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언어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언어는 어떻게 창조되고 진화했는가
모텐 H. 크리스티안센.닉 채터 지음, 이혜경 옮김 / 웨일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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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대한 통시적 고찰이 담긴 책이다. 당대의 협소한 현상만 보고 언어를 걱정하고 통제하려는 우리의 욕망이 언어라는 인류의 거대한 역사에 비추어보면 기우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장 때문에 책을 샀는데, 저자의 LLM에 대한 시각도 일관되게 그러하다. 중간은 읽지 않고 쓴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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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세스의 이론을 읽으며 내내 다마지오를 생각했다. 아마 두 사람의 연구 기초 자료들 중 겹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검증해 보지는 않았다. 나는 과학도가 아니라 재미로 과학분야 독서를 하는 사람이므로.)

고통을 느끼고 생존반응을 하는 것이 유기체의 의식 활동의 선행조건인 동시에, 어쩌면 의식이라는 것의 실체 자체가 아닐까 하는 끝판 결론이 유사하다.

지능과 범용인공지능, 의식과 지각에 대한 견해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 결국 스스로 자기 생존을 위한 자체 프로세스를 구축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신기한 계산을 잘하고 어리숙한 사람을 속여 먹기 좋은 기계일 뿐, 유기체와 비슷한 의식을 가진 존재는 되지 못한다.

흐름출판이 이 분야에 관심이 많나 보다. 표지 느낌이 비슷해 뒤져보니 같은 출판사였다.

eBook] 느끼고 아는 존재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은이), 고현석 (옮긴이), 박문호 (감수)   흐름출판   2021-09-13


http://aladin.kr/p/j4CDN

동물기계 이론의 관점은 거의 모든 면에서 이 이야기와 다르다.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인간의 경험과 정신적 삶 전체는 우리의 지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자기를 유지하려는 생물학적 유기체라는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지, 그것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것은 - P335

아니다. 의식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나의 동물기계 관점은 의식기계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지각적 컴퓨터가 곧 등장한다며 두려움을 부추기고 우리의 꿈에 스며드는 과장된 기술 경이라는 서사를 약화한다. 동물기계 관점에서의식을 이해하면 우리는 자연에서 점점 멀어지지 않고 오히려 자연 속에 머물게 된다.
우리는 그래야만 한다. - P336

자유에너지 원리에 따르면, 생명계가 열역학 제2법칙을 벗어나려면 생명계가 있으리라 예측되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베이즈 모델에 따라 나는 여기서 ‘예측expect‘이라는 말을 심리적 의미가 아닌 통계적 의미로 사용했다. 너무 간단해서 하찮을 정도의아이디어다. 물속의 물고기는 통계적으로 물고기가 있으리라 예측된 상태에 있다. 보통 물고기는 대부분 물속에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죽어 퍼져버리지 않는 한, 통계적으로 물고기가 물 밖에 있다고는 예측하기는 어렵다. 내 체온이 약 37도라는, 통계적으로 예측된 상태는 내가 죽어서 퍼져버리지 않고 계속 생존하는상태와 일치한다. - P253

우리는 인지하는 컴퓨터가 아니라, 느끼는 기계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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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페이지를 읽을 때 이반 일리치의 <젠더>가 떠올랐다.
<그림자 노동>을 읽고 그를 숭앙하다시피 한 터라 <젠더>는 좀 실망스러웠다.
무엇이 실망스러웠나 설명하고 싶어도 나의 언어가 부족했는데
델피는 그런 내 마음의 기저를 대신 설명해주는 듯했다.
그렇지만 다음 권을 살 것 같지는 않다. 책의 볼륨이 너무했다 싶을 정도이다. 박스를 뜯자마자 서서 다 읽을 정도이다.
게일 루빈 전집이 <일탈>이란 이름으로 엄청난 두께로 합본되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안 되는데 비교하게 된다. 현실문화는 책 팔아서 남는 거나 있었는지 원.

페미니즘에 반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페미니즘이 만들어낸 개념(예를 들면 젠더) 중 일부를 빌려야만 하기 때문에, 이 대표자들은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젠더가 ‘섹스‘와 동의어로 (개념이 아닌 용어로) 쓰이는 경우에도, ‘젠더‘라는 단어가 발화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담론에서 싫든 좋든,
가장 일반적인 차원에서 가장 전복적인 차원ㅡ‘젠더‘를 사회 분열의 주요 쟁점으로 만드는ㅡ에 이르기까지 젠더에 대한 모든 함의를 끌어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페미니즘에 적대적인 이들은 페미니즘의 - P65

영역으로 끌려 나온다. 그들이 페미니즘과그 영역이 존재할 만한 장소가 없거나 말할가치가 없다는 듯 군다고 하더라도, 그렇게된다. - P66

역사가들이 추구하는특정한 설명은 사실 그다지 역사적이지 않다. 각각의 시기가 기능한 조건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설명은 모순적이게도 몰역사적이다. 이 경우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날짜의 기록일 뿐이다. 역사는 잘 다루어져야만 귀중한데, 바로 각각의 시기가 현재의 시기와 같은 방식으로 분석되었을 때 그렇다. 과거에대한 학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연구는 공시적인 분석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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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이야기 - 에세이와 회고록,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
비비언 고닉 지음, 이영아 옮김 / 마농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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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치 있는 작품이 출간 이후 맹비난을 받거나,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작품이 극찬을 받는 이유는 읽는 사람들의 잘잘못 때문이 아니라, 때를 잘 만났거나 잘못 만났기때문이다. 아무리 좋거나 훌륭해도 당장은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돌처럼 가라앉는 책이 있는가 하면, 단명할 것이뻔한데도 지금, 바로 지금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호평을 받는 책도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내면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 얻어야 비로소 풍요로워진다. - P189

장차 예술가가 될 대학원생들에게기교는 밥벌이 수단이다. 나는 이 점이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왜냐하면 기술에 집중하는 것은 현대 문학에 독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전적 산문 쓰기에 관한 훌륭한 소책자 진실처럼 명료하고 단순하게 Clear and Simple as the Truth』가 내 이런생각을 잘 대변해준다.
...
글쓰기는 기술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기술은 가시적으로 필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글쓰기는 기술의 결과물도 아니고, 기술을 사용하는 활동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는대화를 닮았다. 대화에 서툰 사람은 설사 언변이 아주좋더라도 대화를 독백과 구분하지 못하기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무리 언변을 갈고 닦아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대화에 아주 능한 사람은 말주변은 떨어질지 몰라도 대화란 서로 주고받는 활동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대화도 글쓰기도 화술을 익힌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근본적인 개념의 문제를 등한시하고글쓰기 기술만 가르치려 들다간 실패할 수밖에 없다. - P187

하지만 회고록은 증언도 우화도 분석적 기록도 아니다. 회고록이란, 삶이라는 원료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 경험을 구체화하고, 사건을 변형하고, 지혜를 전달하는 자아라는 개념에의해 통제되는 일관된 서사적 산문이다. 회고록 속의 진실은실제 사건의 나열로 얻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당면한 경험을마주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독자가 믿게 될 때 진실이얻어진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 일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을 짓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프리쳇*은 - P107

회고록에 대해 "중요한 건 필력이다. 인생을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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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죽음
에밀 졸라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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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9세기 후반의 결혼에 관련된 사회상이 드러난 짧은 단편들의 모음이다. 당시 풍습을 알기에 요긴하다. 결혼 풍습 자체와 그 관례를 둘러싼 인간 욕망과 대처법이 지금과 별다르지 않다.
세태를 그대로 드러내며 범상한 삶을 사는 인물을 거의 냉소에 가깝게 관찰하는 이런 작법이 20세기에는 우리 문학에도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인물들을 상위에서 굽어보는 듯한 작가의 관찰 태도가 지금 보면 약간 낡은 듯 보이는 서술이다. 그때는 그걸 ‘객관적‘이라 여긴 듯하다. 담담하게 말을 아끼면서도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날 수도 있는데 나는 이민진의 <파친코>에서 그걸 느꼈다. 졸라의 단편에는 그런 것이 없다.

테레즈 라캥의 씨앗이 된 짧은 단편 <어떤 사랑>을 발견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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