨에 멘 짐처럼 무거워지는 모양이다.

젊은 시절에 성폭력, 가정폭력 상담원으로 잠시 일한 경험이 있다. 처음과 중간을 생략하고 결과만 말하면 나는 거기서 도망쳤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스트레스의 근원은 ‘절망감‘이었다.

이건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나는 지금 눈이 펑펑 내리는데 싸리빗자루로 지붕만 자꾸 쓸고 있는 거야. 집은 눈에 파묻혀 있는데. 아무리 쓸어도 그냥 파묻혀 있을 텐데. 그런 절망감이 들었다.

그래서 저자인 신박진영이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그 세월을 이겨내셨을까?

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다운로드 받아두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그 논문부터 읽어야겠다.

저자를 만날 기회가 생길 듯한데, 일이 잘 풀려서 꼭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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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세계행복자료World Database of Happiness를 바탕으로 발표된 그래프를 보면 행복감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도 확연히 높습니다. 이 그래프에 나타난 한국의 위치는 다소 참담합니다. 22개국 중 가장 출산율이 낮고, 행복감 또한 최하위권에 있습니다.

매년 OECD 가입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행복 조사에 이런 문항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려움에 처할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한국입니다.

개개인의 관심과 따뜻한 심성이 가족을 비롯해 가까운 몇 사람에게 과하게 편중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부모 세대로서는 자녀에게 결혼보다 비혼을 독려하는 것이 기능적으로는 더 합당하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상, 비혼인 자녀들은 외로움은 덜 느끼고 친구 수는 더 많은, 기능적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에는 ‘탐욕스러운 결혼greedy marriage’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결혼 이후 개인의 인지적, 정서적, 물질적인 자원이 자신의 새로운 가족에게만 집중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마 이런 문제를 이미 느끼고 있는 비혼자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엄마가 정말 불행해하면서 모든 자원을 투입해 만든 게 저예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까지 행복하지는 않아요. 저는 엄마처럼 할 자신도 없는데, 그럼 제 아이는 얼마나 더 불행하겠어요? 우리 엄마는 왜 그렇게까지 애쓰면서 살았을까 생각하면 또 너무 안됐고요."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아빠는 ‘엄마한테 잘하는 아빠’라고 합니다. 부부가 재미있게 잘 지내는 것만으로 자녀들의 행복감은 높아집니다.

짧은 시간 동안 바뀐 삶에 적응하는 사람들은 이제 아예 ‘자식 농사’를 짓지 않으려 합니다. 농사를 지어봤자 추수할 게 없으니까요.

‘행복도시’를 자처하는 세종시는 〈엘리시움〉이라는 영화에서처럼 선택받은 자가 갈 수 있는 파라다이스 같은 선망의 장소로 떠오르는 듯합니다. 그 선망은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공시족’ 열풍과 궤를 같이합니다. 행복도시 세종시 같은 곳에 진입하려면 공무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에 집합적인 숫자와 통계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무게를 줄여주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엄마들은 예전의 엄마와 같이 자신을 지우고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이제 예전 엄마들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 구글의 검색창에 "엄마처럼"을 써넣으면 연관어가 "안 살아"와 "살기 싫다"가 뜹니다. 엄마의 희생적 삶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나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전체 청년 수는 줄었지만 청년들이 살고자 하는 지역은 서울, 수도권, 그리고 부산 등 대도시로 한정되어 있어요. 게다가 최근에는 지방 대도시에서마저도 청년들이 이탈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비록 청년 인구가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실제로 그들이 활동하는 물리적인 영역이 서울, 수도권, 그리고 몇몇 대도시로만 한정되었으니 실제 물리적인 밀도가 높아진 것이나 다름없네요.

한국은 사회 규범이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가야 하는 나이가 있고,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가 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직업군이 있고, 유행을 놓치지 않고 쫓아야 하고 말입니다. 규범이 강하고 획일적이면 심리적인 밀도가 낮아지기 어렵습니다.

해결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실의 경쟁을 완화하기. 둘째, 경쟁이 과도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인을 제거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각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관심사나 진로가 다양하지 못하죠. 그래서 실제보다 과장해서 현실을 판단하지 않나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위너winner’가 아니어서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다는 생각은 ‘위너’에 대한 집착이지 출산에 대한 염려가 아닌 것 같아요.

‘헬조선’에 살다보니 돈이 없어서 아이를 못 낳는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잖아요.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강남에 거주하는 잘사는 사람들인 거예요. 그래서 행복하다는 감정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만들기도 하겠지만, 그저 즐기고 끝나버리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행복이 곧바로 출산율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청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그들이 불행하다는 딱지를 씌웠는데요. 청년들이 스스로 불행을 정당화하고 낙인찍는 바람에 보다 폭넓은 시야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태를 판단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신념이 ‘흑백논리’입니다. 성공 아니면 실패, 내 편 아니면 남의 편으로 매사에 선을 긋는 편견이죠. 그러다 보니 중간이 없어요. 아이는 때로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요동치는 삶의 궤적에 따라 낳을 수도 있고 안 낳을 수도 있는데, 윗세대 어르신들은 반드시 낳아야 한다고 하고, 아랫세대 청년들은 아예 안 낳기로 작정을 하는 거죠. 요즘엔 초등학교 때부터 비출산을 결심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심리적인 획일성이 매우 강하죠.

여성의 만족도가 5점 정도 떨어진다면, 남성의 만족도는 10점 정도 확 떨어져요. 아이를 매우 큰 부담으로 여기는 것이죠. 하지만 남성은 그 후 둘째, 셋째가 생겨도 그럭저럭 만족도가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여성의 경우는 한 명 한 명 낳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여성은 아이를 하나 키울 때와 둘 키울 때 차이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아는 거죠.

다시 말하자면, 저출산은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기보다 직면한 현실인 것이고, 현재 장년층인 지금 기성세대가 앞으로 닥칠 진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죠.

1950년에 2,000만 명이었던 인구가 불과 50년 사이에 2.5배가 되었어요. 아마 인류 역사상 그런 예가 없을 겁니다. 동시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도 이루었죠. 압축성장의 결과 연령대별로 가치관의 차이가 커지게 되었어요.

우리 삶과 사회를 이루는 요소들을 다시 수립해야 할 거예요. 앞서 말씀하신 새로운 질서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찾아야겠죠.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지만, 기존 의식과 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출산율은 더 떨어질지도 몰라요. 만약 더 떨어진다면, 이건 큰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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