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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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거짓말 읽는 중.

책의 명성으로 짐작한 것보다는 지루했다.
그러나 1부와 2부의 결말은 좋았다.
이야기를 잠정적으로 끝낼 때 매듭을 완벽히 만들지 않고 빠른 전환(반전?)을 만드는데 그런 방식이 좋다.
그러나 약간은 올드한 냄새가 나는데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3부 결말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올드한 느낌에 먹히지 않는 결말이면 좋겠다.

"모두 다 죽은 건 아니야. 이것들은 살아 있어."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나는 이것들을 보자마자 구역질이 난다.
내가 말했다.
"생각에 깊이 빠지기 시작하면,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
내 형제가 자기 지팡이로 내 턱을 들어올린다.
"생각하지 마. 저길 바라봐!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이 있어?"
나는 눈을 든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니, 한번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어."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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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모국어를 향한 애착과 그리움, 그리고 글쓰기를 향한 열정에 밑줄을 긋다.

글을 쓴 지는 20년도 더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언어를 알지 못한다.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빈번히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 P53

내 나라를 떠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되었을까? 더 어렵고, 더 가난했겠지만, 내 생각에는 또 덜 외롭고, 덜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어쩌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서건 어떤 언어로든지 나는 글을 썼으리라는 사실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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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책이다. 사색과 서정으로만 가득한 게 아니라 의외로 유머도 있다.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과 방법이 이렇게나 다채롭고 많다니...

밑줄 그은 부분은 근래에 가지게 된 내 삶의 자세와 일치하는 문장이다. 지금 나는 대벌레나 비버처럼 살고 있는지도...


내가 대벌레와 비버에 매료된 이유도 이들이 두 가지 욕망을 쉽게 충족해내고 있다고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상상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 생물들은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주변과 공존하면서 어울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조용히 순응하는 법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인간성의 척도는 세상에 우리를 얼마나 드러내느냐가 아니라 우아하고 조화롭게 우리 자리를 찾는 것에서 비롯될지 모른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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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야심만만한 미래의 정치인들이 경호팀장(일반인이자 미래의 일반인)의 호감과 지지를 어떻게 잃어버리는지 읽다가 웃음이 터졌다.

트럼프도 결국은 정치의 변함없는 원칙 중 하나를 잘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그 원칙은 지적 역량과 정치 지능이 사실상 무관하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똑똑하기 그지없지만 정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이쪽 분야 전문가, 정치학자, 실무 담당들조차 그럴 수 있다. 반면 트럼프처럼 글과 담쌓고 살아도 시대정신에 쿵짝을 맞추는 능력은 가히천재적인 사람들이 있다. - P98

이러한 환경에서 수재들은 대체로 쓸모없는 존재 취급을 받는다. 그 이유는 이 똑똑이들이 절대로 자기 손으로 미늘창을 쥐고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게임에서 유일하게 통하는 가치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인데 말이다. - P101

빌 클린턴과 오바마의 오른팔이었던 존 포데스타‘가 젊은 피렌체 시장과 그의 서기관에게 조언하는 장면을. 포데스타는 활발하고 기민하며 조깅을 많이 해서인지 마른 몸집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전국 차원의 선거 운동에 대해서 이것저것 질문했다. "출마하기에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그냥 좋은 때이기를 바라면서 뛰어드는 거죠." 그 말이우리에게 한동안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 P101

만찬이 끝나고 로카 대위는 기운을 차리기 위해 호텔바에서 위스키를 한잔하면서 자신이 겪은 고초를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러한 진행에 당황했지만 초기의 얼떨떨함을 극복하고서는 그럭저럭 잘 넘어갈 것 같았다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나 자신"이라고 대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대답했더니 다른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비난조로 한마디씩 하고 ‘진행자‘조차도 그에게 너무 자기중심적인 것 아니냐고 했다나.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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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인지 비평인지, 에세이인지 칼럼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장르의 책이다. 픽션은 아니라 하니 논픽션임에는 분명하다.

기다리든가 달리든가 둘 중 하나, 중간은 없다. 그것이유엔 총회의 리듬이다. 게다가 정치의 일상 리듬도 마찬가지다. 지루해 죽을 것 같다. 우디 앨런의 말마따나 성공의90퍼센트는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차지한다. 그곳에 현존하기, 그러다 가끔 한 번씩 들입다 뛰어야 한다. - P28

더욱이 사실상 남성의 몸밖에 없다. 유엔 총회 발언자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담화에서 이러한 현실을다시 한번 개탄했지만 단기적으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진않다. 유엔 자체가 여성을 사무총장 자리에 앉힌 역사가 없다. 게다가 이 자리에 와 있는 남성들이 어디 보통 남성들인가. 정치가 수단만 달리하는 전쟁의 지속이라면, 세계 어디서나 싸움에서만 생의 의미를 찾는 가장 폭력적인 성격의소유자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당연하다. - P29

혼돈이 어느 단계를 넘어가면 질서를 재정립하는 유일한 수단은 희생양을 확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두머리는,
그가 누구이건 간에 늘 대기 중인 희생양이다. 톨스토이는그를 ‘도살장에 보내기 위해 살을 잘 찌운 숫양‘에 비유했다. 승리, 국민들의 복종, 권력, 행운에 힘입어 토실토실 살이올랐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를 추대했던 바로 그 힘에 의해도살당한다. 나는 젤렌스키가 그러한 운명을 피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치의 법칙을 벗어나는 예외는 극히 드물다. - P38

여론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포퓰리스트들이 뭐라고 떠들든 간에 정치도 엄연히 직업이다. 심지어 가장 힘든 직업 축에 든다. 정치는 끊임없이 조롱당하고 바보취급을 당할 위험에 특히 바보가 아닐 때는 더욱더노출되는 활동이다. - P41

요즘은 공격이 방어보다 싸게 먹힌다. 그쪽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심지어 이 비용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미래에는 일부의 주장대로 개인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망까지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병원체를 만들어 내는 DNA 합성기가 약 2만 달러, 중고차 한 대 값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전망이 그리 먼 미래 같지도 않다.
챗지피티 제작사 오픈에이아이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4년 가을에 발표한 최신 모델은 인공 지능이 화학적·생물학적 무기, 방사선 무기, 핵무기 등의 제작에 악용될 위험을 상당히 높였다. 오픈에이아이는 기업 자체 내 등급표에서 그러한 위험을 가장 높은 단계로 분류하고도 제품을 그대로 시장에 출시했다. 하지만 어떤 규제 당국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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